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4
이유 없는 상승
역방향 투자.
"봤지? 봤지? 또 떨어졌어!"
"곱버스 탄 애들 개부럽다……."
"지금이라도 한국 망하는데 베팅하라니까?"
최근 동아리원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고 있다.
증시가 하락장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투자로는 수익을 볼 수 없다.
아니, 손해를 보는 게 당연하다.
"진짜 언제까지 내려가는 걸까? 반등도 없이."
"아마 계속 내려간다고 하더라."
"누가?"
"왜?"
"내가 요즘 즐겨보는 애널리스트로 닥터둠 교수님이 계신데~."
하지만 인버스.
자산을 지키는 것을 넘어, 수익까지 가능한 투자법이다.
그것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명태는 동아리에서 가장 열렬한 인버스 신봉자다.
"애널리스트?"
"맨날 오른다고만 하잖아."
"난 염부장 말 듣고 샀다가 물렸어!"
"에이~ 교수님은 그런 분들과는 다르지."
애널리스트 특.
긍정적인 호재만 말한다.
시장에 산재한 악재들은 애써 외면한다.
그런 사람들을 믿고 샀다간 설거지 하기 딱 좋다.
남들이 재미 볼대로 본 주식을 비싼 가격에 받아주는 것이다.
'설거지는 하면 안되지.'
그래서 시장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해야 한다.
명태가 닥터둠 교수의 강의를 애청하고 있는 이유다.
"니들 박스피가 뭔지 알아?
"박스피?"
"박스 줍는다는 뜻인가?"
"나 들어봤어!"
"코스피가 원래 1700~2200 사이를 왔다 갔다 해서 생긴 말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납득이 간다.
부원들은 하나둘 명태에게 동화되고 있다.
'이제 와서 다들 소란이네.'
인버스는 동아리 내 핫이슈가 되었다.
3학년인 남국은 속으로 혀를 찬다.
올해 초만 해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으니까.
참으로 어리석은 이들이다.
"남국아! 너도 인버스 사지 않았어?"
"야, 쉿!"
"응?"
자신은 1월부터 꾸준히 곱버스를 모았다.
동아리에서 가장 큰 수익을 보고 있다.
그 사실을 유일하게 아는 한 사람.
남국은 친구의 입을 황급히 가로막는다.
"난 너 말고 다른 놈에게 곱버스에 대해 털어놓을 생각 없어."
"왜?"
"만약 그게 알려지면……, 너 말고 다른 놈들도 나한테 부장 맡으라고 할 거 아니냐."
"……."
자신의 평단은 무려 5천 500원대.
동아리의 누구와도 비교가 안된다.
그야말로 역방향 투자의 선구자다.
소문이 난다면 귀찮아질 수 있는데.
"남욱이 너도 인버스 샀다고?"
귀가 밝은 한 부원이 듣고 말았다.
조용히 지내고 싶은 남욱으로선 곤란하다.
"아아─! 결국 보여버렸구만! 너, 소문 내지 말라구?"
"쟤 왜 저래?"
"그런 컨셉이야."
"똑똑히 봐둬라……!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핸드폰을 꺼낸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담긴 자신의 자랑스러운 계좌를 보여준다.
---------------------------------------------+
매수금액│8,000,840원
평가손익│+2,085,819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1439주│+26.07%
+---------------------------------------------
엄청난 수익이 찍혀있다.
이 하락장에서 2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본 것이다.
"근데. 4개월 존버해서 26% 수익이면 엄청난 수익은 아닌 거 아니야?"
"후후, 눈치챘나 보구나……."
"?"
"곱버스는 나와 달리 성질이 느긋해서……, 기껏 풀매수를 해줘도 거의 잠든 상태 그대로야."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수는 개별주와 달리 움직임이 적고, 횡보를 하는 구간이 매우 길다.
'증시가 피로 물들었을 때 비로소……. 곱버스의 파괴력이 최대에 달한다.'
그것을 버티고 버텨 지금의 수익을 보았다.
두 배, 세 배까지 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 애들이 슬슬 미쳐가네.'
그러한 부원들의 모습.
동아리 부장인 혜리로서는 미묘한 기분이다.
최근 주식장이 폭락 중이다.
동아리 탈퇴로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새로운 투자법(?) 덕분에 달라졌다.
역방향 투자로도 돈을 벌 수 있다.
토독, 톡!
정작 혜리는 관심이 없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 주의를 받았기 때문.
〔찬욱 오빠♡♡〕
「인버스 사지 마요?」
−ㅇ
「동아리원들한테는요?」
−ㄴㄴ
「알겠어요 오빠」
「사랑해요♡♡」
평소라면 부원들에게도 전파한다.
오빠와 부원들 사이에서 중간 다리의 역할을 한다.
'난 오빠가 하란 대로만 하면 되니까.'
어찌 된 영문인지 이번에는 달랐다.
무슨 뜻이 있겠거니 한 혜리는 생각을 그만둔다.
* * *
폭락하던 증시.
---------------------------------------------+
『코스피 지수』
2210.99 ▲49.74 (+2.25%)
[떡락하다가 살짝 오른 그래프.jpg]
+---------------------------------------------
처음으로 반등다운 반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투자자로들로서는 환희에 가득 차야 하지만.
〔한국 주식 갤러리〕
─주인님 대체 얼마나 맛있게 드시려고
─호로구라양봉 다 팔아 쥬지야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스닥 −1%
─짜장면값 줄 때 나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다.
