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74화 (174/450)

EP.174

K−증시

증시의 방향.

맞추는 것은 전문가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저도 어른스럽지 못한 대처를 했어요.'

선물 시장에서는 매일 전쟁이 벌어진다.

월가의 엘리트들이 머리를 싸맨다.

그럼에도 예측이 빗나간다.

주식의 신은 오만한 자를 가장 경멸한다.

'알고 있는데…….'

때문에 투자자라면 항상 겸손해야 한다.

체계적인 계획을 토대로 투자를 한다.

레이첼의 모토라고 할 수 있다.

충분한 헷지를 통해 확률 높은 승부를 노린다.

쿠웅!

그 남자의 앞에만 서면 이성이 통제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책상을 두 손으로 내리친다.

쿵!

반작용으로 튀어 오른 가슴이 다시 한 번 책상을 타격한다.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내가 왜 그런 변태 녀석 때문에.'

지금 자신이 있는 장소는 한국대의 기숙사다.

평범한 학생처럼 생활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고생은 배가 된다.

그래서 심사숙고 끝에 행선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당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한국에 온 건데.'

한 명의 투자자로서 흥미가 생겼다.

어떤 사람인지 조사를 할수록 더더욱.

솔직하게 기대가 있었다.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약간의 환상도 가지고 말았다.

'원래 한국 남자들은 인성이 그르친 걸까요…….'

드라마에서도 그러했다.

여주인공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싸가지 없는 재벌 2세.

하는 행동마다 강압적이다.

하지만 은근히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면이 있어서.

두근! 두근!

시청자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만든다.

어디까지나 드라마에서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갑자기 키스를 하면 사람이 많이 곤란하잖아요.'

처음에는 이런 미친놈이 있나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최악이었던 첫만남.

어쩌면 한국 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건.

쿠웅!

쿵!

그럴 리가 없다.

이후로도 계속 시비를 걸고, 자신의 말은 듣는 시늉도 안 한다.

'철저하게 이겨주겠어요.'

자신은 한국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수동적인 타입이 아니다.

바라는 건 스스로 이뤄낸다.

찬욱을 무릎 꿇릴 것이다.

그동안의 일을 사과하게 만든다.

그 다음에는.

'흠!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되겠죠.'

격의 차이를 보여주는 게 먼저.

이번 내기를 확실하게 승리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다.

찬욱은 한 가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오만전자!"

"네?"

"정말로 오만전자가 왔어요. 감사합니다……."

"저한테 감사할 건 아닌데요 뭘."

1주일이 지나자 예상대로 흘러간다.

거시경제학 조교 김탁수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한다.

오성전자에 물려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곧 탈출할 수 있을 거라고 했더니 자신을 예언자처럼 떠받든다.

'사실 당연한 건데.'

하락이 있으면 상승도 있기 마련이다.

그 전조를 사전에 감지하는 게 가능하다.

"근데요."

"이제 되셨나요?"

"어떻게 다시 오를지 아신 거에요? 진짜 신이세요? 여신?"

"그런 거창한 건 아니고요……."

경제 지표.

연준의 기조.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단서를 제공한다.

'1주일 전에 이미 방향성이 나왔으니까요.'

반등이 시작되었다.

한국은 신흥국 증시인 만큼 반응이 조금 늦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가게 돼있다.

미국 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니까.

"진짜 거시경제를 살필 줄 아시네요!"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저희 교수님은 거시경제학 교수인데도 틀리시던데."

"……."

뒷자리에서 눈치를 보던 교수.

양민석도 오성전자에 물린 한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자신의 평단에는 오지 않았다.

"험! 험! 혹시 5.5만까지도 오나?"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님."

"아니, 왜?!"

레이첼에게 자존심을 내려놓고 묻는다.

하지만 원하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긴 하지만.'

개별주가 오를지 내릴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이 분석한 것은 증시의 방향성이다.

그래도 오성전자.

자신도 알고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기업이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늘어나고 있으니, 현재 금리에서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성전자는 실적도 좋고, 유보금도 많은데?"

"뭐, 그렇다면……."

금리 인상은 주가에 꼭 적신호만은 아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적절하다.

한 차례 하락장을 겪고 나면 더 탄탄하게 성장한다.

높은 금리를 버틸 수 있다면 말이다.

'한국 증시는 기초 체력이 좋은 편에 속하고 있어요.'

그 사실은 환율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때 1100원까지 치솟았지만, 1080원에서 지켜주는 중이다.

CDS 프리미엄,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등.

여러 지표를 봐도 같은 방향성을 가리킨다.

"그런 것도 있어요?"

"해외 투자를 할 땐 상식이긴 한데……."

"아, 그렇네. 언니한테 한국은 해외 투자구나!"

"와 진짜 전문가 같애."

월가에서도 미국 주식만 투자하는 건 아니다.

신흥국 시장도 당연히 눈여겨본다.

'한국에 오기로 했으니까.'

어느 정도 조사를 끝내고 왔다.

그것이 동아리 부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

"찬욱씨는 이런 거 안 가르쳐줬어요?"

"찬욱씨래!"

"어머, 어머."

"제가 이상한 말을 했나요?"

자신에게도 말이다.

현지 적응에 성공하고 있다.

