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37
미친년
미친년.
내가 괜히 이년 때문에 종갓집 김치를 안 먹게 된 게 아니다.
'이 또라이 같은 년이 설마.'
투자자는 일반인과 사고방식부터 다르다.
머릿속 한 구석이 뒤틀려있다.
오히려 나는 정상적인 부류다.
가장 골 때리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쪽.
"아기는 많은 쪽을 권장합니다. 효율을 위해 시험관 아기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시험관……?"
"쌍둥이 착상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당신 그것도 모르나요?"
겉보기에는 곱상한 아가씨지만, 속은 뼛속까지 투자자다.
효율만을 생각하는 본능은 어떤 의미에서 나 이상이다
'지 뱃속이 무슨 아기생산공장인 줄 아나.'
아기 하나 낳는 것까지 효율을 계산하고 앉았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한 듯이 내뱉는다.
이미 머릿속에서 계획을 다 짜놓은 것이다.
나와 결혼을 하고 어떤 생활을 이어갈지.
"아, 약은 먹지 않을 거에요. 우수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수고가 따르기 마련이니……."
"야."
"네? 지금 만들 건가요? 아직 정식 혼은 치르지 않았지만……, 빨라서 나쁠 건 없겠죠."
"잠깐 와봐."
선반영의 선반영을 했다.
이년의 머릿속에서 그것은 현실을 넘어 미래가 되어있다.
'망상도 유분수지.'
정한 목표가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실현시킨다.
레이첼의 투자 가치관과도 같다.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라면 강압적인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 이상으로 성격이 꼬여있다.
찌걱!
그러한 성격.
모르는 것은 아니다.
레이첼에 대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고 있다.
'너 아직 처녀라고 미친년아.'
가르쳐줘야 할 듯싶다.
빈 강의실에 들어가 바지 속에 다짜고짜 손을 넣는다.
"여기가 어디야?"
"아기 낳는 곳이에요."
"썼어? 안 썼어?"
"아직, 아! 아직이에요……."
실수로라도 뚫은 적 없다.
손가락 끝에는 진입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걸린다.
내가 쓴 곳은 다른 곳이다.
어젯밤의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손을 움직인다.
찰싹!
큼직한 엉덩이.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운 가슴.
암컷으로 만들어준 곳은 바로 여기다.
"이 구멍."
"아, 그쪽은……."
"니가 기분 좋아진 곳은 이 구멍이라고."
"네♡"
손가락을 넣자 부드럽게 조여 든다.
애무를 하기도 전에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고 있다.
'이 우수한 몸 같으니.'
내구성도 탄탄하다.
보통 여자들이었다면 일어서서 걸어 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다.
쑤걱!
푹신한 엉덩이 안으로 사라진다.
나의 물건을 완전히 먹어버린 그곳은 부족하다는 듯 졸라온다.
"엉덩이로 느끼는 암캐년."
"꺄!"
"너는 내 구멍에 불과하다고. 알겠어?"
"흐아앙♡"
사용감이 더 원숙해졌다.
자지가 지나다니는 길목이 꿈틀거리며 안달을 떨어댄다.
찰싹! 찰싹!
괴물 엉덩이.
사정 없이 쑤시고 때려줘야 말을 듣는 야생 짐승 같은 녀석이다.
'넌 엉덩이 오나홀로 만족하라고.'
가슴을 꽈악 쥐며 안쪽 끝까지 쑤셔 박는다.
엉덩이도 접합부를 순하게 감싸 안는다.
그립감.
레이첼의 부드러운 몸은 나의 육체를 전신으로 포용하고 있다.
부르륵!
정액도 말이다.
분출될 때마다 쪼옥쪼옥! 삼키듯이 안으로 빨아들인다.
"저 어땠나요?"
"맛있었어."
"밤일도 잘 해낼 자신 있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쪽♡"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한쪽 눈을 가리고 있다.
헐리우드 여배우가 스크린 속에서 나온 것 같다.
헤롱헤롱 녹아버린 눈길.
입술을 맞추며 애인 행세를 한다.
맛있는 구멍에 심취해 잠시 잊고 말았다.
찌걱! 찌걱!
아직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다른 쪽 구멍을 만지작거리며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여기는 안 했잖아."
"아, 지금은 민감한데……."
"평생 같이 할 남자를 그렇게 쉽게 결정하는 건 실수이지 않을까? 응?"
엉덩이 정도는 흔한 스킨십이다.
그만한 일로 인생에 큰 격변이 생기지 않는다.
'교회 가도 있잖아.'
혼전순결을 유지한다고 남친이랑 애널로 하는 애들.
요즘 같은 세상에는 순수한 편이다.
"저는요."
"응?"
"당신만 생각하면 이곳이 뜨거워져요. 처음에는 이것이 몸의 이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어……."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돼요. 다른 남자들한테 반응했던 것도 제 순결을 지키기 위한 보호 본능이었던 거죠."
실제로 말이다.
처녀는 천연기념물이나 다름없다.
약간의 스킨십이 흠이 되진 않는다.
그녀 입장에서도 집착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접근을 했던 건데.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 그래."
"당신도 저를 사랑하니까……, 이런 짓을 한 거겠죠? 그렇죠?"
방굿 웃으며 눈을 마주쳐온다.
눈썹도, 입술도 웃고 있는데 눈만은 웃고 있지 않다.
'…….'
오싹한 느낌.
그녀의 성격을, 투자 가치관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대답할 수가 없다.
"그, 그런가?"
"그래요."
