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92화 (192/450)

EP.192

만병통치약 팝니다

어떤 면에서는 코인과 비슷하다.

코인도 도박의 연장선이라고 많이들 말하니까.

'일단은 주식이야.'

코인처럼 비트코인이라는 확실한 기준점이 있지도 않다.

개별주마다 다르게 움직인다.

즉, 선택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은 회사의 기술력이 아니다.

<삼국시대 백제 귀족들은 온천욕으로 천연두를 다스렸습니다.>

바로 대표의 매니지먼트 능력이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백제젠의 문태환 대표.

강단에 서서 열띤 강연을 펼치고 계신다.

'전통적으로 약장수들이 말을 잘하거든.'

그 약장수들이 파는 거?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만병통치약이라면 개소리를 늘어놓는다.

구경꾼들도 사실은 알고 있다.

새까만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보았지만.

<백제 25대 위덕왕은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았는데 구남온천에서 온천욕을 한 뒤 나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저희 백제젠의 '백제'도 여기서 따온 이름입니다!>

그럼에도 넘어간다.

깔끔하기 그지없는 설명을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와아아아아─!

주주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백제젠의 대표님께서 강연을 하시다길래 온 보람이 있다.

'봐봐. 얼마나 약을 잘 팔아.'

심지어 한국 최적화.

국뽕 좀 자극해주니 40대 이상의 아저씨들은 아주 미쳐버리려고 한다.

"전통성 있는 약이야."

"내가 이래서 백제젠 투자하지!"

"그래서 다들 얼마 벌었어요?"

""…….""

속이고 이용하기 참 쉬운 세대다.

나도 장차 아저씨들을 속여서 꼭 떼돈을 벌 것이다.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렸냐? 주주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백제젠은 천연두 백신으로 쓰이는 우두 바이러스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펙시곤이 현대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 선두주자.

매우 큰 뜻을 품으신 의학자 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늘어놓는다.

'이러는데 투자 안 하고 배겨?'

성공만 하면 엄청난 돈을 벌어 들일 것 같다.

성공만 하면 말이다.

"크~! 정말 대단하신 분이여."

"아, 네."

"외국의 저명하신 교수님들이랑 신약 개발을 하시다가 백제젠 대표를 맡으셨지. 한국을 바꿔 놓을 분이라니까?"

옆자리의 스윗하게 생긴 50대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백제젠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을 바꿔 놓을 분이라는 건 확실하지.'

굉장한 믿음을 가지고 계신다.

저 대표가 하는 말이 절반 이상은 거짓이라는 것도 모른 채.

<펙시곤은 저희 백제젠의 전신인 제네렉트가 설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연구가 진행된 치료제로 현재 상업화를 위한 마무리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신문, 뉴스 기사를 찾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학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상장 과정에서 기술평가도 최고 등급을 받았습니다. 국내외의 수많은 암 환자분들을 구할 때까지 주주 여러분들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학계?

지들끼리 띄워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상장시 기술평가도 날림인 경우가 100%다.

'그러니까 신약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없는 거고.'

하지만 말은 잘한다.

듣고 있다 보면 확실히 그럴 듯하고, 잘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와아아아아아─!!

주주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옆자리의 아저씨도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 치고 계신다.

"이제 3상만 통과하면 되는 거여."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확률이 높은 거에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그 뭐시기냐……, 스캇 유스만이라고 유명한 외국 선생님도 연구에 참여하신 약인데 실패할 일이 있겠는가?!"

철썩 같이 믿고 있다.

대표가 늘어놓은 강연.

대표가 가진 화려한 이력도 장사의 도구가 된다.

'사실은 정말 별 게 없는데.'

스캇 유스만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제대로 된 실적은 못 내면서 여기저기 이름만 파는 기생충 같은 인간으로.

"유명한 선생님들이 했으니 성공할 거란 거죠?"

"그럼 당연한 걸. 지금 강연하시는 문태환 대표님도 서울대 나오신 분인데."

나이 드신 분들은 그걸 믿는다.

학벌과 신분에 엄청난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결국 능력인데 말이지.'

그 사람의 말이 맞는지.

자료는 틀린 것이 없는지.

진위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그것을 하지 않는다.

권위의 법칙.

잘 나신 분이 하는 말이라며 별 의심도 없이 받아들인다.

와아아아아─!!

한국에서 사기 치기 쉬운 이유다.

실제 투자자들이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바이오주는 이것을 믿고 투자하는 거거든.'

대표가 분위기를 띄운다.

주주들은 그것을 믿는다.

실상은 아무것도 없는 회사가 고평가를 받게 되는 과정이다.

좋은(?) 바이오 기업일수록 대표와 주주들의 연대가 끈끈하다.

백제젠은 한국 최고의 제약주가 될 수 있다.

* * *

어수선한 시장.

〔한국 주식 갤러리〕

─성공한 투자자 회 먹는다

─백제젠 투자하려는 사람 꼭 봐라

─펙시곤 개발 성공하면 대박 아님??

