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8
경제 유튜브였는데
유튜버.
최근 20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직업이다.
'유명한 사람들은 억단위도 번다고 하던데.'
소라도 항간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유튜버가 그렇게 유망하다.
돈.
인지도.
마치 되기 쉬운 연예인 느낌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경제의 신비로움을 탐구하는 채널 소라입니다."
그런 세간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솔직하게 조금 부럽다고 생각한다.
'뭐, 되면 좋은 거고.'
어쩌면 자신도?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으로 유튜브를 하게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시간에는 미시경제학이 어떤 것인지 말씀드렸죠? 이번 시간에는 조금 더 심화적인 내용을 나가보려고 해요."
바로 지식의 점검이다.
알고 있는 것을 말해보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이다.
'이 정도 난이도면 어렵지 않겠지?'
그리고 그것을 유튜브에 올린다.
공부도 되고, 돈도 벌리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이상 미시경제학에 대한 설명이었고요. 다음 시간에도 알기 쉬운 경제학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내용이 도움이 되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려요~."
잘 풀린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아무래도 인기가 있을 만한 분야는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묻히는 것도 각오했다.
하지만 진심을 가지고 임하다 보니.
'오늘 영상은 찍었고, 어제 영상 댓글들을 봐볼까?
구독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댓글도 꽤나 달려서 올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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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민 1일 전 乃 2
목소리 너무 예뻐요!
앞으로도 영상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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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맨 1일 전
눈나 헤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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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빌런 1일 전 乃 5
미시경제학?
미시라는 뜻인가?
더 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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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나보다 나이 많을 것 같은데.'
포인트를 다소 잘못 잡은 듯한 댓글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이해해줄 것이다.
자신도 처음부터 경제학이 쉬웠던 건 아니다.
특히 교수님들의 설명은 필요 이상으로 어렵다.
'그걸 내가 좀 더 쉽게, 그리고 실용적이게 설명을 하면 관심을 가져주시는 시청자들이 늘어날 거야.'
유튜브 시청자층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경제학을 배우고 싶은 사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노력이 열매를 맺은 걸까?
구독자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댓글도 나쁜 반응은 본 적이 없다.
"보세요."
"가슴을?"
"핸드폰 화면!"
"아니, 가슴 들이밀고 있길래."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유튜브를 자랑하려고 했던 소라는.
'이씨…….'
언제나와 다름없는 성희롱만 듣는다.
아무리 내성이 생겼어도 화가 나는 일이다.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낸들 아냐."
"좀 성의 있게 대답해줄 수도 있잖아요!"
자기 할 말은 아무렇게나 다 한다.
자신의 말은 진지하게 들어주는 일이 없다.
'도와주면 어디 덧나나.'
선배는 얼마 전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다.
그것도 상당한 이슈가 되었다.
같은 경제 유튜브.
조언이라도 해달라고 왔더니 꼬장만 부린다.
『Sora의 경제탐구』 구독자 157명
「경제학과생이 쉽고 간단하게 설명드리는 미시경제학 (2)」− 조회수 509회 · 15시간 전
「경제학과생이 쉽고 간단하게 설명드리는 미시경제학 (1)」− 조회수 1.1천회 · 1일 전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
늘어나는 구독자와 조회수를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하루만에 50명 늘었어요."
"그거 대단하네."
"아직은 적은 인원이지만, 경제 유튜버로서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제 유튜버로서 말이지."
"?"
그런 주제에 의미심장한 말은 곧잘 해댄다.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는 말을.
'아니야. 실없는 말일 거야.'
열에 하나 정도는 날카롭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놀리려고 하는 말이다.
소라도 유튜브에 대해 모르지 않다.
구독자와 조회수가 가장 중요한 지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자신의 유튜브는 잘 되어가고 있다.
선배의 말에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
"근데 말이야."
"네?"
"세상에는 말을 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
"선배처럼요?"
"아니, 말 자체가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에요."
"너도 곧 깨닫게 될 거야."
또다시 의미심장한 소리.
자기 할 말만 하고 씨익 웃은 채 대답도 안 하고 가버린다.
'미친놈이 선문답 하나.'
선배의 말은 깊게 생각할수록 손해다.
집에 돌아온 소라는 내일 올릴 영상을 찍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경제의 신비로움을 탐구하는 채널 소라입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하던 대로만 하면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미시경제학을 어떻게 해야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는 자신의 영상이 인정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나날이 정진해나가면.
