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28화 (228/450)

EP.228

월드컵 관련주

한국의 패배.

주식 시장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석된다.

"치킨 시키고 월드컵 볼 일이 줄어든다는 거지. 사실 매출에는 별 차이 없겠지만."

적어도 심리는 그렇게 움직인다.

이해가 안되면 뇌 구조를 바꿔야 하는 게 투자의 세계.

'그래서 재미있지.'

투자자와 일반인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될 수 있다면.

"이게 말이 돼?"

"아니, 국장이 아무리 도박장이라도……."

"반일 관련주를 대체 어떻게 알고 사!"

누구나 주식으로 부자가 될 것이다.

머리에 나사가 한두세네 개는 더 빠져야 한다.

'이런 기본 상식을 모르다니.'

주식 동아리.

다소 소홀하게 운영했다는 사실을 반성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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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볼펜』

4220원 ▲970원 (+29.84%)

[동시호가에 상 쳐버린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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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경기를 한 건 한국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아시아 국가가 있었다.

일본.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0 대 1로 똑같이 패배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는 건 사람들이 받아들이는데.'

애초에 상대가 세다.

FIFA 랭킹으로만 봐도 아득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허용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바로 일본이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올랐다고요?"

"시장의 관심이 한국의 패배에서 반일로 옮겨가게 된 거지."

""칙쇼오~!!""

하이트소맥도 내려갔다.

숏을 친 동아리원들은 적지 않은 이득을 보았다.

그럼에도 배가 아픈 것이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이니까.

"근데 왜 한국볼펜이 올라요?"

"반일 관련주니까."

"왜요?"

"대통령님이 애용하시는 브랜드거든."

슬쩍 다가온 혜리가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테마주가 그러하듯 스토리텔링이 존재한다.

한국신문− 「韓대통령은 네임펜(?)으로 서명…'김정은은 만년필인데'」

얼마 전 남북회담을 진행했을 때.

대통령님이 사용하신 펜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서민 대통령이시라.'

평소의 검소함이 묻어나오신 것이다.

한 나라의 정상 치고 너무 소박하다.

학생들이나 쓰는 모나○를 쓰다니?

양 진영 지지자들의 갑론을박이 오갔다.

"대통령님이 일본을 싫어하시니까."

"대통령님을 따르는 수많은 국민들이 국산 제품을 애용할 수 있겠구나!"

"그 정도 머리는 굴러가야 주식을 하는 거지."

그것이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 볼펜 시장의 약 70%를 제트스트림, 하이테크 등의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그걸 대체할 만큼 품질이 우수한 펜이라고 볼 수 있지.'

대통령이 쓴다고?

브랜드 가치가 재고된다.

더불어 반일이라는 확실한 아이덴티티도 가지게 되었다.

"~♪♬"

참고로 혜리는 그냥 샀다.

이미 다 이득을 보고 나서 혹시나 하고 질문을 던져온 것이다.

휘파람을 부르며 난장판이 된 동아리방을 나간다.

은근히 영악하기 짝이 없는 아이다.

"나도 반일 관련주 살 걸……."

"매국 관련주는 별로 못 먹어."

"그건 니가 숏 친 거고."

주식 선물은 대형주만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형주 특성상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내려가 봤자 5% 정도고.'

금방 다시 말아 올린다.

대형주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저가 매수 세력이 많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크게 먹기 힘들다.

변동성이 적은 건 도박꾼들에게 아쉬운 일.

"다음에는 반일주 사볼까?"

"근데 일본은 진짜……, 요즘 심상치 않던데."

"너 씨발 일뽕이야?!"

"솔직히 일본 세잖아. 다음 상대팀이 세네갈은 27위고."

진짜 도박꾼도 섞여있다.

타동아리에서 온 토토 장인들이 축구팀들에 대한 정보가 빠삭하다.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지.

주식으로 따지면 시장 조사.

그걸 토토에서 하면 도박, 주식에서 하면 투자가 될 뿐이다.

"야, 파프리카TV도 심상찮은데?"

"왜?"

"갑자기?"

"얘네가 미쳤는지 이번에 중계권 땄거든……. 혹시 몰라서 좀 넣었더니 10% 먹었네."

""월드컵 중계권을?!""

주식 도박꾼들도 밀리지 않는다.

시장의 재료는 승패 말고도 여러가지 있으니까.

대충 끼워 맞추는 거지.

그것이 주식.

그럴 듯한 재료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투심이 몰리게 만든다.

월드컵 투심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했다.

대형주는 심심해도 개잡주는 좋은 단타처가 될 수 있다.

"……."

한국 주식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오랜만에 동방에 온 레이첼이 다소 충격 받은 표정으로 서있다.

"평소에도 이렇게 투자해요?"

"평범한 일상이지."

"성장주 투자라거나……."

"그딴 거 하던 애들 다 뒤졌어."

척박한 한국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따뜻한 천조국에서 희희낙락 살아온 그녀는 모를 것이다.

'뒷세계의 음습함을 말이지.'

자신이 알던 투자와는 180도 다르다.

동아리 방의 풍경도 세 달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하악, 하악, 하악……."

