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46화 (246/450)

EP.246

진짜 탐방

받아 든 식판.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안 먹어? 아, 배 부르다고 했나."

"그것 때문이 아니고……."

"아저씨들 앞에서 가슴 까기 그래서?"

"……."

성희롱을 했음에도 묵묵부답이다.

소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선 시대부터 여성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지.'

그냥 공감해!

일부 여성 단체에서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러한 측면이 있다.

측은하다는 감정이 들 만도 하다.

"저 처자 지방이 무슨 젖으로만 갔네 그려."

"어이, 김씨! 아가리 닥치고 밥이나 먹어."

상대적인 관점에서.

오성중공업 직원들이 먹고 있는 식사는 조촐하다.

'누가 봐도 기성품 볶은 거네.'

떡갈비와 콩나물국이 메인.

호박무침과 김치가 반찬으로 나와있다.

3첩 반상이라고 할 수 있다.

7첩 반상이던 다른 계열사와 차이가 난다.

"식판 저희 학교에서도 쓰는 거네요."

"익숙한 느낌이지."

"왜일까요?"

"왜겠어."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구내 식당에 신경을 썼다면.

'그 반대 사례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

오성 그룹이 해당 계열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IR담당자에게 묻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우적우적!

바로 밥을 먹는 것이다.

주면 먹지만, 찾아서 먹고 싶지는 않은 익숙한 맛이 느껴진다.

"여기도 오성 계열사 아니에요?"

"맞아."

"어쩐지 소외 받는다는 느낌이……."

소라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실제로 그래.'

돈은 한정된 자원이다.

누군가 많이 쓴다면 누군가 덜 쓸 수밖에 없다.

그룹 차원에서도 마찬가지.

자금이 덜 수혈되는 곳이 존재한다.

"오성중공업이……."

"내놓은 자식이란 느낌이지."

"자식이요?"

"재벌이라는 게 그런 거거든."

재벌은 아시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혈연적 기업 문화다.

실제로 피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각 계열사는 가족으로 볼 수도 있는 거지.'

미움을 받는 자식.

그것이 바로 오성중공업이다.

매년 엄청난 양의 적자를 본다.

흑자 전환이 언제 될지도 불분명하다.

그룹 입장에서 소홀할 만도 한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같은 오성인데 이 정도로 차이가 나면……."

"음."

"제가 오성중공업 사원이면 많이 서운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도 않아."

"?"

원래부터 그랬던 게 아니다.

오성중공업은 오성 그룹에서도 꽤나 애지중지하던 계열사다.

'조선업이 옛날에 얼마나 잘 나갔는데.'

반도체와 함께 한국을 먹여 살리던 기간 산업이었다.

돈을 정말 갈퀴로 쓸어 담았다.

<가게만 열면 물건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길거리 개도 1만원권을 물고 다녔다.>

<거제도에는 IMF가 없었다.>

이런 이야기가 돌 정도.

정말로 개가 돈을 물고 다니진 않았겠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케 해준다.

"오……."

"그걸 말아 먹은 것도 지들이고."

"어떻게요?"

"덤핑 치다가."

마트 할인이랑 마찬가지다.

수상할 정도로 물건을 싸게 팔 때는 다 속셈이 있다.

'임원들이 매출 욕심 부리다가 좆된 거지."

그것을 '덤핑'이라고 부른다.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나와도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손해다.

"처음에 갔던 오성엔지니어링도 덤핑 치다가 좆된 케이스지. 거긴 그나마 운영이 되지만."

"완전 망한 케이스도 있는 거군요."

"그래."

내놓은 자식.

가족으로 치면 그러하다.

눈밖에 나도 할 말이 없는 짓을 저질렀다.

'그래도 연을 끊기는 뭣하고.'

오성이라는 성씨는 허락해줬다.

하지만 그 외의 지원은 없다시피하며 자식 취급도 해주지 않는다.

우적우적!

그것이 식단에 나타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3첩 반상은 서민용, 7첩 반상은 양반용이다.

양반에서 서민으로 격하되었다.

오성중공업이 계열사 내에서 받는 취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도 먹을만은 하지.'

웬만한 중견기업급은 된다.

한 나라의 영의정쯤 하시는 분의 자식이라 버려져도 이 정도 대접은 받는다.

"그렇게 눈밖에 난 자식을 용서해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시간?"

"시간도 시간이지만 뭔가 계기가 있어야겠지."

"아!"

'최소한 자수성가는 하고 와야.'

다시 가족으로 받아줄 생각이 들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옛날 이야기에서 흔히 있는 패턴이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될지.

현재 시점에서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그럼 만약 자금 문제가 생기면."

"음."

"본사가 도와줄 일은 없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뭐, 그렇게 되겠지."

그전까지는 오성이 아니다.

이름만 보고 오성 계열사라고 생각했다면.

'K−주식을 할 자세가 안돼있는 거지.'

한국 기업의 특수한 구조.

재벌가에 대해 모르면 한 번 크게 데일 수 있다.

"잘 먹었습니다!"

"이걸 또 먹네."

"전 이런 식사도 맛있더라고요."

오성 계열사를 둘러본 이유.

환상이라는 건 두 눈으로 봐봐야 깨지는 것이다.

