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69화 (169/450)

EP.169

경제 유튜브였는데

소라는 유튜브 운영에 재미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경제의 신비로움을 탐구하는 채널 소라입니다!"

마치 화원을 가꾸는 기분이다.

식물들이 이쁘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그와 마찬가지.

구독자가 늘어나고, 새로운 댓글이 달릴 때마다 마음이 풍성해지는데.

'어?'

영상을 찍고 구독자 수 증감 추이를 확인한다.

생각보다 오르지 않았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댓글창을 보자 둔감한 소라도 깨달을 수밖에 없다.

────────────

아오이 1일 전 乃 10

목소리는 좋은데 경제학이 너무 어렵다 ㅠ

────────────

칸쵸만쵸 1일 전 乃 7

왜 캠 안 켜세요??

캠 키시면 대박 날 거 같은데!

────────────

트로트맨 1일 전 乃 5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

항상 칭찬일색이던 반응이 아니다.

아니, 이전부터 불만이 쌓여왔던 것이다.

'캠? 캠을 키라고?'

비슷한 댓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얼굴을 드러내는 게 부끄러워 못 본 척했다.

불만이 점점 커진다.

구독자 수 증가가 정체되고, 여론까지 나빠진 이유일지 모른다.

'어떡하지? 얼굴 팔리는 건 좀…….'

거부감이 드는 일이다.

어떤 정신 나간 인간 때문에 유튜브에서 난리가 난 적도 있다.

하지만 구독자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

소라는 큰 마음을 먹고 찍어보기로 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경제의 신비로움을 탐구하는 채널 소라입니다!"

영상을 다시 찍는다.

얼굴은 무리라도 목 아래 부분까지는 안될 것도 없다는 판단이다.

'흠, 흠! 뭐 이 정도면 만족하겠지?'

그래도 부끄럽다.

마음 같아서는 유튜버고 나발이고 때려 치고 싶다.

기왕 시작한 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지에 따라 결정을 하려고 했는데.

『Sora의 경제탐구』 구독자 705명

「경제학과생이 쉽고 간단하게 설명드리는 미시경제학 (3)」− 조회수 1.4천회 · 10시간 전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다음날 아침,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확인한 소라는 깜짝 놀란다.

'오, 오백 명? 하루만에?!'

정확히는 553명이다.

하지만 하루에 50명도 감지덕지하던 그녀에게는 엄청난 숫자다.

영상만 보고 구독은 하지 않았던 사람들.

어제 영상을 계기로 단체로 구독한 것이다.

'캠 유무가 그렇게 큰가? 그러면 앞으로도…….'

욕심이 나게 된다.

* * *

삼인성호.

─삼인성룡 (三人成龍)

세 사람만 우기면 없는 용도 만든다

그러니까 세 사람이 서로 짜고, 용이 있었노라고 거짓말을 하면 안 속을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엥? 그 사자성어는 삼인성룡이 아니라 삼인성호일 텐데

└호랑이가 아니라 용인데 뭔 호랑이

└엌ㅋㅋㅋ 호랑이래 ㅋㅋㅋ 학교에서 삼인성룡도 안 배웠나

└ㅈㅅㅈㅅ 제가 착각한 듯;;

대충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남들이 다 그렇다고 하면 어? 그런가? 하는 게 사람 심리거든.'

바보라서 속는 게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주위의 의견에 휘둘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경제의 신비로움을 탐구하는 채널 소라입니다!>

주식 처물릴 때처럼 말이다.

소라라면 실망을 시키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 재능을 살리면 얼마나 좋아.'

평소처럼 PPT에 자막만 나오는 밋밋한 영상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우유 보관통이 비춰지게 되었다.

────────────

시즌 32683호 1일 전 乃 25

진작에 캠 키시지~

너무 이쁘고 고우세요!

────────────

김재원 1일 전 乃 18

경제학 전공인 줄 알았는데 물리학 전공이셨군요 중력이 ㄷㄷ

────────────

스윗아재 1일 전 乃 10

처자 우유통이 마음에 드오

────────────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한 번 물꼬만 틔워 주면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참해.'

여성 방송인은 외모빨이 굉장히 크다.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컨텐츠? 말빨?

그런 걸 준비하는 것보다 반반한 외모 가꾸는 게 더 도움이 된다.

타닥, 탁!

본인으로서는 모를 것이다.

정말로 순수하게 경제학 강의가 먹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소라의 능지라면 그러고도 남지.'

공부 머리는 싹싹한 주제에 그 외의 면에서는 많이 모지라다.

선배로서 도움을 주고 싶다.

────────────

칸쵸만쵸 1일 전 乃 20

오 몸매 쩌신다 ㅇㅈㅇㅈ

근데 범생이? 타입이라 코디는 잘 못하시는 듯 ㅋ

────────────

대상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자존심.

살살 긁으면 반드시 넘어오게 되리란 걸.

'얘가 옷에 신경 안 쓰는 것 같아도.'

어쩌다 한 번 지적하면 발작을 한다.

못 입는 게 아니라 안 입는 거다.

