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5
이유 없는 상승
반등.
〔한국 주식 갤러리〕
─감히 대황스피에 숏을 쳐?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는 곱버스를 사지 않겠습니다 ㅠㅠ
─손익좌 ㄹㅇ 뭐 하는 사람임??
─닥터둠 아직도 활동하고 있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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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히 대황스피에 숏을 쳐?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성도 우리나라 거고, 헬지도 우리나라 거고, 미래차 이런 것도 다 우리나라 회사인데
다 세계 일류 기업들 아님?
황스피에 숏 치는 애들 레알 이해 안됨 ㅋㅋㅋ
└숏 버러지들 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뽕튜브 ON
└미국이 눈치 보고 중국은 구애하고 일본은 전전긍긍!
└내가 황스피 투자자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공포가 사라진다.
주식을 사면 오른다는 그 당연한 상식이 되돌아온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의 하락은 과매도였던 게 아닐까?
─공포에 사라는 것이 이래서 어렵구나 ㄷㄷ
과대 낙폭인 걸 이성적으로는 아는데
매수 버튼에 손이 올릴 수가 없더라……
└그게 쉬우면 개나 소나 부자 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못 삼
└2000까진 갈 줄 알았는데 ㅅㅂ
└햄이 바닥이라고 했제? 컄ㅋㅋㅋㅋㅋㅋ
증시를 지배하고 있던 악재들.
충분히 선반영이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나치게 공포에 떨었던 것이다.
그것을 선동하던 사람들도 달리 보인다.
─닥터둠 선생님께서 신탁 내리셨다
잠깐의 상승장, 개미지옥의 시작이다! 유튜브 영상.avi]
랠리 계속 이어진다고 하신다 컄ㅋㅋㅋㅋㅋㅋㅋ
└둠반꿀은 과학이야
└믿고 풀매수
└저 사람은 작년부터 주구장창 폭락 온다고 외쳤음
└딱 염유안 반대 포지션이지
닥터둠.
폭락장의 메시아로 여겨졌다.
반등과 함께 평가도 180도 변한다.
대중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뒤늦게 후회를 하고 반대쪽 의견을 찾아 보지만.
─닥터둠이 사짜였어??
애널리스트 중 유일하게 폭락 맞춰서 존나 신뢰했는데 ㅅㅂ
└1년 365일 폭락만 외치면 동네 개새끼도 한 번은 맞추지 않을까?
글쓴이− 나 저 사람 믿고 곱버스 물 탔는데 어캄?
└"투자는 본인 책임"
└너 같은 병신들 덕분에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다 ㅋㅋ
엎질러진 물.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봤자 책임져줄 사람은 없다.
분노는 비판이 되어 쏟아진다.
돈이 걸린 일이면 누구라도 눈이 돌아간다.
─닥터둠 아직도 활동하고 있냐? ㅋㅋ
2011년에 코스피 2400 간다고 선동질
달러 약세에 금 가격 올라간다고 선동질
예측할 때마다 틀려서 둠반꿀이라고 불리던 놈인데
욕 오지게 처먹고 잠수한 줄 알았더니 지금도 활동하고 있네 ㅋㅋㅋㅋㅋ 미치겠다
└2400은 2018년이 돼서야 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값 떨어진다고 했다가 욕 개처먹지 않았나?
└2년 내내 하락무새 해서 맞췄다고 빨아주는 멍청한 새끼들 존나 많음
└매매로 성공한 사람이 아닌데 믿는 수준
이미 고인물들은 알고 있다.
유명 애널리스트들은 대개 흑역사가 존재한다.
초보 투자자들만 속게 되는 구조.
하지만 그 말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은 아니다.
<하락장 버티신 분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다른 교주님을 찾게 된다
아무리 하락장이라 하더라도 상승을 외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염부장님 말씀대로 증시가 반등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버티신 분들만 먹는 거에요. 여튼 다들 마음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이렇게 올라서 다행입니다.>
−염부장님 감사합니다
−우윳빛깔 염블리!
−공포인 걸 아는 데도 못 삼 ㅠㅠ
−니 믿고 고점 물린 사람들은 어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아니, 한결 같이 외쳤다.
반등과 겹치며 우연히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대중은 환호한다.
시장을 예측한 선구자처럼 보이기 때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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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1일 전 乃 1025
염부장은 맨날 오른다고만 하는 사람이고……
진짜 예측한 건 손익좌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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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1일 전 乃 892
코스피 2500에도 저평가라던 분 ㅎㅎ
덕분에 육만전자 물려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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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낙 1일 전 乃 677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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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 그래야 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는 전문가는 따로 있다.
손익좌.
방송에 출연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내뱉는 한 마디의 파급력은.
"와, 진짜 맞았네……."
"구독자들이 출연시켜 달라고 난리인데요?"
투자자들을 흔들어 놓고 있다.
119주식톡의 PD 임윤철은 미묘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손익좌라…….'
방송을 촬영하며 수많은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그런 그가 내린 결론은 반만 듣자.