─2018 · 05 · 07 손익 추이

최근 코스피는 횡보를 하고 있다.

급등 후 지루한 기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 투자자 회 먹는다

[고래밥 과자 사진.jpg]

바삭바삭하다

└너가 성공할 줄 알았다!

└익혀서 먹는데 회야……?

└초장 없는 거 킹 받네

└드립 치는 거 보니 살 만하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가가 더 상승할지.

주가가 또 하락할지.

어느 쪽도 예단할 수가 없는 팽팽한 시기다.

종목이 중요해진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가장 이목을 끄는 테마는 '제약주'였다.

─백제젠 투자하려는 사람 꼭 봐라

[백제젠 1년간 일봉 차트.jpg]

공모가 5천

현재 주가 2.5만

1년 동안 5배를 숨도 안 쉬고 오름

뒤늦게 뉴스 보고 사는 놈들 설거지 하게 되어있다

└유익추

└아 설거지는 조심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고평가긴 하네

└지금 코스닥 시총 6위야 미쳤음 ㅋㅋ

오성바이로직스의 믿을 수 없는 상승.

그것이 낙수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주목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는 주식은.

─펙시곤 개발 성공하면 대박 아님??

지금까지의 항암 치료제와는 결이 다르던데

인체 부작용 최소로 억누르는 거면 개사기 약이잖아

└되면 개사기지

└개사기가 아니라 그냥 사기임 ㅋㅋ

└미국, 일본, 유럽도 못하는 걸 한국이 해낸다고? 스고이~

└성공하면 노벨의학상 나오겄누

백제젠.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뉴스에서도 연일 떠들썩하다.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 부분 효과가 입증됐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죠. 네.>

유력 정치인의 입에서 언급까지 나온다.

불난 집에 기름을 제대로 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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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젠』

25,950원 ▲20,950원 (+519.00%)

[최근 1년간 화성 가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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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탄력을 받을 만도 하다.

그 정도가 워낙 바이오중에서도 특출나다 보니.

─백제젠 이러다 진짜 성공하는 거 아니냐?

공모가 5천 원도 거품 소리 나왔는데

지금 5배 뻥튀기 돼서 시총 5조임 ㄷㄷ

세력들도 무서워서 이렇게는 못 올린다

└지금 주가 유지되는 거 보면 뭔가 있긴 함

└성공하면 대박이니까

└이미 2상까진 성공한 약이니 3상에서 결과만 나오면 뭐……

└진짜 되면 웃기겠네 ㅋㅋ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뭔가 있으니까 주가가 오르는 거 아니겠냐는 심리.

물론 이성적인 투자자들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찜찜하다.

─백제젠도 결국 쪽박 찰 거라고 보는데……

한국 바이오 중에 좋은 결말 나는 거 본 적이 없음

└이제 곧 보게 될 거임

└오성바이로직스처럼 오를 수도 있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바이오 = 씹스캠 컄ㅋㅋㅋㅋㅋ

└조선 바이오를 사? 너 호로빨갱이 투기꾼이야?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경험.

한국 바이오를 사서 손해를 본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과정에서 깨닫는 게 생긴다.

제대로 된 기술을 가진 회사가 없는데?

경력이 있는 투자자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바이오주를 건드리려 하지 않지만.

─2018 · 05 · 07 손익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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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손익: −5,000,892

누적 손익: +11,020,106,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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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잃음

└캬 드디어 잃었누 ㅋㅋㅋㅋㅋㅋㅋㅋ

└손익좌한테 500만 원은 푼돈이잖아……

└니가 개미의 마음을 알아??

└시장뷰 좋더라 덕분에 돈 지킴 ㄳ

소문이 돌게 된다.

손익좌.

매일 자신의 매매 기록을 커뮤니티에 올려서 생긴 별명이다.

최근에는 여러 증권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넓혔다.

그런 손익좌가 최근 손 대는 주식이.

─손익좌 백제젠 사는 거 같은데??

[최근 일주일간 손익좌 손익 추이.jpg]

손익 +− 움직이는 게 딱 백제젠이랑 겹침

└오

└미친 스토커 새끼 잘했다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백제젠에 뭔가 있는 거냐?

└일주일이나 된 거 보면 단타는 아닌데

백제젠이 아니냐는 소문.

최근 증시의 향방을 귀신처럼 맞춘 그이기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백제젠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간다.

그리고 주가의 향방을 결정 지을 결정적인 사건이 예정된다.

─속보) 백제젠 3상 1차 곧 발표한다고 함

이거 기대감으로 오르는 듯 ㄷㄷ

└아 1차, 2차, 3차로 나뉘어진 거구나

└1차면 웬만하면 통과하겠네……

└손익좌 ㅅㅂ놈 이걸 노렸구나

└지금 사면 막차 탈 수 있냐?

백제젠의 신약이 임상을 통과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돈과 인생을 건 빅 이벤트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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