오성인데 뭔 일 있겠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전까지 와 닿지 않는다.

"으으음~~!!"

소라가 기지개를 켠다.

하루종일 기업 탐방을 다녔으니 피곤할 만하다.

'뒤지게 많이 먹기도 했고.'

안 그래도 괴물 같은 가슴이 더 불어나있다.

영양소가 모이는 저장 창고다.

하지만 얼굴은 홀가분해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만족했어?"

"네. 지식욕도, 식욕도."

"뭐, 그럼 슬슬 돌아가지."

밖은 이미 깜깜하다

완전히 져버린 해는 빨리 귀가를 하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타악!

차 안으로 들어간다.

기업 탐방을 가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던 소라도 만족했을 텐데.

"한 가지 부족한 게 있어요."

"또 뭔데?"

"부탁해도 돼요?"

"금방 끝나는 거면 까짓……."

궁금한 게 남아있을 수 있다.

한두 번 한다고 입감이 될 만큼 만만한 일은 아니다.

'많이 경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지.'

뭔가 깨달은 게 있다면 기특한 일.

그 이전에 숱한 경험을 쌓아온 것이 있었다.

찰칵!

도어락을 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시동도 안 걸었는데 왜 그러나 했더니.

"성욕."

달빛에 비춰진 소라가 입맛을 다신다.

* * *

기업 탐방.

생각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자취방에 돌아온 소라는 회상에 잠긴다.

'확실히 사전 지식이 많이 필요하네…….'

IR담당자분의 설명은 물 흐르듯 막힘이 없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

끄덕끄덕 듣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선배가 손쉽게 설명하는 것조차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다.

날카로운 질문?

숨겨진 투자 정보?

그런 것을 논할 단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밥은 맛있었지.'

처음에는 실망감뿐이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배라도 채우고자 밥을 먹었다.

답은 거기에 있었다.

정말 뜬금없게도 회사의 기밀도, 직원도 아닌 식당에.

꿀꺽!

회사라는 시설.

돈을 버는 사업체이기 이전에 직원들의 직장이기도 했다.

하루에 최소 8시간 이상 근무한다.

즉, 업무 환경을 따질 수밖에 없다.

'회사가 정말 직원들을 붙잡아두고 싶으면.'

워라벨에 신경을 쓴다.

식사뿐만 아니라 그 외의 것들도 해당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할 사실.

투자자이기 때문에 역으로 알지 못했다.

재무제표만 봤다면 평생 몰랐을 사실이다.

기업 탐방을 간 보람이 있다.

'선배도 맛있었지.'

스트레스도 한껏 발산할 수 있었다.

혼자서는 만족스럽게 풀 수가 없던 것.

할짝!

선배에게 잔뜩 쏟아냈다.

잘난 척하는 입술을 막고 있으면 희열이 차오른다.

〔한국 주식 갤러리〕

─오성중공업 쏠 거라고 보냐?

─하락폭 가장 큰 건 대한조선해양이 맞는데

─조선업 부활한다 아그들아……

─요즘 주식 시작한 주린이들은 모르겠지 ㅋㅋ

그 씨발년도 말이다.

최근 커뮤니티에서는 그에 대한 화제가 한창이다.

─요즘 주식 시작한 주린이들은 모르겠지 ㅋㅋ

조선주가 얼마나 개쩔었는지

2011년 거품 붕괴 이후로 장장 7년을 조정 받았는데

슬슬 되돌림표 나올 때 됐다

주가 개쏠 거임

└증시 꼴아박아도?

글쓴이− ㅇㅇ

└오중 1/4토막, 대조해 1/10토막 난 거 반만 되돌려도 ㅓㅜㅑ

└그동안 오성전자 5배 뛴 것도 반영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선주.

자신과 그녀의 싸움이 투자자들 사이에 불을 붙인 것이다.

특히 오성중공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 받기 때문이다.

─오성중공업 쏠 거라고 보냐?

[오성중공업 10년 차트.jpg]

확실히 저평가 구간은 맞긴 한데……

유튜브에서 말한 대로 재무는 꼴아서 불안하네

└최소 손해는 안 봄

└소라라는 애가 말한 거?

└재무가 뭔 상관이냐고 본사가 오성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해도 다른 회사가 망하지 오중은 안 망한다

재무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차트도, 선물도, 시장의 움직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유일한 불안점은 오성.

영상을 올리기 전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라 당황스러웠다.

'아니야. 확신할 수 있어.'

제멋대로인 추측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렇다는 사실을 직접 보고 오기까지 했다.

기업 탐방.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소라라는 애 말대로 떨어지면 어캄?

일단 갤 여론은 앵지인 듯한데

└뭐긴 뭐야 개쩌는 거지

└하도 대놓고 저격해서 후폭풍 좀 있을 듯?

└주갤 여신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확실히 주식은 소라가 더 잘 알더라

부담감을 짊어진다.

맞든 틀리든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

만약 예측을 한 결과가 틀리게 된다면.

'딱 대 이 씨발년아.'

곱절로 되돌려줄 것이다.

지금까지 당한 한을 모조리 담아서 말이다.

승부의 결과.

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한국신문− 「[주요공시] 오성중공업, 1조5000억 유상증자 추진」

하나의 기사가 증시를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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