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27화 (227/450)

EP.227

렌탈주식(수정 찬반 투표)

타악!

화장실 문이 열리며 수증기가 모락모락 흘러나온다.

샤워를 마친 소라가 발을 뻗는다.

쭉 뻗은 맨다리.

안타깝게도 그 위쪽은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다.

"선배 씻어요."

"난 이따가."

"뭐에요. 그렇게 땀 범벅이 되어 놓고."

소라가 무릎 위에 살포시 앉는다.

사랑스러운 눈길로 눈을 맞춰온다.

'의외로 질척거리진 않네.'

풋풋하다.

스물 한 살의 어린 나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선배."

"……숨 막혀."

"그런 부끄러운 짓 하면 어떡해요."

몸매는 룸빵 에이스도 시기할 년이 말이다.

탐스러운 가슴이 눈앞에 드리운다.

포옥 하고 머리를 끌어안는다.

촉촉한 습기와 함께 향긋한 비누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나도 써본 비누일 텐데.'

이상하게 같은 향이 안 난다.

어린 여자 특유의 매혹적인 페로몬이라는 게 있다.

"저 시집도 못 가게 생겼어요."

"왜?"

"선배랑 그……, 해버렸으니까."

"안 따였잖아."

"마음은 따였거든요."

암컷 냄새.

본인으로서는 아는지 모르는지 매끈한 피부를 문질러대며 유혹한다.

'남들은 수십 명씩도 하는데.'

유사 섹스 좀 했다고 치근덕거린다.

아직도 여운에 젖어있는 듯 눈동자가 헤롱헤롱하다.

아주 따먹어 달라고 시위를 하고 앉았다.

원하는 대로 소라의 소중한 곳을 어루만져 준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전재산이 들어있는 계좌를 말이다.

소라가 씻고 있을 때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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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라님의 계좌』

매수금액│102,706,974원

평가손익│−23,100,892원

평가수익률│−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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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이렇게 빚 많으면 시집 못 가겠지."

"씨발놈아."

"니 계좌 쩔더라."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옵션은 여러가지가 있다.

당장 다음 달 예상치부터, 4개월 후를 예상하는 것까지.

'후자는 변동성이 조금 크지.'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어?

추세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콜옵션 매도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단기간에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본전 오는 거 맞죠?"

"본전 걱정할 때야?"

"네?"

"손실이 무한대라니까."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요."

"뭐긴 뭐야. 인생 좆되는 거지."

증권사 노예 되는 거지.

증권사도 이런 섹시한 노예라면 에누리를 해줄지도 모른다.

'국가가 허락한 합법 노예거든.'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제 최하단이다.

노예가 되면 내가 성노예로 전직시켜줄 예정이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소라의 인생 좆되는 버튼을 꾹꾹 눌러준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옵션 매도가 쌓여간다.

"이러다……."

"응?"

"만약 월드컵 특수로 쏴버리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드디어 눈치를 챘구나."

"진짜로 미친 새끼."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아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체를 모를 것이다.

진입 장벽.

옵션은 확실히 쉽지 않다.

자포자기 해버린 소라가 나를 째려본다.

'앙칼진 여자 좋지.'

화를 건드리는 일도 가끔은 하고 볼 일이다.

화이트소맥의 주가는 지금도 요동치고 있다.

"하아……, 하아……."

실시간으로 말이다.

옵션은 그것의 수십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변동성을 가진다.

소라의 숨소리가 거칠어질 만도 하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노예가 될 수 있다.

"저 몸이 이상해요."

"그야 개처물렸으니까 그렇지."

"씨발."

"괜찮아. 잃으면 오빠가 평생 따먹어줄 테니까."

소라의 보드라운 배.

샤워를 하고 나와서 그런지 뜨끈하고 촉촉한 수분기까지 느껴진다.

손가락 끝으로 꾹 하고 눌러준다.

변동하는 계좌에 맞춰 아주 거세게 취향을 공략해준다.

'반응이 좋네.'

어디가 약점인지.

본인보다 내가 더 성감대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파악!

하지만 아직 마음은 모르겠다.

느닷없이 입고 있던 샤워 가운을 벗어던진다.

"화끈한데?"

"뭐, 어때. 내 집인데."

"나도 있는데?"

"선배 때문에 이미 인생 좆됐는데."

실 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다.

뜨겁게 타버린 뇌는 이성 따위 놔버린지 오래다.

쪼옥! 쪼옥!

쉽게 허락하는 여자처럼 몸을 문댄다.

손실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적극적이게 된다.

소라의 인생 좆되는 광경을 즐긴다.

그렇게 볼 정도로 사실 심각한 상황까진 아니다.

'컨센서스대로 흘러가면.'

기관들이 옵션 매도를 쌓아두고 있다.

지수 선물의 힘과 함께 들어 올리고는 있지만.

─외국인님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더블 킬!

진심 매수라고 보이지 않는다.

옵션 만기일이 되면 귀신 같이 내려가 있을 것이다.

"옵션 만기일."

"그래, 지수는 보통 옵션 만기일을 기준으로 방향성이 정해지지. 너 건설주 개처물린 것도 그날일 걸."

"아!"

짐작 가는 바가 있는 모양.

개미가 주식으로 주로 거래한다면, 기관은 옵션 매도를 주전략으로 삼는다.

'보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자신들이 원하는 지수를 정해놓는다.

옵션 만기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수성한다.

옵션 만기일이 지나면 펑!

그전까지 있었던 모든 재료를 시장에 반영해서 떨구거나 올린다.

"그래서……."

