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17화 (217/450)

EP.217

투자 자문사

다음날 아침.

"꺄아!"

"시끄러."

"니가 왜 여깄는데!"

눈이 떠지기도 전에 고막부터 울린다.

소라가 난데없이 소리를 질러온다.

'잠 다 깨게시리.'

아침부터 에너지가 많은 타입이다.

귀찮으니 꼭 끌어안는다.

포근한 살결이 느껴진다.

떡정이라는 게 왜 생기는지 알 것 같은 느낌.

"선배."

"응?"

"저……, 한 거에요?"

"아니."

떡은 안 쳤지만.

집에 데리고 가서 맥주 한 캔 까니 헬렐레 잠에 들었다.

'나도 졸리고.'

다시 대리기사를 부르기도 뭣하다.

그대로 소라를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

"그럼 왜 벗겼는데."

"벗기고 싶어서."

"미친놈아."

체온이 뜨끈하다.

피부도 미끈하고, 솜털도 보송보송해서 맞닿는 느낌이 좋다.

'사실 몇 발 뺐는데.'

이용하지 않으면 섭한 몸이다.

기왕 벗긴 거 마음껏 희롱했다.

"진짜 한 거 아니죠?"

"슈뢰딩거의 처녀야?"

"중요한 문제거든요. 엄청나게."

쿨쿨 자고 있는 사이에 말이다.

잠에서 일어난 소라는 찝찝한 모양이다.

손으로 이곳저곳 더듬고 있다.

소라에게 보다 확실한 증거를 쥐어준다.

"들어가면 아픈 정도로 안 끝나."

"그렇긴 하겠네요……."

"골반이 쩌억 하고 벌어질 걸?"

아침 발기가 제대로 되어있다.

귀에 대고 속삭이자 심장 박동이 올라간다.

'상상하고 있네.'

몸은 색녀이면서 순진무구한 처녀 같은 반응을 해댄다.

"안 한 건 알겠지만."

"음."

"저 자고 있는 사이에 벗긴 건 계약 위반이에요."

남자랑 알몸으로 잔 주제에.

소라가 볼을 부풀린 채 불만을 표시해온다.

'휴, 보빨한 건 안 들켰네.'

용건은 그 뿐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곳까지 지분을 가지진 않았으니까.

"알았어. 오빠가 책임질게."

"정말요?"

"MOU 체결하자. 자, 약속."

"뭔가 수상한데……. 아무튼 뭐, 좋아요."

MOU.

기업 공시로 종종 뜬다.

우리 회사가 1조원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사실 별 의미가 없지만.'

법적인 효력이 없다.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당사자 간 합의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에 불과하다.

세력들이 장난질을 치는 용도.

기대감으로 펌핑만 시키고 물량을 떠넘기기도 한다.

쪼옥!

소라는 잔뜩 기대하고 있다.

구두 계약을 나누자 사랑스럽게 안겨온다.

"선배."

"응?"

"냄새 나요."

"……."

"같이 씻을래요?"

대담한 짓도 요구해온다.

룸빵 에이스 누님의 서비스를 받기로 한다.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

소라의 매끄러운 피부를 타고 곡선을 그리며 흘러내린다.

"가리지도 않네."

"보여주기 부끄러운 몸이 아니니까요."

"그렇긴……, 하지."

아름답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상들이 알몸으로 되어있는 이유가 있다.

'이 정도로 쭉빵하게 만들면 신성모독형에 처하겠지만.'

스물 한 살의 나이.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지자 흠 잡을 곳이 없을 지경이다.

화장기가 씻긴 얼굴도 말이다.

Young하고 MZ하다는 게 뭔지 깨닫게 된다.

"배가 쏙 들어갔네."

"헤헤."

"맛있겠다~ 따먹고 싶다~."

"안되거든요?"

샤워물을 맞으며 소라의 잘록한 골반을 쓰다듬는다.

아주 맛있는 몸이다.

'키워 먹는 것도 나쁘지 않네.'

섹시해진 소라를 보니 감개무량하다.

컵라면으로 살이 쪘을 때 먹었으면 후회했을 것이다.

약간의 복근도 생겼다.

아가방을 꾹꾹 눌러주자 야릇한 신음 소리를 흘러온다.

"좋지?"

"저만 당하는 건 싫은데."

"너도 하던가."

"그럴까요?"

단단하게 선 물건을 소라의 엉덩이골에 비빈다.

자연스럽게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다.

매끈한 피부와 탄탄한 근육.

스마타만으로 웬만한 명기급의 사용감을 재현하고 있다.

"어때요?"

"좋아."

"이렇게 하면?"

"고수네."

튀어나온 귀두.

손으로 문질문질 만져온다.

훌륭한 조임과 맞물리며 하반신에 혈류가 쏠린다.

손바닥을 뚫어버릴 기세로 쏟아져 나온다.

성감대가 자극 받는 소라도 허벅지를 더 세게 조이고 있다.

"벌써 가요?"

"너도 갔잖아."

"같이 가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느끼는 법을 알게 된 육체.

기분 좋은 나른함을 공유하며 떡정이 쌓인다.

'이걸 친 걸로 봐야 하나.'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봐온다.

쪽 하고 입맞춤을 나누며 서로의 몸을 씻겨준다.

"오빠가 로션 발라줄까?"

"그건 싫거든요."

"아니, 왜?"

"……기분상."

화장실에서 나온다.

좁은 자취방이다 보니 샤워실이 안에 붙어있는 구조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소라도 머리가 식는다.

부끄러운 건 아는 모양이다.

'보통 웬만큼 진도가 나간 후에 하는 짓인데.'

순서가 많이 선행됐다.

혼자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환복을 마치고 나온다.

