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94화 (194/450)

EP.194

닭과 달걀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주가.

〔한국 주식 갤러리〕

─사나이 테스트 실패한 놈들 들어와라 컄ㅋㅋㅋㅋㅋ

─펙시곤 만약 3상 다 통과하면

─2018 · 05 · 20 손익 추이

─형이 손익이 운이라 혔다잉ㅋㅋㅋ

처음에는 의심이 있었다.

주가도 너무 올랐고, 악재 기사도 나오고 있어서 불안하다.

─사나이 테스트 실패한 놈들 들어와라 컄ㅋㅋㅋㅋㅋ

[울고 있는 개구리 사진.jpg]

문태환 대표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나 같은 병신만 개추……

└눈물을 흘리며 개추 ㅠㅠ

└백제젠이 돈을 뿌리고 있다고!!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8만에 팔았다가 9만에 다시 샀다 ㅅㅂ

그런 사람일수록 손해를 본다.

악재를 무시하고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이다.

남들이 돈을 따는 광경.

상대적 박탈감은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기게 된다.

─펙시곤 만약 3상 다 통과하면

기업 가치 얼마까지 갈 거라고 보냐?

└코스피 시총 5위 안에 들 듯

└세계 항암제 시장 150조 규모고 성장세도 가파르다. 여기서 1/3만 먹어도 제2의 오성전자가 농담이 아니라고 봐야지

└제약주라서 PER 높음 ㅋㅋ

└백제젠의 기술력이면……, 10년 안에 또 비슷한 약 개발한다. 그 기대감만으로도 300조 쌉가능

그렇게 주식을 산 투자자들.

주식이 오른다가 아닌 '올라야 한다'가 돼버린다.

마치 도박에 빠져든 사람들처럼.

그런 그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2018 · 05 · 20 손익 추이

---------------------------------------------+

당일 손익: +8,909,606,974

누적 손익: +19,929,713,948

+---------------------------------------------

꺼억

└돼지 새끼 더럽게 많이 처먹네 ㅗㅗㅗㅗㅗㅗ

└와 익절한 거냐?

└50억 ㅅㅂ 나도 똑같이 먹고 있는데 시드 때문에 발리네

└200억까지 버텨야지 개쫄보였네 ㅉㅉ

손익좌.

지금의 광풍에 기름 1배럴은 넉넉히 부었다.

그런 그가 백제젠을 처분했다.

재진입각을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손익좌는 지금이 고점이라 판단한 건가

요즘 추이 올라오는 것 보면 다시 안 사는 거 같은데

└뭐야 재진입 안 해? 백제젠 턴 거야??

└아니, 왜? 백제젠 문제 생겼나

글쓴이− 모르지. 본인만이 알겠지

└씹새끼가 투심 족치고 있네 ㅡㅡ

스탠스를 바꿨다.

가지고 있던 주식을 전량 처분.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난다.

정말로 백제젠이 끝난 걸까?

아니면 이번에는 손익좌가 틀린 걸까?

─형이 손익이 운이라 혔다잉ㅋㅋㅋ

뭐 최근에 예측한 거 맞기는 했는데

그게 분석이면 납득 할 만한 조금의 내용은 있어야지^^

근데 하나도 없다니까? ㅋㅋㅋㅋㅋㅋ

실력이라고 믿고 싶으면 그에 맞는 팩트를 갖고 와 씹창들아 풉ㅋㅋㅋ

종목은 2000개, 투자자는 1000만명

그중에 운이 연속으로 따라주고 대박 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이게 맞따

└손익좌고 나발이고 감히 백제젠을 내려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였으면 비추 다다닥 박혔을 텐데 갤 분위기 ㄷㄷ

└손익좌 넌 한주갤에서 "제명"이다

주식 커뮤니티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런 그조차 당해낼 수 없다.

광기.

바이오주의 상승을 믿고 있는 투자자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백제젠 외인 지분이 12%임

평단 계산하면 3만 후반대

펙시곤 임상 실패하면 얘네도 좆되는 거 ㅇㅇ

외인이 아무런 확신도 없이 들어왔겠냐?

└ㄹㅇ이네

└손익좌<<<외국인이지

└아 외국인이 좆으로 보이냐곸ㅋㅋㅋㅋㅋㅋㅋ

└너를 믿지 마. 외인을 믿어. 외인을 믿는 날 믿어! 시몬!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많고 많은 정보들 중 '호재'로 분류되는 것만 머리에 입력된다.

그리고 그것은 찾아보면 나오게 돼있다.

실제 회사의 가치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백제젠이 정치 테마주인 건 아냐?

[유력 정치인의 홍보성 발언.jpg]

만약 펙시곤이 사기였다?

그럼 여당 정치인도 사기꾼 되는 거

최소 이번 정권 동안은 믿고 투자해도 된다

└얘 정도면 입김 셀 텐데

└난 3상 2차까지는 보유해보려고

└얘 지사 출마했을 때 문태환이 지역위원장이었음

└이거 모르고 투자하는 놈도 있었냐? ㅋㅋㅋ

본래라면 의미가 없는 것.

악재를 무시하고 올라가는 주가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

『백제젠』

50,100원 ▲45,100원 (+1,002.00%)

[최근 1년간 화성 가고 있는 그래프.jpg]

+---------------------------------------------

확증 편향이 최대치에 달한다.

* * *

닭과 달걀.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다.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면 달걀 안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났다고 보는 게 타당하긴 하지.'

하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그래서 끝나지 않는, 끝날 수가 없는 논쟁이다.