"그렇지……."
"한 번 더 할래요? 그 정도 시간은 있어요."
압박감이 다가온다.
살가운 것 같으면서도 살갑지가 않은 것은 왜일까.
'나 혹시……, 물린 건가?
암컷이기 이전에 투자자였다.
* * *
월드컵.
전세계 축구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이끈 대축제다.
〔한국 주식 갤러리〕
─[개소리] 멍!멍!멍!멍!멍!멍!멍!멍!멍!멍!멍!망!멍!멍!
─축구 안 봐서 그러는데 메시가 어떤 포지션이야?
─이 정도는 해야 토토로 돈 딴다 병신드라
─화이트소맥 왜 나락 가냐 ㄷㄷ
.
.
.
이는 증시에도 영향을 주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꽃 필 만도 하다.
─축구 안 봐서 그러는데 메시가 어떤 포지션이야?
이 사람도 잘하는데 몇십 년동안 우승 못한 포지션이야?
└축구계의 쵸비
└키를 봐서는 숏포지션 아닐까?
글쓴이− 어쩐지 아르헨티나 국기가 파란색이더라……
└역사상 최고의 센터백이다 그냥 외워라
그로 인한 개별주 움직임.
한동안 한국 증시를 뜨겁게 달궜기 때문이다.
그 잔열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축구는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정도는 해야 토토로 돈 딴다 병신드라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측 결과.jpg]
[불법 스포츠토토 13억 베팅 ○용만, 돈은 안 잃어.News]
○용만 센세 정도는 해야지
└전술 감독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저 정도면
└이래서 축구 프로에 꼭 에이스로 나오는구나ㅋㅋㅋ 용만신ㅋㅋㅋ
└역시 경력자
└토토해서 진짜로 버는 새끼가 있었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박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월드컵의 승패에 따라 관련주의 주가가 움직이는 이벤트.
투자자들에게는 그렇게 해석이 된다.
월드컵도 끝나고, 해당 테마주들도 시들해졌지만.
─[개소리] 멍!멍!멍!멍!멍!멍!멍!멍!멍!멍!멍!망!멍!멍!
멍!멍!멍!멍!멍!멍!멍!멍!멍!멍!멍!망!멍!멍!멍!멍!멍!멍!멍!멍!멍!멍!멍!
└코스피망하면짖는개님!
└오타가 광기를 보여주네
└ㄹㅇ 좆망하긴 했구나 ㅋㅋ
└테마주 말고는 살 게 없는 도박장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증시는 현재진행형이다.
월드컵으로 뜨겁게 달아올랐기에 한기가 더 차갑게 느껴진다.
'후우…….'
소라는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말이다.
어떤 씹새끼 때문이다.
콜옵션 매도를 사버려서 강제로 존버를 해야 했다.
─화이트소맥 왜 나락 가냐 ㄷㄷ
[화이트소맥 주가 차트.jpg]
어닝 서프라이즈 확정 같은데 왜 계속 내려가는 거임……
└선반영
└국장 원투데이해? 뷰지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전에 매집해 놓고 월드컵 때 파는 거
└경제가 좆망했는데 누가 소맥 마셔 물 마셔야지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결과.
주가가 내려갔다.
콜옵션 매도는 주가의 하방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올라갔으면 집 팔아야 했잖아 씹새끼야.'
독일전을 이겼을 때는 1억도 넘게 손실이 찍혔다.
십년감수했다는 게 무슨 기분인지 알았다.
손실이 무한대.
옵션의 위험성.
그 새끼 때문에 정말 별별 경험을 다 하게 되었다.
'한 달 동안 화이트소맥 주가만 쳐다봐야 했다고…….'
만기일인 7월 12일까지 뚫어져라 봤다.
전재산이 걸린 일이니 심각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다행히 하락.
초기의 예측이 맞았다.
선반영된 주가가 서서히 떨어졌다.
시장이 이성적으로 흘러간 것이다.
동시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꿀꺽!
자신이 기관이라면?
어떻게 돈을 움직였을지 머릿속에서 상상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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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소맥』
17,850원 ▼3650원 (−20.44%)
[최근 2주간 쭉 흘러내린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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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라는 대형 이슈.
주가를 펌핑시킬 재료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하지만 한순간의 불장난에 불과할 수 있다.
최근 증시는 불안정하다.
'그러니까.'
장기적인 예측을 하는 것이다.
미리 주식을 쓸어담고, 주가가 오를 때마다 던진다.
의도적으로 찍어 누른다.
7월 둘째 주 목요일에 자신들이 원하는 주가를 만들기 위해.
꿀꺽!
그것이 바로 옵션 매도.
시장을 주도하는 기관이 수익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도 돈을 움직일 수 있다.
알게 된 것만으로도 수확은 있었다.
개미의 사고방식.
당장의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 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위였다.
시장은 보다 큰 그림에서 움직인다.
이조차 퍼즐의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후우……."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세계.
주식으로 수익을 보려고 했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딱 이 꼴이다.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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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2140.74 ▼37.50 (−1,75%)
[살짝 솟았다가 다시 흐르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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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매도에 돈이 묶여있어서 다행이었다.
끈질긴 하락장을 피해갈 수 있었다.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수익도 얻었다.
주가 하락분에 비하면 새발의 피긴 하지만.
'후후, 매수할 자금이 있으니까.'
주식을 살 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증시는 조정을 받은지 반년 가까이 되었다.
악재가 선반영되어있다.
지금 시기에 투자를 한다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거라고 소라는 생각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