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9화 (149/450)

"오빠랑 자고 가고 싶었어?"

"글쎄요."

"아!"

차 안으로 돌아온다.

소라가 차가워진 손을 내 바지 안쪽으로 넣는다.

쪼물딱거리며 만져 댄다.

냉기 때문에 바로 서지를 않는다.

"여기도 개불이 하나 있네요."

"해삼이야."

"크기가 개불인데요? 따듯해서 좋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자연스럽게 입맞춤으로 이어진다.

쪼옥! 쪼옥!

쭈와압!

평소보다 거칠다.

입가에 침이 묻는 것도 개의치 않는 와일드한 키스.

소라를 꼭 끌어안는다.

좁은 차 안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다.

'체온 뜨거운 거봐.'

난 꼬추만 따듯하지만, 소라는 온몸이 따듯하다.

안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아 해삼 됐다."

"계속 해줘."

"변태. 누가 볼지도 모르는데."

"아♡"

아무리 차 안이라고 지나가는 행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스릴을 알아버린 걸지도 모른다.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잡고 있는 오른손도 더 빠르게 움직인다.

완전 스위치가 들어갔다.

탁! 탁! 탁!

조용한 차 안에서 딸딸이 치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공기도 점점 습해지고 있다.

'아 좋아.'

소라의 페로몬으로 가득 찬다.

가슴팍을 압박하는 묵직한 살덩이도 느낌이 좋다.

"선배."

"응?"

"미안해요."

아주 고급 서비스.

해주고 있는 소라의 눈길이 이상하다.

남자를 홀려버리는 요녀처럼 야릇하다.

쭈와압!

정기라도 빨아갈 듯이 입술을 빤다.

그와 동시에 왼손이 스멀스멀 목젖 부근까지 올라온다.

'이런 건 바라지도 않았는데.'

확실히 룸빵 에이스가 될 소질이 있다.

소라를 야하게 잘 키웠다고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목을 조여온다.

실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나를 똑바로 응시한다.

탁! 탁! 탁!

움직이는 손은 그대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몸은 솔직하게 반응한다.

"와, 와! 엄청 나온다. 선배 이거 봐요!"

"꾸에엑……."

"아, 죄송."

그제서야 목을 조이던 손을 떼준다.

가쁜 숨을 몰아쉼과 동시에 느껴진다.

내 생명이 빠져나오는 느낌.

아랫도리에서 질질 따듯한 것이 분출된다.

쭉!

소라가 미안하다는 듯 성심성의껏 닦는다.

안쪽에 있는 잔액까지 쭉 하고 짠다.

"다시 개불 됐다."

"야."

"미안해요. 장난인 거 알죠?"

서비스 키스.

여운이 남아있는 물건을 조물조물 하며 만져준다.

'아까 그 생선도 이런 기분이었으려나.'

시원하게 뽑아내고 여행을 이어나간다.

바닷가에는 익숙한 게 보인다.

"저게 뭔지 알아?"

"뭔데요?"

"해삼 양식장."

"아 자지!"

길고 네모난 것이 바다에 떠있다.

해삼을 키우기 위한 양식장이다.

강원도 산골.

1차 산업이 발달해있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가 먹는 것들은 생산하는 곳이 있을 테니까.'

차를 타고 좀 더 가자 산에도 있다.

산과 들에 논밭이 널려있다.

"선배."

"왜 또."

"오늘 고마워요. 제가 침울해 있어서 데리고 와준 거죠?"

소라의 머릿속에는 꽃밭이 널려있다.

확실히 그렇게 착각할 만도 하다.

'언제쯤 돼야 철이 들런지.'

당연하게도 그것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다.

어제 주주총회의 연장선이다.

"이런 시골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그야 존경스럽죠."

"왜?"

"저 분들 덕분에 우리가 밥도 먹고, 생선도 먹을 수 있는 거니까……."

농민들과 어민들이 생산을 한다.

상인들이 그것을 판매해 수익을 본다.

우리의 당연한 일상을 지탱해주는 분들이다.

그 사람들을 기업들이 착취하고 있다.

'주주총회까지 조작하면서.'

기업들이 나쁘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다.

얼핏 사회악이라고까지 느껴지지만.

"아니지."

"그럼 뭔데요?"

"대한민국의 기생충이지."

"???!!!"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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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해진 분위기.

소라가 정색을 할 만도 하다.

"젊은 커플 여행 왔어?"

"네, 할아버지."

"아이고~ 먼 길 왔을 텐데 맛있는 거 먹고들 가! 이 할아버지 추천으로는 저쪽 김씨네 해물 칼국수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

"알겠습니다. 꼭 한 번 가볼게요."

그래서 차에서 내렸더니 지나가던 지역민이 말을 걸어온다.

작업조끼와 토시, 목에 두르고 있는 수건.

척 보기에도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다.

나와 소라를 보자마자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오신다.

'타이밍 레게노.'

말이 조금 많으신 게 단점.

하지만 끝까지 웃는 얼굴로 들어준다.

할아버지가 가시기 무섭게 역변한다.

소라가 차갑게 얼어붙는다.

"선배 눈에는 저 할아버지도 기생충으로 보여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셨구나.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아니라고!"

오해를 한다.

아니, 너무 대놓고 말하긴 했다.

기생충.

조금 많이 과격한 표현인 것은 사실이다.

