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24
死母펀드
최근 증시.
〔한국 증시 갤러리〕
─아니 시발 왜 한국만 패는 거임??
─아들은 주식 같은 거 안 하지?
─롱충이들이 갤에 없는 이유
─주식으로 400 꼴았네 ㅅㅂ
.
.
.
하락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의미한 반등 없이 투자자들의 애간장만 녹인다.
─아들은 주식 같은 거 안 하지?
올해 주식이 많이 떨어졌다던데……, 주식 하는 건 아니지?
엄마는 아들 믿어
우리 아들 힘내고 용돈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엄마 미아내 ㅠㅠㅠ
└내가 알아서 한다고!! (−30퍼)
└시끄럽고 물 타야 되니까 돈 있으면 좀 내놔
└엄마 나 옵션해요
주식에 물린 사람들로서는 힘이 든다.
손해도 손해지만 모르겠다는 것.
한 치 앞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증시는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아니 시발 왜 한국만 패는 거임??
니케이 정상에
나스닥 신고점인데
코스피만 개처럼 맞는 게 말이 됨?
└국장은 항셍 따라가니까?
글쓴이− 걔넨 ㅅㅂ 맞을 만하니까 맞는 거고
└누가 보면 정은이가 핵 쏜 줄
└왜 세계가 다 정상인데 한국만 존나 맞는 건지 미스터리네……
뚜렷한 이유가 없다.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적의 선반영.
글로벌 불확실성.
그런 이유라고 해도 골이 너무 깊다.
─한국 경제 자료 분석해옴
[최근 6개월 무역수지.jpg]
[최근 6개월 한국 CPI.jpg]
[최근 6개월 한국 실업률.jpg]
무역수지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고
CPI도 3% 가까이 찍은 미국의 반이고
실업률도 3%대로 자연 실업률에 부합함
선반영이라고 해도 고점 대비 −20%는 과하다고 본다
└분석 ㅇㅈㄹ하는 거 보니 저점 멀었네 ㅋㅋ
└너 분석해? 호로빨갱이 투기꾼이야?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걍 외인 장난질이지 풀매수하면 됨
'안돼…….'
펀더멘탈로만 보면 확실히 저평가 구간이 맞다.
커뮤니티의 글은 틀린 것이 없다.
그럼에도 소라는 매수를 망설이고 있다.
직접 보고 확인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후우……."
깊은 한숨이 나온다.
어려운 실물 경제의 상황도, 그것을 몰랐던 자신에 대한 반성도.
평소 생활에서는 눈치챌 수 없었다.
기껏해야 김밥 가격이 500원 오른 게 전부였다.
'음식점 경영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더라고.'
선배가 컨설팅을 하고 있다.
회사의 기밀인 손익계산서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지난 3월부터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 들어서는.
꿀꺽!
망하기 직전.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가게 운영이 안된다.
배달비가 생기고, 식당 가격이 오를 만도 했다.
'아직도 더 올라가야 할 것 같고.'
음식점 사장님들에게 불만을 가질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도 급한 불을 끈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10% 이상 올라야 이전의 이익률을 회복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
타닥, 탁!
기업은 사람을 자를 수밖에 없다.
고용 시간도 줄여서 최대한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
'이 자료를 보면 이미 꽤 많이 자른 것 같은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줄어들 만도 하다.
어째서 통계청의 실업률은 괜찮은지 잘 모르겠지만.
─주식으로 400 꼴았네 ㅅㅂ
그냥 부모님 안마의자 하나 사드린 셈 치지 뭐 ㅋㅋ
└불속성 효자 ㅋㅋㅋㅋㅋㅋㅋ
└그들과는 사고방식 자체가
└부모님도 ㅇㅈ하신 부분
└외인 안마의자 사줬누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식의 저점이 안 온 것은 확신한다.
커뮤니티를 보니 아직도 웃고 떠들 만한 힘이 남아있다.
'이 새끼들이 다 뒤져야 진짜 저점이야.'
그동안의 경험.
하락장을 겪어본 것과, 실물 경제를 알아본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외국인들도 근거 없이 매도하진 않는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움직이는 것이 단순한 장난일 리 없다.
─염승사자 신탁 떴다 ㄷㄷ
["싸도 너무 쌉니다" 1억 있으면 주식 담으세요.Youtube]
[공포에 사면 반드시 보상 받습니다! 지금 사야 내년에 큰 돈 법니다.Youtube]
코스피 사형선고 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고평가였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염유안 거르고 과매도 구간은 맞지 않냐?
└그래도 고장 난 시계가 두 번은 맞는데……
└이 새끼는 코스피 2500부터 사라고 해서 문제지 ㅉㅉ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바깥에서 보기엔 한국 경제가 위기에 가까운 상황으로 비춰진다.
'그런 걸 분석 안 하고.'
애널리스트들.
한때는 존경하던 사람들이다.
최근에 와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니, 많이.
실물 경제를 보고 오자 '탁상공론'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지표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은 절대 낙관적이지 않다.
─나라 망하게 해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차 하나만 뽑게 해주십쇼
[곱버스 수익 자랑.jpg]
젊은이들이 길가에서 단체로 시금치 팔게 해주십시오
└나라 망하면 기름 없어서 못 타고 다닌다 이 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보 보소
└아 나만 돈 벌면 됐지 ㅋㅋㅋㅋㅋㅋㅋ
└승리의 쐇충이들 쏴리 질러어어엇~~!!!
