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5
이랏샤이마세!
"산토리잖아!"
"이게 산토리 아니었어?"
ETSD.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난리가 나고 있다.
남대문에서 술을 사왔다.
분명 산토리가 붙은 것들이었는데.
『산토리 XO』
『산토리 VSOP』
『산토리 로얄』
『산토리 ???』
상상하던 것과 맛이 다르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손님들이 하이볼 이상하다고……."
"우리도 이상해!"
"이거 진짜 산토리 맞아?"
손님들의 악평.
유준도 이해가 간다.
직접 마셔봐도 맛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오래된 귀한 술이라며 그렇게 입을 털어 놓고!'
상점 주인曰.
분명 그렇게 말했다.
당시만 해도 좋은 술을 싸게 샀다며 좋아했다.
<대형마트에서 4만 원쯤 하죠? 저희가 3만 5천 원……, 아니 3만 2천 원에 드리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학생들 흐흐.>
학생이라며 깎아주기까지 했다.
현금으로 결제를 한다는 게 다소 걸리긴 했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원래 그렇게 하니까.'
그래서 싸게 사는 거라며 위안도 삼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조차 상술이었다.
싸게 파는 척.
사실은 안 좋은 술을 떠넘긴 게 아닌지 의심이 안 들 수가 없다.
"이건 본 적 있어! 지혜가 사진 보내줬어!"
"걔네도 사온 거야?"
"이렇게 생긴 건 그래도 제대로 된 건가 보네……. 이거라도 팔자."
그 의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래도 맛이 괜찮다고 하는 모양의 술병을 땄는데.
'무슨 냄새지?'
이상한 냄새가 난다.
양주의 특징.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직관적으로 불쾌하다.
"뭐야, 이건?"
"이것도 꽝인가 본데."
"이건 분명 괜찮은 술이라며!"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같은 술인데 맛이 다르다.
"이 도자기에 든 건 뭐야?"
"예뻐서 사왔어."
"퉤퉤퉤! 쇠 냄새 나잖아!"
요상한 술들도 있다.
예쁜 도자기에 담겨있지만 맛은 이상하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미친!'
살 때는 오래되고 귀한 술이라고만 생각해서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불량품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10박스가 넘게 사온 술들.
그중에서 쓸만한 것을 추려내자 10%도 채 되지 않는다.
"이거 어떡하지? 팔지도 못하고."
"어떡하긴! 당장 가서 환불 받아 와야지 썅!!"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유준은 부원들과 함께 차를 몰고 남대문으로 향한다.
단단히 따져줄 것이다.
덤탱이를 쓴 술들도 모조리 환불을 받아올 작정이었는데.
"현금 거래라 영수증이 없는데 어떻게 환불이 가능해요 손님~."
아주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준다.
아침과는 180도 다른 표정으로.
"아니, 여기서 산 거 맞으니까……."
"그걸 어떻게 증명하실 건데요?"
"여기서 산 거 맞잖아요! 당신이 팔았잖아!!"
음흉하다.
뱀이 기어가는 듯한 불쾌감이 엄습한다.
이런 인간인 줄 알았다면 결코 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새끼가 날 엿으로 보나…….'
때늦은 후회.
이미 다 돈을 지불해 놓고 말을 해봤자 들어줄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그랬던 거 맞잖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손님~ 손님이 산 술이 저희가 판 술인지 알 수가 없어서 그렇죠. 영수증을 보여주시던가."
"영수증을 안 받았다고!!"
한두 번을 쳐온 게 아니다.
애시당초 팔기 전부터 이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덕분에 악성재고 싹 처리했지 흐흐.'
호구를 제대로 잡았다.
창고에서 묵혀두는 안 좋은 술들을 이런 호구에게 넘기고 있다.
당한 놈이 잘못.
아직 어려서 세상의 이치를 모른다면 깨닫게 만들면 될 뿐이다.
"무슨 일이야!"
"행패 부리는 놈이 있어?"
"여기서 감히 행패를 부린다니 간도 크네."
근처 상점의 상인들이 온다.
물건을 옮기던 아저씨들도 하나둘 멈춰 선다.
'어? 어?'
유준과 일행.
당황할 수밖에 없다.
성인 남자 셋이라고 방심할 상황이 아니다.
그들의 눈빛은 일반인과 다르다.
싸움 깨나 하는 일진들에게도 느껴본 적이 없는 공포가 엄습한다.
꿀꺽!
천사의 섬이 떠오른다.
이 좁은 지하 상가 내부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는 건 아닌지.
뚜벅! 뚜벅!
긴장한 유준 일행의 앞에 브라더 상회의 주인이 다가온다.
씨익 웃으며 입장이 역전되었음을 알려준다.
"손님, 맞을래요?"
그곳은 던전이었다.
* * *
장사는 성황 리에 진행된다.
"이랏샤이마세!"
"와 이자카야다!"
"SNS에서 봤는데 저기 맛집이래."
너무 잘돼서 곤란할 정도로.
충분히 잘됐던 어제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몰려오고 있다.
「김지민」
1일 전。
#한국대#대동제
[한국대 이자카야 사진.jpg]
오모시로이한 대학 주점이 있다 ㄷㄷ
「커피한잔」
1일 전。
#한국대#대동제#교이쿠상#보고있나
작년에 큐브 스테이크 팔던 곳!
