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7화 (157/450)

선물 시장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소믈리에 중에서는 와인 선물로 떼돈을 번 사람도 많아.'

신의 물방○.

주인공의 아버지도 젊은 시절 와인 선물로 부자가 되었다는 서술이 쓰여있다.

그 만화가 출간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은 시장이 훨씬 더 커진 상태다.

"술도 엄연한 투자 대상 중 하나야. 잘 알면 돈을 벌기가 쉬운 분야이기도 하고."

"선배는 존나 잘할 거 같네요."

"그래."

그렇게 유능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소믈리에들은 자기 이름을 팔아서 물량을 넘기려고 한다.

'회사에서 그렇게 시키기도 하지.'

기내에 와인에 어설픈 와인만 있었던 이유다.

제대로 방법을 갖춰서 먹지 않으면 별로인.

"선배는 어떤 와인인지 보면 알아요?"

"대충."

"이름만 봐도 머리가 아프던데……."

"어차피 그런데 올라가는 와인은 다 뻔한 거니까."

유명 샤또.

브랜드 와인.

클래식 빈티지.

이 세 가지로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희귀한 와인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빈티지도 엄청 좋거나, 엄청 나쁜 것은 아니다.

'맛만 따지면 신세계의 와인들이 좋은 것들이 많은데.'

차후에는 신세계의 와인도 리스트에 올라간다.

현재는 대부분 구세계의 것들이다.

"신세계, 구세계 지랄 났네요."

"와린이가 뭘 알겠니."

"진짜 몰라요."

손님들도 그것을 원한다.

질이 떨어지더라도 명품을 원하는 것이 사람 심리다.

'밴쯔, BMV 마감 아무리 좆같이 해도 살 사람은 사잖아.'

구세계의 와인은 명품.

그것도 프랑스의 것을 최고로 쳐준다.

소믈리에도 그에 맞춰서 납품한다.

하지만 진짜 맛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술이 재미있는 거야."

"오."

시장이 형성된다.

상위층을 위한 서비스, 상위층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그 모든 것이.'

술은 인간의 가장 솔직한 욕망 중 하나다.

돈의 흐름이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난다.

투자자라면 술을 알아야 하는 이유.

소라도 조금은 자본주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술은 주식 시장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거든."

"알겠어요!"

"니 따위가?"

"맛있는 술을 먼저 발견하면 나중에 비싸지는 거잖아요."

그래도 뒷다리는 났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쥐똥만큼은 이해한 모양이다.

'그렇게 쉽게 굴러가면 니가 개처물리지도 않았겠지만.'

소믈리에들도 영업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술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쳐준다.

첫 여행지로 이곳 독일을 선택한 이유다.

맥주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주류니까.

"왜 뮌헨 공항으로 왔는지 알아?"

"그러게요. 베를린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맥주가 이 근방에 있기 때문이지."

"최고?"

뮌헨의 옆 도시.

프라이징시로 향한다.

세계 최고의 맥주 브루어리가 있는 장소다.

'최고인 건 확실하지.'

바이엔슈테판은 맥주 매니아 사이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일반인도 꼭 한 번 마셔봐야 하는 맥주다.

브루어리에서 직속으로 운영하는 펍에 들어간다.

바로 바이엔슈테판의 간판격인 맥주를 하나 시킨다.

꼴꼴꼴~

헤페바이스.

유리잔에 따라진 탁한 연갈색 액체가 자신이 밀맥주라는 사실을 과시하고 있다.

"냄새가."

"어떤데?"

"바나나향이 엄청 나는데요?"

"맛은 더 진해."

한국 맥주는 물론이고, 편의점 세계 맥주 중에서도 비교할 대상이 없다.

괜히 최고가 아니다.

꿀꺽! 꿀꺽!

밀맥주답게 아주 부드럽게 넘어간다.

그리고 꽉 차있는 맛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밀맥주는 무겁거든.'

시중의 라거 맥주와는 결이 180도 다르다.

맥주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와……."

"니가 지금까지 마셨던 건 오줌이야."

