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2
발판
온라인 쇼핑.
톡! 토독!
이전부터 즐겨하던 것이다.
최근에는 더 손이 자주 가고 있다.
'편하긴 하네.'
30대 주부 김슬기는 루팡의 열성 고객이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되었다.
『바로 구매』
구매가 너무 간단하기 때문.
폰을 몇 번만 두들기면 결제가 되어있다.
'이거 결제된 거 맞지? 너무 빨라서 가끔 헷갈린단 말이야.'
다른 앱들은 그렇지 않다.
로그인하고, 결제하는 데만 한세월이 걸린다.
루팡은 모든 부분이 달랐다.
결제에 걸리는 시간도, 물건이 오는 시간도.
<루팡입니다!>
어제 시켰던 물건이 벌써 도착했다.
정말 믿을 수가 없는 속도다.
'방금 시킨 건 내일 도착하겠지? 정말 로켓이네 로켓.'
그 편리함.
한 번 맛보자 끊을 수가 없다.
그녀가 루팡의 열성 고객이 된 이유다.
그와 반비례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반드시 가던 장을 보러 가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루팡?"
"그렇다니까~ 너무 편한 것 있지."
"요즘 루팡 안 쓰는 사람이 어딨어. 다 쓰지."
그러한 친구의 이야기.
같은 30대 주부인 장담비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얘네들 살림 너무 막 하는 거 아니야?'
그녀도 써본 적이 있다.
빠른 결제와 배송이 가진 편의성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비싸다.
마트에 가면 더 싸고 좋은 물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데.
"그래도 고기나 채소는 보고 사는 게 안심이 되지 않아?"
"에이, 뭐 어때."
"그래서 난 레토르트 사잖아. 랑이도 잘 먹던데?"
친구들은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속으로만 씁쓸함을 삼킨다.
'낭비할 만한 사정도 안되고.'
최근 경기가 좋지 않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소득에도 타격이 있었다.
생활비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그녀는 가격이 싼 둘마트를 선호한다.
"아니, 왜 결제가 안되는데!!"
20대 직장인 정오성.
둘마트에서 물건을 시키던 그는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른다.
『ActiveX 깔던가 ㅋㅋ』
"깔았다고!!"
결제가 안된다.
새로고침을 해보니 프로그램이 깔리지 않았다며 지랄똥을 싸고 있다.
토독, 톡!
핸드폰을 켠다.
컴퓨터로 안되면 앱으로 장바구니에 있던 물건을 사려고 했는데.
『로그인 하던가 ㅋㅋ』
"했다고!!"
분명 자동 로그인을 시켜 놨다.
매번 귀찮게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다.
토독, 톡!
그런데 풀려있다.
불쾌지수가 90%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이 악물고 핸드폰을 두들긴다.
『아이디 또는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음 ㅋㅋ』
실패.
독감이라 해도 믿을 만큼 뜨거워진 이마를 짚고 기억을 되짚어본다.
'이거 맞는데? 혹시 둘마트에서는 다른 아이디 썼나?'
로그인을 위해.
8자리 이상에 영문, 숫자, 특수문자를 혼합된 복잡한 암호를 입력한다.
『로그인 시켜줌 ㅋㅋ』
간신히 성공한다.
드디어 물건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웅장해질 뻔했다.
『본인인증 다시 하셈 ㅋㅋ』
"안 해! 이 개씹새끼야!@$!@#$!#$!@#$!!"
육성으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또다시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자동 로그인에 이어 본인인증까지 초기화되어있다.
앱을 정말 어떤 새끼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씨발 그냥 안 쓰고 말지.'
싸게 팔면 어쩔 건데?
이용하다가 화병 나면 병원비 보상해줄 것도 아니면서.
소비자들이 가진 불만.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까진 까맣게 모른다.
* * *
둘마트가 가진 장점은 대단하다.
가격도 싸고, 품질도 보증돼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적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커머스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한다.
'굉장히 의아하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낙관적인 오판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애시당초 관점이 잘못되었다는 걸 몰랐다.
소비자들이 멀리하고 있던 이유는.
"결제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의외로 별 게 없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상이 회의실 TV를 통해 송출된다.
그것을 본 임원들의 표정.
특히 젊은 남자 배우의 반응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겨우 이거라고?"
"네."
"그까짓 사소한 오류 때문에 우리 둘마트의 이커머스의 성적이 저조했다는 겐가?"
"이해하기 힘드실까 봐 영상까지 만들어온 건데."
저 정도로 짜증을 내야 하나?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만도 하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발전이 없는 거야.'
지난 한 달.
내가 한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온라인 몰과 앱의 편의성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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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마트 이커머스 점유율』
[대충 떡상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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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마쳐진 2주 후부터 급격히 반등하고 있다.
'애시당초 너무 낮았지.'
국내 1등 유통사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았다.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목표치인 3배를 충족시켰고, 한동안 상승세가 더 이어질 전망입니다."
"어떤 편법을 쓴 거지?"
"편법이라뇨."