올해에는 이자카야 하고 있네요
학생들 수준이 ㅎㄷㄷ
「중계동맛잘알」
1일 전。
#한국대#대동제#이자카야
[한국대 이자카야 라멘.jpg]
여기가 그 난리난 맛집?
맛있네요 ㅎㅎ
유명세를 탔기 때문.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의 그 집이 또 기행을 펼치고 있다고.
'그만큼 부담도 따르는데.'
원래 1편이 흥하면 2편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기대감 때문에라도 말이다.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해낸다면 더 크게 흥행한다.
「맛의 달인」
1일 전。
#한국대#대동제#이자카야
면 ★★★☆☆
고명 ★★★☆☆
국물 ★★★★★
총점 4점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학생들이 하는 거라 기대 안 했는데……
면은 시판용 생면 같고
고명은 흉내를 낸 수준이긴 하지만
국물은 정성 들여 우려냈다는 게 느껴지네요
일식 동아리의 진심의 느껴지는 한 그릇이었습니다~
└평가가 너무 후하신 거 아닌가요 ㅎㄷㄷ
맛의 달인− 미식가 경력 20년 제 혀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실례지만 그쪽은 먹어보고 말하시는지?
└역시 맛의 달인님! 근처라서 먹어봤는데 학생들이 한 가닥 하더라구요
└주식 동아리입니다만……
2차 파급.
화제가 되자 인플루언서들이 몰려온다.
유튜버, 블로거, 트짹이들이 알아서 홍보를 해준다.
'그래, 맛있거든.'
맛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각인된 MSG는 뇌가 거부할 수가 없다.
SNS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난다.
그렇게 선순환을 이루며 번창하고 있지만.
"그래도 작년만큼 몰려들지는 않네요."
"그때는 내 진심 스테이크였으니까."
"지금은요?"
"돈."
메뉴 때문이다.
포장해 가는 손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테이블을 기다렸다가 먹는다.
라멘을 서서 먹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큐브 스테이크에 비해 회전율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지.'
장사는 몇 인분 팔았냐가 전부가 아니다.
혜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뛰어온다.
"오빠!"
"응?"
"어제 1일차 끝나고 정산을 해봤는데요."
"해봤는데?"
"매상이 좀……, 이상해요."
매상.
비단 한국대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 축제 주점은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적자만 안 보면 다행일 정도로.'
인건비가 무료인 덕분에 그나마 굴러간다.
그런 대학 축제에서는 보기 드문 상황이다.
"1일차 순이익만 1000만 원이 넘게 찍혔어요."
"음."
"매출은 오히려 작년이 더 많았던 거 같은데."
"영업이익률이 높았던 거야?"
마진이 거의 70~80%씩 남는다.
세금도 없고, 인건비도 없으니 고스란히 순이익이다.
'프리미엄 장사를 한 덕분이지.'
이자카야라는 이미지.
손님들이 흔쾌히 더 많은 돈을 지불해준다.
똑같이 팔아도 더 많이 남는다.
음식 장사는 마진이 정말 중요하다.
"약간 재무제표 보는 것 같아서 재밌네요."
"음식점도 기업이니까."
"오."
"코스닥 개잡주보다 강남 갈비집의 영업이익이 더 많을 걸?"
"그건 좀 그렇네요."
실제 기업에서도 말이다.
소라의 말대로 재무제표에서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영업이익률.
단순히 매출이 수조 원씩 찍힌다고 샀다간 피 보는 일이 생긴다.
'원자재 가격이 조금만 흔들려도 박살이 나거든.'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를 남기는지도 중요하다.
그것을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다.
"실제 장사에서는 이렇게 못 남겨."
"그렇겠죠. 인건비도 있고……."
"그래서 최대한 불법을 저질러서 돈 나올 구멍을 만들어둬야 하지."
"야."
실제 현실 또한.
동전의 앞면과 뒷면.
요식업은 겉으로 보이는 면에서만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다.
'아무리 부정을 해도.'
확실히 존재한다.
이 뒷면의 존재를 파악하지 않으면 기업의 실체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조금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소라에게도, 동아리원들에게도 유익했을 텐데.
"우리 남는 거 하나도 없어!"
"아, 진짜……."
"누구 때문에 생고생만 했네."
"나 혼자 샀냐고 술을?!"
그렇지 못한 동아리도 있었다.
옆 부스는 재고 관리를 실패해서 싸움이 일어난 모양이다.
'안 그래도 영업이익률이 낮은데.'
해물파전.
5천 원에 팔아봤자 남는 게 없다.
술 팔아서 간신히 돈을 땡기는 식이다.
그 피 같은 돈을 실수로 잃어버렸다니?
동아리원들이 허탈해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나마 유력한 경쟁자였는데."
"옆집은 경쟁자처럼 보이는 법이지."
"이러면 또 촬영 온단 말이에요. 알고 있어요?"
그만큼 우리 부스에 사람이 더 몰려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소한 부작용이 따른다.
'교이쿠상이라.'
바로 내일.
3일차에는 방송 촬영이 온다.
작년에 다소 악연이 있었던 사람이 맡은 프로그램이다.
무시를 하고 지나칠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방송사 입장에서 봐도 달리 찍을 곳이 없다.
"저번처럼 또 한 방 먹이게요?"
"아니지."
"그럼요?"
"이용을 해야지."
"?"
자신을 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를 높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