"미친 듯이 무너졌던 거지."

"어쩐지 별 악재도 없었는데."

"그동안의 악재를 한꺼번에 반영해버린 거야."

한국은 그런 현상이 더 심하다.

특히 지금은 1주마다 만기인 '위클리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기일이 한 달에 1번밖에 없어서.'

돈 많은 쪽이 강제로 결정할 수 있다.

코스피가 외국인들의 놀이터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왜 안 가르쳐줬어요?"

"응?"

"알면 물릴 일도 없었을 텐데."

"그야 재밌으니까."

"야."

그런 정보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접하면 괜한 선입견만 생긴다.

'쓸데없이 의미 부여하게 되고.'

차트충들처럼 말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 선물은 가능한 종목이 100개밖에 안되고, 지수 선물은 더 큰 세력이 밀어내기도 하지."

"그렇구나……."

"그래도 참고해서 나쁠 것은 없어."

"근데 왜 또 처물리게 했어요?"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소라가 도끼눈을 뜨고 나와 계좌를 번갈아가며 째려본다.

'발가벗은 주제에.'

매력적인 육체다.

한 발 시원하게 뺐음에도 빨딱거리는 아들이 소라의 엉덩이와 싸움을 벌인다.

─기관님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더블 킬!

올라가는 주가.

그와 반비례로 콜옵션 매도를 산 소라의 계좌는 녹아버릴 수밖에 없다.

"내 전재산인데……, 잠글 돈도 없는데."

"맞아."

"야."

"그래서 만기일까지 수성을 하면서 지수를 컨트롤 하는 거지."

"지 일 아니라고 씨발놈이 진짜……."

그러한 변동성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소라에게 시련을 던져준 이유다.

'재밌기도 하고.'

원래 투자는 남의 돈으로 하는 게 제맛이다.

따면 내가 잘한 거고, 잃으면 투자한 니 잘못이고.

"으앙."

"이 정도로 질질 싸면 어떡해."

"몰라, 기분 좋게 해줘."

"또?"

"걍 미쳐버릴래."

주식 투자자들이 미쳐버리는 이유.

소라도 성장을 하고 있다.

좋은 방향일지는 몰라도.

찌걱! 찌걱!

일단 지금을 즐긴다.

원하는 대로 아래쪽도 질질 싸게 만들어준다.

"마 30이야."

"좆됐네."

"너 때문에, 애미 뒤진 니 새끼 때문에."

"걍 즐겨."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요동 치는 계좌를 보는 것도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꼭지가 단단하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클리도 괴롭히는 맛이 날 정도로 발딱 섰다.

'가끔 돈을 잃게 만드는 것도 괜찮겠네.'

특이한 페티쉬가 개발되어있다.

소라를 만지며 매매동향을 살핀다.

화이트소맥.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류 회사로 두꺼비 소주가 특히 유명하다.

맥주도 점유율이 높다.

이번 월드컵으로 매출 수혜가 기대되고 있지만.

"기관들은 딱히 올릴 생각이 없어 보이네."

"확실해요?"

"넌 여기나 집중해."

"아, 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콜옵션 매도가 많은 것도 그렇고, 선물과 현물도 프로그램 매매뿐이고.

'하지만 개인 매수는 꽤 있는 것 같지.'

최근 증시.

투심이 푹 꺼져버린 상태다.

계속 하락만 하니 투자자들이 떠날 만도 하다.

하지만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피어난다.

월드컵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타닥. 탁!

월드컵 관련주.

지금부터 찾는다면 한국전이 시작하기 전에 매집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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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월드컵 조별 리그』

튀니지 vs 잉글랜드

폴란드 vs 일본

콜롬비아 vs 세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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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듯한 재료가 눈에 띈다.

* * *

월드컵.

일평생 축구공 한 번 차본 적 없는 사람도 "대~한민국!"을 외치게 만드는 빅이벤트다.

""대~한민국!""

전국이 응원의 열기로 뜨겁다.

하지만 그런다고 갑자기 축구 강국이 되진 않는다.

<우리 태극전사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내주고 마네요.>

<아쉽지만 다음 멕시코전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의 첫 번째 경기.

스웨덴전이 0 대 1의 패배로 막을 내린다.

그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아 졌네."

"개발렸네!"

"아니, 진짜 스웨덴은 이겨야 하는데……."

"아니 진 시점에서 끝난 거지."

한국대 운동장이 어수선할 만도 하다.

응원을 나온 학생들로서는 맥이 빠진다.

그도 그럴게 스웨덴.

한국이 속한 F조에서 가장 할 만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멕시코를 어떻게 이겨."

"독일은?"

'걍 올해는 조별따리라고 생각해야겠네……."

그 첫 단추를 꿰는데 실패했다.

안 그래도 약체인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응원단이 우울해 할 만도 한 일.

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야호~!"

"내가 한국이 진다고 했제~?"

"한국 좆같이 못하는 거 맞다니까!"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치 한국의 패배를 즐거워라도 하는 듯이.

'진짜 딱 10%만 내려라.'

'장초에 바로 팔까? 아니면 더 들고 있을까?'

'캬~ 주식은 토토처럼 수수료도 안 내도 되잖아.'

투자자는 냉철해야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승산이 높은 쪽에 돈을 건다.

그것이 한국의 패배.

매국 베팅이 승리한 동아리원들은 싱글벙글하다.

내일 아침 돈을 벌 생각에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 사소한 욕망이 시야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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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볼펜』

4220원 ▲970원 (+29.84%)

[동시호가에 상 쳐버린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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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투자는 애국에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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