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36화 (236/450)

EP.236

미친년

한 대형 헤지 펀드의 갑작스러운 파산.

그 여파는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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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종합지수』

89,269.74 ▼892.70 (−1.00%)

[대충 이걸 말아 올리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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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이 무려 −15%까지 내려갔다.

3단계 서킷 브레이커 직전까지 가버린 것이다.

美정부의 발 빠른 대처.

각 기관의 이례적인 협조.

기적적으로 안정을 되찾긴 했지만.

퉤!

한 번 출렁인 증시에 후폭풍이 없을 수는 없었다.

미국에 파도가 일면, 다른 나라에는 쓰나미가 닥친다.

급격한 외화 유출.

여러 파생상품의 붕괴.

몇몇 나라는 국가 부도의 위기에 몰릴 지경이었다.

"세상에 이런 씹새끼가 다 있을까."

"갈 때까지 조용히 가지를 않는구나 쯔쯧."

원한을 가진 사람이 있을 만도 하다.

해당 헤지 펀드가 있던 건물.

월가인들의 성지 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좋지 않은 의미로 말이다.

"여긴가요?"

"네, 여기다 뱉으시면 됩니다."

"퉤!"

이전부터 평판이 좋지 않았다.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수전노.

월스트리트에서는 드문 캐릭터도 아니다.

모두가 돈을 걸고 싸우고 있다.

"자, 잠깐만요!"

"네?"

"침은 몰라도 오줌을 싸는 건……, 공연음란죄로 잡혀갈 수도 있습니다. CCTV도 있어요!"

"이미 쌌어."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사모펀드들보다 더 악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 인해 파산한 펀드가 한두 곳이 아니다.

기업들도 정말 숱하게 당해왔다.

졸졸졸~!

원한을 가질 만도 한 일.

한 남자가 해당 헤지 펀드의 현판에 쉬를 해도 말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도덕적인 선을 넘었다.

그것이 이해가 갈 정도로 해당 펀드가 저지른 패악질은 글로벌한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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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위험을 알아야 합니다.

공매도 거인 Mr.lee는 여전히 일부 유럽 국가들이 현금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합니다.

ECB의 Nagezel: 우리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낙관합니다.

FED의 Jameson: 유럽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입국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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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의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정도.

파이낸셜주스에 단골로 출연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단기간에 버크셔 해셔웨이보다 유명한 펀드가 되었다.

시대를 선도하는 스타 투자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퉤!

퉤!

악명도 쌓여가게 된다.

공격적이기를 넘어 비인도적이기까지 했던 그의 투자 방식은 호불호가 나뉘었다.

충성도 높은 고객과 팬덤까지 합세하며 증시를 개판으로 만들기 일쑤.

그 폭정이 끝난 것이다.

"드디어 내 수면 시간이 보장 받겠구나."

"패시브 자금 관리에 노이로제 걸릴 일도 없어졌어."

산전·수전·공중전이 취미이자 일상인 월가인들조차 치를 떨고 있다.

굳이 건물까지 찾아와 침을 뱉는 이유가 있다.

두려움.

마음속 한 켠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행동으로 떨쳐내지 않으면 이겨내지 못할 것 같다.

꿀꺽!

뱉으려던 침이 삼켜진다.

그에 대한 공포와 경외는 하루아침에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마 또."

"응?"

"갑자기 내가 거래하고 있는 섹터에서 복귀를 하는 건 아니겠지……."

"끔찍한 소리!"

그도 그럴게 없는 일이 아니다.

폭삭!

완전히 망해버린 투자자가 재기하는 일.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처럼 남은 돈이 있다.

돈을 빌려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꿀꺽!

그의 능력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등골에 소름이 쫙 돋지 않을 수가 없다.

충분히 해볼 만한 투자다.

레버리지와 승부수에 능한 그라면 단기간에 돈을 불리고도 남는다.

"그의 출신지인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더라고 하더라고."

"뭐?"

"말이 씨가 된다."

"미친!"

"그래, 입에도 담지 마."

