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83화 (183/450)

EP.183

빅쇼트

닥터둠.

"교수님!"

김원욱은 명륜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평소처럼 강의를 하던 도중.

"저 어제 119주식톡에서 교수님 강의 봤거든요. 정말 한국 망하나요?"

""하하하하!""

한 학생이 익살스러운 질문을 던져온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가 애널리스트를 한다는 사실.

종종 유튜브에도 나오다 보니 모를 수가 없다.

'드디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생겼군요.'

이전까지는 무시를 당했다.

증시가 줄창 오르기만 했다.

자신의 이성적인 의견을 듣지 않았지만.

"네, 이제 한국은 한동안 망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진짜 망하네!"

"망하는 건 너무 오바 아니에요?"

드디어 거품이 꺼지고, 시장이 이성을 되찾고 있다.

뉴스에서도 관련 소식이 쏟아진다.

데일리뉴스− 「확 좁혀진 장·단기 금리差…"채권시장의 경기침체 신호"(종합)」

한국신문− 「커지는 환율 변동성…대외무역 불확실성도 커져」

팩트뉴스− 「“신흥국 위기 확대 시 외인 자본유출 최대 21조”」

일반인들도 의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라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네~!""

"그래서 글로벌 경기가 꺾이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습니다. 최근 나스닥이 올랐는데 코스피는 떨어진 이유가 바로 그래서죠."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도 대부분이 에이~ 하면서 듣고 있다.

'경제학 교수로서 책임감을 느껴요.'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도 경제를 잘 모른다.

한국은 금융문맹이 심각한 나라다.

"와~ 그렇구나."

"우리나라가 문제가 없어도 다른 나라들이 힘들면……."

"교수님이 괜히 닥터둠이라 불리는 게 아니네."

학생들부터 바꿔나갈 것이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이유도 투자자들에게 지식을 전파하기 위함이다.

'투자를 부추기는 애널리스트들만 있어서.'

주식을 사라고만 난리다.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오르게 되어있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위험성은 등한시한 채.

주식은 어디까지나 위험자산이다.

적기에 사지 못하면 크게 물릴 수 있다.

"교수님!"

"강의랑 상관없는 질문은 나중에……."

"한 가지만요! 교수님과 반대로 오른다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응?"

특히 염유안.

괜히 염라대왕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증시 고점에서도 주식 매수를 추천한다.

'그에 반해 그 청년은 참하지요.'

손익좌라는 떠오르는 투자자가 있다.

오성전자의 하락과 오성바이로직스의 상승을 맞췄다.

거시적인 관점이 아닌 단기 움직임을 예상한 것.

하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훌륭한 일인데.

"물로켓?"

"교수님은 물로켓 세대라 잘 모른데요."

"물로켓이 뭐야?"

"물로켓 찌익~!"

관점에 변화가 있었다.

자신이 촬영을 마치고 난 후.

손익좌도 방송에 나왔던 것이다.

'지금 이 시기에 롱을?'

그리고 물로켓이라는 정체불명의 발언까지 해버렸다.

자신을 저격해서 말이다.

타닥, 탁!

요즘 애들이 하는 말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원욱은 강의를 마치고 검색해본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손익좌가 물로켓 발언을 했다고?

손익좌 이 사람 어디 살아??

└어디 사는지 알면 어떻게 하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살인갈 ㄷㄷ

└그 사람 롤충 아니야……

└이건 좀 논란이 있겠는 걸?

물로켓이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인지.

최근 신세대가 쓰는 단어는 한 번에 이해가 안 간다.

'상향평준화가 된 현재는 과거의 업적이 큰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고?'

한참 인터넷을 찾아보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즉, 손익좌가 자신에게 말하려고 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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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박사 1일 전 乃 892

손익좌가 상방론자로 전향했구나

닥터둠 vs 손익좌 가슴이 웅장해진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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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무 1일 전 乃 567

이성적으로 분석하면 안된다고?

그럼 감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소린가?

119주식톡은 왜 이런 사람을 부른 건지 이해가 안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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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성 1일 전 乃 512

닥터둠 교수님이 물로켓이라니……

닷컴 버블, 리먼 브라더스 사태도 맞추신 분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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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냥.

119주식톡 댓글란을 살펴보니 이미 해당 화제로 떠들썩하다.

시청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자.

'어허, 119주식톡 시청자분들이 얼마나 현명하신 분들인데.'

자신을 옹호하는 사람이 많다.

시청자들 눈에도 누가 옳은 말을 하는지 자명하다.

손익좌는 자폭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빈약하다.

