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다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함인 거지.'
기업이 나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권 단체들도 그에 못지 않다.
"남 일이 아니야. 소비자 입장에서 저 사람들은 진짜 기생충으로 보일 수도 있어."
"우리가 소비자잖아요."
"그래."
내가 왜 몇 배씩 주고 사야 되냐고!
돈이 웬만큼 많은 사람이라도 아까울 수밖에 없다.
'경제 구조적으로 보면 더욱 그렇고.'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비싼 데다 생산성도 낮아.
식량 안보에도 위협이 되는 일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사실 간단함에도.
"어떻게요?"
"처음부터 말했잖아. 미국처럼 하면 돼."
"미국처럼요?"
"글로벌로 따져봐도 개인이 농사를 짓는 경우가 더 드물어."
기업농.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농산물은 물론이고, 흔히 먹는 연어조차 다 기업들이 생산한다.
'시장 원리 보면 그게 맞거든.'
기업이 하면 어떻게든 생산성을 끌어올린다.
돈이 걸린 일이니 죽자고 덤벼든다.
그렇게 혁신이 이루어진다.
개인들도 영향을 받으며 전체적인 생산성이 증가한다.
한국에는 그러한 경쟁이 없다.
어차피 망해도 국가가 보상해주니 하던 대로 한다.
"내가 저 사람들을 욕해서 이득 볼 게 뭐가 있겠어."
"……."
"저 사람들이 적폐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겠지만, 시스템적으로 봤을 때 저 사람들은 적폐가 맞아."
그 대가는 전 국민들이 떠안는다.
그것이 고착화되어 당연한 줄 알고 산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그거지.'
문제라는 것을 알면 언젠가는 고쳐진다.
문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나름 뒷다리가 나온 소라도 벙찌고 있다.
표정도 다시 띨빵하게 돌아왔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줬으면 되잖아요."
"니가 말할 기회를 안 줬잖아."
"사과는……, 안 할 거에요."
볼을 부풀린다.
마음 같아서는 강원도 산골에 놓고 가고 싶다.
'소라라면 히치하이크를 하고도 남겠지.'
빵댕이만 흔들면 웬만한 차는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시민A라면 감정적인 면을 우선시할 수 있어."
"우."
"근데 넌 투자자잖아. 평범한 시민A가 아니잖아."
아직은 덜 익었다.
가슴만 탐스럽게 익었지 대가리는 여전히 새파랗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일.
돈을 버는 것보다 소중한 것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말을 꺼내야 했다.
내가 한국에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들도, 시스템도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주식도 많이 오를 수 있을 텐데."
"처물린 거 탈출하려고?"
"우씨!"
"그래, 언젠가는 그렇게 돼야겠지."
한국이 성장 가능성이 낮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나라에 도둑놈들만 싹 잡아도.'
획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사실은 지금 구조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 기적이다
그것이 가능한 건 기업도, 정치도 아니다.
오직 돈만이 모든 것에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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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에도 싹은 트기 마련이다.
〔종목토론실− 오성전자〕
─나스닥 3거래일 연속 상승!
─외국인, 기관 드디어 순매수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고하셨습니다. 찐반등입니다
─공포에 사라는 말은 알고 있었는데……
.
.
.
폭락했던 증시.
다시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의심이 앞설 수밖에 없다.
─외국인, 기관 3000억 순매수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일 오성전자 매매동향.jpg]
와 오늘 뭔 일 있었나요?
한동안 계속 팔기만 하다가 드디어
└채찍만 칠 순 없으니 당근도 주는 거죠
└개미 꼬시기입니다
└저번에도 이러다 다시 말아 내렸어요 ㅋㅋ
└연준 금리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희망 접으세요
그동안 맞기만 했기 때문이다.
맨날 때리기만 하던 주인님이 갑자기 잘해주신다?
다음날 된장 발라서 구워 먹는 게 아닌지 두렵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나스닥 3거래일 연속 상승!
