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81화 (181/450)

EP.181

빅쇼트

빅쇼트.

"선배!"

투자를 하다 보면 깨닫는 것이 있다.

주식을 꼭 살 필요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저 엄청난 사실을 알았어요."

"누구나 다 알 것 같은 사실 같은데."

"우씨!"

소라가 가슴을 흔들며 뛰어온다.

워낙 탱탱해서 얼굴에 맞으면 이빨 날아갈 것 같다.

'그런 만화도 있긴 했지.'

젖탱이로 얼굴을 샌드백처럼 때려 갈긴다.

마지막에는 꼭지에서 미사일이 날아간다.

"하락장에는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숏을 사는 거에요."

"오."

"어때요? 괜찮은 전략이죠?"

"마치 IQ가 세 자리가 돼버린 것 같구나."

만물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우쭐해 한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숏도 하나의 투자 전략이니까.'

한국에서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및 숏 베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일반적.

개인 투자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테슬라 3배 숏 같은 걸 칠 수 있다.

"인버스를 말하는 거지?"

"후후, 저는 곱버스를 사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능한 건 인버스와 닥버스.

인버스는 코스피를 반대로 추종하는 ETF고, 닥버스는 코스닥을 반대로 추종하는 ETF다.

'그리고 곱버스는 인버스의 2배지.'

지수가 1% 내려가면 2%의 수익을 본다.

소위 말하는 레버리지가 가미된 ETF라고 할 수 있다.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니?"

"하면 안돼요?"

"뭔가 계기가 있을 것 같아서."

"영화 빅쇼트를 봤거든요!"

흔해 빠진 이유였다.

투자자들이 절대 봐서 안되는 3대 영화 중 하나를 보고 말았다.

'빅쇼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마진콜.'

차라리 작전을 3번씩 보는 게 낫지.

저 세 개는 어디 쓸래야 쓸 데가 없다.

"저도 숏으로 부자가 될 거에요!"

"시대를 바꿀 투자자가 태어났구나."

"꿈은 크게 가져야죠."

쓸데없는 선입견만 생기게 된다.

특히 '빅쇼트'는 부작용이 상당한 편이다.

'자신이 현명한 투자자가 돼버린 듯한 착각에 빠지거든.'

하락장.

모두가 돈을 잃는다.

역방향 투자로 오히려 수익을 내버린다.

남들이 다 돈을 잃을 때 돈을 버는 것은 엄청난 쾌감을 가져다준다.

마약에 비견될 만큼.

"너 빅쇼트는 끝까지 본 거야?"

"그야 당연하죠."

"그럼 빅쇼트 결말이 뭔지도 알겠네?"

"사람을 무슨 바보로 알아요?"

"아니, 진짜 결말."

"?"

영화 빅쇼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주식 영화다.

주인공들은 그 사태를 예견하고 수익을 보았다.

하락에 베팅해서 떼돈을 번 것이다.

'그게 현실을 베이스로 한 영화라.'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다.

영화 속 인물들도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설정되었다.

즉, 살아있는 인간.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되었는데요?"

"뒤졌어."

"죽었다고요?!"

"투자자로서는 말이지."

빅쇼트의 주인공 중 하나.

마크 바움의 실존 인물은 스티브 아이스먼이다.

'개 버릇 남 못 주는 법이거든.'

테슬라에 대규모 공매도를 때린다.

하지만 주가는 예상을 뒤엎고 급상승.

운용하던 펀드를 청산 당한다.

사실상 현업에서 은퇴하며 뒷방 늙은이 신세가 돼버린다.

찰칵!

시가에 불을 붙인다.

제아무리 유명한 투자자라 할지라도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는 것이다.

'뭐,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당연한 일상.

그럼에도 도저히 익숙해지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아, 피지 말라고 했는데!"

"입으로 막던가."

"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담배 한 까치가 마려워질 수밖에 없다.

소라가 남편 건강 걱정하는 마누라처럼 칭얼거린다.

'뭐, 니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숏 투자를 하게 된다면 말이다.

역방향 투자라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일이다.

"뭐가 그렇게 위험하다는 거에요? 아니다 싶으면 손절하면 되지."

"너 마약 해봤냐?"

"해봤겠냐."

"에휴, 뷰지 아니랄까 봐 꼬카인도 못해봤네."

"?"

숏은 마약에 비유된다.

한 번 숏으로 이득을 보면 그것에 중독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님들 라면 드시지 마세요. 체질이라는 게 바뀝니다, 라는 말처럼.'

숏 투자자는 정말 체질이라는 게 바뀐다.

모든 상황이 폭락의 전조처럼 느껴진다.

"설마요."

"내가 너 데리고 농담 따먹기 하는 거 봤냐?"

"농담도 따먹고, 그냥도 따먹으려고 하잖아."

"그러네."

이번만큼은 진담이다.

투자에서 어째서 멘탈이 중요한지.

숏을 한 번 쳐보면 깨닫게 되어있다.

'사람은 결코 이성적인 생물이 아니야.'

확증 편향.

초보 투자자들만 실수하는 것이 아니다.

제아무리 잘난 투자자라 할지라도 저지르게 되어있다.

아니, 그래서다.

내가 왕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예견해서 돈방석에 앉은 사람인데~.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려는 힙스터 기질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거지."

"선배처럼요?"

"결국 투자자는 증시의 우상향을 믿는 거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어버린 채."

"안 듣네."

제시 리버모어, 반복창 등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숏 투자자의 말로는 대개 좋지 않다.

청산을 당한 스티브 아이스먼이 양반일 정도로.

