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01화 (201/450)

EP.201

이자카야

축제.

사람을 흥분시키는 두 글자다.

'"축제에 오면 평소랑 다른 음식을 먹고 싶지."

"그렇긴……,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 음식점을 가듯이 공복으로 오지 않지."

"아!"

같은 케이스를 적용할 수 없다.

축제에는 축제 특화형의 요식업이 존재한다.

'대충 두 가지.'

평소에는 먹지 않는 음식.

그리고 맛이 강한 것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육개장을 끓인 거에요?"

"음."

"조미료를 넣고."

승부에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소라가 여전히 볼을 부풀린 채 앉아있다.

'가슴도 크고 볼도 크네.'

빵빵한 것에 재능이 넘친다.

아무래도 보여줘야 납득을 할 모양이다.

타악!

내가 넣은 조미료.

모모야 라유, 모모야 세아부라, 그리고 발사믹 식초를 꺼낸다.

"앞에 두 개는 뭔지도 모르겠네요."

"대충 일본 오뚜○라고 생각하면 돼."

여러가지 조미료를 만드는 회사다.

다만, 퀄리티라는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정말 넣기만 해도 맛있어지는 마술이 일어나지.'

고추기름과 튀긴 마늘이 들어가있다.

세아부라는 돈코츠 라멘에 떠있는 돼지기름이다.

발사믹 식초는 리조또를 만들었을 때 쓴 것.

숙성이 오래된 것으로 감칠맛이 뛰어나다.

"반칙 아니에요? 저는 레시피 엄청 연구해서 만들어왔는데."

"좋은 조미료를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다 이 말이야."

"개씨발."

그래서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지구본에서 보면 엄지손가락만도 못한 크기의 나라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더욱.'

규제를 엄청나게 받고 있다.

해외의 정보를 모르는 국민들이 대다수다.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 중 하나다.

"저희도."

"응?'

"저희도 먹어보면 안될까요?"

"라면 끓여주세요 선배니임~!"

요식업자라면 더더욱.

수많은 조리 기술들을 조합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뽑아낸다.

'손 많이 가는 건 집에서 만드는 거야.'

박리다매.

정성을 들이던, 들이지 않던 손님은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만족한다.

보글보글!

조미료를 넣은 라면을 끓여준다.

조미료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

"너무 맛있다!"

"면발 끝내줘!"

"제, 제발 한 그릇만 더……."

부원들이 허겁지겁 먹어 치운다.

마치 요리○ 비룡.

전복 스프 에피소드처럼 애들이 못 먹어서 안달이다.

'맛있거든.'

라면은 딱 하나다.

냄새로 유혹하고, 맛있게 먹게 만드는 것이 전부다.

"파기름인지 뭔지 그런 건 SNS 감성이고."

"우……."

"어떤 음식이던 소비자가 사먹게 하기만 하면 끝이야."

라면 대결을 완승한다.

삐진 소라만이 틱틱대며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라면집만 차려도 충분하긴 하지.'

겨우 대학 축제.

평정하는 것은 어린 아이 손목 비틀기보다 더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만족할 리 없다.

이래 봬도 나는 요식업에 진심인 사람이다.

"이거 축제에서 팔 거에요?"

"난 이거 파는 거 찬성!"

"아니."

""???""

기본이다.

조금 특별한 라면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내가 기본 할 짬이냐고.'

그 이상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지금 당장도 얼마든지 말이다.

"시간 얼마 없는데."

"이미 분식점 느낌의 물품으로 다 시켰는데요?"

"충분히 맛있잖아요!"

"떡볶이……."

부원들의 의견.

모르는 건 아니다.

바로 내일 축제가 시작된다.

여러가지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적만 바꾸면 돼."

"네?"

"드디어 매국노가 되기로 한 거에요?"

"……."

일본의 분식점.

이자카야 말이다.

* * *

경제학과 최대 동아리.

'후우…….'

그것은 ETSD를 일컫는 말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런 것이 사실이다.

학과 동아리는 가입하는 것이 필수.

경제학과는 매년 수백 명이 들어온다.

"야 니들 빨리빨리 안 해?"

"하고 있어요."

"작업이 진척이 안되잖아. 진척이!"

"인원이 부족한 걸 어떡해요."

"신입생이 적어서."

"……."

들어만 오고 출석을 안 한다.

사실상의 유령 부원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 대동제 때문.

당시 일어난 사건의 여파는 여전히 내상이 크다.

'씨발.'

동아리 부장인 차유준.

그날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처음으로 매상 1위에서 밀려났다.

흑역사 그 자체다.

동아리 내부 분열이 생기며 다수의 탈퇴자까지 나왔다.

"일을 시킬 애들이 없어. 불러도 안 오고."

"하……."

"여행 갈 때는 쫄래쫄래 따라오던 놈들이."

동아리 활동비도 크게 줄었다.

원래의 반토막 수준이다 보니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ETSD의 주된 활동.

경제 탐구라는 핑계를 대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새끼들이 동아리를 놀러 오나.'

더 이상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할 수 없다.

부원들의 부비로 충당하는 비율이 늘어났다.

그것이 탈퇴로 이어진다.

악순환.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오빠!"

이번 대동제에서 매출을 내는 것.

눈엣가시 같은 주식 동아리를 꺾고 말이다.

