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02화 (202/450)

EP.202

이자카야

이자카야.

일본에서 많이 보이는 음식점의 형태다.

"어서오세요!"

"이자카야입니다! 라멘 드시고 가세요!"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흔하다.

음식점 선택지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꼽힐 만큼.

"이자카야?"

"무슨 이자카야가 있네……."

"심지어 학생들이 운영하는 데야!"

하지만 그것을 대학 축제에서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전문 식당으로 분류되기 때문인데.

타악!

그것이 이루어지고 있다.

빨간 천막과 일본식 등이 달려있는 그곳은 정말 이자카야다.

내놓는 메뉴도 그럴 듯하다.

점원이 손님의 테이블에 라멘을 내려놓는다.

"오~ 진짜 라멘인데?"

"라멘 냄새 확 나!"

"맛이 중요하지."

후루룩~! 면발을 삼킨 손님의 표정이 밝다.

그 무엇보다 신빙성 있는 증거다.

꿀꺽!

그것을 본 행인들.

한 명, 두 명 이자카야로 끌리자 어느새 긴 줄이 만들어진다.

"봐봐. 별 거 없다니까."

"그러게요."

"라멘 만드는 게 얼마나 쉬운데."

"너무 쉬워서 죄책감이 들 정도지만."

"크흠!"

단 하루밖에 없었던 시간.

부원들이 이곳저곳 동분서주하게 뛰어다니며 이루어냈다.

외관을 이자카야처럼 꾸몄다.

그런 느낌의 포장마차지만 손님들은 만족하고 있다.

'맛도.'

웬만한 이자카야, 아니 라멘집에 필적한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소라는 입을 댓발 내밀고 있다.

어제의 승부에 승복하지 못하는 것에 더해.

"까놓고 말해서 사기잖아요."

"대체 뭐가?"

"인스턴트 라멘을 라멘이라고 팔고 있는 게!"

라멘.

확실히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인스턴트지.'

봉지 라면 말이다.

뒷면에 쓰여있는 조리 순서대로 끓이기만 하면 완성된다.

"맛있게 먹고 가요~!"

"너무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혹시 비법이 뭐에요? 학생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

"비법은 비밀입니다."

"역시 맛집은 비밀이 많구나……."

보증된 맛을 선사한다.

음식점을 나온 손님들이 감탄을 내뱉을 만도 하다.

'뭐, 어때 맛만 좋으면 됐지.';

실제로 맛이 있다.

일본의 인스턴트 라멘은 퀄리티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한국 라멘집의 95% 정도는 싸대기를 날린다.

이렇게 고명까지 제대로 얹어주면.

탁! 탁! 탁!

대파와 목이버섯.

냉동수육까지 구워서 올려준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라멘이 탄생한다.

"그럴 듯하잖아."

"겉보기만 그런 거잖아요?"

"맛도 그럴 듯한데?"

"그, 그렇긴 하지만……."

불만.

소라는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마치 내가 반칙이라도 한 것처럼.

'실전에 반칙이 어딨어.'

요식업은 돈만 벌면 되는 장사다.

법과 규제만 아슬아슬하게 잘 준수하면 말이다.

"그래도 인스턴트는 좀."

"김밥천국에서 신라면 끓여주는 건 되고 이건 안되나?"

"……."

"그치?"

실제로 많이들 하는 일이다.

상당수의 음식점이 기성품을 재가공해서 판매한다.

어떤 음식점은 맛있다고 느낀다.

어떤 음식점은 성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니가 손님으로서 이 라멘을 먹었다면 맛없다고 생각했을까?"

"맛있어요."

"먹고 싶지?"

"배고파요."

배신을 당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신을 다하는 것이 일상이면서 말이다.

'결국은 맛만 있으면 돼.'

셰프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모펀드 출신의 경영자.

경영 효율을 극한까지 추구한다.

그리고 그 효율에는 맛도 포함돼있다.

타악!

면은 제대로 생면을 쓰고 있다.

조미료를 써서 부가적인 맛도 더한다.

그렇게 라멘이 중심을 잡아준다.

공산품을 쓴 다른 음식들도 그럴 듯해 보인다.

『한국대 이자카야』

돈코츠 라멘 7,000원

명란구이 5,000원

오뎅나베 10,000원

야끼교자 (小/大) 5,000원

'이자카야'가 완성된다.

공산품을 쓴 음식이다 보니 조리 방법이 단순하다.

치이익……!

명란젓.

대충 구워서 자르기만 하면 된다.

치이익……!

교자.

자를 필요도 없다.

보글보글!

오뎅나베.

대파랑 쑥갓, 고추을 넣어야 돼서 가장 번거롭다.

"오뎅탕이 오뎅나베가 됐을 뿐인데 가격이 2배가 되지."

"진짜 돈 벌기 쉽네요."

"쉽다고? 정말 그런 거 같아?"

"우……."

간단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

그것을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게 장사야.'

이자카야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환상을 가진 것에 흔쾌히 돈을 지불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짜지만."

"어지간히 인정하기 싫구나."

"장사 수완은 대단하네요."

"그렇지."

제대로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은 채.

요식업은 그렇게 돈을 버는 산업이다.

'사실은 별 차이도 없는데.'

같은 노력.

기왕이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것을 해내는 것이 CEO의 능력이다.

"장사 엄청 잘돼요! 재고 떨어질까 봐 애들 미리 마트에 보냈어요. 예상보다 훨씬 잘 팔릴 것 같아서."

"당연하지.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건데."

"근데 술은 어떡하죠?"

"음."

