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86화 (186/450)

EP.186

도박장

주식 동아리.

"아……, 주식 왜 오르냐 진짜."

"진짜 왜 오름?"

"몰라!"

얼마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곱버스 투자자들은 죽는 얼굴이 되었다.

증시가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먹고 나오면 됐잖아?"

"더 내려갈 줄 알았지……."

"다시 살 기회도 충분했는데 대체 왜 안 산 거야?"

영수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미 물려있는 자신들과 달리 곱버스 투자자들은 기회가 많았다.

'밑져야 본전인데 그냥 롱으로 스왑하지.'

글자 그대로 본전.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만도 하지만.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데 왜?'

인버스 신봉자인 명태의 생각은 달랐다.

이것은 데드캣바운스에 불과하다.

증시는 다시 하락할 것이다.

더 깊은 하락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분명히 내리게 되어있어."

"그 소리 지난주에도 들은 것 같은데."

"아니, 진짜라니까……."

"내가 니 말 듣고 곱버스 샀으면 지금 100만은 넘게 날렸겠다!"

처음에는 추가 매수 기회라며 신나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발 대체 왜!'

물렸다는 현실이 파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은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제 유튜브에서 봤는데 미중 무역전쟁이 생각보다 큰일 아니라더라."

"진짜?"

"왜?"

"트럼프가 말로만 싸우고 뒤에서는 교역 다 하고 있대."

"맞아, 맞아! 그 새끼 이빨만 깜."

증시가 상승했다.

'대세'를 이루는 시각도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게 된다.

〔유튜브〕

「오프로TV_주식의신과함께. 코스피 고점 아니냐고요? '이 주식'은 지금이라도 사세요 (박원철 차장)」 − 조회수 8만회 · 1일 전

「주식상담소. 코스피 본격적인 반등은 '이때'입니다. 지금 사야 큰 돈 법니다. (염유안 부장)」 − 조회수 15만회 · 1일 전

「VJ투자연구소. 이제 빠져봤자 오성전자 OO,OOO원이에요」 − 조회수 12만회 · 1일 전

유튜브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상승 이유를 늘어놓는다.

한국신문− 「협상 테이블 앉는 美中...무역갈등 완화되나 / CBS」

팩트뉴스− 「위안화 절상과 달러 약세, 원달러 1050원 열어 놔야」

데일리뉴스− 「연휴 뒤 코스피는? "완만한 상승" vs "전고점 돌파"」

뉴스에서도 희망 섞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락장이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된다.

증시가 실제로 상승하고 있기도 하다.

동아리 부원들은 하나둘 설득되어 가고.

'아니, 그게 아닌데…….'

명태의 생각도 흔들린다.

그동안 그가 하락을 확신한 건 주위의 영향도 분명 있었다.

선구자라고 불러줬다.

시장에 떠도는 악재들을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하락을 예측했다고.

꿀꺽!

이제 뒤쳐진 건 자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떠오른 된 순간 신념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자, 하나~ 둘~!""

"흐즈믈르그!"

""손─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도 있다.

친구들의 손에 남욱의 계좌가 강제로 공개된다.

---------------------------------------------+

매수금액│8,000,840원

평가손익│+638,467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1439주│+7.98%

+---------------------------------------------

한때 +30% 가까운 수익이 찍혔다.

어느새 한 자리 수로 초라하게 내려앉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안 말해."

"에휴, 병신. 이득 볼 때 안 팔고 이게 뭐냐?"

증시가 오른 만큼 고스란히 손실이 찍힌다.

심지어 그 양은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근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니까!"

"아니, 코스피가 8% 반등했는데 곱버스가 20%나 하락한 건 이상하지 않아?

"?"

"?!"

의문이 떠오른다.

곱버스를 하지 않는 친구들은 몰랐다.

아니, 남욱 본인도 알지 못하던 사실이다.

'그러게?'

뒤늦게 조사하게 된다.

ETF에는 '음의 복리'라는 게 있다는 걸.

지수를 100% 똑같이 추종하는 게 아니다.

음의 복리라는 것이 있어 횡보만 해도 조금씩 녹아내린다.

또한 ETF운용사가 연 0.6%씩 수익을 떼간다.

"와, 봐봐 작년 4월 주가가 올해 최저점이랑 똑같은데 곱버스는 1000원 차이야."

"그때부터 곱버스 들고 있었으면 주가는 똑같은데 14% 손해 본 거네?"

"……."

이는 레버리지를 차용한 ETF일수록 심해진다.

그리고 곱버스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2배를 추종한다.

'…….'

그것을 몰랐다.

한동안 하락장이었기 때문에 오르면 올랐지, 내릴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등줄기가 오싹하다.

증시가 폭락하지 않는다면 가지고만 있어도 손해를 본다는 소리니까.

"정말이야?"

"곱버스가 위험한 거였네……."

"인버스는 괜찮아?"

"ETF 자체가 그런 거라는데."

"아, 그냥 지금이라도 손절하고 주식 사야겠다!"

하락장일 때는 찾아볼 생각도 않던 정보.

동아리원들 사이에 금세 퍼지게 된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던 남욱도 흔들린다.

이런 하자가 있는 투자일지는 몰랐다.

'수리불가의 만해 용문○등환급의 쓰레기잖아!'

단순히 쓰기만 해도 스펙이 계속 나빠진다.

곱버스도 비슷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뉴스만 찾아봐도 머리가 터질 것 같다.

괴리율까지 신경 쓰면 버틸 수가 없다.

'부정적인 전망만 하루종일 보고 있으니 그렇지.'

그러한 부원들의 모습.

소라는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다.

실제 거리도, 투자자로서의 거리도 말이다.

고심 끝에 인버스 투자를 그만뒀다.

