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빅 그 자체를 마셔야 되냐?
'아니면 섞어야 하나.'
람빅은 향이 풍부하다.
과일을 첨가하거나 맥주와 섞으면 고급스러운 맛이 된다.
"이건 맛있어요!"
"그렇지?"
"조금 시큼하긴 한데 체리향이 뿜뿜 올라와서……."
애새끼인 소라를 위해 아저씨가 시판되는 크릭을 꺼내오셨다.
체리를 첨가한 람빅이다.
꼴꼴꼴~!
나는 아저씨의 람빅을 마신다.
삭은 짚 같은 맛과 담배 향이 이 집의 특징인 모양이다.
'이러다가 가끔씩 대박을 찾고는 하지.'
이거 괜찮은데?
그런 식으로 대중화가 된 지역 혹은 가정 전통주들이 많다.
주식으로 따지면 숨겨진 대박주를 찾아낸 느낌이다.
이 집은 아닌 것 같지만.
"훌륭한 대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건 별건 아니지만……."
"Oh, 킴취! 다음에 프라이징에 오면 또 들러주게나."
"꼭 그러겠습니다."
"그때는 섹스 프랜드인 아가씨와 관계가 발전해있으면 좋겠네."
"얘가 하도 섹스만 좋아해서 힘드네요."
"?"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다양한 술을 먹어봐야 진짜 좋은 술을 찾았을 때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한 거고.'
소라도 조금은 성장했을 것이다.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완전 무뚝뚝할 줄 알았는데……."
"독일이 그런 이미지가 있긴 하지."
"다음에 독일 사람을 만나면 어색해 하지 않고 말을 걸어봐야겠어요."
붕 떠있던 소라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꼬추를 보고 독일인들이 친숙해진 것 같다.
'하지만 꼭 좋은 꼬추만 있는 건 아니지.'
관광객 특.
그 나라의 좋은 면만 본다.
살아봐야만 느껴보는 것들도 있다.
특히 투자자라면 알아야 한다.
최근 독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이다.
* * *
유럽에 처음 와본 것은 아니다.
가족 여행으로 몇 번이나 와봤다.
'완전 어렸을 때긴 한데…….'
그때는 여행지였다.
길거리 사람들에게 신경을 써본 적도 없다.
기억에 남은 것은 아름다운 풍경과 음식.
간간히 꺼내보는 사진들.
좋은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경험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구텐탁? 디스 플리즈!"
"뭐지, 동양인이 독일에 와서 미국어를 하네."
진짜 독일을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소라는 상점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다.
'폰으로 대충 짚어드리면 알아들으시더라고.'
시장에 왔다.
한국으로 따지면 재래시장 느낌인 상점가가 늘어서 있다.
처음 보는 물건들, 사람들.
마치 동심으로 돌아온 것처럼 들뜨게 된다.
"꼬추, 아니 소시지 엄청 크다."
"꼬추가 뭐에요?"
길거리 음식은 식욕을 자극한다.
후각은 물론 청각까지 흥미진진하다.
치이익……!
그릴 위에서 익어가는 소시지.
종류도 각양각색이라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보크부르스트. 츄라이, 츄라이!"
"보크부르스트라고 하는구나. 하나 주세요. 플리즈!"
가장 큰 것을 먹기로 한다.
핫도그처럼 빵에서 끼어서 먹는 모양이다.
'오빠 꼬추보다 1cm 크네.'
입안 가득 욱여넣으면 반드시 맛있을 것이다.
씹어 먹어버리고 싶다.
신경을 써주셨는지 빠르게 나온다.
빵에 감싸진 큼지막한 핫도그 위에.
찌익!
소스를 끼얹는다.
다른 손님들이 하는 것처럼 케찹과 머스타드를 듬뿍 뿌려본다.
'개존맛!'
기내에서 먹었던 풀코스도 맛있었다.
하지만 길거리 음식은 또 다른 낭만이 있다.
자신이 독일에 사는 평범한 시민이 된 것 같다.
신이 나서 이것저것 사게 된다.
"선배 이거 보세요. 복숭아가 납작해요!'
"납작복숭아네."
"이름 대충 지은 거 아니에요?"
"원래 대충 지은 이름이야."
과일도 처음 보는 것들.
선배는 먹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쫘악!
두 손에 힘을 줘서 반으로 쪼갠다.
그리고 고구마처럼 껍질을 살살 벗긴다.
"오……, 선배 잘 벗기네요."
"내가 원래 벗기는 거 잘해."
"개소리도 잘하네요."
그대로 한입 깨물자 과즙이 흘러넘친다.
익숙하면서도 뭔가 다르다.
'이게 독일의 복숭아구나.'
과즙이 입안에서 펑펑 터진다.
전체적인 맛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분위기.
독일 시장에서 구입해서 바로 먹는다는 점이 너무 재밌다.
발동이 걸린 소라는 싸돌아다닌다.
그러다 보니 너무 깊숙한 곳까지 와버렸다.
"선배. 선배?"
선배도 놓쳐버렸다.
인파가 많다 보니 당장 둘러봐도 찾기가 쉽지 않다.
뚜우─ 뚜우─
전화도 연결이 안된다.
잠깐 당황을 했던 소라였지만.
'뭐, 어때.'
낯설었던 나라.
이제는 꽤나 익숙해졌다.
선배가 없더라도 문제 없다.
독일의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다닌다.
혼자서 다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읍읍!"
낯선 손길이 소라의 입을 틀어 막는다.
* * *
해당 나라에 대한 투자.
여러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독일이 평화롭게 굴러가는 것 같아도.'
사실은 금이 쩍쩍 가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서 말이다.
