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5화 (145/450)

"적당히 방어를 해주면 좋아하겠지?"

"방어요……?"

"아, 그렇지. 얼마 전까지 차장이었으니 모를 만해."

대략적인 눈치는 채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임원급인 본부장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한국 증시가 유독 그런 게 없기는 하지.'

기관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외국 기관들과 해당 나라 혹은 지역의 기관들.

"외국인들이 이렇게 공매도를 쳐대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기는 뭣하잖아?"

"그렇죠."

"우리도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해야지~."

금융 허브에서 자산을 불려온 외국 기관들은 돈이 많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해온다.

하지만 지역 기관들도 만만치 않다.

인맥 및 정보라는 홈 그라운드의 이점으로 막아내는데.

'그게 좀 벅차거든.'

원래는 마음대로 공매도를 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역 기관에게 당할 수 있다.

그럴 염려를 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에게 있어 한국 기관은 너무 만만하다.

한국 기관들도 대응을 포기했다.

대신 다른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오성전자 주주분들이 좋아할 만한 소식이네요."

"음, 근데."

"네?"

"오성전자가 영 매력적이지 않단 말이야. 그……, 알잖아? 보험업법 개정 문제도 있고, 상속 문제도 그렇고."

같이 공격한다.

외국인들이 공매도를 칠 때 숟가락을 얹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들이 떠안는다.

기관도 외국인과 함께 콩고물을 주워 먹는다.

'대충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네.'

어디 퍼지기라도 한다면 굉장히 곤란한 내용이다.

그래서 말끝을 흐리시는 거겠지.

일종의 시험이다.

조직에서 더 올라가고 싶다면 그만한 충성심과 의리가 있는지 보겠다.

"투자 관점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요."

"하하!"

"오성전자에 기대를 가지고 계신 주주분들도 무척 많습니다."

"말은 잘하는구만 말은."

기관은 오성전자를 처분하고 싶다.

여러가지 얽혀있는 문제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반도체 섹터를 살 거면 차라리 SQ테크닉스를 사고 말지.'

보험업법 개정.

오성일가 상속세.

현재 정권과의 반목 등.

가지고 있어봤자 좋을 게 없다.

개미들을 꼬셔서 물량을 넘기는 게 이상적인데.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이미……."

"잠깐."

"네?'

"최근에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정보팀에서 보내온 내용인데 들어봐."

이미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개미들이 고점에서 물렸다.

등락을 반복하며 더 많은 시체를 쌓아나갈 것이다.

'유튜브 영상?'

예상치 못한 사태가 생기고 말았다.

이태호 본부장이 모니터를 돌려 영상을 하나 보여준다.

<오성전자는 지배구조상 올라갈 수가 없어요.>

<지배구조요……?>

화면에 보이는 두 남자.

무슨 일을 하는지는 염유안도 대략적으로 안다.

'주식 유튜버 아니야.'

애널리스트 흉내를 내는 어중이떠중이다.

자신들과 하는 일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개미 등쳐 먹기.

최근에는 트렌드가 바뀌었는지 조회수만 빨아 먹는 놈들도 있다.

"이런 녀석들은 큰 영향력이 없을 텐데요."

"좀 더 봐봐."

구독자가 수십만씩 되기도 한다.

그 정도 급의 유튜버라면 파급력은 있겠지만.

'그래봤자 아마추어지.'

애널리스트에 비할 바는 아니다.

방송의 조회수도, 발언의 신뢰성도 말이다.

일부 개미들이 소란을 떠는 건 늘상 있다.

본부장이 나설 일이라고는 더더욱 생각되지 않는데.

<지배구조로 봤을 때 오성전자보다는 오성바이로직스를 사는 것이 무조건 좋습니다.>

<바이로직스요? 저 바이오주 좋아하는데!>

−니가 사는 건 작전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저 ㅄ

−거기 작년에 상장한 데 아님?

−싸사비팔이면 거기가 진짜 비싼 곳인데

영상의 내용.

사실 별말은 없다.

애널리스트들처럼 전문적인 설명을 하는 건 아니다.

'설마.'

