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38화 (238/450)

EP.238

기업 탐방

최근 주식 시장.

〔한국 주식 갤러리〕

─우와 이게 가슴이야 젖소야??

─시발 요즘 개인정보 팔아서 밥값 버는 중

─전업 투자자가 살아야 할 곳 가르쳐준다 컄ㅋㅋㅋㅋㅋㅋㅋ

─다음 정차역은 이천, 이천입니다.

반년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저가 매수라며 덤벼들었던 투자자들도.

─우와 이게 가슴이야 젖소야??

[공장 내부 사진.jpg]

좆소다!! 애미씨발 방금 출근했다

└주붕이 취업했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화 채굴각 컄ㅋㅋㅋㅋㅋㅋㅋㅋ

└일하면 지는 거야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동차 바디부품 공장인갑네

하나둘 현실을 깨닫는다.

시장을 낙관적으로 봤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주가가 내려가기만 한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주식에 물려 신음을 흘리고 있다.

─시발 요즘 개인정보 팔아서 밥값 버는 중

힘들다

└개인정보 팔리면 이상한 데서 전화 문자 존나 와서 귀찮음

글쓴이− 그래도 빚독촉 오는 것보단 낫더라

└얼마에 어디로 파냐??

└씹새끼야 같이 좀 먹자

투자 손해.

압박감은 커져만 간다.

주식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실물 경제를 선행하여 움직인다.

반년이 지난 지금 경기는 완전히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한국신문− 「기업 94% "한국경제 침체국면 진입"」

팩트뉴스− 「2분기 '확 꺾인' 상장사 실적..커지는 '고점 우려'」

매일 같이 올라오는 악재.

기관과 외인의 동반 매도.

부정적인 생각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간신히 살아남은 투자자들도 자신감을 잃어간다.

─전업 투자자가 살아야 할 곳 가르쳐준다 컄ㅋㅋㅋㅋㅋㅋㅋ

독도 살면 지원금 월 100만 원 준다

이걸로 생활비하고 전업 투자자해라 새끼들앜ㅋㅋㅋㅋㅋㅋㅋ

└오 꿀팁추

└주갤 하면서 주식 하면 갠춘할 듯

└생필품은 줌?

└진짜 어떻게 함? 나 급해서 그럼

투자를 하기에 너무 안 좋은 시기.

하지만 언제나 리스크는 리턴과 함께 공존하기 마련이다.

'독도에서 살면 월 100만 원? 그거 솔깃한데……. 아, 아니지.'

소라도 그중 하나가 되었다.

증시가 흐를 만큼 흘렀기 때문에 슬슬 저가 매수의 찬스라고 봤다.

---------------------------------------------+

『윤소라님의 총 자산』

115,806,974원

−4,203,918(−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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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만만하지 않았을 뿐.

반등을 기대하고 베팅할 때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꼴아박는다.

'운이 조금 안 좋았네. 음……, 그렇네.'

투자 손실을 보았다.

나름대로 리스크를 관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늦게 진입했음에도 이 정도.

고점부터 투자했던 사람들은 정말 죽을 맛일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반등은 할 텐데.'

지난 2월.

그토록 실적이 좋았음에도 주가가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반대의 현상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대체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어서 문제다.

데일리뉴스− 「한은 "경제성장세, 2.9% 전망 부합…물가 상승압력 낮아"」

모든 악재가 반영된 게 아닐 수도 있다.

뉴스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실물 경제는 굉장히 힘든 것 같았는데.'

회사의 내부 자료.

직접 확인했던 것이니 틀림없다.

최근의 하락장이 이해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주요 화제가 아니다.

어쩌면 추가적인 폭락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 정차역은 이천, 이천입니다.

[고속버스 사진.jpg]

곱버스 탑승객분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했는지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연히 탔지 ㅇㅇ

└버스 안 탄 흑우 없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라 망하라고 제사 지내는 놈들 ㅉㅉ

└그래서 이천 가는 경강선이 파란색이구나!

그것을 노리고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법도 있다.

만약 할 거였다면 최소한 2400 부근에 해야 했다.

'버스를 타긴 늦었지…….'

증시의 향방.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개미가 알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

─코스피 하락이 시작에 불과한 이유.txt

[코스피 240일 장기이동평균선.jpg]

장기이평선 꺾인지 한 달도 안됨 ㅇㅇ

한 번 꺾이면 최소 1년은 하락장이라 봐야 한다

└차트충이 또

└선 찍찍 그어 놓고 내려간다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스피 2천이면 존나 높은 거 맞는데?

└차트충 vs 롱충이 가슴이 웅장하다

차트.

기술적 분석.

어느 것도 확신을 가질 만한 자료는 안된다.

경제 지표도 믿을 수가 없다.

유일하게 신뢰를 가질 만한 것이 있다면.

토독, 톡!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 뿐이다.

그 유일한 방법.

소라는 선배에게 SOS를 친다.

* * *

저가 매수.

"요즘 주가가 많이 내려왔잖아요."

"뭐, 그렇지."

"이성적으로는 과매도 구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매수하면 불안해서 못 들고 있겠어요."

투자자들이 항상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원하는 주가까지 내려오면.