그것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힘들게 되찾은 일상을 다시 잃고 싶지 않다.

『CW 펀드』

그래서 확인하는 것이다.

이 악몽 같은 펀드가 혹시라도 부활하는 일이 없길.

"그러게 원한 살 짓을 하지 말아야죠."

침을 뱉던 사람들이 떠나간 현판 앞.

양산을 쓴 여자가 걸음을 멈춰 선다.

얼핏 보기에는 젊은 여성으로 느껴진다.

풍기는 분위기는 고귀한 집안의 것이다.

"흥!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실제로 그러하다.

로스차일드가의 당주인 레이첼은 이 펀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너뜨린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니 말이다.

가문의 총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글자 그대로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움직일 수 있는 돈과 권력의 규모가 다르다.

"그토록 오만하고 독선적이니 정말 힘들 때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이미 충분히 깨달았겠지만."

사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가문의 당주로 올라서는 것이었다.

로스차일드가의 구조는 특수하다.

여러 개의 분가가 있다.

각 분가의 당주가 경쟁하여 원로회의 최종 인정을 받은 자가 본가의 당주가 된다.

아니, 본가 따위 처음부터 없었다.

세간에 로스차일드가라고 알려진 것은 겉껍질에 불과하다.

'힘들었죠. 하지만 이뤄냈어요. 당신을 향한 복수심이 절 강하게 만들었죠.'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

그 격언처럼 쇠퇴한 재벌가의 이미지를 연기하고 있다.

시대가 흘러도 몇백 년은 흘렀다.

로스차일드가는 다른 이름으로도 전세계에 뿌리내렸다.

그리고 경쟁을 통해 매번 솎아진다.

우성인자가 살아남아 가문을 더 번창시키는 것이다.

"후우……."

다시 생각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신은 특히 결혼을 하지 못했으니까.

조력을 받을 가문이 없다.

하물며 자신의 분가는 원래부터 약체에 속했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해냈다.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다.

"후, 후후. 오싹오싹하네요. 제 구두를 개처럼 핥아 댈 당신을 생각하니."

레이첼은 건물을 올려다본다.

현대 건축공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101층의 빌딩.

내부는 아마 한산할 것이다.

펀드는 파산하였고, 회사 직원들은 짐을 싸서 나간지 오래다.

하지만 모든 곳이 비어있는 것은 아니다.

레이첼은 이곳에 오기 직전 보고 받은 것이 있다.

《그는 현재 101층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있을 것입니다. 그가 건물 밖으로 나온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위치.

가문의 힘을 써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에게는 자신과 정보전을 펼칠 힘이 남아있지 않다.

또각!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얼마 전이었다면 들어오는 것조차 막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Hey! 여긴 함부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인수자입니다만, 문제 있습니까?"

"아, 그렇습니까?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경비원이 가로막는다.

월스트리트에서도 손에 꼽히는 이 초고층 빌딩에 관리자가 없다면 그게 더 의아하다.

그 위에 있는 건물주다.

이미 빌딩의 인수에 들어갔다.

곧 있으면 이곳도 자신의, 아니 가문의 차지가 될 것이다.

"그래."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관리자의 안내를 받아 빌딩 상층부로 올라간다.

"현재 거의 전 층이 철수를 했거나, 완료 단계에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거의요?

"네! 최상단층은 아직……. 아무래도 전 건물주이시기도 하고 관계가 복잡해서 hahaha."

처음 큰 소리를 쳤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

경비원은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다.

세상은 돈이 전부다.

돈을 가진 자에게 거역할 수 없다.

뼛속 깊이 새겨진 공포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도움을 드리죠.'

강제 퇴거를 못하고 있는 이유.

자신에게 은근한 도움의 눈초리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이해한다.

"이곳입니다."

"네? 텅 비어있습니다만……."

"아, 그게 마지막 층까지 연결돼있지 않습니다."

확실히 접근하기 쉽지 않다.

책상도, 기타 가구도 다 빠진 100층의 사무실에 통유리가 하나 세워져 있다.

엘리베이터?