"손실이 없었냐는 말일세! 출혈 이벤트로 달성한 것이라면 이 상승은 무효야!"
전주성 상무.
목소리를 높여온다.
손익계산서를 제출했음에도 읽어보지 않은 모양이다.
'평소에 편법을 쓰다 보니 찔린 걸 수도 있고.'
한국 기업들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갑자기 쿠폰 뿌리고, 혜자 이벤트를 진행한다!
기업 입장에서 손해 아닌가?
소비자 입장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 만한 짓은 대개 꿍꿍이가 있다.
매출 뻥튀기.
분기 이익 부풀리기.
임원 재계약 전에 겉만 번지르르한 재무제표를 만들기 위함이다.
"손익계산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문제 없습니다. 애초에 상품 기획을 건드린 일도 없고요. 의심이 가시면 회의 후에 차분히 검토해보시면 됩니다."
"그, 그런……."
"추가 질문 있으신 분 계십니까?"
이미 해봤을 것이다.
이벤트만큼 당장 가시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가능했다.
별별 짓을 다했음에도 오르지 않던 이커머스 점유율이.
'이렇게 쉽게 해결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그 이유.
처음부터 말했다.
정말로 별 게 아니라고.
"이커머스 부서 김택규입니다. 점유율 상승세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근거가 궁금합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루팡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한 것이기 때문이죠."
"벤치마킹……이요?"
"대체 어디가?"
임원진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비교적 젊은 40대들조차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이니까.'
세계적으로는 당연하다.
한국에서는 의외로 그렇지 않았던 것이 있다.
"루팡에서는 제공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둘마트에서는 제공하지 않던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새벽 배송이라던가 뭐 그런 거겠죠."
"소비자의 권리."
""!!""
인터넷뱅킹, 온라인 쇼핑몰 등.
들어가면 별의별 걸 해야 하던 시절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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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ActiveX가 필요합니다. ActiveX를 설치하겠습니까?
유저: 지금 바로 설치
컴퓨터: ActiveX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유저: 아니 ㅅㅂ 그냥 설치하라고
컴퓨터: 실행 중인 브라우저를 종료하고, 다시 시작하시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유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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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화병이 날 만도 하다.
공인인증서, 복잡한 비밀번호 등 짜증 나는 게 한둘이 아니다.
왜 저런 것들을 만들었을까?
불편하다고만 하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화제가 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책임지기 싫어서 그런 거거든.'
은행 인출 오류 나면 어떡해?
쇼핑몰 결제 오류 나면 어떡해?
그 부담을 전부 소비자에게 씌운 것이다.
세계에서 한국만 이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글로벌 기준에서는 기업이 져야 할 책임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고작해야 편의성 개선 아닌가?"
"그것이 소비자가 원하던 것입니다."
2020년 이후로는 당연해진 시스템.
코로나로 언택트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해결이 되었다.
한국신문− 「루팡, 국내 최초 '원터치 결제' 시스템 도입」
루팡은 그 전부터 해왔다.
루팡의 성공 비결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한 것이다.
'로켓 배송도, 배송비 무료도 그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이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최초의 플랫폼.
루팡은 한 마디로 그렇게 정의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별 게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보면 혁신적인 변화다.
그 방식을 조금 도입했을 뿐이다.
편의성만 개선해도 단기간에 효과가 나온다.
"간단하죠? 쉬운 일입니다."
"그, 그래 그 정도는 자네가 아니었어도……."
"근데 왜 그동안 안 한지 아십니까?"
"왜지?"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시장을 늙은 세대가 관리하고 있으니까."
"이노옴!!"
그것이 1등 기업이 가진 힘이다.
주식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반영되는 이유지만.
'그걸 깎아 먹으면서 기생하는 임원에게는 달갑지 않겠지.'
발작 버튼을 눌러버린 모양이다.
인자하게 관리하고 있던 이미지가 엉망이 되었다.
"회의 중입니다. 상무도 진정하세요."
"회장님! 지난 20년간 이사직을 수행한 저로서는 도저히 용납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죠?"
"이렇게 급격하게 기존의 방식을 바꿨다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원래 내 성격대로 틀딱이라 하지 않길 잘했다.
그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뭐, 확실히 그렇긴 하지.'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그리고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책임을 지기 싫어한다.
회장을 설득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한 가지 뒷거래가 있었던 덕분이다.
《쉬운 결정이 아닌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말이지.》
《네, 회장님.》
《자네가 말한 계획이 성공하면 전주성 상무의 입지를 줄일 수 있겠나?》
사내 정치.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눈에 거슬리는 부하 정도는 존재하는 법이다.
"검토해본 결과 감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회장님?!"
"언제까지나 기존의 방식대로 있다가는 정말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너무 늙은 방식으로는."
"……."
이번 일을 계기로 전주성 상무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젊은 임원들의 입지는 커질 것이다.
'회장이 회사를 컨트롤하기도 쉬워지겠지.'
은혜.
대한민국 재벌가에 인맥을 만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한국 주식을 잘하기 위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