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0
주문은 봄이입니까?
주식.
하는 것은 실로 간단하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했나 싶을 정도로.'
그냥 사면 된다.
그리고 적절한 때 팔면 된다.
그걸로 끝.
그 차익만큼 돈을 버는 단순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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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건설』
40,250원 ▲200원 (+0.49%)
[오전에 내렸다가 확 말아 올려버린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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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로 보면 더 이해하기 쉽다.
주가가 낮을 때 샀다가 높을 때 되팔기만 하면 될 거 같은데.
"세상 돈 잃기 쉬운 거였어요."
"그런 거야?"
"그런 거에요!"
−봄이야……
−주식 손대는 거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자마자 내리는 거봐 개무섭
−그래도 조금만 해서 다행이네
실제로는 당연히 어렵다.
설사 미래의 주가 흐름을 알고 있어도 말이다.
'개인이 들어오면 흔들게 돼있으니까.'
공포를 먹는다.
마음이 흔들린다.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상상하던 것과는 다르다.
"정말 본전만 돌려주면 저녁으로 치킨 시켜 먹을 거에요."
"지금은 족발 값이 됐는데?"
"허엉!
봄이의 반응도 말이다.
생각 이상으로 대가리에 든 게 많이 가벼워 보인다.
'애새끼 데리고 뭔 짓을 하는지 모르겠네.'
2만 원의 손실.
2만 7천 원으로 늘어나자 세상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 정도의 적은 금액으로 충격을 받는 고객은 처음이다.
대가리를 때려주고 싶다.
─봄이팬클럽1호님께서 10,000원 후원!
투자 사기를 당한 봄이 ㄷㄷ
"만 원 너무 감사한 거에요. 그치만, 그치만 제 족발은 돌아오지 않는 거에요."
−봄이 풀만 먹어야 돼
−치킨이 족발이 됐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주식<<<도네
−투자의 무서움을 깨달은 봄이
하지만 참아야 한다.
눈앞의 아이에게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된다.
'일단은 정말 유명 방송인인 건 사실인 것 같으니까.'
믿을 수 없게도 말이다.
대한민국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걱정할 바가 아닌 일.
중요한 건 여기에 온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충분히 본전 올 수 있어."
"제가 웃으며 족발을 뜯을 수 있는 날이 오는 걸까요."
"오빠만 믿으면 돼."
"오빠를 믿어도 되는 걸까요."
투자의 좋은 점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하게 만든다.
의심 어린 눈초리를 쳐다본다.
돈을 잃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억울하고 분해 보인다.
'투자를 하다 보면 이런 일도 겪는 법이지.'
사면 오른다며?
하지만 실제 투자라는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기 마련이다.
봄이는 그것을 버틸 담력이 없어 보인다.
아니,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북한에 우호적으로 나오면서 북한 규제가 완화될 기미가 보이는데, 북한에서 건설이 시작되면 미래건설이 첫 번째 수혜주로 뽑히거든."
"헐."
−봄이는 아무고토 몰라요
−오……, 그럴 듯한데
−북한에서 건설이 왜 시작돼 ㅋㅋㅋㅋㅋ
−치킨을 먹기 위해 트럼프를 움직이는 봄이 ㄷㄷ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린치의 펀드는 13년 동안 28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고객 중 절반 이상은 손실을 보았다.
공포가 올 때 견디지 못한 것이다.
'바보 같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태평양 한가운데 갇히게 되면 누구라도 그렇게 된다.
구조대는 언제 오지?
조금 손해 보고 탈출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요금을 내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주식으로 돈을 벌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만한 담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피터 린치(Peter Lynch)
그것이 개인 투자자.
펀드를 운용하는 게 힘든 이유다.
틈만 나면 자금이 빠져나가려고 든다.
설득하는 것이 전부 일이고 돈이다.
유명 인플루언서와 함께 하면 고삐를 간단히 쥘 수 있다.
"지금 거래량도 탄력 붙었고, 기관도 매집을 끝내 놨으니까 금방 펑핑시켜줄 거야."
"오늘 먹을 족발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했어요."
"하루 정도는 미뤄도 돼."
"힝."
투자자와 일반인은 관점이 다르다.
투자자의 공포는 숫자에서 오지만, 일반인의 공포는 감정에서 온다.
'나만 좆된 것 같다는 고립감.'
어두운 방에 혼자 갇혀있으면 무섭다.
하지만 둘이 있으면 똑같은 상황인 데도 견딜 만하다.
사람이 더 많다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사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쿵푸팬더킹님께서 10,000원 후원!
나도 미래건설 물렸는데 ㅠ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는 거에요."
−그런 거야?
−봄이 사자성어도 알고 똑똑해!
−주식 물리면 힘들지……
−이미 도네로 치킨 번 거 아님?
그것이 일반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머릿속 감정이 투자 심리를 좌지우지한다.
'방송 틀고 나도 물렸어 징징 괜찮아 다시 오를 거야 해주면 된다니까.'
고립감을 해소시켜준다.
이성을 되찾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시간만 지나면 다시 오를 것 같은데?
그 신뢰감을 준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아무 생각 없이 샀을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너를 믿지 마. 날 믿어. 내가 믿는 미래건설을 믿어."