"선배가 막말을 하는 것도 알고, 돈만 보는 것도 아는데. 그래도 사람이 해야 될 말, 안 해야 될 말이라는 게 있지 않아요?"

"그, 그치."

"사람 취급 받고 싶으면."

"……."

간만에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갔다.

작정하고 화를 내니 무섭다.

'그런 관상이긴 하지.'

무서운 언니.

룸빵 에이스라는 말을 했지만 그런 거 하는 분들 다 한 성깔 하게 생겼다.

"좀 들어봐. 이게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데……."

"그전에 사과부터 하세요."

"죄송합니다."

화가 많이 나있다.

방금 전까지는 물도 빼주고 서비스도 좋았는데.

소라의 허리에 손을 감는다.

바로 탁! 아플 정도로 손등을 때린다.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지.'

그런 과격한 표현을 한 이유.

현장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예쁜 밭이네요. 그래서 뭐요?"

"뭐가 문제인지 안 느껴져?"

"저는 농과가 아닌데요."

"너무 작잖아."

"?!"

2월.

새 모종이 싹을 트는 시기다.

넓은 밭은 이미 초록빛으로 물들어있다.

'어째서 대지가 생명의 어머니인지 알 수 있는 광경이지.'

평생 도시에서 살아온 일반인의 눈에는 대단해 보인다.

이렇게 큰 땅을 인간이 일굴 수 있다니.

"이게 작다고요?'

"그래."

"미국 같은 데는 엄청 넓다고는 들었지만, 이만 해도 충분히 넓은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이게 작다고?

납득이 되지 않을 만도 하다.

미국은 미국이고, 한국은 한국인데.

'사실 미국이 정상인 거야.'

그리고 한국이 이상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이야기 있잖아. 미국 옥수수밭에서 길을 잃으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왜요?"

"구조대가 와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살 길이니까."

"……."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옥수수밭에 갇히게 된다.

어딜 봐도 옥수수밖에 없으니 길을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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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 미로에서 길을 잃어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십시오.

우리는 매주 목요일 아침 구조팀을 옥수수 밭으로 보냅니다.

2/3의 인원은 구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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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간판이 있을 정도.

인력으로 수색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 헬리콥터를 띄워야 한다.

'과장된 이야기긴 하지.'

인터넷 괴담 같은 것이다.

실제로는 1마일마다 농기구가 이동하는 길이 있어서, 그 길을 쭉 따라가면 탈출할 수 있다.

"그래도 1마일은 걸어야 탈출로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네요."

"그렇지."

"그러면 수확량도 어마어마하게 많겠다."

"이제 알겠어?"

크기를 납득시키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

미국 옥수수밭을 안 가본 사람도 상상이 간다.

'평, m² 이런 거 안 써. 기본 단위가 에이커야.'

약 1,224평.

혹은 3025평인 헥타르를 쓴다.

같은 농가라고 하기에도 우스운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왜 미국처럼 못하는지 알아?"

"땅이 작아서."

"아니. 나라가 허가를 안 해줘서."

"?!"

그렇게 큰 땅에서 농산물을 찍어낸다.

개인이 아닌 기업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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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121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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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높으신 분들이 헌법으로 막아두었기 때문이다.

'어떤 시장이든 경쟁이 이루어져야 발전을 하는 건데.'

개인들만이 치고 박고 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들여올 자금도, 능력도 부족하다.

한국 농사가 아직까지도 재래식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생산성이 나올 수가 없다.

"미국에서 한국처럼 농사 지으면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 못 벌 걸? 아니, 반도 안 나오겠지."

"그럼 우리나라 농민분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 거에요?"

"니가 더 잘 알잖아."

터무니없이 높은 물가.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들이 몇 배 더 비싸게 사준다.

그마저도 부족해서 정부가 세금을 퍼주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손해를 보고.'

너희 왜 농산물 개방 안 해?

외국 농산물에 수백%씩 관세를 먹인다.

국제법으로 허용된 수치를 넘어섰다.

다른 곳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야. 농민이 안 변하니, 유통업자도 안 변해."

"우리나라 유통 구조가 문제라는 것은 들어봤어요."

"적당히 문제인 수준이 아니지."

생산자→산지 유통인→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업체→소비자.

5~7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2~3배 불어나.'

안 그래도 비싼데 말이다.

심지어 이걸 사준다고 농민, 유통업자가 떼돈을 버는 게 아니다.

"누가 돈을 버는 건데요?

"아무도 못 벌어."

"?????"

"그냥 땅에 돈을 버리고 있는 거야."

소비자는 비싸게 산다.

농민도 수익을 못 낸다.

유통업자도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한다.

'이런 병신 짓을 국가 규모로 하고 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지.'

100년 전에 없어져야 할 산업 구조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래라면 자본주의의 원리에 의해 도태돼야 했다.

"근데 왜……."

"왜긴 왜야. 주주총회에서 못 봤어?"

"아!"

"그렇게 허구헌날 시위하고 다니니까."

함부로 건들 수가 없다.

사회적 약자라는 프레임이 있어서 건들면 나쁜 사람이 된다.

<쌀 한 톨이 농부 아저씨 땀 한 방울이야. 남기지 말고 싹싹 긁어 먹어야 돼!>

대표적인 가스라이팅이다.

농부가 땀을 흘리든, 기계가 기름 방울을 흘리든 똑같은 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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