들을 때는 그럴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틀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촬영 때는 뭐 이런 사람이 있지?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아, 이런 말하면 실례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
손익좌는 달랐다.
증시 예측은 물론,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가에 대한 이미지까지.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들 하지.'
전문가들은 말을 번지르르하게 한다.
아무리 틀리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이유다.
손익좌는 정반대.
이유가 없다고 다이렉트로 꽂는다.
자신도 들으면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꿀꺽!
지나고 보니 그것이 맞았다.
최근 증시는 반등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여러 해석을 쏟아낸다.
그것을 곰곰히 따져보아도.
'딱 이거다 할 이유가 없긴 해.'
기업 실적은 하락하리란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도 진화될 조짐이 없다.
그럼에도 증시는 엄청나게 오른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내렸나 싶을 만큼.
"손익좌 그분은 이유를 알까요?"
"모른다고 했잖아?"
"아니, 그래도 판단한 근거는 있을 거 아니에요? 단타꾼들은 감 같은 걸 믿는다고 하는데……."
"흠."
시청자들도 궁금해 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원한다는 건 수요가 있다는 뜻.
채널의 시청률과 화제성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윤철 자신이 궁금했다.
* * *
방송 출연.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뚝 끊겼지만.'
동시에 리스크 있는 일이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박제'를 당한다.
니가 한 말 틀렸는데?
지난번 출연에서 내뱉은 말은 파장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손익좌님! 오랜만에 다시 뵙게 되네요."
"그러게요.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하하……."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
당시 대세를 이루던 폭락론도 아니었다.
'황당해 할 만도 해.'
그래서 뚝.
그 많던 출연 제의가 그날 방송 이후로 끊기게 되었다.
약간의 꼬장을 부려도 괜찮을 것이다.
나를 스튜디오에 다시 부른 이상 말이다.
"정말 그때는……, 하락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잖아요? 손익좌님께서도 하락을 전망하시는 분 중 하나였고."
"그랬죠.'
"어떤 심정의 변화가 있으셔서 시황을 바꾸신 건지 궁금합니다!"
그 정도의 긴장감이 있어야 재밌기도 하다.
경제 방송은 너무 틀딱 분위기다.
'시청자들이 틀딱이기도 하고.'
요즘은 임플란트가 많긴 할 것이다.
돈이 있어야 주식을 할 수 있으니까.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주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자세하게 설명 가능할까요?"
"보통 애널리스트분들이 본인 주식은 하지 않으시잖아요."
"?!"
금기도 건드려준다.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너무나도 불편해서 하면 안되는 말.
'존나 같잖아.'
경제 예측을 매우 쉽게 하는 방법은 바로 본인이 주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경제 분석은 별개의 일이니까……."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이유가 없으신 거죠? 하하."
"명백히 있습니다."
멘탈이 흔들릴 일이 없다.
자신이 예측대로 되지 않으면 될 때까지 존버하면 된다.
'2년째 폭락을 외치고 있는 닥터둠만 봐도.'
본인이 만약 인버스를 샀다?
물려있는 2년 동안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될 것이다.
아니, 트레이더들처럼 풋옵션을 사면 버티는 것도 못한다.
글자 그대로 깡통을 찬다.
"시장 흐름을 피부로 느끼는 투자자랑, 저 멀리서 관망하는 구경꾼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구경꾼이라뇨. 각자의 소견이 다를 수 있는 거니까……."
"본인 주식으로 100억도 못 벌어본 사람이 시장 경제 운운하는 게 더 웃기다고 생각합니다."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 카 콜 라
−젊은 친구가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하네
−애널리스트들 정말 자기들은 주식 안 하나요??
폭탄 발언.
녹방이었다면 방송이 강제로 종료되었을지 모를 강렬한 맛이다.
'이 정도는 해야.'
재출연한 보람이 있다.
출연 제의를 뚝 끓기게 해놓고 그냥 넘어가면 섭하다.
"아니, 아니!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시는 편이 시청자분들이 이해하기 좋거든요~. 물론 손익좌님의 의견도 존중합니다만."
진행자가 황급히 수습을 한다.
먹고 살기 팍팍해 보이니 이해를 해주기로 한다.
'너무 찍혀서야 곤란하기도 하고.'
방송에 출연한 목적.
나의 위상을 높이기 위함이다.
어그로만 끌어서야 본말전도가 돼버린다.
"제가 이유가 없다고 했었죠."
"아, 네! 그래서 많은 시청자분들이 궁금해 하셨거든요~. 어째서 이유를 말씀해주시지 않았던 건지."
"그때는 확실히 없었거든요."
"네?"
"하지만 지금은 생겼죠."
−??
−선문답 하나!
−세력이 증시를 움직인다는 뜻인가?
−알쏭달쏭한 소리만 하네. 누구 놀리나
전문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줘야 한다.
이유가 없는데 어째서 증시가 오른 건지.
'어차피 이유는 만들어지게 돼있거든.'
증시가 오르게 되면 말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알아서 잘 떠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