야선도 1% 넘게 올랐네요 ㅎㄷㄷ
오늘 잘하면 2500선 회복할지도
└야선이 뭔가요?
글쓴이− 야간 선물요. 장 끝나고 코스피 예상가를 볼 수 있습니다!
└오만전자도 회복하면 좋겠네요 ㅠ
└오성전자 가즈아!!
점점 생각이 바뀐다.
그동안 느끼고 있던 공포가 한때의 추억처럼 생각된다.
매수 관점도 달라진다.
그러고 보면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기도 하다.
─공포에 사라는 말은 알고 있었는데……
손이 올라가지 않더라고요
제가 올해로 쉰이지만 주식판에서는 한참 먼 것 같습니다
공포장에 수익 보신 선배님들 존경스럽습니다^^
└주린이시네요. 원래 공포 때 사야 하는 건데
└모두가 암울하다, 힘들다 할 때 올라간 주식이 오성전자입니다
└악재 반영 끝!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염부장님 방송 보세요. 답을 알려 주십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사야 한다!
'공포'라고 부르는 시기가 왔던 것이다.
이제는 오를 일만 남았겠네?
그러한 개미들의 희망회로에 확신을 얹어준다.
데일리뉴스− 「코스피, 외인·기관 쌍끌이에 반등…IT株 강세」
한국신문− 「D램 가격 2분기도 상승 지속…오성전자 기대감↑」
팩트뉴스− 「증권가 “오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에 칠만전자 시대 연다”」
악재만 드리웠던 시장.
호재가 갑자기 쏟아져 나온다.
개인들이 매일 보는 뉴스 기사에 말이다.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나둘 변하는 상황에서 전문가의 소견까지 듣게 된다.
<염부장님 말씀대로 정말 다시 회복했네요. 오만전자!>
<보세요. 대충 좋은 기업 사서 물린 다음에 생업에 종사하시면 돼요. 주가 조금 내려갔다고 흔들리시는 분들은 주식 오래 못합니다.>
−사랑해요 염블리!
−염부장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ㅠㅠ
−매수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게 그게 가장 힘들어요
−니가 오래 못하게 만드는 거 아님?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얼마 전 하락장 따위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기회'로 인식된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주식 시장을 바라보면.
<여튼 다들 마음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이렇게 올라서 다행입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자, 다음 증권사 레포트는요…….>
−오성전자 주주분들 축하드려요!
−시간이 지나고 보면 항상 염부장님 말이 맞는데 의심을 하는 제가 밉습니다 ㅠ
−앞으로 무조건 염부장님만 믿을게요!
−칠만전자 가즈아~
자신만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
개미들의 매수 심리가 다시 끌어 오른다.
"현재 나스닥이 단기적인 반등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베어마켓 랠리라는 해석이 유력합니다만……."
그것이 달콤한 유혹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증권사들은 현 상황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미투자증권.
팀장급 회의가 진행된다.
제1 정보팀의 팀장 김승현이 PPL로 보고한다.
"베어마켓 랠리면 단기 상승이라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3월에도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이 예정돼있고, 앞으로도 Fed가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컨센서스입니다. FOMC의 점도표와 FedWatch에도 반영이 돼있는 사안입니다."
최근 증시는 지나치게 하락했다.
단기간에 폭락이 오면 구조적으로 반등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선물 투기꾼들이 반대 포지션을 잡아야 할 테니까.'
이태호 본부장은 보고 내용에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선물 시장의 영향이 있다.
−를 샀으면 +를 사서 청산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하락만 하면 +가 시장에서 귀해진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반등을 만든다.
그것이 바로 '기술적 반등'이라 불리는 것의 정체다.
"외국인들도 선물 위주로 매수를 잡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반등 신호는 아니라는 게 저희 팀의 소견입니다."
"2팀도 동의합니다."
실무를 맡는 트레이딩 부서.
