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75화 (175/450)

EP.175

사양산업 종사자

최근의 증시.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뒤진 새끼가 왜 살아나.'

물론 그렇게 보일 수는 있다.

주식 시장은 한국만 있는 게 아니니까.

나스닥의 상승 기세가 심상치 않다.

코스피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똑! 똑!

나라고 항상 100% 맞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때는 좋은 방법이 있다.

"네, 나가요~ 선배?"

인간지표.

소라가 얇은 티와 돌핀팬츠 차림으로 방에서 나온다.

"왜 왔어요?"

"궁금한 게 있어서."

"별로 좋은 목적은 아닌 거 같은데……."

2학년에 들어서 섹시해지고 있다.

유튜브 방송의 영향이다.

'진작에 이런 옷 좀 입지.'

고지식한 성격이 고쳐지는 중이다.

남자들의 취향을 알게 되었다.

하얗고 탱탱한 허벅지.

허리와 귀여운 배꼽이 드러나는 상의.

꿀꺽!

마음 같아서는 더듬어버리고 싶다.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어서 문제다.

"요즘 주식 어때?"

"잘돼가고 있어요! 최근에 물렸던 것도 거의 탈출해서……."

"아, 그래. 다행이네. 잘 있어."

"잠깐만요! 겨우 그 말하려고 오진 않았을 거 같은데."

확인했다.

바로 돌아서려던 찰나.

'설마 소라가 머리를?'

내 셔츠 자락을 잡아온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또 하락장 오는 거 아니에요?"

"그건 모르지."

"맞죠? 우씨, 다 팔아야지."

서당개도 3년이면 된다더니 소라도 지난 1년간 배운 게 있었다.

요 근래 눈치가 빨라졌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HTS로 주식을 팔아버린다.

그리고 나를 보며 히죽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타악!

괘씸하다.

문을 닫고 소라의 발칙한 허벅지와 가슴에 손을 올린다.

"자꾸 까불면 따먹어 버린다?"

"따먹어 보던가요."

"어쭈?"

"대신 제대로 매수해주셔야 돼요."

틴트를 발랐는지 입술이 반짝반짝하다.

뻐끔거리는 구멍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넘실거린다.

쪼옥!

빨아 먹고 싶다.

소라의 달콤한 침을 내 입으로 옮겨 꿀떡꿀떡 삼킨다.

'색기가 물 올라 가지고.'

달라질 걸 기대하긴 했다.

언제까지 애새끼스러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생각 이상으로 성장해버렸다.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배웠다.

"맛있어요?"

"졸라 맛있어."

"산 보람이 있어요?"

"대박이야."

사지 않으면 키스를 안 해주겠다.

어쩔 수 없이 5%를 주고 인수했다.

'사실은 펠라 시키고 싶어서 산 건데.'

막상 시키려고 하니 미안해서 키스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허벅지는 NG인데요."

"이 정도는 괜찮잖아."

"안돼요. 제대로 구매하고 즐겨주세요."

소라의 엉벅지도.

그래서 손을 올렸더니 추가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아니, 돌핀 팬츠는 반칙이잖아!'

청바지로 가리고 다녔을 때도 위험했다.

지금은 근질거리는 손을 막을 수가 없다.

"얼만데."

"음~ 5%!"

"알았어. 살게."

"헤헤, 아싸♪"

사고 나서 마음껏 더듬는다.

솜털이 느껴지는 아주 부드러운 촉감이다.

'순진할 때 내 취향대로 만들어버릴 걸.'

하나하나 사려고 하니 후회막심이다.

만족감이 있어서 더 그렇다.

"이번 기회에 전부 사실래요? 10%만 더 내시면 되는데."

"벌써 그렇게 됐어?"

"싼 거라구요~ 오빠 말고는 남자랑 손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숫처녀를."

마음껏 해버릴 수 있는 기회인데.

귓가에 속삭이는 솜씨는 누가 봐도 처녀가 아니다.

'유튜브를 괜히 하라고 했나?'

방송 내용만 보면 별 게 없다.

지극히 소라다운 경제 위주의 노가리 방송이다.

그것만으로도 영향이 있었다.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만큼 색기가 몸에 붙었다.

"절 꼬시는 시청자가 하도 많아서요."

"그래?"

"아직까진 철벽 치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요?"

발칙하다.

두 팔로 업어서 침대 위로 들고 가도 꺄꺄! 거리면서 반항하지 않는다.

'이래서 재능충은.'

남자를 미치게 하는 몸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개화할 줄이야.

꾸욱!

아직은 멀었다.

소라의 배를 꾹꾹 누른다.

한 차례 보내서 조용히 시키려고 했건만.

"운동했어?"

"이제 저번처럼은 안 당해요."

"이래도?"

"아앙♡"

부드럽고 말캉망캉하지만은 않다.

보슬보슬한 피부 아래로 탄탄한 근육이 느껴진다.

'사용감 죽여주겠네.'

안 그래도 명기가 의심되는 안쪽이다.

운동까지 하면 얼마나 좋아질지 상상이 안 간다.

"넣고 싶죠?"

"뭐?"

"여기다 넣으면 웬만한 꼬추는 녹아버린 데요."

