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25
렌탈주식
그 날이 온다.
""오~ 필승 코리아!""
길거리가 쓰레기장이 되는 날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음이 고막을 찌른다.
'뭔 필승 코리아야 필패 코리아지.'
동네북인데.
막말로 다른 나라 사람이면 한국 만나서 개꿀이라고 할 거잖아.
그 정도의 위치다.
주식으로 치면 개잡주도 이런 개잡주가 없을 것이다.
"본방 가서도 이렇게 할 거야?"
"아니요~."
"열심히 해야죠!"
"우리의 응원 소리가 태극전사들의 사기와 연결이 돼있다고!"
'사기 치고 있네.'
응원을 열심히 한다고 실력이 오를까?
될 성 부른 떡나무쯤 돼야 기대라도 해보지.
2002 월드컵 때 전국민이 뽕을 맞았다.
이후로 안되는 거 알면서도 응원하는 감이 있다.
'마약 맞으면 후유증 오래가는 것처럼.'
뽕이 굉장히 강력했다.
월드컵 시즌이 되면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응원 하나는 열심히 한다.
"여기! 여기 세워주세요!"
"사람 부족한 거 같은데……."
"동방 가서 10명 정도 더 데려와!"
벌써부터 분주하다.
한국대 운동장은 수많은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이들.
응원팀을 꾸린다고 설치는 이들.
월드컵 기간 동안 단체 응원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교가 시끄럽게 되었다.
'딱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출산율에 기여한다는 거지.'
월드컵이 매년 열린다면 우리나라의 출산율도 OECD 평균을 기록할 수 있을지 모른다.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그러한 일반 세상.
주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절 상관없는 일이다.
"그럼 뭐해요. 한국 망했는데."
"좆망."
"나라 시마이~."
주식 동아리 부원들의 반응이 시큰둥할 만하다.
최근 텐션이 매우 낮아져 있다.
'에휴, 병신들.'
개처물린 모양이다.
주식 하는 사람들은 표정만 봐도 평단 추측이 가능하다.
예측 불가의 사태이기는 했다.
나스닥은 존나 오르는데 한국은 대체 왜?
"월드컵도 망하겠지."
"우리나라 존나 못하잖아."
"광탈하면 코스피 신저가 찍을 듯."
물리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처럼 실물 경제를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주식 할 맛 안 나긴 하겠지.'
지랄도 정도껏이지.
세계 증시의 흐름과도, 기업의 실적과도 역행을 하고 있다.
주식 추천한 놈 죽이고 싶을 것이다.
동아리 부원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월드컵에 관심 없다고?'
"네~."
"니 애미."
"하지만 테마주가 출동하면 어떨까?"
""테!""
""마!""
""주!!""
준비했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도 한 마음 한 뜻이 될 수 있는 이벤트.
'다 오르는 주식들이 있거든.'
세상 모든 일은 기업이 연관돼있다.
특혜를 보는 회사의 주식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월드컵 테마주라는 게 있어요?"
"뭐, 시발 독일이 이기면 독일 관련주가 오르는 건가……."
"진짜 상상이 안 가는데."
어떻게든 잘 끼워 맞추면 말이다.
원래 테마주라는 게, 국장이라는 게 다 그런식이다.
'도박장 원투데이 하나.'
언제는 정상적이었다는 듯이 그러면 안된다.
크게 두 가지의 테마주가 존재한다.
"생각을 해봐."
"네."
"월드컵이 되면 니들 뭐하겠어?"
"글쎄요……."
"뭐, TV라도 보겠죠."
"난 밖에 나갈 건데?"
"치킨 먹을 거 아니야."
""…….""
하나는 소비 관련주.
대표적인 것이 치킨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월드컵 맞은 닭팔이집 근황…….jpg
[영수증 수백 장이 뽑힌 짤.jpg]
1시간에 주문 300마리 옴
└무슨 휴지 풀린 줄 알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비씨 고촌 불매 ㅇㄷ????
└이래서 배달이 안되는 구나……
└진정한 승자는 치킨집이다
월드컵이 되면 치킨이 불티나게 팔린다.
늦게 주문하면 2시간씩 걸려서 배달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듯한데?"
"치느님은 인정이지."
"주류 관련주도 있다."
"아 맥주 마시니까!"
"치킨엔 맥주 캬~!"
소주와 맥주의 판매량도 늘어난다.
치킨엔 맥주.
당연할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실 일 자체가 많이 생긴다.
그만큼 엄청난 양이 팔린다.
단순한 '기대감'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매출에 영향이 가는 것이다.
'콘돔 판매도 늘어나고.'
4년마다 열리는 이유가 있다.
출산 장려를 위해 범지구적으로 개최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측을 하기도 쉽다.
막상 월드컵 기간이 되면 생각보다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에이~."
"좋다 말았네."
"물량이나 떠넘기겠지."
"맞아! 이미 매집 들어갔을 걸?"
설마 오르나?
어디서 헛소리 듣고 온 개미들이 기존 주주들의 물량을 받아준다.
'그 정도 머리는 있네.'
지난 1년 반.
산전수전 굴러보았다.
특히 올해의 하락장은 정말 피 말린다.
경험치가 쌓이기 좋은 장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계심을 드러내지만.