"진짜 맛있긴 한 것 같아요. 이래서 최고의 맥주라고 하는구나."

"그 최고가 아니긴 하지만."

"?"

물론 세상은 넓다.

현대에는 다양한 방식의 맥주가 전세계에서 매일 같이 태어나고 있다.

'진짜 맛있는 맥주가 많아.'

와인처럼 비싼 것도 흔하다.

맛으로 따지면 위인 것도 분명 존재하지만.

"가장 오래됐다는 의미로."

"아."

"최고는 아니어도, 최고인 건 확실한 거지."

"뭔가 느낌 있네요."

최고 (最古).

가장 오래된 맥주 양조장이다.

역사가 무려 1000년 가까이 되었다.

'밀맥주 중에서 최고인 것도 맞고.'

맥주 평가 사이트 100점 만점의 100점으로 밀맥주 부동의 1위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 맥주다.

아그작!

밀맥주는 단백질 함량이 높다.

독일에서 기본 안주로 나오는 프레첼과 궁합이 맞는다.

맥주가 부드럽다면 프레첼은 딱딱하다.

왕소금의 짠맛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간단한 안주랑 먹는 것 뿐인데 엄청 맛있어요."

"그치?"

"근데 이걸로 뭘 알 수 있다는 거에요?"

이런 기본적인 술로는 투자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그 나라에 대해서는 알 수 있다.

'독일에는 맥주 순수령이라는 역사가 있었거든.'

술 안 마시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맥아, 물, 홉, 효모만으로 맥주를 빚어라!

"그럼 밀도 사용하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밀은 몰래 봐준 거지."

"?"

고위층들의 입맛대로 말이다.

귀족들이 밀맥주를 너무 좋아해서 특정 밀맥주(헤페바이스)는 봐주기로 합의했다.

'한국에도 그런 일 있었잖아.'

제3 공화국 시절.

식량 부족을 이유로 양곡관리법이 시행됐다.

한국 전통주의 명맥이 끊겨버린 사건으로 꼽히지만.

"대통령이 좋아하는 몇몇 주류는 봐줬거든."

"아."

"대표적으로 배다리 막걸리랑 금정산성 막걸리가 있지."

"독일도 별 다를 게 없네요."

"괜히 히틀러……. 아니,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다는 거야."

술 하나로 그 나라를 들여다보는 게 가능하다.

멀기만 했던 나라가 가까이 느껴진다.

'술의 순기능이지.'

술에는 3가지가 담겨있다.

그 나라의 역사, 음식, 그리고 사람.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보이게 된다.

"오빠가 여러가지 공부하라고 했잖아."

"네."

"술을 마시는 것도 공부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지."

"술 마시는 핑곗거리가 늘었네요."

해외 투자.

기업 가치만 보다가는 큰코다친다.

그 나라에 대해 알지 못하면,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알 수 없다.

'술을 해야 그 나라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도 있고.'

하루 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번 유럽 여행이 투자자로서 안목이 넓어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취하면 처물린 것도 잊을 수 있잖아."

"우씨!"

"이것도 한 잔 마셔봐."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인간이 술을 즐기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취하기 위함이니까.

꼴꼴꼴~

바이엔슈테판 둔켈.

헤페바이스에서 보리를 좀 더 태워서 만든 흑맥주의 일종이다.

"흑맥주면 흑맥주지 흑맥주의 일종은 뭐에요?"

"흑맥주라는 단어는 사실 존재하지 않거든."

"헐."

편의상 만들어진 명칭이다.

흑인이라고 다 같은 아프리카인이 아니듯.

지나치게 뭉뚱그린 거지.'

흔히 흑맥주라고 생각하며 마시는 코젤과 하이트 스타우트는 흑맥주가 아니다.

색깔 놀이를 한 라거다.

맥주 매니아에게 그걸 흑맥주라고 주면 어이가 없어할 것이다.

사업 파트너라면 관계가 파탄 나겠지.

꿀꺽! 꿀꺽!

그 정도로 중요하다.

이곳 유럽에서 술은 그 나라의 근본을 상징하는 민감한 문화다.