그렇게 보기에는 내부가 텅 비어있다.

레이첼도 관계자 설명회에서 들어보기만 한 물건이다.

'이게 그 유명한 반중력 엘리베이터군요.'

테슬라 코일을 응용한 물건이다.

허치슨 효과를 실현시켰다며 과학계에서는 떠들썩하다.

딱 그 정도.

실용화를 하기에는 출력도, 비용도 도저히 현실적이지 못하다.

일부 괴짜들만이 호화 장난감으로 소유하고 있다.

한 번 탈 때마다 수십만 달러가 든다고 한다.

"여기를 올라가야 합니다. 일단 보안키는 있습니다만……."

경비원이 눈치를 볼 만도 한 것.

아무리 과거와는 돈의 가치가 달라졌다고 해도 일반 서민에게는 눈이 돌아가는 액수다.

'당신이 지금 어떤 꼬라지일지 두 눈 똑똑히 확인해주죠.'

자신에게는 별것도 아닌 액수다.

돈을 낭비하는 취미는 없지만, 쓸 데는 과감하게 쓰는 것이 가문의 방침.

위이잉~!

경비원과 함께 올라간다.

오묘한 감각이 몸을 감싸며 몸이 위로 조금씩 뜬다.

아래에서는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모자란 출력을 물리적인 힘으로 보충하는 모양.

철컥!

윗층에 도착하자 바닥이 닫힌다.

처음 타보는 것이지만 꽤나 신기한 느낌이다.

'후후.'

그보다 더 신기한 광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찬욱, 그가 패배감에 나뒹구는 광경.

딱 어울리는 모습이다.

그 꼴을 보기 위해 자신은 수십 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아, 저기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주무시고 계신 것 같은데……, 제가 깨울까요?"

100층 아래의 뷰가 한 눈에 보이는 유리창 앞.

그가 누워서 자고 있다.

바닥에 돌아다니는 술병을 보니 알겠다.

대충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말이다.

'앞으로는 이런 펜트하우스에서 편하게 낮잠 잘 시간은 없을 거예요.'

레이첼이 가문의 당주에 오른 이유.

할아버지의 유언을 실현시키기 위함이다.

그중 하나는 이미 이뤘다.

다른 하나는 여전히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레이첼, 네가 결혼에 관심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자손.

본가의 당주로서 책임이다.

힘으로 찍어 눌러 조용히 만들고 있다.

분가가 기어 올라갈 수 있는 가문의 특성상 핏줄에 연연하지 않아 입양에도 관대하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꼴깍!

자신의 아이를 남기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물론 아무에게나 그것을 허락하진 않을 것이다.

'흠! 흠! 종마로서는 쓸모가 있을 수도 있겠죠.'

돈도, 젊음도 잃고 추하게 늙었다.

그런 그를 받아 들여줄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사육해준다.

한 몇 달 굴리고 굴리면 조금은 나아질지 모른다.

'섹드립을 날리는 것 보면 저한테 아직도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남성으로 기능할 수 있나 시험해주겠어요.'

굴욕에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와의 첫 섹스는 반드시 기승위.

자신이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Oh, my god……. 이거 심각하군"

"자, 얼른 그를 깨워요."

"불가능합니다."

"???"

그를 흔들어 깨우던 경비원.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래를 절레절레 젓는다.

"차갑게 식었습니다."

"뭐라고요?"

"그……, 눈을 감으신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최근에 무리를 하는 일이라도 있으셨나……."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레이첼은 황급히 그에게 다가간다.

경비원이 말한 대로 차갑다.

도저히 살아있는 인간의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에, 에? 거짓말이죠? 당신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이 순간을 위해 수십 년을 기다렸다.

그것을 드디어 해냈다고 생각했다.

예기치 않은 상황.

당황한 레이첼은 그의 몸을 흔들며 경비원을 다그쳐보지만.

"사, 살려봐요."

"이미 사망을 하신 분을 어떻게."

"저, 정자라도 어떻게든……."

"네?"

환생 버튼을 누른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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