그렇다고 주식을 산 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게 되었다.

"소라는 요즘 뭐 샀어?"

"나는 마음의 여유를 샀어."

"응?"

"시장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게 되었달까……."

그 이유.

인버스에 관심을 가져보니 깨닫는다.

세상을 너무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봤다.

'좋은 뉴스도 있고, 안 좋은 뉴스도 있고 그런 건데.'

결국 주가는 두 가지 뉴스가 부딪힌 결과물이다.

투자자라면 어디가 중간값인지 찾아내야 한다.

또 한 가지.

이성적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최근 동아리에서 보고 있는 현상처럼.

'소라도 맛이 갔구나 살짝.'

혜리로서는 잘 모르겠다.

곱버스에 빠져든 애들도, 주식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애들도.

까톡♪

어차피 자신이 하는 건 따라하는 것 뿐이다.

때마침 기다리고 있던 카톡이 온다.

"누구한테 온 거야?"

"응? 왜?"

"아니……, 뭔가 평소랑은 달라 보여서."

자신도 모르게 표정에 티가 난 걸지도 모른다.

혜리는 소라의 지적에 깜짝 놀란다.

'소라도 눈치라는 게 있었구나.'

1학년 때는 오로지 공부만 했다.

나머지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로.

특출난 외모와 아우라가 아니었다면 진작 선배들에게 찍혔을 것이다.

그런 소라가 변했다.

"소라도 잘 아는 사람인데."

"누구?"

"비밀이야~♡"

"혹시 남자친구 생겼어?"

아닐 수도 있고.

소라의 추리가 절반 정도는 맞은 것도 사실이다.

〔찬욱 오빠♡♡〕

「백제젠」

−그거 사면 돼요?

−바로?

「적당히 3분할」

−네 오빠♡

가끔씩 종목을 던져주신다.

그것을 맛있게 받아먹고 있다.

'하락도 크게 나왔고, 미중 무역전쟁도 진정되고 있으니 반등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지 못한 소라.

스스로 생각해보고 있다.

하지만 고민을 할수록 더 모르겠다.

미중 무역분쟁은 해결된 것이 아니다.

한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은 부도 위기를 겪고 있다.

시장이 너무 환희에 차올라 있는 것 같다.

어젯밤 손익좌의 영상을 보며 떠오른 의문도.

<제가 이유가 없다고 했었죠.>

<아, 네! 그래서 많은 시청자분들이 궁금해 하셨거든요~. 어째서 이유를 말씀해주시지 않았던 건지.>

<그때는 확실히 없었거든요.>

<네?>

<하지만 지금은 생겼죠.>

선문답 같은 이야기.

시원하게 설명을 안 해준다.

최신 뉴스 때문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그 인간이 의미 없는 말을 했을 리가 없다.

배배 꼬인 성격 때문이라도 지난 출연의 한을 풀 것이다.

'한 번 물어보러 가볼까…….'

아는 인간이다.

* * *

숏 투자자들의 흔한 착각.

숏으로 먹다가 롱으로 스왑해 발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안되지.'

머리가 부정적인 생각에 절어있다.

그런 사람이 긍정론을 꺼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거기까진 이해가 되는데요……."

"니가?"

"저도 나름대로 고민을 해봤거든요."

"너 따위가?"

"맞을래요?"

함부로 숏을 치면 안되는 이유.

한 번 겪어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질질 짜면서 곱버스 탈출할 수 있냐고 물어볼 줄 알았는데.'

소라도 성장을 했다.

색기만 날로 무르익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무슨 뜻이에요?"

"뭐가?"

"선배가 119주식톡에서 했던 말 있잖아요. 그때는 이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생겼다고."

"아아─! 결국 보여버렸구만!"

"지랄 마요."

약간의 떡밥을 뿌려뒀다.

사짜질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애널리스트들 엿 먹이기 위해.

'상승장 되면 신나서 방송 출연하잖아.'

증시 상승의 이유.

끼어 맞추기 식으로 떠든다.

그리고 그것을 대중이 믿어버린다.

당시에는 없던 상승 이유가 지금은 만들어진 이유다.

사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감 완화는 사실 아니에요?"

"그거 자체가 생구라야."

"네?"

"애초에 한국은 그것 때문에 손해를 본 게 없거든."

"?!"

글로벌 금융불안로 환율이 높아진다.

그에 따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어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 관세는 우회해버리면 되고.'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에 공장을 짓는 이유.

동남아와 중국은 관세 우대 계약이 체결돼있다.

위안화로 거래를 하면 관세를 면제해준다.

기축통화 편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다.

"오히려 수출량은 늘었지. 경상수지도 늘어났고. 환율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야."

"아!"

"응?"

"최근에 증시가 반등하는 이유가 그거였구나……."

"아닌데?"

"?"

시장에 보이는 뉴스들은 그냥 대충 씨부린 것이다.

글로벌 뉴스 중 마음에 드는 것 복붙.

'원문을 봐야 하는 이유지.'

주식 투자자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도 시장을 분석하는 건 요원하다.

"그럼 뭔데요?

"몰라."

"네?"

"국장에서 이유 찾지 마."

"……."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석이 안되는 시장이다.

이성으로 투자하는 놈부터 잃게 돼있다.

'심지어 외국인들도 데여.'

그래서 온갖 조작질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장에 최적화된 투자법이니까.

하락장에는 특히 더하다.

유동성이 메말라 있어서 증시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그럼 다시 숏을 쳐야 되는 거에요?"

"넌 언제까지 투기만 할래? 이 선배는 너가 걱정이다."

"@^%@#$#@$!"

"얼마 안되는 유동성이 어디로 몰리게 될지 생각을 해야지."

바이오주를 건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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