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6
이랏샤이마세!
미식.
최근 방송 업계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다.
"오 촬영한다!'"
"무슨 방송이야?"
"맛있는 TV잖아. 나 저거 보는데~."
관련 프로그램은 시청률을 보장 받는다.
'맛있는 TV'도 주목 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
교이쿠상이 메인MC를 맡고 있다.
그가 한 한국대 주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안녕하세요! 불고기 핫도그 맛있습니다!"
핫도그와 맥주를 파는 곳.
시그니처 메뉴인 불고기 핫도그를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불고기는 대표적인 한식이다.
교이쿠상에게 걸리면 역사 왜곡쯤은 별일도 아니었다.
"불고기라는 게 사실 일본에서 온 거거든요."
""…….""
"불고기라는 단어부터가 일본 음식 야키니쿠의 번역어에 불과하죠."
하지만 지식의 차이.
20년도 더 전부터 맛 평론을 하던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좆됐네…….'
보조MC를 맡고 있는 뚠뚠은 분위기가 싸함을 감지한다.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문제지.
자신은 일개 출연자에 불과하다.
예능 경력도 적은 자신이 뭘 어떻게?
"불고기가 달콤한 간장 맛을 베이스로 하는데, 이것이 일본 간장의 맛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까 맛이 비슷하긴 하네요."
"비슷한 정도가 아니죠."
"하하."
적당히 맞장구 쳐주는 것이 최선.
시청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저번에 보니까 민심 작살 났던데.'
커뮤니티에서는 엄청나게 까이고 있다.
언젠가 큰일로 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는 현재.
시청률이 나오는 한 교이쿠상의 입지는 굳건하다.
꿀꺽!
마음을 먹어야 한다.
민감한 화제가 나오지 않도록 다른 것을 찾아낸다.
'오!'
떡볶이.'
누가 뭐래도 한국 음식이다.
일본 음식 중에 저렇게 매운 건 없을 테니까.
"와 저기는 맛있는 떡볶이를 파네요!"
"맛없는 음식이죠."
"네?"
"떡볶이는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세뇌된 음식이에요."
"……."
그조차 비판거리가 된다.
한국의 모든 음식을 혐오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안티가 많을 뿐.
요식 업계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이다.
수십 년 전부터 맛 칼럼니스트를 하셨다고 들었다.
한국 최초로 말이다.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틀린 말을 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떡볶이를 먹게 되면 끊임없이 먹게 돼요."
"중독성 있는 음식이잖아요."
'달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맛에 포인트가 있다. 그래서 맛이 없는 음식이다!"
"저희 영업해야 하는데요……."
아님 말고.
떡볶이를 팔고 있는 라틴어 동아리 학생들이 울상을 짓는다.
가볍게 넘어가기에는 사태가 크다.
방송 촬영을 행인들도 지켜보고 있다.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라는데?"
"하긴……, 나 떡볶이 안 좋아해."
"전문가가 하는 말이니 맞겠지 뭐~."
떡볶이 가게에 발걸음이 뚝 끊긴다.
라틴어 동아리를 두고 촬영팀은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아 시발.'
뭔가 좆된 느낌.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미 한 배를 탄 상황이다.
말을 하지 않는 것도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한국대 이자카야』
그런 뚠뚠의 앞에 기회가 보인다.
이것이라면 지금 이 싸늘한 토크도 살릴 수 있다.
줄도 길게 늘어서 있는 게 맛집처럼 보인다.
일본을 좋아하는 쿄이쿠 선생님도 만족할 것이다.
"저건 확실히 일본에서 온 게 맞네요!"
"음?"
"선생님께서 일본 음식도 냉철한 시선으로 평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유쾌하게 말을 건넨다.
교이쿠 선생님도 마음이 상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코노야로!'
다른 의미가 상하고 있었다.
뚠뚠 때문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저 음식점이 문제다.
『한국대 주식 동아리』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1년 전 그날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리려고 했다.