물론 부정적이라는 것은 또 아니다.
이미 주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태다.
'이제 와서 숏을 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커.'
숏 베팅의 무서움도 있다.
하락론으로 뇌가 절어버리면 상승장에서 주식을 사지 못한다.
그것만큼은 있어서는 안된다.
주식은 상승론자들을 위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말로 신경 쓸 게 많구나.'
주식의 세계.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는 것 투성이다.
기존의 상식이 박살이 나고, 또 박살이 난다.
태평양 한가운데 떠다니는 기분이다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자신도 함께 휩쓸려 떠내려갈 것이다.
꿀꺽!
그것이 주식.
회사를 평가하는 건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다.
정말로 평가하고 싶다면 직접 현장을 뛰어다녀야 한다.
그만한 고생도 없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선배가 어째서 이것저것 희한한 일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
'나는 그런 걸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방법은 아닐 것이다.
지금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주가는 하락 추세.
경기도 하락 국면.
그렇기에 저평가되고 있는 좋은 주식도 존재할 테니까.
─주갤럼드라 내일 상치는 종목 적어 놔라
숨겨둔 꿀주식 언능 적어 놔라 ㅗㅗㅗ
└아줌마 초상이라니까
글쓴이− 주식존예여신에게 예우를 갖춰라 ㅗㅗ
└남자의 주식 흥국
└요즘 월드컵 관련주 심상치 않다……
'월드컵 관련주? 아, 그러고 보니 곧 월드컵이네.'
개별주를 조사하고 있다.
하락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그것을 또 영상으로 제작하며 소라는 성장하고 있다.
* * *
경쟁.
그런 부끄러운 꼬리말을 써야 할 상황까지도 아니다.
"여기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일방적이었으니까.
단순히 시간이 지나는 것만으로도 승패가 결정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한 지도자라.'
맞세일.
그것도 우발적이었다.
똑같이 맞춰가기만 한 것이다.
현장 사정을 모른 채 말이다.
하다 못해 손익 계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본인이 하기 싫으시면 변호사를 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그것도 싫으면 걍 때려 치던가요."
"이 새끼가 감히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이런 능력 없는 CEO.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물로켓 세대잖아.'
아버지 세대가 고생해서 물려준 자산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떵떵거릴 수 있었다.
고속성장시대였기 때문이다.
워낙 인생 살기 편하던 시대라 사업을 실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한테 소리 지르지 마시죠."
"니가 나한테 훈계를 하려고 들어?"
"네, 훈계하는 겁니다. 아버님의 사업장을 지키지 못한 당신에게."
이제는 다르다.
인생 개꿀 빨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갔다.
눈앞의 현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장도 할 말이 많겠지.'
백화선씨는 헤일즈푸드에 몸담았던 경력이 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푸드마켓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독립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현 사장과의 마찰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선대 사장님이 살아계실 때만 해도 이렇게 쉽게 무너지진 않았겠죠."
"이 자식이 뚫린 입이라고……."
"최소한 제 이야기를 귓등으로라도 들으셨으면 말입니다."
곽우석씨와 말이다.
아직도 자신을 윗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 기고만장한 태도를 굽히지 못하고 있다.
'물로켓 시대 때는 나이가 워낙 중요했으니까.'
한국의 문화.
능력보다 나이를 우선시했다.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처맞았으니 평생 기억할 것이다.
뿌득! 뿌득!
이빨을 갈고 있다.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기세다.
절대 그렇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저와 당신은 너무 먼 길을 돌아왔어요."
"크윽……."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회사를 172억 8500만에 넘길지, 넘기지 않을지 서류에 사인만 하시죠."
"이 도둑놈의 시키들."
남은 여생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면 말이다.
헤일즈푸드의 전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지금 같은 시기에 거금을 선뜻 지불할 곳이 흔치 않지.'
사모펀드가 불경기에 강한 이유.
망한 기업들을 싼 값에 M&A를 통해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그와 비슷한 짓을 하고 있다.
곽우석씨의 헤일즈푸드는 매일매일 경영을 하는 것만으로 적자를 본다.
1~2달만 지나면 회사가 못 버틸 것이다.
평소 재정을 방만하게 경영해온 대가를 치른다.
"그건 그렇다 치고……."
"치고요?"
"저 새끼는 상관없잖아! 저 새끼는!"
"상관이 있습니다."
정의구현.
어느 쪽이 정의인지는 알 바가 아니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을 수 있다.
'이 멍청한 노친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설명을 해줘야 간신히 감을 잡을 듯한 지능이다.
"저분이 당신 회사의 대주주가 될 사람이니까요."
"!!"
"자금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귀사와의 경쟁도 그가 지휘했습니다."
"뭐라고!!"
아무래도 한두 푼이 아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을 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왕 먹을 거면 크게 먹어야지.'
보수와 더불어 기업 인수에 참여하기로 했다.
헤일즈푸드는 정상화만 시키면 몇 배에 팔아먹을 수 있다.
곽우선씨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나에게 먼저 전화를 건 건 그쪽이고, 정당한 보수를 약속했다면.
"업계 도리상 그쪽 제안을 받아들였을 텐데요. 10억 이상을 불러줬다면 말이지만."
"미친놈 아니야! 어디서 생돈 10억을 뜯어먹으려고 이 사기꾼이."
"좋겠네요. 당신 회사 가치가 10억도 안돼서."
"……."
틀딱들은 꼭 필요한 데에 돈을 아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