<간단히 말해서 개나 소나 폭락을 외치고 있으니까요.>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나요?>

<네.>

<아니, 선생님~! 그래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아니면 저번 오성전자 때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거죠?>

<아뇨.>

아니, 없다.

놀랍게도 경제 방송에 나와서 한다는 말이 무지성 상승이었다.

'이런 친구가 나보고 물로켓 어쩌고 한 건가요?'

가르치는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인다.

같은 전문가 포지션으로 나와서 망발을 늘어놓았다.

언짢지 않을 수 없는 일.

평소 감정의 기복이 적은 원욱도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대응한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교수님! 요즘 완전히 슈퍼스타가 되셔서 얼굴 뵙기 정말 어렵습니다."

"하하, 그렇게 되었네요."

명예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원욱은 경제 전문가로서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바빠졌다.

사회자의 말대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게 되었다.

"여전히 주가 전망을 어둡게 보시고 계십니까?"

"한국 주식은 과대평가 되었다고 보고 있거든요."

"하~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거면 보통 일이 아닌데."

"상당히 오랫동안 조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주식 비중을 줄일 시기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폭락장을 예견한 선지자.

상승장에서는 조금 미진할지 몰라도 하락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다.

−닥터둠 ㄷㄷ

−이미 도움을 받았고…… 이번에도 도움을 받을 듯요 항상 감사합니다~

−재작년부터 신뢰했습니다

−김원욱 교수님 노고가 많으십니다

−이미 내 계좌가 마이너스 30%인 게 문제일 뿐 ㅠㅠ

−손익좌는 오른다던데?

−대체 얼마나 더 떨어져야 만족하는 거야

−물로켓 찌익~!

그것에 초를 친다.

원욱도 채팅창의 거슬리는 반응을 포착한다.

"그런데 반대의 예측을 하시는 분도 계시잖아요? 채팅창에서도 메세지가 올라오는데……."

"누구죠?"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폭락을 예측하셨던 손익좌라는 분이 이번에는 돌아섰다고 하네요."

사회자도 말한다.

얼마 전 오성전자 사태로 유명해진 만큼 언급이 될 만도 하지만.

'뒷걸음질 치다 보면 쥐를 잡을 수도 있는 일이죠.'

원욱에게는 유쾌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다.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그렇죠~ 너무 내려갔죠?"

"하지만 기업 실적도 둔화가 예상되고, 미국도 계속 금리 인상을 하는데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있다고 보기 힘들어요."

"아……."

"그리고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한, 동아시아 통화로 묶인 원화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근거와 분석.

그 젊은 투자자처럼 두루뭉실하게 넘어가서야 설사 맞는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

−역시 킹원욱 센세!

−일본 때문에 우리가 또 피해보는 건가요?

−그래서 외국인들은 계속 팔고 있죠 ㅎㅎ

−보석보다 귀한 정보

−그렇네요. 엔화 문제가 ㄷㄷ

−신흥국인 한국은 항상 저평가죠~

−누구누구랑은 다르네 ㅋㅋ

−똑 부러지는 이유 감사드립니다!

진짜 전문가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 * *

이성적인 투자.

주식 투자자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것 같지?'

그것도 뚜렷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호랑이만 안 건들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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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

2018/05/01 9조 2369억

2018/05/02 8조 6974억

2018/05/03 8조 7212억

2018/05/04 8조 523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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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

보이는 것 모두가 함정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 거래대금도.'

개인 투자자들이 줄어든다.

주식을 사는 사람이 없으니 주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이성적이다.

이성적인 투자자일수록 시장의 덫에 걸려들기 쉽다.

'반대로 말하면 방해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거든.'

시장 참여자.

개인들의 수가 적다.

기관들은 애초에 장해도 되지 않는다.

외국인들의 독무대가 완성되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증시를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한국 주식 갤러리〕

─찐반인과??

─데드캣바운스 개미 꼬시기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 왜 미친 듯이 사냐

─응 곱버스는 무적이야~

주가를 찍어 눌렀듯이 말이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외국인 왜 미친 듯이 사냐

일단 환율은 그대로임

└공매도 청산하는 듯?

└호로구라상승 나라시마이 큐ㅠㅠㅠㅠㅠㅠㅠㅠ

└곧 말아 내림 ㅋㅋ

└곱버스 추매 기회 주는 거잖아

주식을 왜 사?

업황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

시장이 올라갈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외국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올라탈 수 없다.

외국인은 개미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

'개미의 사고방식으로 있는 한 하락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지.'

외인들의 장난감.

이유 따위 없어도 상승할 수 있는 곳이 코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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