제1팀도, 제2팀도 이견이 없다.
증시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는 그들은 민감하다.
'결국은 다시 하락장이 온다는 거네.'
기관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큰 흐름을 어찌하는 건 불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데?
억지를 부리면 손해만 보게 된다.
"호재성 기사 띄우면서 개미한테 물량 넘기면 될 것 같은데요? 평소처럼."
"정보 2팀 이미 작업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흐름에서는 비틀 수 있다.
최근 가장 공들이고 있는 것은.
'그래, 오성전자를 처분해야 돼.'
여러가지 악재가 쌓여있다.
오성전자가 실적이 좋을 때 넘기는 것이 적기.
그 장대한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방해꾼이 한 마리 나타나버린 것이다.
"트레이딩 3팀은 예정대로 매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거슬리는 게……."
"뭔데?"
"오성바이오로직스에 개미들이 엄청 들어오고 있습니다? 딱히 호재성 기사는 없는 걸로 아는데."
하락장은 리밸런싱의 기회이기도 하다.
파는 것이 있으면 사는 것도 있다.
오성전자를 매도.
오성바이오로직스로 돈을 옮기는 것이 목표인데.
'그 새끼 때문이겠지…….'
제3 트레이딩 팀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태호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바로 방해꾼이다.
난데없이 나타나 오성바이오로직스를 밀고 있다.
"정보팀은 실수한 게 없는데요."
"근데 실제로 매수를 하고 있으니까."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었다.
개미들이 오성바이로직스를 손절하도록.
데일리뉴스− 「30만원 돌파한 오성바이오로직스…'고평가' 논란」
한국신문− 「오성바이오로직스 PER 150배… 전문가들 '비중 축소 추천'」
팩트뉴스− 「지난해 기업 이익 대비 주가 고평가 1위는 '오성바이오로직스'」
무서운 기사를 띄운다.
그러면 보통은 겁 먹은 개미들이 팔게 돼있는데.
'오히려 개미들이 더 사고 있단 말이야.'
손익좌.
그의 폭탄 발언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계획에 영향이 갈지도 모른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희 관할이 아니라 몰랐습니다. 정규적인 대응만 하고 있었거든요."
고작해야 개미 새끼인데?
원래라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대상이다.
'생각보다 추종자가 많아.'
하지만 앞으로가 걸린다.
이대로 정말 오성바이로직스가 오르게 된다면.
쓰읍~!
추종자가 더 많아질 것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밟아 놓는 게 좋겠지.'
그럴 만한 힘이 있다.
개미 하나가 어찌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준다.
* * *
주식 시장.
밖에서 보면 그렇게 쉬워 보일 수가 없다.
'그냥 기다리면 될 것 같거든.'
왜 물에 빠져서 죽지?
가만히 튜브만 잡고 있으면 구조대가 오는데.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으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
『오성전자』
51,500원 ▲600원 (+1.17%)
[떡락했다가 상승하고 있는 그래프.jpg]
+---------------------------------------------
이게 정말 맞는 판단인지.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설사 100%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말이다.
'오성전자가 오히려 잘 오르고 있어.'
오성전자.
악재가 가득한 주식이다.
굳이 보유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성바이로직스는 쌩쌩하다.
오성그룹에서 밀고 있는 회사이기도 한데.
---------------------------------------------+
『오성바이오로직스』
316,500원 ▼1,500원 (−0.47%)
[반등장에도 영 지지부진한 그래프.jpg]
+---------------------------------------------
이상하게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이성적으로 봤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락장이 어려운 이유지.'
자신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
기관들이 계속 훼이크를 치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시장 개입이 있다.
나로서는 당연히 감안하는 일이지만.
〔한국 주식 갤러리〕
─손익좌 지건 마려우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성전자 풀매수할 걸 ㅅㅂ
─오만전자는 전우주가 지키고 있다니까?
─돈 벌기 개쉽누 이 새퀴얔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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