혜리가 헐레벌떡 달려와 성과를 보고한다.

영업을 시작하기 무섭게 손님들이 몰려와 북적거린다.

계획대로 완벽하다.

작년이 스테이크 하나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음식점을 하나 차렸다.

'음식점을.'

이자카야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다.

오히려 메인이 되는 건 음식이 아닌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메뉴가 분식집스러울 뿐.

한국에서도 유명한 이야기다.

이자카야에 가면 하이볼을 마셔야 한다고.

"어딜 가도 산토리가 없대요. 대형마트들 전부 둘러봤는데."

"그럴 수도 있지."

"뭐가 그럴 수도 있어요! 하이볼 팔아야 하잖아요 이자카야는."

주점의 컨셉으로 채택한 이유.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자카야는 술을 마시기 좋다.

'하이볼이 많이 팔리지.'

특히 산토리의 가쿠빈이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이미지 마케팅이 아주 잘돼있다.

일본에서는 소주와 비교되는 싸구려 술.

4배나 마진을 붙여서 판다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나 마진이 높아요?"

"그래."

"와, 4배면 좀……."

"선배처럼 양심 없네요."

"고급화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걸 또 사먹는다.

왜 바가지를 쓰고 사먹지?

그것이 남 일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요식업이야.'

요식업의 본질.

얼마나 잘 사기를 치냐에 달렸다.

아니, 손님만 행복하면 만사 오케이다.

"그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자카야는 역시 하이볼이잖아요?"

"맞지."

"저희 3시부터는 술 팔아야 된단 말이에요. 어떡해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자카야는 확실히 술이 있어야 완성이 된다.

'주류가 가장 많이 남겨먹는 부분이기도 하고.'

대학 축제.

다들 술 마시러 온다.

그 술이 빠져서야 섭할 노릇이다.

"괜찮아."

"안 괜찮은데요. 이제 곧 3시인데."

"곧 있으면 올 거니까."

"뭐가요?"

이자카야라는 컨셉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혜리의 걱정은 분명 옳다.

1. 상권의 활용.

2. 마진의 극대화

3. 프리미엄 마케팅

이 세 가지를 얼마나 잘 활용하냐에 달렸다.

그리고 숨겨진 네 번째 것이 바로.

터억!

슬슬 도착한다.

이자카야를 하고 있는 우리 부스 앞에 수상쩍은 택배들이 쌓인다.

"이찬욱씨~!"

"네, 접니다."

"본인 맞으시죠? 확인 좀 부탁드릴게요."

내가 시킨 것이다.

흔히 주류는 배달이 안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것은 앞면의 상식이고.'

요식업 관계자라면 뒷면을 파악해야 한다.

진짜 마진은 거기서 나오는 법이니까.

* * *

ETSD.

매년 한국대 축제에서 매상 1위를 지켜오던 동아리다.

"해물파전 2개!"

"치즈김치전 하나!"

"야 서비스 오뎅탕 언제 나오냐는데?"

그 비결은 해물파전에 있다.

선배들이 남긴 레시피와 원가 절감의 노하우.

웬만한 음식점 수준이라며 호평을 받는다.

단골 고객도 다수 확보했는데.

"잘 먹었어요."

"맛있네요 학생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저긴 이자카야 한다는데?"

"아~ 거기 갈 걸."

"……."

생태계 파괴자가 들어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 이자카야야!'

무슨 먹자골목이 아니다.

어느 대학교에서나 하는 학생들의 축제 대동제다.

수준이 높을 수가 없다.

요리 공방처럼 작품을 하나 내놓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돌고 왔어?"

"어."

"경쟁자라 할 법한 부스는……."

"없지! 저 새끼들 뿐이야."

한국대에도 있다.

호텔조리학과 식품영양학과 등.

요리를 잘할 법한 학과가 존재한다.

동아리까지 따지면 더 많다.

셰프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학생들이 말이다.

'쟤네만 이상해.'

하지만 장사는 다르다.

조리 효율성, 원과율 관리 기타 등등.

신경 쓰지 못하면 매상을 낼 수가 없다.

ETSD가 매상 1등을 해온 이유다.

적당히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파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와……, 줄이."

"벌써 저렇게 섰네."

"SNS에서도 떠들썩하대. 작년에 큐브 스테이크 팔던 곳이 이자카야 차렸다고."

진짜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판다.

그것도 이자카야라는 고급스러운 컨셉을 가지고 말이다.

'진짜 미친 새끼…….'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상상도 안 간다.

스케일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 상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유준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한다.

"쟤네 술 없어!"

"확실해?"

"100%야. 이게 틀리면 틀린 정보 말한 지혜련 족쳐 놔야지."

바로 술 때문이다.

주점은 결국 술을 팔기 위해 있다.

손님들도 술을 마시기 위해 찾아온다.

'마진도 가장 많이 남고.'

자신의 여자친구인 주하가 경사스러운 소식을 들고 온다.

주식 동아리 애들이 결국 산토리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들이 물량을 매점매석했기 때문.

하이볼을 팔지 못하는 이자카야는 팥 없는 단무지 없는 김밥, 팥 없는 붕어빵이다.

"하이볼 마케팅 할까?"

"홍보 현수막이랑 프린트도 준비해뒀어. 설치하고 뿌리기만 하면 돼."

"역시 내 여친!"

그리고 자신들은 있다.

하이볼 없는 이자카야에 실망한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든다.

홍보는 그 과정을 수월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복수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와 이자카야다!"

"저기도 산토리 하이볼 판다는데?"

""???""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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