EP.247
잠입 탐방
유상증자.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행위.
─앵지♡펀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앵지님 어떡해요 오성중공업 유증 뜸ㅠ
"안녕하세요 오빠들~! 뭐, 유증?"
−좆돼쓰요……
−지금 오성중공업 주주들 난리 났어요
−나 앵지 믿고 매수했는데
−몰랐나 보네 ㄷㄷ
주식 투자자라면 한 번쯤 들어보는 단어다.
하지만 특별히 의식하진 않는다.
'내, 내가 산 주식이?'
자기가 당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하니까.
오전 8시 50분.
평소처럼 방송을 켠 앵지는 믿을 수 없는 기사를 목도한다.
한국신문− 「[주요공시] 오성중공업, 1조5000억 유상증자 추진」
자신이 산 주식에 공시가 뜬 것이다.
유상증자라는 주식 시장 최대 악재가.
"그냥 유증 아니지? 그 있잖아……. 내가 듣기로 오히려 호재인 유증도 있다고 들었는데."
−3자 배정 방식이요?
−그거 아니에요 ㅠ
−이번에 오중이 한 건 그냥 유증이라서 문제
−현실 도피 보소
호재가 될 때도 있다.
특정한 3자가 유상증자 물량을 전부 받아주는 방식이라면 말이다.
'…….'
그것이 아니었다.
주식 시장 최대 악재가 정말 자신의 주식에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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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중공업』
6,830원 ▼1680원 (−19.75%)
[장 시작하자마자 꼴아박은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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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동시호가부터 심상치 않았던 주가는 바닥이 꺼진 것처럼 폭삭 주저앉고 있다.
"아, 아아……."
심지어 끝이 아니다.
어디까지 내려갈지 도저히 끝을 짐작할 수가 없다.
주식은 방송용.
남자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안전한 주식만 골라 샀다.
투자자 흉내만 냈던 앵지에게는 견디기 힘든 충격이다
−마 20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한가 갈 기세네
−표정 찐인데?
−이거 갠방갤에 올라갈 듯 ㅋㅋ
−지금이라도 손절하죠
−진짜 좆된 거 아님?
−와……
−내 오중 어떡해 ㅠㅠㅠㅠㅠㅠ
시청자들로서는 빅재미.
BJ가 안 좋은 꼴을 당하는 건 유쾌한 방송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평소라면 표정 관리 정도는 했을 것이다.
지금의 앵지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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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채님의 계좌』
매수금액│105,605,891원
평가손익│−20,265,770원
평가수익률│−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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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매수를 했기 때문.
평소보다 많은 돈을 투자했다.
방송 효과와 더불어 솔직하게.
'…….'
자존심이 있다.
소라에게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피어났다.
욕심도 생겼다.
돈 복사를 해서 영상 임팩트를 한층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마산불개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앵지님 믿고 풀매수했는데……
"나, 나도 피해자야! 수찬 오빠가 확실하다고 해서 산 거라고."
−이걸 열혈 탓을?
−매수 버튼 누른 건 앵지님 고양이인가요 ㅋㅋㅋㅋㅋ
−그럼 영상은 왜 올렸대
−어 이건 좀
그만큼 반작용도 세게 올 수밖에 없다.
BJ가 확신을 가지고 홍보하는 주식이다.
팬심이라는 것이 발동한다.
앵지의 팬 중 상당수가 오성중공업을 매수했고.
─앵지♡곰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성이라 안전하다면서요
─앵지♡성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앵지야 난 처음부터 말렸다
─앵지♡종국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5억 박았는데 벌써 1.2억 날아갔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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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 돈이 걸린 일이다.
아쉽다.
운이 나빴다.
한 마디로 넘어가기에는 무게감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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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병준 9시간 전 乃 981
오성중공업 유상증자 발표……
선반영되었을 수도 있지만 아니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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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억맨 1시간 전 乃 205
오성중공업 하한가^^
덕분에 2천만 원 날아갔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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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그냥 1시간 전 乃 192
누나 롱탄 들렸어?
하지도 않던 주식 추천은 왜 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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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 담을 수 없다.
조금 시간 차는 있지만 그녀의 유튜브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한국 주식 갤러리〕
─주갤픽 그 기업 근황.jpg
─오성중공업 유증 이유 떴냐??
─이 와중에 소라 유튜브 근황 ㄷㄷ
─앵지 믿고 오중 샀는데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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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도 말이다.
해당 화제에 대해 가장 뜨겁게 타오르고 있던 장소다.
응원하는 유튜버.
그 이전에 한 명의 투자자로서 진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주갤픽 그 기업 근황.jpg
[오성중공업, 1조5000억 유상증자 추진.News]
개좆됨
└주갤픽 아닌데? 앵지픽인데?
└차트 보면 기관은 알고 있었던 듯
└적자가 7천 억인데 2배를 하는 건 진짜 개씹새끼들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의 주식, 회사 자금으로 대체되었다!
떼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내려갔다는 건, 많이 반등할 수 있다는 뜻.
하따를 노리던 개미들에게는 여신이었다.
자신들에게 돈을 벌어다 줄 때까진.
─앵지 믿고 오중 샀는데 ㅡㅡ
[오성중공업 매수 계좌.jpg]
내 돈 어칼 건데 ㅆㅂㅁㄻㄴㄻㄴㅇㅁㄴ
└그 와중에 고소는 피하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여캠 믿으라고 협박함?
└앵지가 죽으라면 죽겠네 ㅉㅉ
└저년 믿고 따라 산 니 능지를 탓해라
그 반대.