주식 시장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호재가 먼저냐, 아니면 주가가 올라가는 게 먼저냐?

〔한국 주식 갤러리〕

─손익좌<< 물로켓은 이 새끼면 개춬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제젠 주주 쏴리 질러엇!~

─형이 백제젠 올라간다고 했다잉

─물로켓 찌익~!

아리송할 수 있다.

아니, 호재가 있으니까 주가가 상승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형이 백제젠 올라간다고 했다잉

[+10억 먹은 계좌 사진.jpg]

손익좌? 풉 ㅋㅋ

형이 지금 있는 15억으로 진짜 투자가 뭔지 보여주마

└올 패기

└백제젠 평단 1만대 실화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잉좌……

└3상 성공하면 ㄹㅇ 손익좌 넘을 듯 ㄷㄷ

그렇지 않다.

인간의 심리는 실로 얄팍해서 결과론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그래서 기관들이 마음 놓고 주가 조작을 하는 거지.'

일단 올린 다음 적당한 이유를 붙인다.

아니, 시장에서 알아서 붙여준다.

<항암제라는 게 이미 시중에도 많이 나와있지 않나요? 시장 지분율을 뺏어와야 매출로 연결될 수 있을 텐데…….>

<그것은 펙시곤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오해입니다.>

<아, 그런가요?!>

−우윳빛깔 염블리!

−역시 염유안 부장님……. 펙시곤의 가치를 제대로 분석하시네요

−문태환 대표님도 현대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거라고 말씀하셨죠 ㅎㅎ

−그 좋은 걸 외국에서는 왜 개발 못함?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애널리스트들.

뒷북을 치는 것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인종들이다.

결과에 과정을 끼워맞춘다.

시장에 떠도는 여러 정보들 중에서 말이다.

'시청자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도 있고.'

유튜브는 결국 조회수를 빠는 곳이다

수익 구조 자체가 그렇게 설계돼있다.

그런 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한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말을 해줄 법한.

<제약 분야가 굉장한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인데, 이것을 한국이 할 수 있냐는 의문은 항상 따라옵니다.>

<아무래도 어려운 분야죠. 예.>

<조선에서도 그랬고, 반도체에서도 그랬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한국이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번번이 해내온 만큼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다?>

특히 아저씨들이 좋아 죽는다.

국뽕TV들이 욕 먹으면서도 잘 가는 이유가 있다.

"너도 그런 거 하라니까? 조회수가 복사가 된다고."

"저는 유튜브로 어그로를 끌고 싶은 게 아닌데요."

"니 가슴이 천연 어그로잖아."

"@$#^@$@!"

소라가 찾아왔다.

소라는 이미 1주일 전에 가지고 있던 물량을 처분했다고 한다.

주가가 3만원대일 때.

현재 5만원이 넘은 걸 생각하면 30% 이상 손해를 본 것이다.

"백제젠을 3만 5천에 팔아? 뷰지야?"

"뷰진데요."

"그러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것에 못 이긴 투자자들이 재매수를 하며 주가가 펌핑된다.

'여러가지 이유를 붙이면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빠져든 건 아니다.

분명 이성적이었던 시절이 있다.

어느샌가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광기라는 것은 전염되기 마련이니까.

"아무리 봐도 악재가 많거든요."

"음."

"회사채도 너무 발행했고, 임상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믿음직하지 못하고……."

"어떤 부분이?"

"애초에 대표도 이쪽 전공이 아니더라고요."

그 안에서 이성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한 정보만을 찾아본다.

'그것을 보고 있다 보면.'

멘탈이 버틸 수가 없다.

얼음장 위에 서있는 것 같다.

소라 치고는 제법 잘하기는 했다.

"사람들이 미친 것 같아요."

"강원랜드의 기억이 떠오르지?"

"네……."

"사람이 한 번 눈 돌아가면 뵈는 게 없어지거든."

나를 추종하던 사람들조차 미쳐버릴 만큼.

기존에 하던 매매 전략까지 뒤틀리게 된다.

'그래서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게 좋은 거고.'

적당히 먹고 튀고 싶은데?

그게 될 수가 없는 것이 바로 도박이란 것이다.

"선배는 어떻게 지금까지 들고 있을 수 있던 거에요?"

"너랑은 사고방식이 다르니까."

"우씨!'

때문에 내가 베팅하는 건 대표의 매니지먼트 능력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만들어질 광신도들의 기대심.

'약장수가 약을 잘 팔잖아.'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만병통치약의 정체가 까발려지는 순간 사람들의 평가도 180도 달라진다는 걸.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런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투심이 몰린 덕분에 물량을 처분할 수 있었다.

100억대로 매집하면 파는 것도 일이다.

들고 있던 마지막 물량을 싹 다 던진다.

"슬슬 구경이나 하자고."

"뭘요?"

"만병통치약이 정말 엄청난 효능을 가졌는지 임상 결과가 발표될 시간이니까."

"아, 오늘이구나."

임상 결과.

그 향방에 따라 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폐기 처분될 쓰레기가 될지 향방이 갈라진다.

'성공하면 재밌긴 하겠네.'

내 기억상으로는 노벨의학상을 수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주주들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오직 기대감.

펙시곤이라는 신약에 대한 평가만으로 시가 총액이 10조 원까지 불어나버렸다.

코스닥 2위 기업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한다.

땡전 한 푼의 수익은 커녕 빚만 잔뜩 진 회사가.

한국신문− 「백제젠 "美 DMC서 펙시곤 임상 3상 중단 권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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