주식 동아리 활동이 적성에 맞는다.

'학생들이 똘망똘망하고 아주 착해요.'

졸업 후에 자신의 회사에서 고용하고 싶을 정도다.

이런 주식 동아리를 알게 된 이유는.

"찬욱 오빠는 그냥 굴러보면 안다고 해요."

"어쩌다 가끔 조언만 해주고."

"Umm……, 좋은 방식이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찬욱을 찾는 과정에서였다.

강의가 끝나면 얼굴 보기 힘든 그가 어디에 있는지.

'이런 곳이 있으니 재능도 싹이 틀 수 있었던 거겠죠.'

학생들이 유능할 만도 하다.

찬욱만큼은 아니어도 다들 알 만큼은 알고 있다.

"언니가 훨씬 잘 가르쳐주는 거 같아요."

"레이첼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눈나!"

"네, 괜찮습니다."

자신이라면 훨씬 체계적으로 알려줄 수 있다.

이 꿈 많은 인재들에게 말이다.

'당신이 진다면 정말로 그렇게 할 거에요.'

현재 증시의 흐름.

자신의 예측대로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나스닥은 전고점 대비 2/3지점까지 올라왔다.

코스피도 곧 따라갈 것이다.

"레이첼 언니는 어떻게 상승장을 아신 거에요?"

"증시 이벤트라는 게 있어요."

"게임처럼?"

"Uh……, 어떻게 보면 게임 같기도 하네요."

한동안은 말이다.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당연히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FOMC는 5월에 예정돼있고, 한동안 지표도 추세에서 크게 이탈할 만한 것이 없어요.'

변곡점이라는 게 있다.

투자자들은 그것을 '증시 이벤트'라고 부른다.

시장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사건.

세계 금융의 중심인 나스닥에서 주로 일어난다.

"아 그래서 나스닥을 보라는 거구나……."

"세부적으로 보면 많은 사건들이 있고, 그것을 큰 틀에서 종합하면 증시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어요."

"그게 돼요?"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에요?"

"너무 많은데……. 정치권의 회의와 경제 지표들, 그리고 CEO 인터뷰 등이 있죠."

그것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시장에 있는 노이즈를 찾아낸다.

월가 투자자들이 매일 같이 하는 일이다.

'CEO들의 인터뷰에도 큰 문제는 없었어요. 컨센서스를 수정한 기업도 거의 없고요.'

얼마나 자세하고, 정확하게 분석하는지가 바로 투자자의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찬욱 오빠는 내려간다면서요?"

"왜 그랬대?"

"다른 예측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니까요."

"언니 예측이 맞고 있잖아요!"

찬욱은 자신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내기를 수락한 것이기도 하다.

'제가 너무 높은 평가를 내렸던 걸까요.'

혹시 자신이 놓친 게 있나?

일주일간 낱낱이 뒤져봤지만 그런 건 없었다.

실제 결과가 말해주기도 한다.

이대로 남은 3주가 흐르면 결과는 명백하다.

"그냥 언니가 더 잘 아는 거 아니에요?"

"제가요?"

"맞아, 맞아!"

"찬욱 오빠는 사짜 기질 있어서 단타 같은 게 특기에요."

자신의 승리.

최대한 비관적으로 잡아도 패배할 지수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렇겠네요.'

태어난 순간부터 교육을 받아왔다.

가문에서 쓸만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

그런 자신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애시당초 기대치를 너무 높이 잡았다.

"Ah, 단타. 데이 트레이딩 말이죠?"

"영어 발음 쩐다……."

"언니 너무 멋있어요!"

"응? 응?"

실전 위주의 매매를 했을 것이다.

오직 감에 의지한 투자 말이다.

조금 힘이 빠진다.

자신을 놀라게 할 만큼 대단한 인재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잘된 걸 수도 있어요.'

전문 지식 없이 그 정도의 기량.

적당한 인재를 찾은 걸지도 모른다.

갈고 닦으면 빛이 날 만한 원석이다.

자신의 부하로 부려 먹어준다.

"요즘 왜 오르는 거래?"

"레이첼 언니한테 직접 물어봐."

"나 찬욱형파잖아……."

"나도 알려줘!"

주식 동아리.

시간이 갈수록 레이첼을 따르는 부원들이 많아진다.

주가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

"레이첼 언니 나스닥 어제 또 올랐어요!"

"코스피도 조금이지만 올랐어요."

"다행이네요."

"저 언니 덕분에 돈 벌었는데 혹시 떡볶이 시키면 먹을래요?"

동아리실의 분위기도 말이다.

레이첼의 말을 들은 부원들은 이득을 보고 있다.

그만큼 사이도 돈독해지진다.

주식으로 번 돈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만큼.

"여기 배달비 붙었네……. 자주 시켜 먹는 곳인데."

"아, 배달비 에바야!"

"배달비?"

"얼마 전까진 배달비가 없었거든요."

학생에게 얻어먹는다니?

레이첼로서는 미묘한 기분이다.

'한국에는 원래 배달비가 없었구나. 우버이츠에는 있었는데.'

하지만 친분을 쌓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먹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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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2252.69 ▼224.82 (−9.98%)

[1주일만에 떡락해버린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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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힌트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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