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88화 (188/450)

EP.188

진짜 도박장

강원랜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씩 들어보는 곳이다.

"가면 패가망신하는 곳으로요."

"그렇지."

주식 투자자에게는 더 친숙하다.

코스피에 상장된 종목으로 배당 꼬박꼬박 잘 주는 틀딱주다.

'경쟁 업체도 없고.'

한국인에게 카지노는 불법이다.

원칙적으로 외국에 가도 카지노를 하면 안된다.

강원랜드만이 유일.

한국인이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는 장소다.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공기업이야."

"오~."

"음악, 주식과 함께 국가가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니 관리를 하는 거지."

"음악은 왜?"

그래서 상당히 안정적이다.

돈도 잘 버는데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으니까.

'싸이월드도 안 해본 애송이 같으니라고.'

철이 없는 소라도 한 번쯤 경험해봐야 한다.

이곳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그래서 여긴 왜 온 거에요?"

"패가망신하러."

"씨발놈아."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

뉴스에서 나오는 건 새발의 피일 정도로.

'뭐, 그건 나중에 보고.'

하이라이트.

기왕 강원랜드에 왔으니 도박을 안 하면 섭할 노릇이다.

"조금 두근두근해요."

"오빠랑 데이트 와서?"

"전부터 카지노 한 번 와보고 싶었거든요. 영화 같은 데서 멋있게 나오잖아요."

"씹네."

소라가 눈을 빛낸다.

확실히 영화에서 카지노는 부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로 나온다.

'근데 여긴 조선이잖아.'

조선땅에는 조선땅의 카지노가 있다는 사실을 꼭 알고 가야 한다.

"하이투 리조트 회원권 있어?"

"있을 리가요."

"어떻게 그것도 없이 강원랜드를 오냐……."

"선배는 있어요?"

"없어."

강원랜드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하이트 리조트 회원권이 필요하다.

강원랜드 자체가 이곳 리조트에 속해있다.

'원래는 있었는데.'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없어져 버렸다.

오랜만에 다시 도박장 회원권을 끊는다.

강원랜드 입장권과 함께 말이다.

귀찮은 과정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자 반겨준다.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이래 봬도 공기업.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한 표면적인 노력은 하고 있다.

"너 안 가봐도 되겠어?"

"제가 왜요?"

"너 도박 중독이잖아 코스피."

"손 잡고 갈까요?"

그딴 걸 한다고 할 사람이 안 하진 않겠지만.

소라도 어엿한 도박 중독자가 되었다.

'코스피에 비하면 판돈이 작은 곳이지.'

실물이다.

인터넷상이 아닌 만큼 많은 걸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다.

카지노 안쪽으로 입장한다.

바로 보이는 것은 대량의 슬롯 머신이다.

"저 저거 알아요! 누르면 777 나오는 거죠?"

"너한테는 안 나오겠지만."

"우씨!"

그리고 사람.

소라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이곳 강원랜드의 진짜 모습을 말이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사람이 매우 많다.

호텔을 끼고 있는 리조트인 만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테이블 차례 오는데 시간 걸리니까 가볍게 슬롯 머신부터 돌려보자."

"잭팟 터트리고 올게요."

개개인을 민낯을 보지 않는다면.

지금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도 하다.

영화에서나 보던 슬롯 머신이 눈앞에 있으니까.

'일본만 가도 흔한 건데.'

빠칭코.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이런 슬롯 머신을 하루종일 돌리는 오락실이다.

소라가 말한 대로 777을 노리는 기계식도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전자식이라고 하여.

띠리리링~♪

문방구 앞 오락기처럼 화면이 떠있다.

한때 사회를 떠들썩하게 달궜던 '바다이야기'도 이런 구조다.

'업주 입장에서 조작하기가 좋거든.'

기계식은 정직하다.

들어있는 부품의 구성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자식은 그렇지 않다.

프로그램 설정을 조금만 변경하면.

─실패했습니다!

좆됐습니다!

응 니 애미!

코스피를 방불케 하는 장난질을 볼 수 있다.

한국의 도박장 주인들은 양심과는 거리가 멀다.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뭐지?

눈 뜨고 코 베인다는 게 뭔지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사람 눈이 돌아가게 되는 과정이다.

내 옆 자리에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저 환전하고 올게요! 올 때까지 자리 맡아줘요."

"그래."

"우씨! 반드시 딸 거야."

멍청하게 농락 당한다.

소라가 도박장에 돈을 상납하고 있다.

'훌륭한 유동성 공급자지.'

소라 같은 애들이 있기 때문에 강원랜드가 매년 수천 억을 벌고, 주주들에게 높은 배당금을 주는 우량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확률을 조작한다고요?!"

"조용히 해."

"알면 진작에 말해주지……. 아니, 이 새끼가 말해줄 리가 없지."

"알면서."

환수율이라는 게 있다.

이 도박에 돈을 걸면 평균적으로 얼마나 돈을 얼마나 잃는지 확률을 측정한 것이다.

'보통 96%가 기준이 되는데.'

강원랜드는 85% 가량.

돈을 딸 수가 없는 배율이다.

시스템을 심각하게 악용하고 있다.

"강원기랜드라는 더 악질적인 곳도 있지."

"어떤 곳이길래요?"

"확률 조작은 기본에 지금까지 딴 돈도 패치 한 번으로 날려버리는 곳이 있어."

"세상에! 말도 안돼요."