"미래건설이 족발을 가져다 줄까요?"
아님 말고.
아무튼 믿고 기다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학습을 시킬 필요성이 있다.
마침 시간이 된다.
3시 30분은 기분 좋은 반전이 기다리는 시간대다.
"헐!"
봄이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나에게 무언의 압박을 줄 때보다 더 튀어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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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금액 │994,800원
평가손익 │+1,113원
미래건설│24주│+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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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
동시호가 전에 급격히 말아올리며 종가가 최고점에 안착했다.
방향성이 결정되었다는 표현을 쓴다.
이러면 시간 외 거래에서도 매수세가 붙을 것이다.
"족발이 돌아온 거에요!"
"그래."
"맛있는 콜라도 사먹을 수 있는 거에요! 흔쾌히 쳇바퀴를 구를 수 있는 거에요!"
−마셨으면 운동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
−봄이 신났어
−투자 결과가 겨우 콜라 1캔?
−아니 진짜 오르는 거 뭔데 ㄷㄷ
하룻밤 지나고 나면 수십 캔도 더 먹을 수 있다.
당장의 콜라도 못 참는다면 무리겠지만.
'그래서 펀드가 필요한 거지.'
나로서도 필요하다.
펀드는 자금을 모으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다.
신용.
그리고 영향력.
이는 실질적인 운용 기금 확대로도 이어진다.
금융 업계에서 신뢰란 곧 돈이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봄이 신났어?"
"신바람이 났어요~."
"수익 더 먹고 싶어?"
"저 먹는 것은 자신 있는 거에요. 주식도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발판.
아니,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펀드가 잘되는 기간 동안은 말이다.
'계속 잘되면 문제 없겠지.'
마침 먹는 것도 좋아한다.
* * *
봄이의 방송.
〔개인 방송 갤러리〕
─봄이방 의문의 주식 고수 근황.jpg
─70억 모투라는 애들 봐라
─환견들아 이거 해명해 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선배 정체가 뭐임?
.
.
.
화제가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봄이방 의문의 주식 고수 근황.jpg
[봄이 방송 화면 캡처.jpg]
진짜 고수였음
└이왜진?
└무슨 계좌에 70억이 있어
└아니 진짜 저게 본인 돈이라고??
└한국대 클라스 ㄷㄷ
수만 명의 시청자가 보기 때문.
그 파급력은 어지간한 공중파 방송 이상이다.
커뮤니티에서 큰 이슈가 된다.
수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70억 모투라는 애들 봐라
1. 모투는 최대 한도가 5억임
2. 모투는 계좌 앞자리가 7임
3. 주작이면 실시간으로 금액 변동 안됨
이하의 이유로 모의투자일 수가 없음 ㅅㄱ
└HTS 자체가 고도의 프로그램이면?
└봄이도 썼는데 프로그램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학생이 70억을 가지고 있는 건 말이 되고??
└개씹금수저인가
그도 그럴게 70억.
방송에서는 유쾌한 분위기 탓에 넘어갔다.
봄이 특유의 별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아우라가 한몫했다.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작은 사태가 아니다.
일개 개인이, 그것도 20대가 들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다.
─70억을 믿는 애들 능지 실화임?
증권사에서 홍보 때리러 온 거겠지
저게 설마 전부 본인 돈이겠냐
└졸업하고 금융권 취업한 선배면 설명이 되네
└그럼 뒷광고라는 셈인데?
└봄이 뒷광고 의혹 ㄷㄷ
└이게 가장 킹능성 있지 않냐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음모론부터 시작해 찬동, 비난 기타 낼 수 있는 가능성은 전부 말이다.
대체 어떤 것이 맞는지.
방송에 출연한 목적은 무엇인지.
당장 밝혀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봄이 선배가 찍어준 미래건설 근황.Real
[미래건설 최근 1주일 차트.jpg]
진짜로 폭등하고 있음
└와
└ㅁㅊ 대형주가 무슨 개잡주처럼 오르네
└저게 왜 오르는 거?
└방송에서 들을 때는 뭔 개소리인가 싶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사실이라는 것이다.
70억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가 말한 미래건설이 오르는 것도.
한국신문− 「靑 "남북 고위급 회담 조속 개최…北과 협의"」
팩트뉴스− 「트럼프 "김정은과 관계 좋다… 세계를 위한 위대한 합의 이끌어내겠다"」
아니, 대대적인 화제가 된다.
TV에서도, 기사에서도 연일 북한과 관련된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주식 시장은 대북 관련주가 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 봄이 선배 정체 알아낸 거 같다……
[봄이 방송 화면 캡처.jpg]
[119주식톡 손익좌 영상 캡처.jpg]
목소리랑 안면 윤곽 손익좌랑 빼다 박음
└손익좌가 누군데 씹덕아
└저 사람 엄청 유명한 슈퍼개미일 텐데?
└아니면 고소미 먹는다
└수상할 정도로 주식을 잘하는 학교 선배 ㅋㅋ
그것을 예지할 수 있는 능력자.
대한민국에 많은 수가 있을 수가 없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발 벗고 찾는다.
정체가 밝혀지는 것은 시간 문제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