"누가 그래?"

"시청자가요."

소라의 언행.

역시나 방송의 영향이었다.

시청자들이 해대는 짓궂은 말을.

'스펀지처럼 흡수했구나.'

성희롱을 해도 알아듣질 못하던 녀석이다.

갑자기 변했다면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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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꽈배기 1일 전

허리 조오오오온나 얇네

남자들한테 인기 개많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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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 1일 전

응애 쭈쭈 줘

쭈쭈 흉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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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 1일 전

ㄹㅇ 컨셉 아니고 학생임?

몸매는 누가 봐도 여캠인데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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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많네."

"가끔씩 이상한 댓글들이 달려요."

"삭제하면 되잖아?"

"무섭단 말이에요……."

소라가 두 팔을 벌려 안겨온다.

맞닿은 가슴이 대놓고 압박해올 만큼.

장난인 줄 알았다.

나지막하게 떠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

"남자들이 저를 이렇게 성적으로 볼 줄 몰랐어요."

"그, 그래?"

"여행 때가 생각 나서 무서웠어요."

"크흠!"

가장 많이 본 입장에서 찔린다.

하지만 소라로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죠?"

"그, 그러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을까요?"

"!!"

빤히 마주 보던 눈동자.

그대로 가까워지더니 내 입술을 삼킨다.

쪼옥!

쪼옥!

적극적으로 달라붙는다.

좁은 방 안에 끈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체온이 뜨끈하다.

닿는 곳곳도 부드러워서 그대로 빠져들고 싶다.

"선배……."

소라도 원하는 눈치.

살짝 젖은 눈망울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

"나머지 10% 인수하게 만들려고?"

"네."

"어림없어. 요 녀석아."

"에헤헤, 실패했당♡"

귀여운 눈웃음을 짓는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분간이 안 간다.

'요망해졌어.'

한 달 사이에 말이다.

이런 영향이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은 먹혔죠?"

"글쎄."

"앞으로 더 예뻐질 건데 그때 가서 후회해도 늦어요?"

틱틱대던 소라도 나쁘지 않았다.

바보 같아서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몸매 관리.

더불어 색기까지 붙자 점점 여성스러워지고 있다.

"왜 후회하는데?"

"예쁜 처녀는 성장주라구요? 가만 두면 계속 가치가 올라버릴 걸요?"

"사양산업일 수도 있잖아?"

"사양산업이요……?"

하지만 소라는 소라.

말빨로 구워 삶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토독, 톡!

그 증거를 보여준다.

최근 트렌드는 소라의 주장과는 다르다.

『여자친구, 빌리겠습니다』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만화지. 드라마화도 됐을 정도로."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요?"

"여주인공이 창녀야."

"?!"

정말이다.

이 남자, 저 남자 가리지 않고 사귀는 직업을 업으로 삼고 있다.

'놀랍게도 단 1%의 과장도 없는 진실이지.'

트렌드는 시대를 반영한다.

도시화가 진행되며 문란해지고 있는 사회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주인공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게 처녀가 이전처럼 선호 되지 않는다는 증거지."

"말도 안돼."

"한국 드라마에도 처녀 없잖아? 오빠한테 한 시라도 빨리 넘기는 게 낫지 않겠어?"

소라의 가는 턱을 살살 쓰다듬는다.

진심으로 고민하는 눈치인 게 귀엽다.

'잘 가스라이팅 하면 공짜로도 먹을 수 있겠는데.'

아무래도 30%는 부담이 된다.

살살 깎아서 그 이하로 인수해버리고 싶다.

"그래도."

"응?"

"사양산업이라는 증거는 빈약한 것 같아요."

"노처녀가 될수록 더 값이 떨어지는데?"

"노처녀 될 일 없거든요?"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소라도 제법 고집 있는 투자자가 되었다.

'뭐, 소라는 아직 많이 남긴 했지.'

본인의 주장대로 이제 막 잠재력을 증명하기 시작한 성장주일 수도 있다.

"두고 봐요. 성장주인지, 사양산업인지."

"귀엽네."

"그때 가서 마음껏 후회하세요."

앞날을 알 수 없다는 게 주식의 재미.

소라의 성장을 찬찬히 지켜보고 매수할 것이다.

'주식이라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도 하고.'

최근 공을 들이는 대상은 따로 있다.

또 다른 사양산업 종사자를 만나러 간다.

* * *

한 달.

주식 시장에서는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다.

'확실히 상승 추세긴 했지.'

연방준비제도의 기조에 변화가 있었다.

고용률 지표가 안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는 것?

실물 경제가 받쳐줘야 가능하다.

따라서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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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종합지수』

7708.92 ▼258.41 (+9.04%)

[대충 한 달간 올라가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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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이 랠리를 펼치고 있는 이유다.

지난 하락장을 통해 옥석이 가려진 것도 한몫한다.

'그래서 상승장을 예측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주식 시장의 논리다.

곱상한 투자를 해온 양키들이나 생각할.

무법지대인 코스피는 다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반영과 눈칫밥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오, 빨리 왔네요?"

"당신이 늦은 거겠죠."

"지금 그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닌 것 같은데?"

"윽!"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외국에서 온 사양산업 종사자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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