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33화 (233/450)

EP.233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레이첼의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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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전자

│900주 │−1.92%

오성생명

│420주 │−2.50%

CD금융

│796주 │−3.74%

우라노스헬스케어 │512주 │−5.87%

헬지오플러스   │2801주│−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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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과 시기를 본다면 그야말로 완벽하기 그지없다.

교과서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기관들이 경기 후퇴기에 많이 보이는 매집 양상이지.'

경기가 고점을 찍고 꺾이는 시점.

그것은 대개 금리 인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금리 인상에 수혜를 보는 종목들로 돈을 옮긴다.

미국에서는 반드시 먹혔을 전략이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될 줄 알았겠죠."

"흥!"

"볼에 묻은 거나 닦아요."

"무, 묻었어요?"

보험주와 금융주.

금리 인상기에 실적이 늘어난다.

배당도 높아서 기관들이 매우 선호한다.

'그러니까 오성생명과 CD금융을 샀겠지.'

경기 사이클에 맞는 투자를 한다.

큰 이득을 보지 못할지언정 손해를 볼 일은 없지만.

"여긴 조선입니다."

"네?"

"그런 게 있어요."

하나의 색깔을 가진 게 아니다.

보험사라고 금융 관련주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복잡한 매력이 있는 것이 한국 주식이지.'

서로 상호 작용을 한다.

주식과 주식끼리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다.

"오성생명은 보험사가 아니라 지주사예요."

"지주사……, 요?"

"그래. 오성전자의 주식을 9% 가까이 들고 있거든."

"!!"

말이 9%지.

현재 시가로만 환산을 해도 20조가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오성생명의 시가 총액보다 더 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수준이다.

오성생명의 본업이 얼마나 잘되던 의미가 없다.

오성전자의 주가에 비례해서 움직인다.

이 기형적인 구조를 몰랐으니 당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금융주는 연준의 피봇이 확인되기 전까지……."

"여긴 조선이라고."

금융주도 마찬가지.

금리 인상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이자가 높아지면 이자 장사로 재미를 볼 수 있기 때문인데.

'한국은 관치금융이라.'

나라에서 개입을 한다.

한국에서 은행 하고 싶으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정책자금 지원하라고 조인트.

대출금리 조절하라고 조인트.

배당도 적당히 하라고 조인트.

"???"

"배당금도 해당 연도에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다음 해에 발표하기 때문에 배당을 보고 매수를 하기가 꺼려지지."

금융주를 사는 이유는 배당금과 안정성이다.

배당금을 얼마를 줄지 모르고, 나라에서 뜯어가기까지 하니 살 이유가 없다.

'사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좋지.'

이자가 높아지면 서민들이 타격을 받는다.

부동산 대출은 물론이고, 자영업자들도 신음을 한다.

은행이 대신 손해를 봐주는 셈.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안 좋고, 투자자들에게는 당연히 악재로 해석된다.

〔유튜브〕

「오프로TV. 코스피 떨어질 때 금융주는 날았다. 상승 이유는? (염유안 부장)」 − 조회수 50만회 · 1달 전

「주식상담소. [애널리스트에게 듣는다] 금리인상 피난처 보험주, 전망은?」 − 조회수 7만회 · 1달 전

「CBS경제. 예적금보다 '금융주'가 더 낫다...배당 수익률만 '연 4~5%'」 − 조회수 10만회 · 1달 전

사이클을 보고 투자했다가 물리는 이유다.

기관들이 선매집을 해놓고, 정작 오를 만한 시기에 다 팔아버린다.

'이래서 분석하는 애들이 처물릴 수밖에 없는 거야.'

이론적으로는 어쩌고저쩌고~.

"인생은 실전아 좆만아"를 당하게 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오성전자는 선물 지수 운전용 주식이고."

"……."

"헬스케어? 그냥 바이오 작전주야."

"……."

"통신주? 이 손바닥만한 나라에 회선 연결할 곳이 남아있겠어? 장기 우하향 확정이지."

매수할 때 따져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뒤통수를 맞기 십상이다.

'그래서 한국 주식이 어렵지.'

원래 주식은 어려운 거 아닌가?

사실 선진국 시장은 이렇게 복잡하지 않다.

금융 제도가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대형주가 근본도 없이 움직이는 일은 없다.

"워렌버핏도 GG 치고 도망간 나라야."

"워렌버핏씨가……."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한국에서는 일상.

아니, 코스피 자체가 씹스캠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외국인들도 일반적인 투자로는 돈을 못 따.'

개미들에게 외국인은 전지전능하게 느껴진다.

주가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 주식이 어디로 튈지는 외국인들도 전혀 모른다.

그러니까 운전대를 잡는 것이다.

올리고 싶을 때 올리고, 내리고 싶을 때 내린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돈을 움직이면 경쟁 기관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그런 게 없다니까."

"네?"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그 위험부담.

다른 증시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기관들이 무능하기 때문에.

'멋대로 장난질을 칠 수 있는 거지.'

자기들끼리 암약을 맺었다고 보면 된다.

소소한 분쟁은 있을지언정 큰 틀에서는 협력한다.

개미 털어먹기.

국내에서 주식을 오래한 사람들이 개잡주에 그토록 매달리는 이유다.

""Gejob주?"

"그래, 대형주는 맨날 장난질 치니까. 어떤 면에서 봤을 때 개잡주가 오히려 안전한 거지."