"책임져줘야 돼요."

"안 박았는데?"

"기분상."

반작용이 있는 건지 틱틱댄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처럼 꺾어버리고 싶다.

'여하튼.'

시장 조사.

칵테일 바에 들린 이유다.

이자카야는 기본적으로 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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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를 가는 이유』

1위 하이볼, 사케 등의 주류

2위 일본 음식 선호

3위 일본식 인테리어와 분위기

4위 헌팅 등 만남을 위해

5위 주변 친구들이 좋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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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식은 대중화가 잘돼있다.

동네에 스시집, 돈까스집 없는 곳이 어딨어?

'요즘은 라멘집이나 덴푸라집도 흔하고.'

일상적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자카야를 가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술이다.

하이볼과 사케.

소주와 맥주가 당연한 한국에서는 먹을 일이 드물다.

"그건 알겠는데……."

소라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있다.

때늦은 질문을 던져온다.

"지금 어디 가는 거라고요?"

"이자카야."

"아침에?!"

"술 마시러 가는 게 아니야."

'열 시간도 아니고.'

이자카야는 대부분 저녁이 되어서야 문을 연다.

아침에 가봤자 사람이 없겠지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있다.

고토리자케 강남점의 점장 대리 이강수라는 사람이 들었던 대로 대기하고 있었다.

"제가 연락 받은 건 한 분 뿐인데. 실례가 아니라면 같이 오신 여성분은 어떤 관계신지……."

"제 좆집입니다."

"야."

"부럽다!"

대표가 기본적인 설명은 했다.

하지만 현장은 현장의 사람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너무 젊은 거 같은데.'

소라를 보더니 아주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나이가 많아도 20대 후반이 안돼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점장이 아닌 점장 대리.

원래 있던 점장은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었다고 한다.

"하필이면 이 중요한 타이밍에."

"그게 그럴 만합니다."

"음?"

"일단 저랑 함께 가시죠!"

그럴 수 있다.

대기업도 이직할 수 있는데, 요식업은 더 빈번한 직종이니까.

'도망간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책임감이 무겁다.

인간.

때로는 벗어던지고 싶다.

자신이 맡은 가게가 경영 위기에 처했다면 더더욱.

『도쿄포차』

경쟁점이 있었다.

그것도 바로 도로 건너편에 같은 업종의 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음식 맛이 좀 밀리나 보네."

"그건 아닙니다!"

"직원이 자기 변호성 발언을 해봤자~."

"정말입니다. 시식을 해보셔도 좋지만 저희가 월등해요!"

이자카야는 배달보다는 현장에 와서 먹는 가게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맛이 아니라면 가성비인가?'

고토리자케는 프리미엄 이자카야를 표방한다.

즉, 음식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도쿄포차.

포차라는 이름에 걸맞게 저렴하고 가성비 있는 메뉴로 이루어져 있다.

"올해 초까지는 저희가 더 잘됐거든요."

"음."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이렇게 되었습니다. 주방장은 그대로고, 재료랑 레시피도 크게 변한 게 없는데……."

그리고 현재는 경기 침체기.

소비자들의 지갑이 가벼워지는 시기다.

'프리미엄 메뉴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겠지.'

여유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가게에 손님이 몰린다.

하물며 이자카야.

애초에 오는 목적 자체가 일식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다.

『메뉴판』

<このわた/고노와다>

도미 고노와다 ₩28,000

광어 고노와다 ₩25,000

멍게 고노와다 ₩25,000

모듬 고노와다 ₩40,000

<刺身/사시미>

특사시미 ₩70,000

모듬사시미 ₩45,000

사시미산텐모리 ₩30,000

<たたき/타다끼>

참치 타다끼 ₩20,000

연어 타다끼 ₩20,000

소고기 타다끼 ₩23,000

·

·

·

이런 본격적인 일식.

굳이 먹고 싶으면 횟집에 가지 이자카야에 오진 않는다.

"우리도 잘 만드는데……. 흑흑."

"선배는 싸가지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요?"

"내 사전에 싸가지란 없다."

"나폴레옹이 닥치래요."

빙빙 돌려 말하는 건 취미가 아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만드니까.

'돈이 썩어 날 때나 오는 거지.'

일본 여행 대신에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경기 침체기.

굳이 안 써도 되는 돈은 쓰지 않는다.

프리미엄 이자카야를 하기에 걸맞은 환경은 아니지만.

"뭐, 대충 어떻게든 될 것 같네요."

"대충이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흔해 빠진 케이스다.

경쟁 업체 때문에 매출이 나오지 않는 가게.

'사모펀드 일 하다 보면 한 달에 열댓번도 더 만나.'

가게의 컨셉.

가지고 있는 경쟁력.

그리고 경제의 상황.

그 모든 것을 이용한다.

상황이라는 건 아주 조금만 비틀면 아군이 된다.

"무슨 일을 하러 온지는 알겠는데……."

지켜보던 소라가 입을 연다.

어제 바에 데려간 이유도, 오늘 이곳에 온 이유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아무리 봐도 쉬운 상황은 아니잖아요."

"왜?'

"가격을 내리면 영업이익이 줄어들 테고……, 맛은 이미 충분히 좋다고 하시고."

저가 메뉴를 만든다?

그러면 가게 컨셉이 무너진다.

일거리도 굉장히 많아지게 된다.

'인건비 안 나와.'

고급 인력.

사모펀드의 전설이라 불린 내가 이런 데서 며칠씩이나 허비해서는 체면이 상한다.

실제로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관점을 아주 조금만 바꾸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딱 하나만 하면 돼."

"뭔데요?"

"어떤 비책이 있으시나요!"

"경쟁 가게를 망하게 하는 거지."

""…….""

상대만 조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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