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6
닭과 달걀
백제젠의 주주들.
이번 펙시곤의 임상 실패로 최소 60%의 손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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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젠』
12,550원 ▲38,250원 (−75.30%)
[최고점이 단두대가 되어버린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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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나마 손절을 한 게 현명하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백제젠을 살려라!"
""살려라! 살려라!""
"개미 목숨 살려내라!"
""살려내라! 살려내라!""
분노가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투자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일 만도 하지만.
'어휴, 개돼지들.'
아이러니하게도 백제젠과는 무관한 곳이었다.
시위 장소는 한국거래소 앞이다.
시위를 하는 수많은 투자자들.
그렇게 난리가 나니 취재 차량도 도착해있다.
"백제젠의 임상 실패 여파가 투자자들의 분통을 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거래소 앞은 백제젠의 상장 폐지를 막아 달라는 개인 투자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임상 실패 여파는 치명적이다.
단순히 기대감이 박살 난 걸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회사의 존립 위기.
기술특례 기업은 5년 안에 매출을 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다른 문제도 있고.'
펙시곤이 실패할 거란 사실.
회사 경영진이 몰랐을 리가 없다.
누구보다 불안에 떨고 있었을 테니까.
스톡옵션을 미리 처분했다.
주가가 한창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을 때 앞다투어 물량을 던졌다.
내부자 거래 의혹을 받게 된다.
그것이 증명되면 정말로 상장 폐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 다 죽습니다! 상장 폐지 되면 수만 명의 개미들이 피눈물 흘리는 거에요!"
"내부자 거래 의혹이 있는 임원들에 대해서도 중징계가 이루어져야겠죠?"
"아이구, 큰일 날 소리! 우리 문태환 대표님이 그러셨을 리가 없어요!"
"???"
입장이 바뀐다.
오히려 주주들이 썩은 내가 풀풀 나는 임원들을 감싸고 도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돈 빌렸을 때도 그러잖아.'
적은 금액은 빌려준 쪽이 갑이다.
큰 금액이 돼버리면 빌린 쪽이 갑이 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돈을 못 받을 수가 있기 때문.
백제젠이 정의구현 당하면 개미 투자자들은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시위를 하고 있더라고요."
"아~ 시위요. 주주분들이 마음 고생이 심하겠네요."
"멍청하죠."
"……."
−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액셀을 그냥 밟아버리시네요 ㅎㅎ
−그게 지금 할 소리입니까? 백제젠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고 가족들은 굶고 있는데!
−개잡주 투자하는 아버지라……
웃픈 현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을 말하기 위해 방송을 또 찾은 것이다.
'세상은 결과론이라.'
위험성을 말해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주가가 오르고 있을 때는 말이다.
"근데 손익좌님도 백제젠을 사셨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아니라면 죄송합니다만."
"맞습니다."
"어, 그러면 손익좌님도 개인 투자자분들과 같은 공감대가 있겠네요!"
"아닌데요."
탐욕.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도박이든, 주식이든 건드려보면 알게 되지.'
자신의 얕은 밑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한 번쯤 해볼 만도 하다.
"저는 펙시곤을 기대하고 투자한 게 아닙니다."
"그럼 회사의 어떤 면을 보고 투자를 하셨나요?"
"저는 분명히 말해 이 회사의 임상 성공 유무에 베팅할 생각이 1도 없습니다. 대표와 광신도들이 끌어올린 결과 발표 전 수익 구간. 그 이후는 어떻게 되든 저랑 상관없는 일입니다."
−아니 사고방식이 ㅋㅋㅋㅋㅋㅋㅋ
−이래야 돈을 버는구나……
−진짜 피도 눈물도 없이 말씀하시네요. 실망입니다
−광신도들 눈물의 비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가망신 하기 전까지는.
그것을 해버린 입장에서는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근데 뭐 어쩌겠어.'
이미 인생이 망했다.
앞으로는 더 좆될 것이다.
강원랜드의 도박촌에 있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떤 말을 해봤자 갱생이 불가능하다.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개선하지 않는 이상.
"그래도 좋은 이야기도 좀……, 해주셔야 하거든요?"
"음."
"투자자 분들이 정말로 물린 분들이 있고, 가능하시다면 네?"
백약이 무효하다.
펙시곤이 3상을 성공해도 못 고친다.
그래서 애초에 시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뭐.'
그럼에도 입 바른 소리를 해줘야 한다.
경제 방송도 조회수를 올리는 일종의 비즈니스니까.
사회자가 애절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너무 협조를 안 하면 업계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따르릉~♪
예약된 코너를 진행한다.
백제젠에 물려버린 시청자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제가 백제젠에 좀 물려있거든요…….>
"많이 힘드시겠네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전문가님께서 잘 상담해주실 겁니다!"
단순한 종목 상담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백제젠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으니까.'
국뽕 코인.
진짜로 엄청난 벤처기업인 줄 알고 조사도 안 한 채 투자한 사람들이 많다.