'혹시 진짜로 유튜버가 되면 어떡하지? 나에게는 트레이더라는 꿈이 있는데.'
광고 수익이 생기고, 팬덤까지 만들어질지 모른다.
인기 유튜버들처럼 말이다.
타닥, 탁!
상상은 자유.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본 유튜브 채널은 또 구독자가 늘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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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혁 1일 전 乃 5
진짜 여대생임?
파릇파릇하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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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쵸만쵸 1일 전
혹시 캠은 안 켜시나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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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맨 1일 전 乃 10
눈나 나 주거 헤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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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인은 본인의 생각과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 * *
소라의 유튜브.
하는 것 자체는 나도 반대하지 않는다.
'유튜브도 훌륭한 소통 창구 중 하나거든.'
미래의 월가 투자자들은 방송을 한다.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말이다.
유튜브도 그중 하나.
녹화된 영상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미시가 무슨 뜻이죠? 작게 본다는 뜻이잖아요? 미시경제학은 전체 경제를 작고,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학문으로…….>
소라는 조금 잘못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전혀 살리지 못한다.
'미시 그거 유부녀잖아. 유부녀처럼 야한 년들이 미시경제학 좋아하네.'
동탄신도시에 가면 많이 보이는 여성상이다.
그 야한 몸매를 노출하지 않고 있다.
경제 유튜브인데?
그러니까 더 중요한 것이다.
까놓고 말해 그딴 걸 누가 볼 거야.
<여러분 오늘도 고생하셨고요~ 다음 시간에는 더 재밌고 알기 쉬운 경제학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내용이 도움이 되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려요~.>
목소리도 제법 받쳐준다.
범생이과라 그런지 차분하고 톤이 좋아서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런 목소리가 인기가 있지.'
이런 폐급 방송에도 구독자가 붙는 이유.
실제로 '공부 방송'에서는 꽤 중요한 덕목이다.
〔유튜버〕
「의대티비) 진짜 밤샜습니다… 벼락치기 같이 해요| 의대생」 − 조회수 125만회 · 3개월 전
「수능봄. 봄이의 비법 서적 공개?! 100일의 기적 있었습니다」 − 조회수 357만회 · 1년 전
「꿀잼봇) 다시 같이 공부해요/study with me/10hours/장작타는소리????」 − 조회수 179만회 · 1년 전
공부 유튜버.
글자 그대로 공부를 하는 유튜버다.
그것을 보는 사람은 의외로 매우 많다.
'공부하는 척하는 유튜버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지자 아예 전업을 한다.
공부하는 방송이 아닌, 공부하는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 돼버린다.
그렇기 때문이다.
구독자들도 눈치를 챈다.
어? 초심 잃은 것 같은데?
그리고 진짜 '자연산'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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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혁 1일 전 乃 5
진짜 여대생임?
파릇파릇하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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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쵸만쵸 1일 전
혹시 캠은 안 켜시나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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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맨 1일 전 乃 10
눈나 나 주거 헤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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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통부터 공부까지 자연산이 아닌 곳이 없다.
소라의 유튜브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룸망주 알아보듯이 공망주도 한눈에 알아보는 거지.'
현재는 이상한 강의 영상만 찍고 있다.
여러가지 오픈해버리면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타닥, 탁!
소라의 재능 개화를 도와주고 싶다.
소라에게도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앞으로의 내 계획을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다.
얼굴 마담을 해줄 예쁜 언니가.
'소라가 제격이거든.'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렇게 방송용으로 잘 먹히는 캐릭터는 드물다.
본인이 완강히 거부하는 것이 문제.
이번 기회에 자연스럽게 이쪽 소굴로 끌어들인다.
'목소리는 좋은데 경제학이 너무 어렵다. 확인'
그럴 수 있는 방법.
정공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왜 캠 안 켜세요? 캠 키시면 대박 날 거 같은데. 확인'
우이독경이다.
아무리 말해도 들어먹질 않는다.
오히려 더 반발심만 강해져 간다.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확인.'
쪽팔린다.
선입견이 짙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평소에 못하던 것을 할 수 있는 장소.
그것이 바로 인터넷이 가진 순기능이니까.
'오늘자 댓글 조작은 이 정도로 됐고.'
누군가를 등을 떠밀어주기만 하면 된다.
혼자서는 안된다면 다중이를 소환한다.
이런 하꼬 유튜브.
여론을 쥐고 흔드는 것쯤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여캠 하나 타락 조교……, 아니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시간 문제지.'
소라도, 소라의 유튜브도 바꾸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