"도박, 도박, 도박, 도박, 도박."

"수근, 수근, 수근, 수근, 수근."

눈깔이 반쯤 뒤집어져 있다.

미래의 신×환, 이×근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도박꾼으로서 기본기가 잡혀있잖아.'

나로서는 흐뭇한 광경.

레이첼은 못마땅스러운 듯 눈초리에 혐오감이 담겨있다.

"당신이 이렇게 만든 거죠?"

"내가 훌륭하게 키웠지."

"오염시킨 거겠죠."

"그래서 살아남았잖아."

지금 코스피는 절망스럽다.

개인 투자자의 대부분이 주식에 물려 신음을 흘리고 있다.

'동아리 애들 중에도 있는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주식의 세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한숨만 쉰다고 실력이 늘진 않는다.

때로는 과감하게 역투자를 해야 한다.

"나도 매국할 걸."

"내가 2002 월드컵만 안 봤어도 승리에 걸진 않았는데."

"형 틀딱이었어요?"

애국 베팅에 실패한 투자자들처럼 말이다.

투자에서는 애국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기는 쪽이 우리 편이지.'

사적인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으로 투자자는 성장한다.

"상스럽네요. 당신처럼."

"내가?"

"상스러운 짓만 하잖아요. 그 일본 관련 주식도 그렇고."

그와 반대되는 생각.

3월경에도 한 번 대립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것도 틀린 생각은 아니지.'

한국과는 정반대다.

미국은 가치 투자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롱충이들만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생각을 냉철하게 할 수 있는 투자자들만이 새로운 지평선을 열 것이다.

"미국에도 개잡주 정도는 있잖아요."

"이렇게 별것도 아닌 일로 상승을 하는 일은……."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국가니까."

빨리 빨리의 나라.

한국에서만 산 사람들은 외국이 얼마나 느려 터졌는지 잘 모른다

'심리도 존나게 빨라.'

남들이 눈치채기 전에 잘 먹고 튀면 된다.

모름지기 급등주 단타란 그런 것이다.

레이첼에게도 그 맛을 보여줘야 할 듯싶다.

누구보다 빠르게 입술을 훔친다.

쪼옥!

가벼운 키스.

가는 팔목을 잡아 당기자 알아서 입술이 앞으로 배달된다.

'맛 좋아.'

두툼해서 입술 박치기 하는 맛이 있다.

펠라를 할 때도 오므리는 압력이 강했다.

"?!!"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레이첼이 뒤늦게 입술을 가리며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먹고 튀면 된다니까.'

그것을 실전으로 가르쳐줬을 뿐이다.

한국 주식도 대충 비슷한 느낌이다.

이제 와서 기분 나쁘면 뭐할 거야?

이미 내 입술에 완전히 물렸는데.

"성범죄자."

"……."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했어요."

그 이상으로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동아리방.

최근에 넓은 곳으로 옮기긴 했다.

최대 동아리였던 ETSD가 해체된 덕분이다.

그곳에서 쓰던 넓은 부실을 쓸 수 있게 됐지만.

"도박, 도박, 도박, 도박, 도박."

"수근, 수근, 수근, 수근, 수근."

그만큼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사각이 있었다고 해도 목격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다들 건전한 도박을 즐기고 있어서.'

국가에서 허락한 합법 도박.

철저한 준법 의식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곳을 보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레이첼로서는 굉장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당신은 정말 매너라고는 찾아볼 수 없군요."

"그럼 여긴 왜 왔는데?"

"네?"

"사실은 다른 일을 당하고 싶어서 온 거잖아."

그럴 것이다.

몸에 익어버린 성취향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오르는 법이지.'

여자들이 싫다, 싫다 하는 건 좋다는 뜻이다.

야메떼 쿠다사이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당신 때문이거든요."

"또 내 탓이야?"

"그런 짓을 하니까 제 몸이……, 이상해지잖아요."

잡고 있는 팔목.

맥박이 두근두근하다.

그러한 동양 의학의 신비를 모를 것이다.

"그리고 또 있지 않아"

"네?"

"하고 싶은 말 솔직하게 꺼내봐."

다 알고 있다.

순수하게 무서워서, 두려워서 떨고 있는 것이 아니다.

눈치를 본다.

하지만 한 번 털어놓은 시점에서 두 번 못 말할 것이 없다.

'혼자서는 위로할 수가 없겠지.'

철저하게 때려 박아줬다.

자신이 암컷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전 그런 짓 관심 없거든요!"

"그렇게 힘 주고 살면 성격 삐뚤어져요."

"당신은 너무 힘을 빼서 돌아버린 거 아닌가요?"

"오."

제법 앙칼지게 나온다.

아직도 독기가 살아있다는 것이 레이첼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타락시키는 보람이 있어.'

혐오를 담은 눈초리.

말로는 그녀를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몸의 이상함만 고치면 되는 거죠?"

"흥! 그것만 아니었으면 당신을 볼 일도 없을 거에요."

"좋아요. 고쳐주죠."

"어, 어떻게……."

"잠깐 따라와 봐요."

"?"

몸으로 설득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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