단순한 하락도 아닌 폭락이 나오자 민심도 들끓을 수밖에 없다.
방송도, 유튜브도, 커뮤니티에도 그녀의 편은 없다.
그러한 광경을 보고 있으니.
'내가 딱 대라고 했지?'
속이 다 시원하다.
소라는 모니터에 대고 뻐큐를 날린다.
그 이상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사실이다.
─오성중공업 유증 이유 떴냐??
[오성重 전무 "금융지원 안되니 유상증자 할 수 밖에".News]
본사에서 돈 안 줬다고 함
└본사가 돈 안 주면 투자자 삥 뜯어야지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K−기업
└오성전자 1년 영익이 수십 조인데 그것도 못 줘?
└와 진짜 이건 예상 못했네
오성중공업.
오성 그룹의 계열사는 맞다.
하지만 그 말이 든든한 뒷배를 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내놓은 자식이라고 했지…….'
선배가 한 표현이 적절했다.
본사에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계열사가 알아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그 결론이 유상증자.
회사의 신뢰를 팔아서 단기적인 자금을 확보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 소라 유튜브 근황 ㄷㄷ
[소라 유튜브 답글 캡처.jpg]
개청자가 오중 튼튼하다고 지랄하니까
재무 안 좋아서 유증 가능성 높다고 답글했었네
└좀 치누
└주식 하는 뇨자 ㄷㄷㄷㄷㄷㄷ
└주갤럼들보다 훨 낫네
└주식존예여신 희망편……
그것을 미리 알았다.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기업 탐방을 하는 것으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년은 방구석에서 망상만 한 거고.'
시청자들의 추앙을 받으며 말이다.
애시당초 투자자로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앵지는 그냥 젖팔이나 해야지 ㅋㅋ
여캠 주제에 주식 추천?
누구 한강 보낼 일 있나
└이미 보낸 거 아님?
└애매한 년이 콘텐츠용으로 주식 하다가 사고 친 거지
└젖팔이는 ㅇㅈ이지
└그걸 맞다고 띄워주는 보빨러들이 레전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박한 말 쓰고 있네.'
보빨러.
그것이 무슨 뜻을 가진 단어인지 소라도 모르지 않다.
커뮤니티를 하다 보면 알게 돼있다.
어째서 그런 걸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는지도.
─앵지가 젖팔이 해도 안되는 이유
[소라 유튜브 캡처.jpg]
젖으로 못 이김 ㅅㄱ
└ㅁㅊ
└한국대 슴가녀 ㅓㅜㅑ
└얼굴만 봐서 몰랐는데 가슴이 본체였네
└저거 CG 아니냐?
희열이 있다.
단순히 외모를 칭찬 받는 것이라면 아무런 감흥도 없지만, 투자자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좀 더 빨아봐 자식들아.'
기분이 들뜬다.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언급되는 것도, 칭찬을 해주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소라좌 유튜브 개떡상했네
[소라 유튜브 캡처.jpg]
하루만에 구독자 6천 늘어남 ㄷㄷ
└아까 봤을 때 2만이었는데 2천 늘어있누
└앵지 손절한 애들이 소라로 왔나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뜰 만하지
└얘는 지가 욕심이 없어서 그럼
유튜브도 말이다.
취미로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부쩍 커졌다.
오늘의 사건을 계기로 더 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흐음!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
그 썅년이 하는 것처럼 관종짓을 한다면 훨씬 쉽게 유튜브를 키울 수 있다.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실력만으로도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오른다.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영상을 만들 것이다.
까톡!
자신의 꿈인 트레이더에 가까워지는 과정.
굳게 마음을 먹은 소라의 핸드폰이 울린다.
〔선배 새끼〕
「야」
−뭐
「나와봐」
선배였다.
'내가 나오라면 나오고 들어가라면 들어가야 돼?'
항상 말을 이따구로 한다.
그래서 자신도 저따구로 대답하는 것이다.
설명이 부족.
그런 선배에게 끌려 다니는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보니 익숙해졌다.
의지가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선배가 아니었다면 확신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뭐.'
약속 장소에 나가준다.
* * *
인플루언서.
미래의 주식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키우고 있는데.'
영 만족스럽지 않다.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뭐 시발."
"가슴만 뒤지게 커가지고."
"보태준 거 있냐?
"조금."
평소처럼 밋밋하기 그지없는 복장으로 나왔다.
쌔끈했던 정장 차림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젖팔이를 하라니까.'
강의팔이를 하고 앉았다.
전문 젖팔이 업자를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왜 나오라는 건데요?"
"너 좋아하는 거 있잖아."
"제가 좋아하는 거요?"
"기업 탐방."
"아."
필요한 건 계기.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는지 소라가 눈을 똘망똘망 빛낸다.
'저번에도 좋아했으니까.'
이번에도 좋아할 줄 알았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끼익−!
차를 타고 도착한다.
마포구에 있는 곳으로 소라도 모르지는 않을 기업이다.
"여기 뮤직넷 아니에요?"
"맞지."
"저 방송국도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뮤직넷은 관련주가 뭐 있더라……."
안 본 사람은 없으니까.
탑스타K, 쇼미더랩부터 시작해 여러 음악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방송사다.
'보는 것만 해봤겠지.'
소라 성격에 다른 생각을 해봤을 리 없다.
등을 좀 떠밀어줘야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여기도
"기업 탐방은 기업 탐방인데."
"네?"
"니가 좀 힘을 써줘야 쓰겄다."
"??"
소라의 재능을 개화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