데일리뉴스− 「2015년 메르켈 “난민 수용” 선언 후 유럽은…」
한국신문− 「메르켈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난민정책 기류 바뀔까」
팩트뉴스− 「트럼프가 '난민 때문에 독일 범죄율 최악'이라는 거짓말을 했다」
난민 정책.
친러시아 정책.
현재 총리인 메르켈이 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계산 하에 하는 것이긴 해.'
유럽은 도덕적 우위에 서고 싶어한다.
그것을 다른 나라들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이득을 챙겨나간다.
우리나라만 해도 여러가지 간섭을 받는다.
원자력은 친환경이 아니라는 둥, 너네 수출품에 문제가 있다는 둥.
"읍읍!"
하지만 그것이 지나쳤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5년 후의 미래에서는 모두가 알게 된다.
'저 얼빵한 여자처럼 범죄에 휘말릴 확률이 높아지지.'
딱 봐도 독일 사람은 아니다.
행색이 남루한 두 명의 부랑자가 소라를 납치하려 한다.
"이러다 큰일 나겠는데요?"
"괜찮습니다."
"저 사람들 굉장히 험한데……."
"그래서 당신들을 고용한 거잖아요."
한국에서만 살다 보면 무감각해질 수 있다.
세상에는 강력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특히 해가 지는 시점부터는 조심해야 하는데.'
외국에서는 상식이다.
으슥한 곳에 다니다 범죄를 당하면 본인 잘못이다.
멍청한 소라는 모르고 있다.
한 번쯤 당할 거 같더니만 역시나였다.
"거기 포위하고 있죠?"
"네, 동료가 근방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부근까지 이동해봐요."
현지 경호원들을 고용한 이유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돈을 좀 썼다.
'띨빵하긴 해도 이쁘긴 이쁘니까.'
색기를 줄줄 흘리고 다닌다.
따먹어 달라고 시위를 하는 젖보똥이다.
나 같아도 욕정이 치솟을 것이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꿀꺽!
폰허브에서 본 듯한 느낌.
소라를 뒷골목으로 끌고 가더니 기어코 일을 벌인다.
입을 막은 채로 코트를 벗긴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더니 자기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의외로 순서를 지키는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흑심을 품고 있는 건 확실하다.
"읍읍!"
소라가 반항을 하지만 어림도 없다.
남자와 여자의 힘 차이는 역력하다.
심지어 두 명.
한쪽이 팔을 잡고 있으니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요원들 이동 마쳤습니다."
"인센티브 받고 싶으면 잘 구해봐요."
"네! 요원A와 B는 범인이 우발적인 짓을 저지르지 않도록……."
만원경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별일은 없지만 공포는 충분히 느낄 만한 상황이다.
'여긴 한국이 아니라고.'
조금은 철이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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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별일 없이 끝났다.
경호원들이 들이닥치자 부랑자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갔다.
하지만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붙잡힌다.
프라이징시 경찰들에게 이관되어 법적 절차를 밟을 거라고 한다.
"흐엉! 흐어엉……."
당사자로서는 끝나지 않았다.
소라가 눈물, 콧물까지 질질 짜고 있다.
현장에서는 의외로 덤덤했다.
호텔에 오고 나서야 감정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온다.
'조금 늦게 구해주긴 했지.'
자업자득이다.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싸돌아다니면 어떻게 되는지 알 만한 기회였다.
"그만 즙 생산해."
"진짜 무서웠단 말이에요……."
"꼬추 좋아한다며?"
"이제 싫어요. 진절머리 나요……."
생각보다 충격이 컸다.
소라가 침대 위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약간 걱정이 될 만큼.
'그 좋아하는 꼬추까지 마다하다니.'
쇼크가 클 만도 하다.
한국을 기준으로 따지면 분명 그러하지만.
"빵댕이를 흔들고 다닌 너의 잘못도 있지."
"네?"
"솔직히 꼴리긴 하잖아."
"그게 지금 할 소리에요?!!"
글로벌 기준으로는 다르다.
당하는 쪽도 문제가 있어서 당한 게 아니냐?
'사회적 인식이 그렇거든.'
소라처럼 쫙 빠진 여자.
가슴과 엉덩이로 유혹을 한 것도 잘못이 있다.
"선배 진짜 사이코패스죠?"
"진정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한국 밖에서는 그래야 한다는 말이야."
본인이 알아서 잘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인 것이다.
'사실 한국이 너무 안전한 거지.'
해외에서 반년만 살아봐도 알게 된다.
한국의 치안이 얼마나 특수한지.
"저도 오기 전에 조사는 해봤지만 유럽은 우리나라랑 큰 차이가 없었는데요."
"상식이 달라서 그래."
"상식이요?"
한국은 범죄에 대해 1도 생각하지 않고 산다.
외국은 범죄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둔다.
'한국은 정줄 놓고 살아도 그 범죄율인 거고.'
외국에서는 범죄가 일상이다.
자신이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한국이 성범죄는 더 높다고 들었는데……."
"니가 하는 그 여초 커뮤니티에서?"
"이제 안 하거든요!"
범죄의 '기준'도 다르다.
웬만한 짓으로는 성범죄로 분류되지 않는다.
'스치기만 해도 성범죄인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
최소 삽입을 해야 한다.
심지어 삽입을 해도 완강히 반항하지 않으면 합의한 것이라고 본다.
"그게 말이 돼요?"
"말이 되고 자시고 그게 당연한 거라니까."
"아니, 어떻게……."
"니가 지금까지 너무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있던 거지."
한국의 상식에 절어진 사람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여기 사람들에게 요구해봤자.
'외국에서는 안 들어줘.'
해외 투자.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상식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한다.
소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금의 현실이 너무 가혹하고 부당하게 느껴진다.
"선배 나빴어요."
"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