"손절할 게 아니라면 그냥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그게 마음이라도 편해요."
<진짜 제 돈이 아니라서 그래요…….>
−아
−빌린 돈으로 투자를 하셨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진다
−실질적인 조언은 없나요……?
기왕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너무 신비주의로만 나가면 영양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개잡주도 거래를 하는 방법이 있으니까.'
물린 것은 개인만이 아니다.
기관들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물량을 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미들이 들어와서 자신들의 물량을 대신 받아줘야 하기 때문에.
"최근에 흥미로운 소식이 있긴 합니다."
"어, 어떤 거죠?"
"지금 사태가 법정 소송으로 번질 위험이 큰데, 박앤강 로펌이 백제젠과 계약을 수락했거든요."
"로펌이요? 갑자기?"
−로펌??
−변호사가 왜 나오죠
−계약을 안 해주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서?
−개미들이랑은 관점 자체가 다르네 ㄷㄷ
그 과정에서 위아래로 출렁거린다.
변동성을 버티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다.
'최소한 이 회사가 상폐는 안 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있다.
내부자 거래 의혹은 당연히 법정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어느 쪽이 승소할지?
지금 시점에서 확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와 그러네
−그럼 상폐 안 당하는 거야??
−백제젠 4.5층인데 저 살 수 있나요……
−아니 박앤강이면 무조건 이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재
−어차피 펙시곤은 망했는데
−산소 호흡기 걸쳤네요
−지금 풀매수 해요?
대충 가능성은 바라볼 수 있다.
그 잣대로 가장 활용이 되는 것이 유명 로펌의 수락 유무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아무리 박앤강이라 하더라도 100% 승소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기대감은 형성되지.'
기대감.
바이오주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걸로 본전을 찾을 생각을 하시면 절대 안되고."
"백제젠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까요?"
"약간 업계 용어로 말하자면 천하제일단타대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설마 펙시곤이 부활하나?
공매도 세력이 식겁하고 숏커버링을 하지 않을까?
그 심리가 하방을 지지해준다.
낙폭이 과도하게 나왔을 때 하따를 노려볼 만하다.
'그래봤자 결국은 장기 우하향의 운명이지만.'
기업의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갇힌 사람들만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결국은 펙시곤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주가가 기적적인 반등을 할 일은 없으니, 지금 그나마 바이오주에 유동성이 있을 때 빠르게 탈출을 하시길 바랍니다."
−천하제일단타대회 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식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그런지 재밌는 표현을 쓰시네요 ㅎㅎ
−증권사 눈치 보지 않고 말해서 좋습니다
−결론은 좆됐다?
그렇기에 더 거래하기가 힘든 종목.
바깥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고점에서 잘 먹고 튀면 짭짤하지 않을까?
바이오주와 도박은 확실히 닮았다.
* * *
5월.
대학생들에게는 특히 중요한 시즌이다.
중간고사가 끝난다.
그리고 축제의 기간이 찾아온다.
쾅!
교이쿠상에게는 더욱 말이다.
작년.
그는 한국대에서 수모를 겪었다.
'고작 학생 주제에 나를 엿 먹여?'
방송 촬영을 나왔다.
즐거운 마음으로, 평소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평가해줬다.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서 말이다.
그 학생에게 뒤통수를 얼얼하게 맞을 줄이야.
"이번 한국대 축제 방문 반드시 하겠습니다."
"안 해도 되는데……."
"학생들에게 진정한 미식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도록 하죠."
"그러니까 왜?"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로 인해 하고 있던 방송에서도 밀리게 되었다.
'음식 맛도 모르는 미개한 녀석들이!'
그 이유.
방송 내용을 잘못 해석한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들이 인터넷에서 떠든 것이다.
"흠! 흠! 첫 번째로 제 명예가 걸려있습니다."
"역시 그게 첫 번째군."
"그리고 하지 않으면 시청자 게시판에서 뒷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렇게 무너질 자신이 아니다.
외식 업계에서 자신의 입지는 공고하다.
최근에는 조금 손상이 가있다.
해당 사건.
그리고 천종원이라는 눈엣가시에 의해.
'음식 장사나 하던 근본도 없는 녀석에게 밀려서야 미식가로서의 자존심이 울지.'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것이다.
작정을 한 미식가가 어떤 존재인지 뇌리에 확실히 박아준다.
"그럼 이번 촬영지는 한국대로 하기로 하지."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나도 이번에는 당신 실드 못 쳐줘."
"유념하도록 하죠. 후후."
OBS 방송국의 PD 김연철.
그로서도 해결하고 싶은 문제다.
후원 기업의 이해 관계로 교이쿠상을 받아줬지만.
'확실히 예전에는 인기가 있었으니까.'
한국대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면?
이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후원 계약도 여럿 따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는 여러 외식업체에 자문을 하고 있다.
연철이 교이쿠상을 받아준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