내려가는 게 당연할 정도로 맞던 투자자들의 마음에 싹트는 건.
─주인님 대체 얼마나 맛있게 드시려고
된장 바르고 계시네 ㄷㄷ
└바로 그거였누
└국장 외인 지분율 개높은 거 알제?
└오성전자 지분 50% 팔아야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니들이 받아줘야 팔 거 아니야~
의심.
낙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한국신문− 「무역전쟁 점입가경 살얼음판 걷는 한국 경제」
팩트뉴스− 「무역전쟁에 유가, 환율 상승까지…세계 경제 '먹구름'」
그도 그럴게 시장에 악재만이 가득하다.
반전이 생길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힘들다.
─개미님이 시장을 떠났습니다.
개미님이 시장을 떠났습니다.
개미님이 시장을 떠났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때 손절.
그것이 이성적인 판단인 것이 분명 맞지만.
─좆스피 대체 왜 오른 거임?
한국 망한 거 아니었냐?
└나라시마이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모름 외국인들이 삼
└걔네는 비쌀 때 다 팔았으니까 사도 손해 없지……
└찐반인과?
그럼에도 외국인은 계속 산다.
2200을 넘어 2300을 재돌파하자 다른 생각이 인다.
혹시 진짜?
개미들이 모르는 호재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아직 환율 그대로다……
찐반이었으면 환율도 떨어졌지
개미들 꼬시려고 외국인들이 억지로 올리는 거
└그러네?
└오늘 시장 올라가는데 환율은 역으로 올라감 ㅋㅋㅋㅋㅋ
└티 난다 티 나 ……
└니 같으면 조선에 투자할래?
하지만 경험.
지난 2월 이후 내내 맞기만 했다.
조금 말아 올리나 싶더니 다시 패대기를 친다.
그간의 경험이 학습돼있다.
공포에 절어진 개미들은 섣불리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없고.
─외국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유유히 주가를 올린다.
증시가 대호황을 맞는다.
개인 투자자들도 뒤늦게 생각이 바뀐다.
─자꾸 지금이 환희라고 팔아야 된다는데
지금이 진짜 공포임
반등 먹는 애들도 갑자기 주인님이 나한테 왜 흰 쌀밥을 주시지? 하고 벌벌 떨면서 먹고 있는 상황이다
절대 환희가 아님
한 100포 더 올려서 2400쯤 가야 거기가 진짜 환희임
└씨발 설득력있노
└누렁아~ 지금까지 수고했고 개장수 불렀으니 얌전히 있어야 한다~?
└춘식아 밥 맛있게 먹었제? 이제 거 삽 들고 와서 구멍 하나만 파봐라
└그 흰 쌀밥은 개 죽이기 전에 맥이지 않누?
진짜 반등이다.
시장에 산재했던 악재들도 점점 다른 해석이 생기게 된다.
팩트뉴스− 「미·중 무역긴장 완화에 세계증시 일제히 상승」
데일리뉴스− 「모건스탠리 "美 금리, 고점 지났다…하락 압력 우세"」
선반영이 된 게 아니냐?
혹은 지금까지 떨어진 게 지나친 공포였던 것 같다.
'마치 그런 생각이 들지.'
인간의 심리는 단순하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자의식 과잉이다.
부족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착실하게 경험을 쌓아나가야 하는 이유인데.
〔주식 동아리 단톡방〕
「진짜 왜 오르는 거지??」
「미중 무역전쟁 끝났대」
「아니, 끝난 건 아님」
「딱히 해결된 것도 없는데 너무 올라」
아직 애송이들.
위험한 장난에 손을 대고 있다.
어째서 숏 베팅이 위험한 건지 모른 채.
'마약 중독자들은 처음에는 쾌락 때문에 마약을 하지만, 나중에는 고통 때문에 마약을 하게 되지.'
마약의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다.
즉, 평소의 자극은 밋밋하기 그지없어진다.
남들이 돈을 잃을 때 자신은 번다는 쾌감.
그것은 가히 마약에 비견되는 것이다.
「그럼 곱버스 살 기회야?」
「ㅇㅇ」
「나라면 사지」
「난 이미 물 타는 중……」
「바보들아 그냥 주식을 사라니까? ㅋㅋ」
「두고 봐라 지금은 데드캣바운스다 ㅡㅡ」
자신이 현명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스스로를 더 옭아매게 된다는 걸 모르고.
'감정을 컨트롤하는 건 쉬운 게 아니야.'
유명하고 잘난 사람들이 괜히 과시욕 때문에 파멸하는 것이 아니다.
잠깐의 치기가 인생을 망친다.
「진짜 숏 괜히 쳤어 남들 다 먹는데 이게 뭐야」
「나중에 다시 오른다니까?」
「숏충이」
「코스피 2200에 숏을 쳐? ㅋㅋㅋㅋㅋㅋ」
「닥터둠 교수님만 믿고 폭락 올 줄 알았는데 ㅅㅂ」
그런 것에 흔들리는 멘탈.
결코 신념이라 부를 수 없다.
설사 증시가 다시 폭락을 하게 된다고 해도.
'본전에 손절하기 급급하게 되지.'
투자자가 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일반인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바뀌어야 한다.
주식을 하다 보면 깨닫는 일.
일찍 데어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깡통을 한 번 차봐야 깨닫는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유튜브〕
「잠깐의 상승장, 개미지옥의 시작이다! feat.닥터둠 [심층 인터뷰]」 − 조회수 10만회 · 1일 전
이미 그런 인생을 살아버린 인간에겐 늦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