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8
주문은 봄이입니까?
한국대 사회복지학과.
"오 메이드 카페래."
"뭐 시발?!"
메이드 카페를 하고 있다.
봉사라는 자신들의 전공을 백분 살린다.
행인들의 발걸음이 멈춰 설 만도 하다.
남자의 로망과도 같은 장소니까.
"음."
"이게 K−메이드인가."
"가슴이 웅장해지려다 말았다."
물론 현실을 어쩔 수 없다.
학생회에서 내려온 수위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일본이 아닌 본고장의 메이드.
기대했던 수준의 노출은 볼 수 없지만.
"여기 봄이가 있다는데?"
"그 봄이?"
"실물 보고 싶다!"
"나 유튜브 찐팬이야 진짜."
다른 것이 있다.
축제 3일차를 맞아 특별한 이벤트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장아장
두 눈을 의심하게 된다.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을 법한 귀여운 생물이 걸어 다닌다.
"와 봄이다!"
"봄이에요."
"너무 귀엽다!"
"후후, 제가 좀 귀엽긴 해요~"
봄이.
10, 2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유튜버다.
그런 그녀가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
어깨를 으쓱거리며 우쭐대는 모습이 보인다.
"대가리 존나 작아."
"이래서 "깨물어주고 싶다고 하는구나."
"같은 사람 맞아? 무슨 인형처럼 생겼어!"
그것이 얄밉다기 보다는 사랑스럽게만 느껴진다.
유튜버 봄이의 인기 비결.
모르는 사람들의 눈길조차 사로잡는다.
아는 사람들은 반드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봄이! 봄이! 봄이! 봄이! 봄이!""
메이드 카페 앞이 광화문 한복판처럼 붐비고 있는 이유.
가게 안은 구경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메이드 카페♡』
아메리카노 5.0
카페라떼 6.0
연유라떼 6.0
아이스티 5.0
치즈케이크 5.0
허니브레드 10.0
애플파이 6.0
민츠초코파이 7.0
비싼 메뉴도 팬들과 그녀의 사이를 갈라 놓을 수는 없다.
그녀를 보기 위해 아낌 없이 지갑을 연다.
"봄이야."
"봄이에요."
"봄이야!"
"봄이에요!"
즉석 팬 사인회에 참여하기 위해.
메이드 카페를 이용한 고객만이 가능하다 보니 가게는 대성황이다.
빨리 먹고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 덕분에 회전율까지 높다.
어떤 의미에서 이상적인 수익 구조를 이루어진다.
"봄이가 와썹?"
"봄이가 와썹!"
""예에~!""
진성팬들이 많다 보니 유행어도 꿰고 있다.
팬들도 만족하고 스타 본인도 즐기고 있는 훈훈한 광경이지만.
'뭐야 저 미친년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 * *
유명인.
알고 지낸다면 당연히 좋다.
'인맥이 괜히 중요한 게 아니지.'
세상이 달라졌다!
그런 이야기는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소리다.
자본주의 사회도 계급제가 된지 오래다.
부모 세대처럼 개천에서 용이 날 수가 없다.
가진 자들은 지키려고 하기 마련.
그것을 굳건히 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바로 인맥이다.
"형님, 저기입니다 저기!"
"뭐 저렇게 많아 시발."
"괜찮습니다! 저랑 함께 들어가시면 되니까."
소위 말해 지들끼리 해먹는 것 말이다.
그 지들이 내가 된다면 문제는 없다.
'생각보다 많이 유명한가 본데?'
봄튜브.
들어본 적은 있다.
요즘 급식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고.
"그렇게 유명해?"
"구독자 수가 300만이 넘어요."
"흠……, 거의 연예인급이네."
"TV에도 나온다니까요?"
애새끼들 하는 일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용하는 것에는 관심이 크다.
'유명인 하나 잘 꼬시면 줄줄이 엮어 들어오거든.'
펀드.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돈을 모아 운용하는 투자 기금이다.
보통은 은행원들이 영업을 한다.
고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며 말이다.
효율이 낮다.
유명 은행, 상승장에만 몰려서 적재적소에 돈을 모으기도 힘들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이런 컨셉의 카페를 하고 있습니다."
"여자애들이 잘도 받아들였네."
"수익 배분이 다르거든요."
일련의 단점.
유명인과 협업을 한다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유명인이 투자한다고?
팬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관심을 가진다.
"야 시발 존나 비싸잖아."
"메이드 카페라는 게 원래 좀……."
"우리 부스보다 많이 떼먹는 곳이 있었네."
"네?"
인센티브를 챙겨주면 간단하다.
아예 대놓고 뒷돈을 먹이는 방법도 있다.
'근데 그런 건 부자연스러워서.'
효율도 반감된다.
모름지기 투자란, 존버란 신뢰에서 나오는 법이다.
인맥.
아는 사람은 설득하기 좋다.
여차할 때 책임 전가하고 튀기도 좋고.
"그래서 그 유튜버는 어딨냐?"
"봄이요?"
"그래."
"저기 있잖아요! 딱 보면 아시는데."
유명인 하나로 다수의 투자자들을 조종할 수 있다.
미래 금융시장에서 인플루언서가 괜히 중요해지는 게 아니다.
'엉?'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학연은 지연, 혈연과 함께 가장 끈끈한 인맥 중 하나다.
투자자 섭외라면 진지하게 나설 만하다.
좋은 관계를 구축하려고 했는데.
"봄이가 와썹?"
"봄이가 와썹!"