자신의 몸매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다.

공주병 초기 증세를 가지고 있다.

────────────

│트로트맨 1일 전

│ㄹㅇ 옷걸이가 아까움

└───────────

│아오이 1일 전

│공부만 해서 옷을 잘 못 입나 봐요 ㅋㅋㅋㅋㅋㅋ

└───────────

│3551621441 1일 전

│조금만 신경 쓰셔도 구독자 확 늘 텐데

└───────────

혹시 모르니 장작도 조금 넣어준다.

계정 몇 개로 작업을 치자 옹호 댓글들이 달린다.

'이런 선배가 없어. 이런 선배가.'

시청자들의 니즈를 대신 파악해준다.

여론만 따른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경제 유튜버인지 여캠인지.

헷갈리는 감은 다소 생기겠지만 말이다.

* * *

캠을 켜자 빠르게 늘어나는 구독자.

'오오!'

소라는 환희에 차올랐다.

성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긴 했지만.

『Sora의 경제탐구』 구독자 1.27천명

「경제학과생이 쉽고 간단하게 설명드리는 미시경제학 (4)」− 조회수 2.1천회 · 17시간 전

「경제학과생이 쉽고 간단하게 설명드리는 미시경제학 (3)」− 조회수 3.5천회 · 1일 전

정말로 잘될 거라고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게 컨텐츠부터가 애매하다.

'이렇게 많이 봐줄 줄은 몰랐는데.'

경제학.

자신도 1학년 때 깨나 고생했다.

90%는 그 새끼 때문이지만, 나머지 10%도 만만찮았다.

쉽게 설명해도 어려운 건 어려운 것이다.

구독자가 1000명만 넘어도 감지덕지라고 여겼다.

---------------------------------------------+

『Sora의 경제탐구』님의 채널 분석

조회수 +1.32만

구독자 +1,271명

추정 수익 \21,892

+---------------------------------------------

1000명을 훌쩍 넘었다.

단 1주일이 안돼서 말이다.

목표치를 이루자 다른 생각이 인다.

자신도 혹시 인기 유튜버가?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시간 문제일지도 모른다.

'적당히 용돈벌이 정도면 괜찮지만, 만약 구독자가 수십만 명씩 하게 되면…….'

하나의 직업으로서 성립하게 된다.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자신의 꿈.

트레이더 일로 바쁘게 되면 영상을 올릴 시간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테니 말이다.

'흠! 흠! 트레이더는 졸업 후에 하는 거잖아? 그때 가서 생각해봐도 되겠지.'

두 가지를 전부 해내기엔 자신의 몸은 하나 뿐이다.

언젠가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은 정해져 있다.

눈물을 머금고 팬들과 이별을 할 것이다.

────────────

칸쵸만쵸 1일 전 乃 25

오 몸매 쩌신다 ㅇㅈㅇㅈ

근데 범생이? 타입이라 코디는 잘 못하시는 듯 ㅋ

────────────

│트로트맨 1일 전 乃 10

│ㄹㅇ 옷걸이가 아까움

└───────────

│아오이 1일 전

│공부만 해서 옷을 잘 못 입나 봐요 ㅋㅋㅋㅋㅋㅋ

└───────────

│3551621441 1일 전

│조금만 신경 쓰셔도 구독자 확 늘 텐데

└───────────

물론 잘되었을 때 말이다.

둥실둥실한 기분 속에서 댓글창을 보고 있던 소라의 눈에.

'어쭈. 내가 옷을 못 입는다고?'

채널 초창기부터 보이던 아이디다.

당시에는 댓글을 달아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보니 기억에 남아있다.

캠만 키면 대박이 날 것 같다!

영상 촬영을 하게 된 것도 '칸쵸만쵸'라는 구독자가 달아준 댓글이 계기였다.

'내가 입는 옷들이 대체로 밋밋하긴 하지.'

스스로 말하긴 뭣하지만 핏이 좋아서 뭘 입어도 잘 어울린다.

오히려 화려한 건 눈에 띄어서 자제하고 있다.

타닥, 탁!

하지만 유튜브.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곳이고, 개중에는 정말 예쁘다고 할 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옷만 괜찮은 거 입으면 꿀리지 않거든?'

절대 옷을 못 입는 게 아니다.

소라는 장롱 깊숙이 받아두었던 옷들을 꺼내서 살펴본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

대학교에 오면 입어볼까 하고 샀던 옷들이 접혀있는 채로 나온다.

'이건 좀……, 너무 파이지 않았나?'

분위기를 타고 사버렸다.

정작 입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방송용이라면?

꿀꺽!

어차피 얼굴까지 찍진 않는다.

유튜브에서는 이 정도는 노출도 아닐지 모른다.

'댓글도 많이 달렸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건 경제학 방송이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쉽고 간단하게 풀어놓는다.

그것이 모토지만, 유튜브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구독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구독자들이 원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그치? 그래도 되겠지?'

합리화를 할 핑계.

인기를 얻고 싶다는 욕심.

소라는 자신이 가진 가장 야한 옷을 꺼내 입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