'이성적인 사고를 유지하는 것도 투자자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야.'

하락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숏 베팅을 함부로 하면 안되는 이유다.

투자자로서 가치관이 정립되기 이전까진.

"그치만."

"킹치만?"

"마이클 버리는 지금도 유명하잖아요."

"마이클 어리버리 그 자식."

"네?"

가치관이 정립된 사람만이 해야 한다.

이제 막 뒷다리가 난 소라에게는 요원한 일이다.

'걔도 멘탈 터지기 직전까지 몰린 끝에 겨우 겨우 해낸 거야.'

차 팔고, 집 팔고, 팔 수 있는 거 다 팔았다.

2년 존버 끝에 기적적으로 빅쇼트가 나온 것이다.

영화는 영화.

실제 현실에서는 마이클 버리도 쉽게 돈을 번 것이 결코 아니다.

꿀꺽!

그 심각성을 이제서야 이해한다.

빅쇼트 1회 시청자의 귀여운 착각이다.

"우……, 그래도 내려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럼 숏 치던가."

"지금 한미 금리 역전으로 난리가 났단 말이에요! 이대로면 IMF 사태 때처럼 달러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시기.

마치 사춘기와 같은 과정이다.

'시야가 넓어질 때도 됐지.'

글로벌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세상이 결코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타악!

모처럼이니 강의를 해준다.

주식 동아리의 화이트 보드에 동아리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지금 뉴스에서 떠들썩하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됐다고."

"네!"

"큰일 난 거 아니에요?"

"왜 큰일 났다고 생각하지?"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에 돈을 넣을 이유가 없어지니까……."

나의 위엄이 돌아왔다.

레이첼과의 대결에서 명명백백히 승리했기 때문이다.

가르쳐준다.

환율이라는 것은 처녀의 망상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이론상으로는 무한히 내려갈 것 같지.'

돈을 더 주는데?

심지어 안전하기까지 하다.

미국은 세상에서 제일 신뢰도가 높은 나라다.

그 미국의 중앙은행에서 고금리를 보장해준다.

한국에서 돈을 빼서 미국으로 이동시키는 게 맞는 것 같지만.

“현재 미국의 CPI는 2.4%, 기준금리는 1.75%. 그리고 한국은 CPI가 1.3%, 기준금리가 1.5%야. 즉, 실질금리를 산출하면 한국이 미국보다 높다는 거지."

"실질금리가 뭐에요?"

"기준금리에서 CPI를 뺀 값."

환율은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자산이다.

그렇게 쉽게 엉덩이를 들썩이지 않는다.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국이기도 하고.'

달러가 계속해서 들어온다.

돈이 많으니 여차할 때 환율 방어가 충분히 가능하다.

스무딩 오퍼레이션.

괜히 공격했다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오성전자가 하락하는 것과 별개로 돈은 잘 벌잖아? 이런 안정된 경제에선 자본 유출 현상이 쉽게 일어날 수가 없지."

"그럼 지금 왜 1100원이 넘은 거에요?"

"환율 폭등했던데."

"금리 예측치가 달라졌으니까."

물론 이는 거시적인 예상이다.

단기적인 흐름에서는 투기적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의 다음 달 CPI가 예측치가 1.6%라서.'

실질금리의 격차가 좁아졌다.

신흥국 시장이 대외 건전성도 점점 흔들리는 추세다.

데킬라 효과.

1994년 멕시코의 금융위기가 남미 전반으로 번진 것처럼, 아시아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에도 전파될지 모른다.

"IMF도 태국의 위기가 트리거가 되어 일어났지.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안 심리가 생기는 법이니까."

""오오…….""

"선배도 레이첼 언니처럼 말할 수 있네요?"

"당연하지."

이렇듯 여러가지를 따져야 한다.

표면적으로만 봐도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숨겨진 것은 더더욱 많고.'

레이첼한테 말한 것.

이것의 심화 과정이다.

다 알고 있으니 생략하고 진행했다.

하지만 주식 동아리의 애들은 햇병아리다.

기본도 모르면서 함부로 건들 만한 것이 아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이 시장에 얼마나 선반영됐는지, 숨겨진 것들은 얼마나 있는지, 계산할 수 있기 전까지 환율은 함부로 예측하는 게 아니다 이 말이야."

"그럼 숏은 쳐도 돼요?"

"여기서도 숏 열풍이야?"

"저희 빅쇼트 돌려봤어요!"

"개꿀잼."

"하아……."

투자자로서의 기본들.

전부 알고도 손이 근질거려서 못 버티게 됐을 때 하는 것이 바로 숏이다.

'도박장에 왔으면 블랙잭, 바카라, 룰렛, 빅휠, 다이사이, 캐리비안 스터드 포커, 카지노 워, 텍사스 홀덤 다 해보고 다음 수순을 논하는 거지.'

이제 겨우 슬롯머신 정도 돌려본 애송이가 손모가지를 걸면 안되는 법이다.

"저 인버스로 이득 보고 있어요."

"난 곱버스!"

"한국 망하는데 베팅하고 싶어요 하악 하악."

증시의 하방을 예측하는 것과 숏을 치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을 때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어떤 처자처럼 23살 먹고 경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숏도 한 번 해보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너희 이런 말 들어봤어? 롱은 계산, 단타는 심리라고."

"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가치투자는 분석을 해야 하니까……."

"그래. 알 것 같지? 그렇다면 숏은 뭘까?"

""?!""

영화 속 마이클 버리는 집이 넘어가고, 차가 넘어가고, 투자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부하 직원마저 자신이 틀렸다고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지.'

숏은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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