그래도 강원랜드는 양심의 조각 정도는 남아있다.

해외의 일부 카지노 같은 경우는.

'금액별로 확률을 다르게 만들어서.'

적은 금액을 베팅할 때는 돈을 따게 만든다.

신이 나서 큰 베팅을 하면 돈을 잃는 식.

아예 대놓고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하는 타이밍에 잭팟을 터트려 분위기를 띄운다던가.

"강원랜드나 강원기랜드나 정상적인 곳은 아니네요."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곳들이지."

업주가 돈을 딸 수밖에 없는 곳이 도박장이다.

주식이든 카지노든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사실을 알고서 즐겨야지.'

카지노는 돈을 한 번 뿌려보려고 오는 곳이다.

적당히 즐기기만 하면 재밌는 오락이다.

그런 목적으로 오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이곳 강원랜드는 그렇게 돼버린 카지노다.

"선배."

"응?"

"여기 사람들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소라도 드디어 눈치를 챈다.

슬롯 머신을 마치고 나자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여긴 진짜 도박장이거든.'

코스피가 도박장이다 뭐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 주식 시장이다.

소위 말하는 물이 다르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아……."

"이 자리가 운이 안 좋나."

"하~ 씨발. 씨발. 씨발!"

이용자의 수준.

정신을 갉아먹는 정도도 비교할 수 없다.

사람들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게 보인다.

"사람들 눈동자가……."

"퀭하지?"

"넋이 나간 것 같아요. 썩은 동태 눈깔이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적절한 비유구나."

행색도 남루하다.

화려한 카지노와 어울리지 않는 인간들.

하지만 이들이 강원랜드의 주요 고객인 게 현실이다.

꿀꺽 !꿀꺽!

무료 음료 코너.

오렌지, 망고, 토마토 등 각종 주스와 탄산 음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취지는 좋은데.'

서비스도 좋다.

웬만한 뷔페도 이렇게 많은 종류가 비치돼있지 않다.

"사람들이 전투적으로 마시는데요……."

"밥 대신이니까."

"민폐 아니에요?!"

"아니지."

저 사람들이라고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게 아니다.

돈이 없으니까.

'그 돈을 카지노가 벌고 있으니까.'

아무리 마셔도 손해는 커녕 이득이다.

카지노가 화려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다.

"아! 망고 주스 마시고 싶었는데."

"떨어졌어?'

"네……. 사람들이 망고를 많이 찾나 봐요. 맛있어서 그런가."

"아니지. 노란색이라 그렇지."

"??"

인간의 본성도 살펴볼 수 있다.

미신을 안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과연 자기 목에 폭탄 목걸이가 걸려도 그럴 수가 있냐는 거지.'

강원랜드의 가장 큰 칩 단위.

금액별로 색깔이 다르게 설정돼있다.

1,000원− 연두

5,000원− 핑크

10,000원− 블랙

100,000원− 노랑

"노란색이라 망고를 마셨다고요?"

"그래."

"그건 좀 비약인 거 같은데……."

"인생 마지막 순간에는 미신이라도 의지하고 싶은 게 사람이거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는 것이다.

아니, 도박꾼들에게는 실제로 중요하다.

꽈앙!

바카라를 하고 있는 테이블.

한 고객이 주먹으로 애꿎은 테이블을 힘껏 때린다.

"이년 말고 다른 년 데려와!"

"게임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고객님?"

"니년이 기가 세서 내 돈 다 빨아가잖아! 다른 년 불러오라고!!"

이목이 쏠렸던 건 한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손님들은 각자의 도박을 하러 간다.

소라만이 숫처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딜러도 속이는 게 있는 거에요?"

"아니."

"그럼 왜……."

"기가 세대잖아."

"???"

테이블 게임.

딜러가 게임을 진행해준다.

사람과 마주 보고 하기 때문에.

'일종의 기싸움이 돼버려서.'

무당들이 말하는 '기'와 얽는 사람들이 있다.

돈을 잃으니까 화풀이하는 감도 있다.

"별 미친 사람들이 다 있네요."

"아니지. 여기 있으면 미치게 되는 거야."

"아……."

"마침 차례네. 경험 좀 해보고 와."

"아!"

마침 예약해둔 테이블의 차례가 왔다.

방금 전 깽판을 친 손님이 끌려나갔기 때문이다.

소라의 등을 떠민다.

강제로 바카라 첫경험을 하게 만든다.

'나도 슬슬 진짜를 하러 가볼까.'

강원랜드의 참혹한 현실.

일반인이라면 가지 않는 게 좋은 장소이기는 하다.

하지만 제대로만 즐기면 재미있는 오락이다.

부자들을 위한 놀이터로서 말이다.

"꺄!"

"잠깐 시간 괜찮아?"

지나가던 딜러.

가장 반반하고 몸매 좋은 년의 엉덩이를 살짝 쓰다듬는다.

'그래서 가능한 쾌락도 있고.'

당연히 해서는 안될 일이다.

아까 그 진상처럼 등치 좋은 형님들에게 끌려나간다.

아니, 범죄.

심각한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이곳이 카지노가 아니라면 그러하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경비 부를 거에요."

"팝콘비 받고 싶잖아?"

"?!"

"VIP실로 안내 받고 싶은데."

오직 VIP만 드나들 수 있는 숨겨진 룸이 존재한다.

#팝콘비: 팁이 모여서 팝콘처럼(월급보다 많이) 불어나는 걸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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