하지만 핵심을 꿰뚫고 있다.

오성전자가 지배구조상 내려갈 수밖에 없다면, 반대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주식도 존재하니까.

"큰일이지?"

"그렇네요. 본부장님께서 일개 유튜버 따위를 신경 쓰고 있는 이유가 있었군요."

"일개 유튜버도 아니야."

"네?"

바로 오성바이오로직스가 그러하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는 이야기다.

'그것이 사실이었구나.'

본부장의 반응을 보면 진짜.

자신이 속한 개미투자증권에서도 이미 매집 중인 걸지도 모른다.

"70억을 번 슈퍼개미라고 하네."

"그 정도야 뭐……. 100억대 개미들도 찾아보면 있는데요."

"단 1년만에."

"?!!"

그것이 알려졌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50만 원을 70억으로 불렸다고? 겨우 1년만에?!'

애널리스트라는 직업.

주식판에서 정말 여러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런 염유안의 데이터 안에도 없다.

저렇게 급속도로 자산을 불린 사람은.

"확실히 혹하는 개미들이 있을 만하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오~ 책임질 수 있겠어?"

"그럼요. 저만 믿으시죠."

예상 외의 사태.

하지만 그 정도도 수습하지 못해서야 간판 애널리스트의 이름이 운다.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 * *

트루먼 쇼.

나는 한국 주식 시장이 그렇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안녕하세요. 개미투자증권 염유안 부장입니다.>

<와~ 얼마 전까지 차장이셨는데!>

<허허, 그렇게 되었습니다.>

−염차장님 기다렸습니다!

−승진하셨네 ㄷㄷ

−정말 축하드립니다!

−니들 등쳐 먹어서 승진한 거잖아 ㅄ들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애널리스트.

수많은 개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문가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네.'

실제로 조회수가 증명해준다.

채팅창과 댓글의 반응도 뜨겁다.

참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PER이 14에요. 그런데 그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오성전자가 PER이 8도 안됩니다. 어마어마하게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거거든요.>

−와 그렇네요

−앞으로 최소 2배는 오른다는 거군요 ㅎㅎ 십만전자 화이팅!

−염부장님의 냉철한 눈 감탄스럽니다!

−PER이 뭔가요?

저 사람 말을 듣다가 다 돈을 잃었을 텐데.

누가 보면 사이비 종교라도 믿는 줄 알겠다.

〔유튜브〕

「오프로TV_주식의신과함께. 오성전자, 반등의 이유와 올해 업황은?」 − 조회수 57만회 · 1일 전

「VJ투자연구소. 반도체 연구원이 오성전자 주식을 사 모으는 이유」 − 조회수 15만회 · 5시간 전

「돈버는투자. 오성전자 저점 XX,000원 보고 있습니다.」 − 조회수 5만회 · 17시간 전

「주식상담소. 오성전자 주가 떨어져도 '여기가' 바닥이에요!」 − 조회수 6만회 · 12시간 전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운영하는 채널 중에는 구독자가 100만이 넘어가는 것들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전문가일 거야.'

전문가가 좆문가와 구별되는 이유.

자신의 말에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주식 시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허구헌날 틀려도 사람들이 믿고 따라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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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며살자 1일 전 乃 1209

항상 소신있는 발언,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 감사드립니다. 저도 국내 주식은 오성전자 몰빵한 1인이지만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건강하시고 오래 나와주시면 저로써는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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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나무꾼 1일 전 乃 987

최전선에서 돌아가는 시장의 분위기나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들을 참 잘해주시네요

매주 한 번씩 오성전자 다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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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철 1일 전 乃 696

오프로님,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을 가지셨고 늘 주린이를 위해 쉽게 종합적 해석을 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더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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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저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개미들이 문제라는 생각까지 든다.

호구처럼 당해주니까 사기를 치지.

'걍 둘 다 문제야.'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보고 있으면 정말 개그콘서트가 왜 망했는지 알 것 같다.

계속 당하는 놈들.

틀리고도 지껄이는 놈들.

이것도 웃기고 저것도 웃기지만 가장 웃긴 것은.

