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82화 (182/450)

EP.182

빅쇼트

폭락.

─매일 15만 원씩 무조건 수익 내는 법 알아냄

─반도체는 산업의 쌀 맞네.jpg

─코스피 감사제가 진행됩니다

─야~ 하락장 시발 좆빠지게 주웠다 ㅋㅋ

떨어지는 것은 주가만이 아니다.

투자자의 생각마저 바꿔버린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 맞네.jpg

[풍년인데 눈물이 난다……, 쌀값 하락, 갖다 버려야 할 판.News]

이러니 폭락하지

└ㄹㅇ 밀이면 양전이었다ㅋㅋ

└전부 다 떡볶이로 바꿔라

└쌀떡 에반데

└팩트) 국가에서 남는 쌀들 다 사주기로 함. 그러니 반도체도 국가한테 물량 떠넘기면 된다

기업의 가치.

높은 기술력과 탄탄한 실적마저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하락하는 주가를 보면 그렇게 된다.

주식이 반등할 거라는 희망을 가지지 못한다.

─야~ 하락장 시발 좆빠지게 주웠다 ㅋㅋ

[폐지 묶음 사진.jpg]

최소 3천 원 이상 벌었다

수익 나보다 나은 새끼?

└같이 줍자

└상위 1%

└주갤 수익 1등 ㄷㄷ

└이 새끼 초짜네 ㅉㅉ 스팟 잘 파악하면 하루 5천 원은 벌 수 있다

저가에 주워봤자 의미가 있을까?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더 싸진다.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 지배된다.

더 이상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할 것 같다.

─매일 15만 원씩 무조건 수익 내는 법 알아냄

[○팡 물류센터 알바 사진.jpg]

물류센터 가서 야가다 존나 뛰고 오면 됨

└최저임금 존나 오름 ㅋㅋㅋㅋㅋㅋ

└대통령님 만세!

└매일 15만 원 안정적인 수익? 누굴 속이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갤럼들이 좆으로 보이누?

└몸 씹창 나는 거 생각하면 15만 원이 아니야……

그런 기류가 흐른다.

절망이 당연하게 되면 아무도 희망 따위 생각하지 못한다.

'한동안은 숏이 맞는 거 같은데…….'

도저히 주식 투자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소라는 최근 생각하는 바가 있다.

숏.

인버스 투자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위험하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주갤럼드라 내일 상치는 종목 적어 놔라

언능 적어 놔라

└아줌마 초상

글쓴이− 주식존예여신에게 예우를 갖춰라 ㅗㅗ

└공구레이디

└kodex200 선물인버스2x 말고 요즘 오르는 게 있겠누?

'하긴 곱버스가 대세긴 하지.'

다른 투자 방법이 없다.

한국은 개인 투자자의 숏 베팅이 제한돼있다.

그래서인지 숏이 잘 오른다.

그 생각이 점점 굳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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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1일 전

와 그렇구나

외국인들이 왜 이렇게 파나 했더니 환율이 내려갈 게 예상돼서 그런 거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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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크림맨 1일 전

닥터둠 교수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직 학생이신데 애널리스트급 시황을 읽으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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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맨 1일 전

누나도 곱버스 사자

돈이 복사가 된다구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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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가 운영하는 유튜브.

간단한 경제학 강의 외에 최근 시황에 대해서도 다룬다.

'닥터둠 교수님도 그러셨다고? 확실히 요즘 주식 사려는 사람이 없어.'

그 과정에서 배우기도 한다.

브레인스토밍.

댓글만 읽어도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된다.

투자자들의 투심이 죽었다.

이전처럼 무작정 주식이 오르길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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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

2018/05/01 9조 2369억

2018/05/02 8조 6974억

2018/05/03 8조 7212억

2018/05/04 8조 523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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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말했던 거래대금에도 반영돼있다.

올해 초까지 15조에 달했던 게 반토막이 난 많은 의미를 가진다.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건 힘들겠지.'

증시의 상방이 막혀있다는 뜻.

그런 상황에서 외국인은 계속 판다.

그것도 수천 억, 조 단위를 매일 말이다.

<코스피가 원래 2천이 넘는 것도 요원했어요.>

<그랬나요?>

<최근에 주식을 시작하신 분들은 모를 수도 있는데…….>

유튜브를 통해 보는 것도 있다.

시청자가 말한 닥터둠은 소라도 자주 보는 애널리스트다.

'맞아. 박스피였다고 하더라고.'

애널리스트는 사기꾼이다!

선배라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닥더둠은 그들과 다르다.

증시가 내려갈 거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시장의 악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인기 있는 투자법이 코스피 1800에 사서, 2000에 파는 것이었어요. 하단에 사서 상단에 파는 거죠.>

<아, 들어봤습니다! 그래서 박스피라고 하는 거 아니었나요?>

그중 하나.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것도 선배가 했던 말이다.

'상승장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서 2000이 넘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

확실히 그러하다.

지난 5년간 코스피는 1700~2200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최근 상승장이 너무 행복했던 것이다.