레이첼로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미국과는 180도 다른 방식의 투자를 하고 있다.

'다 이유가 있는 거거든.'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장기 투자를 한다.

그 편이 세금 혜택도 있고 여러모로 좋다.

한국 개인 투자자의 장투?

처물렸다의 동의어밖에 안된다.

단타를 치는 사람들만이 살아남았다.

"그래서……."

"내가 동아리원들한테 단타를 적극 권유하고 있는 거지. 한국은 분석보다 시장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곳이니까."

"이해가 돼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

국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심리와 매동을 읽어야만 한다.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거고.'

미국에서 장투가 먹히는 건 장기적으로 우상향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사실 부차적이다.

미래에는 그렇지 않다.

약육강식이 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오직 강자뿐이다.

……라는 것이 나의 투자 철학이다.

고지식한 레이첼의 입장에서는 이견이 나올 수 있는데.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응?"

"확실히 단기 투자는 순간의 심리로 매동이 움직이죠. 그것을 진지하게 파고들 생각이라면 저도 당신의 투자를 비웃지 않아요."

늙은 레이첼이라면 콧방귀부터 뀌었을 것이다.

너의 생각 따위 알 바 아니라는 건방진 표정을 지었겠지.

'레카스와는 다르구만.'

젊은 레이첼은 융통성이 있었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고, 한국에도 꽤 관심이 많아 보인다.

"한국의 음식은 자극적인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아요."

"빙산의 일각이겠지만."

"그렇겠죠."

물론 늙은 레이첼도 쌔끈하다.

미모는 다소 죽었을지언정 흐르는 분위기는 더욱 고결해졌다.

쉰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도 가능의 영역.

보르도 와인처럼 장기 숙성을 해도 살아있다.

'똥고집도 완전히 꽃 피어서 문제지.'

씨발년이 그냥 지만 잘난 줄 안다.

내가 대놓고 꼽을 준다면, 레이첼은 빙빙빙 돌려서 꼽을 준다.

우물우물!

그것을 뻥 뚫어버릴 만한 기회.

오리를 씹으면서 머리부터 아래까지 쓰윽 스캔한다.

'맛은 굉장히 안정적이야.'

어떻게 먹어도 맛이 있다.

레이첼이 말한 이 작은 오리는 활동량이 많아서 지방이 적고 담백하다.

질기지 않고 쫄깃쫄깃.

어떻게 먹어도 맛있을 상급 고기다.

하지만 오리탕을 끓여야 척수까지 뽑아 먹을 수 있다.

"맛있게 먹었어요."

"저도요."

"네? 데리고 온 건 당신……."

"이제 곧 먹을 거니까."

"!!"

훈훈한 분위기.

가게 내부에서도 아저씨, 아줌마들 투성이라 우리 테이블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처음부터 말했는데.'

오늘 데이트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말이다.

그제서야 떠오른 듯 갑자기 표정이 싹 굳는다.

꿀꺽!

그냥 내기다.

약속을 지켜야 할 강제성은 없다.

고지식한 그녀는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모른다.

"먹어도 돼요?"

"그걸 이제 와서 묻는 건가요."

"말만이라도 허락해주면 기쁠 것 같은데."

이미 9시가 넘어갔다.

해는 완전히 졌고, 바깥 공기도 싸늘하게 식었다.

뒤에서 꼭 끌어안는다.

아무리 코트를 입었다고 해도 안쪽은 나풀거리는 천 쪼가리.

두근! 두근!

차가웠던 피부가 점점 따듯해진다.

심장 박동 소리도 빨라지는 것이 확실히 의식하고 있다.

"당신의 이야기……, 싫어하지 않아요."

"오."

"거칠게 안 한다고 약속하면."

"약속할게요."

"그리고……, 끝까지 가면 책임을 져야 할 거예요."

답지 않게 고개를 휙 돌린다.

당당하지 못한 태도가 그녀의 속마음을 방증한다.

'씨발년이 이럴 줄 알았지.'

책임을 지는 첫남자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왜?

전국의 금태양과 아다 폭격기들이 난리가 날 것이다.

명백한 차별이다.

"알았어요."

"뭐, 뭐가요."

"마지막까지 하면 책임 질게요."

"……네."

그러한 불합리.

이겨낼 수 있어야 일류 투자자가 될 수 있다.

'리턴은 리스크 위에서 성립하는 법이니까.'

호텔로 향한다.

정말로 마음을 먹은 듯 객실까지 순순히 들어간다.

문을 닫자마자 격하게 입술을 먹는다.

당황한 레이첼이 나를 밀어내며 소리친다.

"잠깐만요. Stop it!"

"왜? 이제 와서 망설여져?"

"샤워 정도는……, 하게 해줘요."

첫 경험.

굉장한 집착이 있는 그녀로서는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그 정도는 허락해줄 수 있다.

대신 한 가지 사소한 부탁을 전달한다.

"씻고 나왔어요."

"부탁한 건?"

"해, 했는데 왜 이런 걸……."

타월을 몸에 두른 채 나온다.

쫙 빠진 몸매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건.

'좋아.'

탐스러운 엉덩이.

한 손으로 가린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다.

"관장약 같은 걸 쓰라는 거예요."

"곧 알게 되지 않을까요?"

"네?"

책임 없는 쾌락을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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