"하지만 오버나잇을 한다면 어떨까?"
""오!""
""버!""
""나!""
"그만해."
그만한 리스크.
짊어지지 않는다면 벌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내려가겠지.'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또 다른 것이 주식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 빠른 몇몇 부원들은 알아채고 이야기에 들어간다.
"우리나라가 이기면……, 장초에는 올라가지 않을까?"
"16강 가면 치킨 더 팔릴 거 아니야!"
"약간 토토 느낌이네."
"크히히! 도박이다!"
승/패에 베팅.
스포츠 토토로 많이 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합법이라는 거지.'
스포츠 토토는 불법이다.
토사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코스피는 일단 합법.
국가가 보장하는 합법 도박장이 열리는 셈이나 다름없다.
"근데 이기는데밖에 베팅 못하잖아."
"맞아!"
"나 매국노인데……."
"나라 팔아먹기 딱 좋은 매매법이 하나 있지."
방향성이 제한돼있다는 단점은 있다.
한국에서 개인은 공매도를 칠 수 없게 막아놨으니까.
---------------------------------------------+
1. 대주거래만 가능
2. 당일 거래를 해도 수수료 1%
3. 최대 상환기간 60일
4. 100%에 가까운 증거금
5. 전문투자자가 아닐 시 한도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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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엄청나다.
차후에는 어느 정도 완화가 되지만 현재는 그냥 하지 말라는 수준이다.
'애초에 공매도라는 개념 자체가.'
찍어 눌러 터트리는 것이다.
빌린 주식을 미친 듯이 팔아서 주가를 떨어뜨린다.
차트를 조종하고, 악재 기사를 띄우는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선물을 하는 게 좋지."
"선물이요?"
"우리 동아리도 드디어 갈 때까지 갔구나……."
"들어봐."
그래서 차선책이 되는 게 파생상품.
흔히 지수 선물과 원자재 선물만 알고 있지만.
'개별주 선물도 있거든.'
글자 그대로 개별 주식의 선물이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좋은 게 있었어요?!"
"그럼 시발 내가 삼만전자 베팅했지……."
"님아 왜 안 가르쳐줌?"
"손익좌가 째째하게."
"니들이 병신이라."
주식과 선물의 중간 단계.
하지만 기본도 모르면서 해도 될 만큼 만만한 영역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선물은 선물이니까.'
옵션, 만기, 레버리지가 존재한다.
주식처럼 멍 때리며 존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바로 나오면 문제 없잖아요."
"그렇겠지."
"한국 발리고 하한가 찍었을 때 먹고 나오면 크~!"
"물리면?"
"몰라."
리스크가 있는 세계.
경험을 해보는 것 이상으로 좋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첫 단추로는 괜찮겠지.'
어차피 선물은 도박이나 다름없다.
똑같이 도박으로 접근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뭐어?! 합법 도박을 할 수 있다고?"
"도박, 도박, 도박, 도박, 도박, 도박……."
복도에 도박도박 하는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연예인 신×환이라도 오는 줄 알았다.
'여기저기서 수근수근 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스포츠 동아리.
축구, 농구, 배구, 토토 등 타동아리 학생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소문을 듣고 온 모양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에 투자를 하고 싶다.
"내가 축구 동아리 토토 원탑이라 아는데……, 우리나라 이번에 좆됐어."
"실전은?"
"후보."
투자라는 것은 꼭 양의 방향일 필요가 없다.
때로는 냉철한 평가도 필요한 법이다.
'그냥 도박 중독자일 수도 있고.'
스포츠 토토를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불법이고, 먹튀의 위험성도 존재한다.
합법 토토는 제한이 많다.
10만 원밖에 못 걸고, 떼가는 수수료도 막대하다.
""We are the world!""
그럴 바에야 주식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국대의 도박꾼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오히려 좋아.'
새로운 주식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물린다.
처물리면 공부하게 돼있으니까.
"언제나처럼 미친 소리하고 있네요."
"불만 있냐?"
"몰라요."
그 누구보다 많이 공부를 하고 있다.
아직 선물에 손을 대보지 못한 소라가 입을 삐쭉 내민다.
'룸빵 에이스가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지.'
1년 전이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조금 성장했다.
"저도 선물 하고 싶어요."
"해."
"선배가 가르쳐주세요."
"내가 왜?"
"가르쳐줘요."
알맹이는 그대로.
얼른 와서 한 발 빼주기라도 해야 또 모를 텐데 말이다.
큰 가슴만 들이밀고 있으면 되는 줄 안다.
강호의 도리라는 것이 없다.
"선배."
성장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슬며시 다가온 소라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저 선물 하다 파산하면."
"뭐."
"선배가 저 사면 되잖아요. 저 사고 싶다면서요?"
"오."
색다른 도발을 해온다.
화장품을 바꾼 건지 평소와 다른 농밀한 여인의 향기가 난다.
히죽 웃으며 눈을 맞춰온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서 하고 있다.
'하긴 뭐 룸빵 에이스 하는 것보단.'
나한테 인수 당해서 내 여자가 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검토할 가치가 있는 제안이다.
"가르쳐줄 거죠?"
"크흠 뭐……."
"선배가 가르쳐주는 선물 기대하고 있을게요."
내일 난 소라의 주식을 렌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