증시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박스피가 굉장히 오래 전 일로 아시는 분들이 있는데 불과 2년도 안되었거든요.>

<그거밖에 안됐나요?>

<오히려 지금 하락은 정상적인 주가로 회귀하는 과정입니다.>

<와~ 교수님 말씀을 듣고 나니 이번 하락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는 근거들.

소라가 조사한 것만 해도 적지 않다.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지금 주가는 아직 높다.

'2000까지는 내려갈 것 같애. 최소한.'

닥터둠 교수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확신이 굳어진다.

지난 2년 동안 계속 오른 만큼 하락장도 길게 이어질지 모른다.

꿀꺽!

소름이 돋는 일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숏 베팅을 한다면 돈을 벌 수 있다.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

언제까지 주식만 할 수는 없다.

트레이더들은 선물 위주로 거래한다고 들었다.

숏 베팅도 일종의 선물.

ETF긴 하지만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자~ 지금까지 닥터둠 교수님 만나보았고요. 다음으로 모실 분은 최근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핫한 분이죠? 슈퍼개미 손익좌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뭐 하는데 저 인간.'

익숙한 인간이 보인다.

* * *

하락장.

특히 한국의 하락장은 난이도가 우주 최강이다.

'상상치도 못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

이성적인 투자자일수록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알려줄 길라잡이가 없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장안의 화제이신 손익좌님 본인 맞으시죠?"

"특정 커뮤니티에서 그렇게 불리고는 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유명하신데~!"

일반 투자자들이 기댈 만한 것은 기껏해야 유튜브.

119주식톡의 출연 제의를 수락한 이유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채널 중 하나다.

"저도 영상을 보았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정말 하락장이 끝나질 않습니다!"

"네."

"조금 전에 출연하신 닥터둠 교수님도 그렇고 어떻게 그런 선견지명을 가지실 수 있죠?"

그리고 부순다.

투자자로서 유명해지기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의 시장 논리를 깨뜨리는 것이다.

'마이클 어리버리처럼 말이지.'

인생 최대 업적이 빅쇼트 친 것.

사실은 큰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이후로는 제대로 된 예측을 해낸 적도 없다.

그럼에도 유명하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를 외치는 사람은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때는 그랬죠."

"어? 지금은 다르시단 건가요?"

"한동안 다시 랠리가 이어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반대의 시기.

개나 소라나 폭락을 외치고 있다.

닥터둠도 대표적인 폭락론자 중 하나다.

'1년 365일 폭락만 떠들고 다니는 인간인데.'

염유안의 반대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는 주목은 커녕 무시만 받는다.

그러다 진짜 폭락장이 왔을 때.

재평가라는 명목으로 유명해지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 닥터둠 교수님과는 반대의 예측을 하고 계신 거네요?"

"그렇게 되겠네요."

"어째서 심정에 변화가 생기신 건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선생님!"

그런 인간과 비교 받을 짬밥이 아니다.

무지성으로 숏만 외치는 숏충이가 아니니까.

'그래도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애널리스트이긴 하지.'

그의 주장을 정면에서 박살 낸다.

폭락장으로 지친 투자자들에게 유쾌한 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개나 소나 폭락을 외치고 있으니까요."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나요?"

"네."

"아니, 선생님~! 그래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아니면 저번 오성전자 때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거죠?"

"아뇨."

폭락을 굳게 믿고 있는 폭락론자들에게도 말이다.

그들에게 있어 청천벽력인 일.

'이 정도 불은 지펴야 어그로가 쏠리거든.'

나의 발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채팅창에서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개나 소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닥터둠 교수님도 개인가요??

−젊은 친구라 말도 시원하게 하네

−그렇죠 모두가 아는 폭락이 올 리가 없죠 ㅎㅎ

−말을 좀……

−이딴 게 전문가라고 나와? ㅋㅋ

−슈퍼개미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감으로 투자하는 애송이였구만 흐흐 ^^

−에휴 무지성 롱충이네

최근 시장.

하락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물려있는 사람도 못지 않게 많다.

자신들을 대변해줄 사람을 원한다.

그것이 심지어 이전에 폭락을 주장하던 사람이라면.

"근거 따위 필요 없습니다."

"시청자분들이 납득할 만한 말을 해주셔야 하거든요……. 네?"

"사람들이 하락장을 그래프로만 보고, 실제로 겪어본 적이 없어서 이성적으로 따지려고 드는데. 그 이성적인 사람이 가장 손해를 보는 장이 바로 하락장입니다. 저는 어설프게 하락 외치는 사람을 제일 혐오해요."

오히려 신뢰를 얻게 된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맞더라.

'결국 대중이 원하는 건 교주님이라서.'

스스로 사고를 하며 투자를 하는 사람은 5%도 되지 않는다.

주식 시장의 실상이다.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

하락장을 겪고 나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닥터둠 교수님의 분석이 저로서는 조금 더 납득이 가는데……."

"그래요?"

"닷컴 버블이랑 리먼 브라더스 사태도 예측하신 분이거든요!"

"지금 시장은 그런 물로켓 시대랑은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물로켓이요?"

어설픈 신념을 박살 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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