<주식의 신 오프로와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오성전자 주주분들 괜찮습니다! 무조건 십만전자 가요!>

<삼만전자라고요? 시장이라는 게 절대 그렇게 움직일 수 없는 구조에요.>

<여기 이 차트를 보시면 45,000원 부근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저 많은 전문가들 중 본인 주식을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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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좌의 폭탄 발언.

오성전자 주주들 사이에서 퍼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종목토론실− 오성전자〕

─감히 킹성전자 주주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건가??

─요즘 안 그래도 주가 내려가서 애가 타 죽겠는디

─오성전자가 삼만전자 간다네요 깔깔깔!

─왠지 물로켓 사건 생각 나는데……

그도 그럴게 민감하다.

오성전자는 한국에서 가장 개미들의 사랑을 받는 주식이다.

─감히 킹성전자 주주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건가??

대한민국 300만 킹성전자 주주들한테?

도박왕이면 도박이나 할 것이지

주제 파악을 못하는구만 ㅉㅉ

└도박왕이 아니라 손익좌<<요놈

└원래 수준 맞는 놈들끼리 노는 거지요. 오성전자의 가치를 알 리가 있나~

└길 가다 마주치는 사람 열에 하나는 오성전자 주주인데 고놈 간도 크네 ㅎㅎ

└여기 광신도 모임임?

주주들의 나이대도 높은 편이다.

그리고 회사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오고 있다.

데일리뉴스− 「S&P, 오성전자 신용등급 A+에서 AA−로 상향 조정」

한국신문− 「무디스, 오성전자 신용등급 13년 만에 'Aa3'로 상향」

팩트뉴스− 「피치, 오성전자 신용등급 'AA−'로 상향」

일부 투자자들의 평향된 믿음이 아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에서 나오는 신뢰성 높은 자료다.

웬만한 국가급의 신용.

구체적으로는 일본보다 높다.

이 회사가 망할 확률은 사실상 없다시피하다.

─요즘 안 그래도 주가 내려가서 애가 타 죽겠는디

회사 망하라고 제사 지내는 놈이 있나 보네 ㅎㅎ

니깟 놈이 아무리 짖어봤자 오성전자 안 망한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리는 법이죠

└제 말이요! 전세금이 걸려있어서 요즘 하루하루 밥도 잘 안 넘어가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해도 모자랄 판에 참……

└매출도 잘 나오고, 잉여금도 200조인데 어떻게 망하나요?

그렇다 보니 매수 금액도 크게 넣는다.

한두 푼이 아니라 전재산을 쏟아붓는 사람도 있다.

그런 오성전자.

감히 욕하는 사람이 생겼다.

주주들의 눈깔이 뒤집어질 만도 하다.

─오성전자가 삼만전자 간다네요 깔깔깔!

2년 전에 이만전자였던 것은 사실!

하지만 그 친구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죠

그동안 오성전자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2배 늘어났습니다

그럼 당연히 주가도 2배 올라야죠?

그런데 또 사상 최대 실적 예정돼있죠?

여기까지 설명해줬으면 주가가 어찌 될지 초등학생도 알겠네요^^

└PER이 뭔지도 모르는 친구인가 봅니다

└원래 잘 모르는 애들이 차트만 보고 아는 척 씨부리는 법이죠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되면 20만 원도 갈 겁니다~

└그걸 선반영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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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비웃었다.

아니, 그건 좀 아니잖아?

오만전자조차 싸보이던 시절이다.

하락장이 길어진다.

주가가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사만 중반대가 꺾이자 점점 다른 생각이 인다.

─손익좌라는 친구가 오성전자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던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정말 그것 때문에 내려가는 건가요?

더 내려가면 전세금 때문에 곤란해져서요

└애널리스트 선생님들이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오성전자에 문제가 있으면 다른 기업들은 정상일까요?

└그런 일 있으면 300만 주주들이 폭동 일으킵니다. 걱정 뚝 붙들어 매세요~

글쓴이−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하지만 충성심이 더 앞선다.

특히 기성 세대에게 있어 오성전자는 특별한 기업이다.

반도체 수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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