그 악마 같은 녀석.
지금도 있을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선생님?"
"흠! 흠! 미리 말해두는 거지만 저는 일본 음식에 까다롭습니다."
"한국 음식에도 까다롭잖아요?"
"일본 음식은 더 그렇습니다."
화풀이의 대상.
확실하게 밟아두지 않으면 속이 풀리지 않는다.
아니, 그 이전의 이야기다.
교이쿠상도 안다.
인터넷상에서 익명을 무기로 함부로 떠들어 재끼는 악플러들이 있다는 걸.
─교이쿠상 특)
모든 음식의 기원은 일본임
지 입맛이 무조건 옳음
서민 음식 무시함
또 뭐있냐?
└일본인이니 그럴 수도 있지
└그럴 듯한 짜집기 잘함 ㅋㅋ
└8세기 중엽에 새겨진 헤이안 시대 벽화 호박도에 그려져 있는 엄연한 사실이거늘!
└좆문가라는 것도 있지. 한국대에서 실체 까발려졌잖아
무지한 인간들이다.
엄연한 사실을 가르쳐주는 것 뿐인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욕을 한다.
'내가 계몽시켜 줘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요식업 전문가로서의 권위가 말이다.
그 첫걸음이다.
이곳 한국대에서 벌어졌던 일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다.
"이랏샤이마세!"
"스미마센. 아니, 두 자리 마련해주시죠 흠흠!"
오랜만에 들려오는 언어.
반가워서 그만 모국어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래도 기본기는 있는 모양이군.'
잔뜩 꼬투리를 잡아줄 생각이었다.
일본어를 들으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빠득!
하지만 이 정도로 사라질 악연이 아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이가 갈린다.
"죄송한데 저희가 자리가 없어서……. 줄을 서주셔야 하거든요."
"촬영을 나왔습니다만."
"먼저 기다리시는 손님들이 많으셔 가지고……."
마치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자신과 입구 직원의 실랑이를 지켜보고 있다.
부스 안에서 말이다.
증오스러운 그 녀석이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코노야로……! 처음부터 우릴 엿 맥이려고.'
계획적인 것이다.
저놈이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삔또가 상해서 돌아가려던 찰나에.
"야, 비켜."
"네?"
"아이고~ 선생님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저희가 바로 자리 마련하겠습니다."
"흠! 흠! 한 시가 바쁜 게 촬영이거늘."
"저희가 강제로 비켜 달라고 할 수는 없어서 헤헤. 명망 높은 선생님이라면 양해해 주시겠죠?"
갑자기 얼굴이 일변한다.
아주 싹싹한 태도로 자신에게 '부탁'을 해오고 있다.
'이 자식이 양심이라는 게 남아있는 녀석이었나?'
작년과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교이쿠도 조금은 누그러진 태도로 생각을 한다.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 미개한 녀석이었던 것.
"그 정도야 뭐 기다려주지."
"아 자리 나왔습니다 선생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겨우 30초……."
"선생님의 시간을 30초나 빼앗은 건 미식의 발전을 30초 지연시킨 것이나 다름없죠~."
"흠! 흠! 뭘 좀 아는구만."
실제로 미식 방송이 흥행한 건 최근 1년 사이다.
그전에는 확실히 전국구 스타는 아니었다.
'드디어 주제 파악을 하는 모양이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을 만큼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자문을 맡은 기업도 많다.
자신 없이는 요식업 산업이 굴러가지 않을 지경이다.
"이 집 메뉴는 뭔가?"
"저희가 라멘을 메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라멘~? 라멘에는 내가 좀 깐깐한데 말이지."
그렇다고 봐주는 것은 없다.
아니, 한국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의 명예를 걸고 깐깐하게 평가한다.
'이 몸이 얼마나 위대한지. 제대로 느끼게 해줘야지.'
작년은 너무 방심했다.
그도 그럴게 대학 축제 주점이다.