복수를 다짐한 것은 유준만이 아니다.

여자친구인 주하도 칼을 갈고 있다.

"왜 또 뭔가 알아온 거 있어?"

"걔네 분식점 안 한대!"

"뭐? 분식점 하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막판에 뒤집었나 봐. 그 새끼가 주도해서."

"그 또라이 자식이……."

주식 동아리에 첩자를 심어두었다.

주하의 친구가 내부의 정보를 알려준다.

'이번엔 또 어떤 짓을 하려고 하는데.'

분식집을 한다는 사실.

그것을 전해 들은 유준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퀄리티가 높아도 분식집은 분식집이다.

『한국대 파전집♪』

해물파전 5,000냥

치즈김치전 5,000냥

쇠고기육전 5,000냥

골뱅이무침 10,000냥

얼큰한 오뎅탕 3,000냥

(1만 원 이상 주문 시 오뎅탕 서비스!)

자신들은 파전집.

작년과 달리 따라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신들의 장점을 백분 살린다.

여전히 다수의 부원을 보유하고 있다.

매상 1위를 하며 다져온 노하우도 죽지 않았다.

ETSD의 18번인 해물파전으로 단골 손님들을 지킨다.

메뉴가 겹치는 오뎅탕은 서비스로 내주면서.

'손님을 빼앗을 계획이었는데.'

그 모든 계획이 뒤틀린 것이다.

지금도 찢어 죽이고 싶은 찬욱 때문에 말이다.

"이자카야를 한다는 거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이자카야?"

"이자카야를 한다고?!"

"여기 대학 축제인데……, 그게 말이 돼?"

갑작스레 예정이 달라졌다.

그동안 해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

그만큼 문화 충격이었다.

주식 동아리에서 만든 큐브 스테이크는 말이다.

웬만한 레스토랑에서나 팔 법한 퀄리티.

그런데 가격은 겨우 5,000원에 지나지 않다.

꿀꺽!

지금도 맛이 생각 날 지경이다.

찢어 죽이고 싶은 것과 별개로 맛은 인정한다.

매상을 인정 받은 것 보면 꼼수를 쓴 것도 아니다.

지금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어떡하지? 진짜 이자카야 같은 걸 해버리면……."

"못 이기는데?"

"GG!"

"GG선이 없어."

미지의 상대.

흉내 낼 수 없는 실력.

동아리원들이 벌써부터 겁을 먹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짜악!

동아리장인 유준조차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주하가 박수를 치며 부원들의 이목을 모은다.

'그 연놈들 찢어 죽이고 싶은 건 내가 더 하거든?'

원한을 가진 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작년 대동제 이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뀌었다.

ETSD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학과 내에서도 혜리와 소라를 따르는 애들이 많아졌다.

"제가 그것만 알아온 줄 알아요?"

"어?"

"뭔가……, 있어?"

"아니, 있어도 그 괴물을 어떻게 이겨!"

조리를 총괄하고 있는 명훈이 벌벌 떤다.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이 있는 그이기에 안다.

'그 사람은 우리 같은 학생들과는 레벨이 달라!'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요리의 수준도, 장사꾼으로서의 숙련도도 차원이 다르다.

분명 잘할 것이다.

자신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기상천외한 짓거리를 할 텐데.

'그 새끼가 아무리 조리 실력이 좋아도.'

주하도 그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확실히 요리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외 분야.

지금 자신이 말하려는 이것은 재료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

""하이볼?!""

"아, 그러네……."

"이자카야에서는 하이볼 팔지."

"맞아! 하이볼 마시려고 가는 거잖아!"

아니, 구할 수도 없다.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하이볼 만들려면 산토리가 있어야 되잖아?'

그것이 상식.

주하는 이자카야에 가서 물어본 적이 있다.

<오빠, 이거 어떻게 만들어요?>

<하이볼? 산토리 가쿠빈이라는 위스키에 토닉을 타는 건데…….>

꼭 필요한 술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 데서나 팔지 않는다.

"내가 직접 확인한 건데 이게 귀해서 주류상들이 잘 납품을 안 해준대."

"그래?"

"그럼 애초에 못 만드는 거잖아 우리는."

"아니야. 나 마트에서 본 적 있어!"

주류상을 통한 구매가 불가능하다.

즉, 남은 방법은 마트에서 사는 것 뿐이고.

'우리가 그걸 싹쓸이하면 되지.'

근처 대형마트를 전부 돌면서 말이다.

그렇게 되면 녀석들은 구할 수 없다.

'술'은 통신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

그리고 남은 시간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그러네!"

"술이 없으면 하이볼도 못 만들지."

"이 자식들 괜히 가게 컨셉 바꿨다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가게 되는 거지 호호!"

거리가 닿는 대형마트들.

샅샅이 수색하여 주식 동아리 놈들이 헛걸음을 하게 만든다.

남는 산토리들은 환불을 하면 된다.

축제가 끝난 후에 아주 여유롭게 말이다.

'세상에. 그런 방법이…….'

자신의 여자친구지만 정말 악마 같은 아이디어다.

유준의 얼굴이 환희로 차오른다.

그만큼 중요하다.

녀석들을 이기는 것.

그리고 ETSD를 경제학과 최고의 동아리로 돌려 놓는 것은.

자신의 대에서 동아리가 끝날 수는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식 동아리에게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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