"와……, 이건 맛이 더 진하네요."

"그래, 개맛있거든."

"이런 걸 코젤이랑 같은 취급하면 저 같아도 화나긴 하겠네요."

김치나 파오차이나 비슷한 거 아님?

한국인 입장에서 화가 나듯 술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호감은 딸 수 있고.'

국뽕에 관심 없는 사람도 김치 맛있게 먹는 외국인에게 호감을 느끼듯 말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당신들 술을 정말 맛있게 마시는데?"

"맛있는 술인데, 맛있게 마실 수밖에 없죠."

"하하하! 술맛을 아는 동양인 친구들도 있구만. 오줌 같은 미국식 라거와는 비교가 안되지?"

국뽕이 없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 아저씨가 힐끗힐끗 보더니 결국 말을 걸어온다.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미친놈들이 문제인 거지.'

그 나라 말을 한다.

그 나라 음식을 먹는다.

기특해서라도 뭐라도 하나 챙겨주게 돼있다.

"기본 라인업도 좋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면 이걸 마셔봐야지."

"코르비니안이군요? 그것도 생으로."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거야. 자!"

바이엔슈테판의 최상위 라인업이다.

둔켈과도 비교가 안될 만큼 바디감이 두터우며 초콜릿 같은 단맛이 특징이다.

'나도 생으로는 먹어본 적이 없는데.'

바이엔슈테판의 직속 펍이다 보니 별 게 다 있다.

기존에 알던 맛보다 조금 가볍지만 훨씬 신선하다.

꿀꺽! 꿀꺽!

소라도 생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서비스로 준 코르비니안 한 잔을 게눈 감추듯 마신다.

처음으로 들린 펍부터 본격적인 음주가 되었다.

두어 시간 마시자 소라가 헤롱헤롱 취해버린다.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괜차나영~!"

"호텔 갈까? 아니면 사우나 가서 몸 좀 씻을래?"

"사우나!"

여행이다.

투자도 뭐도 중요하지만 피로도 풀고, 즐기는 것이 이상적이다.

'독일 문화가 참 개방적이고 좋아.'

성(性)에 한정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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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그리고 도착해서까지 연이어 음주를 해버렸다.

소라의 정신이 비몽사몽할 만하다.

"후우……."

평소였다면 이렇게 막 마시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술이 너무 맛있었다.

기내에서의 와인.

수십만 원짜리 비싼 술인 만큼 맛있는 게 당연하다.

맥주는 불과 5€ 안팎에 불과하다.

만족도는 와인과 비견될 정도였다.

'액체로 된 빵을 먹는 것 같았지.'

맥주가 그런 술인 줄 처음 알았다.

가볍게 물처럼 마시는 거 아니었나?

마치 스프처럼 맛이 묵직하다.

하지만 부드럽고 향기로워서 꿀떡꿀떡 넘어간다.

쏴아아아아─!

선배의 속셈대로 취해버린 이유다.

어째서 여행을 오자고 꼬신 건지 알고 있다.

'호텔 가자 했으면 죽빵 때렸을 텐데.'

흑심.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별별 짓을 다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의외로 조용하다.

조금 치근덕거리기는 해도 제대로 여행 코스를 밟고 있다.

'술이 좀 깨는 것 같네.'

따듯한 샤워물이 정신을 맑게 만든다.

사우나의 구조는 한국이나 독일이나 비슷했다.

현지 분위기도 조용해서 외국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 서양인들인 것만 빼면.

'오히려 편한 느낌도 있고.'

다 키가 크다.

자신의 체형이 유별나지 않다.

사람들도 관광객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긴장감이 풀어진다.

앞으로의 여행에 앞서 이곳 사우나에서 전신의 피로를 풀고 싶다.

끼익−!

샤워를 마친 소라는 밖으로 나간다.

온통 이국어로 된 간판이라 익숙지 않지만.

'사우나가 다 비슷하지 뭐.'

익숙한 느낌이다.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가니 원하던 것이 보인다.

위이잉~!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가지고 온 로션을 온몸에 촉촉하게 바른다.

"바디 로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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