""예에~!""
조금 특이한 생물이 보인다.
아니, 난생 처음 겪어보는 기묘한 느낌이다.
''뭐야 저 미친년은.'
외관은 훌륭하다.
흔우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제쳐두고 귀엽다며 난리가 날 만도 하다.
160 초반대의 키.
대가리도 조그맣고, 체형도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한 게 맞지만.
"얘가 봄이입니다!"
"봄이에요."
"뭐라고?"
"봄이에요."
반비례한 곳이 있어 보인다.
최대한 정중하게 표현하자면 말이다.
흔우가 소개를 시켜준다.
마침 카페 영업이 끝나며 한가해졌다.
그녀의 개인 사정 때문.
착한 아이라서 집에 일찍 가야 한다고 한다.
'시발련이 컨셉 좆같이 잡았네..'
물론 알고 있다.
연예인들이 방송 모습과 진짜 모습이 다르듯, 유튜버도 그러한 케이스가 많다.
대놓고 컨셉을 잡기도 한다.
친근감을 위해 덜떨어진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흔우야."
"네!"
"얘 저능아냐?"
"네?"
"헐!"
"시발 무슨 애니 캐릭터도 아니고 3인칭으로 말하고 있잖아."
아마 그런 케이스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런 좆같은 짓을 할 리가 없다.
'혹시 특별 전형으로 들어왔나?'
라고 할 뻔.
웬만하면 비위를 맞춰주려고 했는데 씨발련이 좆같이 군다.
평소 말투는 그러지 않은 거 다 아는데.
연예인들도 뒤에서는 담배 피고, 떡 치고 다 한다.
"아니에요. 저 똑똑해요."
"니가?"
"친구들도, 저희 오빠도 저한테 똑똑하다고 했어요."
"니 따위가?"
"거짓말을 했을 리 없는 거에요!"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꼭 쥔 주먹을 붕붕 흔들며 항변을 해오고 있다.
주위 행인들도 물러난 상태.
팬심이 꽤나 깔끔한 편인지 사생활을 존중해준다.
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나의 화법이 가끔씩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하지.'
컨셉질을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정말로 평소에도 부족한 아이일지도 모른다.
"형님 말씀이 좀……."
"말이 좀 심하긴 했는데 이상하잖아. 얘 말투가."
"허엉."
"평소에도 귀엽게 자기 이름 불러요."
"사람 이름이 봄이라고?"
"허엉!"
흔우의 중재.
말투가 원래 그렇다고 한다.
이름도 예명이 아닌 실명이었다.
'이러다 엄준식도 사람 이름이겠네.'
세상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나의 오해였던 것이다.
눈앞의 아이.
눈깔이 튀어 나올 정도로 똥그랗게 뜨고 무언의 압박을 준다.
"봄이야."
"봄이에요!"
"너 바보 맞잖아."
"아니에요!"
"빡통 대가리 맞잖아."
"그럴 리가 없어요!"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목적.
그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려면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신뢰라는 게 처음부터 생기지 않는다니까.'
그리고 돈이라는 게 쉽게 맡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 사람이라면 안심할 수 있다.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에이~ 형님! 귀엽잖아요."
"스무 살 먹은 성인이 귀여운 게 자랑이야?"
"헝."
"무슨 애새끼도 아니고."
"허엉!"
그러기 위해서는 굴러 떨어뜨리는 게 먼저.
똥그랗게 뜬 눈동자가 동공지진을 일으킨다.
'뒤통수 치면 튀어 나올 거 같네.'
차마 때리진 못하겠다.
나의 여리디 여린 감수성을 탓할 수밖에 없다.
봄이라는 아이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아까부터 헝헝거리기만 하고 있다.
"저도 그런 기분을 느끼긴 했어요."
슬슬 약빨이 듣는다.
재벌 2세를 상대로 투자를 유치 받을 때 종종 쓰는 가스라이팅이다.
'자신을 변화시켜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거든.'
살면서 고생을 해본 적이 없다.
주위에는 온통 아부하는 사람뿐이다.
유튜버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반반한 외모 하나로 성공했다.
이대로 살아서는 안될 것 같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보고 싶다.
"대학교는 똑똑한 사람이 많은 거에요."
"이래 봬도 명문대니까."
"저는 덜 똑똑한 거에요."
"……."
아닐 수도 있고.
나름대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똑똑하고 아니고를 논할 문제였나?'
그녀 본인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드문 고민은 아니다.
1, 2등 하는 애들이 오는 학교.
똑똑한 애들 사이에 있으면 기죽을 만하다.
유튜버이기 전에 한 명의 학생이다.
경쟁심을 느낄 수 있는 노릇이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힘들어?"
"말도 마세요 정말~."
후 하고 한숨을 내쉰다.
바보 같은 게 아니라 바보가 맞는 게 확실하다.
'천연기념물급 바보구나.'
자신만의 세계관이 확고하다.
유튜버로서 성공한 것이 이해가 간다.
이 아이를 다룰 방법도 말이다.
짧은 대화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너 똑똑해지고 싶어?"
"두 말하면 잔소리인 거에요."
"내가 너를 똑똑하게 만들어줄게."
"오빠는 똑똑한 거에요?"
인정욕.
자신이 똑똑하다는 사실에 엄청난 집착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그 점을 공략하면 될 것이다.
멍청한 애 하나 농락하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간단하다.
'투자로 돈을 버는 것만큼 똑똑해 보이는 게 없거든.'
봄이를 현명한 투자자로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