학생이 숙성육을, 그것도 경산우를 썼으리라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포커싱이 다르기도 했다.
경쟁자인 천종원을 깎아내릴 만한 발언을 방송에 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라멘 나왔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돈코츠 베이스입니다."
"와~ 본격적이네요! 선생님 근데 돈코츠가 뭐에요?"
"그것도 몰라?"
지금은 다르다.
요리 하나만을 본다면 실수할 리가 없다.
'확실히 실력이 없는 학생은 아니야.'
물론 속단은 금물.
자신이 실수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학생 수준이 아닌 지식을 가지고 있다.
후루룩~!
하지만 일식은 자신의 전문 분야다.
이 신의 혀가 사소한 잡맛까지 전부 잡아낼 것이다.
"선생님! 이거 맛이……."
"뭔가 잡아냈나?"
"맛있네요!"
"……."
리액셤 담당으로 데리고 있는 뚠뚠.
정말 미식의 재(才)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서포터가 부족하니 나의 부담이 커지는군.'
뚠뚠도, 수십 명의 스태프도, 그것을 편집하는 직원들도 자신 덕분에 유지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기둥이다.
시청자들은 자신을 보고 온다.
진정한 미식을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
교이쿠상은 부지런히 신의 혀를 움직인다.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그렇게 느껴질 만도 하군요."
"그렇다면 역시 선생님께는 부족했을까요?"
"흠! 흠! 나쁘진 않은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찾아낸다.
이 라멘에 숨겨진 비밀.
확실히 평범한 레시피는 아니다.
육수는 확실히 돈코츠 베이스다.
하지만 그것말고도 이 안에는 무언가가 있다.
"이 진한 맛은……, 세아부라를 썼군요."
"맞습니다! 역시 바로 알아차리시네요 선생님!"
"세아부라가 뭐에요?"
돼지 등 비계를 뭉근하게 끓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꽤 대중적으로 쓰이는 식재료다.
한국에서는 이름을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
그것을 쓴 것 보면 실력은 있다.
"그리고 간장……, 일본 간장을 쓴 건가요?"
"크~! 역시 교이쿠 선생님의 혀는 속일 수가 없네요."
"신의 혀를 속일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보인다.
일본 간장, 간 마늘, 눈에 보이는 토핑은 일일이 열거할 것도 없다.
'시판용 국물맛은 아니야. 그렇다면 직접 우린 거겠지.'
영업이익률을 봐도 그것이 이득이다.
대학 축제라면 인건비를 생각 안 할 만도 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혀가 그렇게 말한다.
시판용으로 쓰이는 그 밋밋한 맛이 아니다.
"제법 괜찮은 라멘입니다. 한국에서 파는 것 치고는."
"그럼 선생님!"
"본고장인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은 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학생들 치고 제법 노력했을 것이다.
과거의 악감정과 별개로 인정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띄워줄 생각은 없지만.'
괘씸해서라도 말이다.
이 가게가 흥행하는 꼴을 두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돼지뼈를 충분히 고으진 못한 모양이군요."
"아, 그게…….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임기응변으로 일본 간장을 섞어 맛을 더했겠지요. 속이 빤히 보이는 잔재주입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허를 찔러도 제대로 찌른 모양.
기고만장하던 녀석이 꼴 좋다.
마지막은 조금 좋은 말을 해줘도 될 것이다.
"어떤 요식업 전문가라면 몰라도 저 교이쿠는 한 명의 미식가로서 용납할 수가 없는 방식입니다. 미숙하군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정진, 또 정진하도록."
"아~ 정진이요?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선생님!"
맛집의 정체를 시청자들의 앞에 까발리며 말이다.
교이쿠가 도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배움을 받은 학생이 그의 뒤를 배웅한다.
그렇게 훈훈하게 방송이 마무리되어가는 듯했는데.
"스태프님."
"네?"
"잠깐 드릴 말씀이……."
본방에서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