'매수 버튼이 누를 수가 없는 게 사람의 심리거든.'

주식은 심리가 중요하다.

골백번 들어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게 당연한 거야."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안되더라고요."

"추위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안 떨 수가 있겠어. 시장에 한파가 몰아 닥치고 있는데."

"오~!"

생존을 위해 발달된 무조건반사다.

억누른다고 억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신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야……. '공포'가 바로 신인 거야.」− 갓 에넬

원피○의 명언처럼 말이다.

DNA에 새겨진 위험 신호를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해내니까.'

투자자와 일반인은 다른 생물이라는 것이다.

소라는 아직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선배도 가끔은 전문가 같은 말을 하네요."

"크흠!"

"그런 의미에서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

찬물로 샤워하면 처음에는 죽을 것 같아도, 나중에는 그럭저럭 되는 것처럼.

'기업 탐방?'

시장이 흔들려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

숫자가 아닌 실물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 저번에 푸드마켓에 갔잖아요."

"근데?"

"그때 손익계산서를 보면서 느낀 게 많았거든요."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직접 가서 보는 것만큼 확실한 정보는 없으니까.

'귀찮게 정말.'

라고 일반인들은 생각한다.

정작 투자자들 중에서 현장까지 찾아가는 케이스는 드물다.

"느끼고 싶으면 딸을 치던가."

"미친놈아."

"그런 걸 가서 뭐하게."

"선배는 가잖아요!"

귀찮기 때문이다.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시대가 좋아졌기도 하다.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잖아.'

10년 전처럼 정보의 질이 나쁜 것도 아니다.

공식 자료만 훑어봐도 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그것만으로는 최근 증시 흐름이 명확하게 이해가 안 가서……."

"보면 이해가 가고?"

"맞짱 뜨자고?"

"아니."

로켓 가슴으로 한 대 후려칠 기세다.

사람 얼굴만한 살덩이에 중력 가속도가 곱해지면 매우 아플 것이다.

'누구처럼 마시멜로형도 아니고.'

소라의 이야기.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확실히 직접 봐야 느껴지는 것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선배가 데려가 주세요. 응?"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해볼 만한 것도 사실이다.

느닷없이 떼를 쓰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일반 투자자가 갈 방법이 없긴 하지.'

이유1. 귀찮아서

이유2. 기업이 안 받아줘서

우리나라에서는 후자도 크다.

직설적으로 말해 주주를 개똥처럼 보는 한국 회사의 특성상 기업 탐방 온다고 하면 IR담당자 선에서 컷한다.

웃픈 현실이다.

"뭐, 안될 것 없지."

"진짜요? 아싸!"

"넌 뭐해줄 건데?"

"간만에 데이트도 하고 좋잖아요~ 네?"

최소 수천 억을 굴리는 기관쯤돼야 IR담당자가 질문도 받아주고, 설명회에도 부르는 등 저자세로 나온다.

'지들 회사채 사달라고 그러는 거지만.'

소라의 희망을 이루어주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딱히 안되는 일도 아니다.

"여기에요?"

"그래."

"여기라고?"

"어."

"여긴 둘마트잖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기업 탐방이라는 것은 평소에도 흔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애널리스트보다 월마트에 매일 가는 우리 엄마가 유통 투자에 더 능할 수 있다.」− 월스트리스트 속담

소비도 엄연한 경제 활동이다.

그것이 모이고 모여 기업 실적을 만들게 되어있다.

"겸사겸사 장도 보고."

"저 놀리려는 거죠?"

"맞아."

"우씨."

단순히 농담으로 넘길 말이 아니다.

애초에 보고서로 정리되어 올라오는 정보 자체가.

'사람들이 소비를 한 결과물이잖아.'

실제 소비자가 더 민감할 수 있다.

아줌마들이 멋모르고 산 주식이 은근히 잘 맞는 이유다.

『둘마트 트레이더스』

소라도 아줌마가 되면 느낄 것이다.

동탄 미시룩을 입기 위해 태어난 몸매이기도 하다.

"트레이더스?"

"몰라?"

"들어본 적은 있어요. 오는 건 처음이지만."

최근에는 그냥 대형 마트보다 이런 창고형 매장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둘마트는 유통업계의 전통 강자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그 입지.

점점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흥 강자의 도전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아 로켓 배송!"

"알아?"

"요즘 그거 안 쓰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거 때문에 마트 갈 일이 줄어든 것 같기도……."

이커머스(온라인 거래) 기업들의 등장이다.

빨리 빨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최적화돼있다.

한국신문− 「루팡 기업가치 10조 이상, 이마트 포함 유통업계에 위협적」

그리고 과감한 투자.

손정의가 몇 조원을 투자했다는 등 최근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유통업계의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리지.'

루팡의 성장세가 어마무시하다.

미래에는 둘마트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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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마트』

211,500원 ▼112,000원 (−34.63%)

[최근 반년간 폭락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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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만.

"둘마트 같은 대형 마트는 쇠퇴 산업으로 생각을 해야 하겠네요?"

"아니지."

"?"

"그러니까 기업 탐방이 필요한 거지."

세상이 굴러가는 구조는 훨씬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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