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 영상을 올려 놓은 것이 자충수가 되었다.
'시발, 안되는데.'
댓글창 여론이 곱창 났다.
구독자 이탈도 심상치 않다.
주선생으로서는 최악의 상황.
강의팔이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들인 노력과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니다.
'타닥, 탁!
전문 촬영팀을 불러서 찍었다.
그리고 하락장이 길어지며 자신도 점점 비관적이게 변한다.
'이러다 정말 삼만전자라도 찍으면.'
상승장 덕분에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대로 하락장에는?
개인 투자자가 줄어들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러면 강의팔이도 제대로 안될 것이다.
주선생의 손이 달달 떨린다.
긴 고민 끝에 구독자들에게 선보이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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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생 · 1시간 전
오랜 시간 준비해온 강의가 오픈했습니다!
투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투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할까요?
30만 유튜버 주선생의 주식 비결 전부를 담았습니다
30만으로 50억을 만들었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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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구독자가 조금이라도 덜 빠졌을 때 말이다.
'딱 1%만 강의를 사줘도.'
3000여 명.
억 단위로 벌어들일 수 있다.
만약 일이 술술 풀렸다면 그 곱절의 곱절도 가능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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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네로 1시간 전 乃 122
이제 30만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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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맘마줘 1시간 전 乃 109
결국 손익좌 말이 맞았네요
책팔이, 강의팔이는 100% 사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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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갈딱대 1시간 전 乃 105
형 믿고 오성전자 샀는데 저 한강 가게 생겼어요
형도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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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무능력이 밝혀진 사기꾼의 영상을 봐줄 사람은 없다.
주선생이 폭삭 망해버렸다는 소식.
〔한국 주식 갤러리〕
─내가 이번 하락장을 보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
─제대로 실패한 투자자의 점심.jpg
─손익좌는 어디까지 바라본 거냐??
─나는 주선생 그놈이 웃겼던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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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커뮤니티에도 전해진다.
둘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주선생 그놈이 웃겼던 게
ELW로 돈 벌어 놓고
영상은 가치투자와 관련된 것만 올리더라
돈은 벌었으니 이제 가오 좀 잡아보자는 느낌이 강했음
└주선생이 운다 :)
└가치투자로 벌었다고 해야 뭔가 있어 보이니까
└가오가 뇌를 지배한 거지 ㅋㅋ
└ELW 막히고 가치투자자로 유튜브 팔이 하며 연명하려고 했던 듯?
주선생.
올드한 투자자들은 알고 있다.
주식판이 워낙 좁기 때문이다.
세탁을 시도했지만 실패한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시간 문제가 된다.
─내가 이번 하락장을 보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
유튜브에서 자칭 전문가라는 새끼들
하락장이 오면
공포에 사야 합니다!
거기서 더 떨어지면
지금 팔고 나가면 바보 됩니다!
거기서 또 떨어지면
힘든 시간이지만 지금 사야 합니다!
아니 씨부럴 새끼들이
사라는 소리만 하면 그게 세일즈맨이지 전문가야??
└이제알았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자마자 못 깨달았으면 주식 접어라
└듣고 싶은 말 해주는 거지. 유튜브는 재미로만 보는 거임
└주식 유튜버 = 호로빨갱이 사기꾼 큐ㅠㅠㅠㅠㅠㅠㅠㅠ
하락장.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
개중에는 유튜버에게 속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는 속 시원한 소식이다.
커뮤니티에서 축제가 벌어져야 했지만.
─제대로 실패한 투자자의 점심.jpg
(제사상 사진.jpg)
먼저 간다 이 씨발놈들아
└저승 가서 포식하누 이 새끼야 ㅋㅋㅋ
└누가 차려준데?ㅋㅋㅋㅋ
└죽어서도 가족 고생시키네 ㅡㅡ
└저 정도 차릴 정도면 자식 새끼들은 성공했누ㅋㅋㅋㅋㅋㅋㅋ
당장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기에는 당장 내 자신이 급하다.
오성전자의 하락은 남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대 시총의 주식이 폭락을 한다는 건.
─삼만전자 가면 코스피도 개박살 난다는 거 아니냐??
오성전자가 국장에 차지하는 비율이 존나 큰데
└진자 그러면 코스피 지수 2천 뚫릴 듯
└시발 2년 전으로 회귀하나
└손익좌 씹새끼야 멈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국장에 무슨 일이 생기길래……
자신들의 계좌에도 큰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불확실한 미래만큼 공포인 것은 없다.
그것을 풀어줄 수 있는 오직 한 사람.
손익좌에게 이목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 * *
두 번째 합방.
"선생님!"
본래는 예정에 없었다.
하지만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오성전자주주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오성전자 미리 팔고 원금 보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ㅠ
"저도 살려주세요!"
"아 그건 좀."
−왜 니가 하는데 ㅋㅋ
−ㅁㅊ 1만 개
−시드 크면 더 내놔야지 이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익좌도 파산이는 정색하네
주식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파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것만큼 좋은 게 없지.'
단순한 재난.
피치 못한 것이라면 어디 화풀이할 곳이 없다.
하지만 예측이 가능했다면?
사람들은 원망 어린 감정을 품게 된다.
─1분주식차트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손익좌 말 믿을 걸 ㅠ
─우뢰매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저도 선생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근데 다른 게 물려서 조금만……
─청담동투자자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곱버스로 먹는 중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실제 돈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쿨하게 넘어가기에는 걸린 것이 너무 많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형님들!"
"섭외비 올려주나요?"
"님은 돈 많잖아요! 저는 시드도 없어요 시드도!"
시청자들의 심정은 알 수 있다.
채팅창도, 후원자들도 절박해 보인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또 당한다.
돈을 잃으면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서 어떤 짓이라도 하게 된다.
눈깔이 뒤집어진다는 게 무엇인지 볼 수 있다.
리딩방 같은 뻔한 사기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이유다.
"꼴에 주식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주가가 떨어져도 존버하면 된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는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그 모든 것이 싸사비팔 한 마디로 반박이 되는 거에요."
"와 싸사비팔!"
"좋은 기업이라도 싸지 않으면 그냥 안 사면 됩니다."
−ㄹㅇ
−근데 사람 심리가 그렇게 안됨
−싸사비팔 심오한 말이었네 ㄷㄷ
−지금은 싼 거 맞나요?
나는 안 당할 거 같은데?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 절박함을 이용하는 거고.'
기왕이라면 내가 이용해준다.
적어도 기관이나 사기꾼들한테 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아니, 그 이상.
대한민국의 증권 시장이 바뀌기 위해서는 개인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오성전자는 진짜 삼만전자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겠네요?"
"저는 오성전자 자체를 안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니, 왜요?"
세력들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서는 안된다.
그들을 이용하고, 종국에는 무너뜨린다.
'그래야.'
한국 시장도 정상화가 될 수 있다.
내가 이번 생에서 노리고 있는 첫 번째 목표다.
홈 그라운드.
나라 규모의 자금을 굴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
─크림붕어빵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설마 이만전자 보시는 거임??
"제가 오성전자 자체를 안 좋아해요."
"진짜 왜요? 그래도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인데."
−매국노임?
−단기뷰 지리는 건 인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우상향할 텐데
−반도체는 산업의 쌀인데……
−오성전자 억까 오지누
적폐들이 계속 해처먹는 이상은 불가능하다.
오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도 좀 더 본질적인 곳에 있다.
'반도체 사이클 어쩌고 하면서 논점을 흐리는데.'
겨우 그것 뿐이라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따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숨겨진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제가 사실은 여기 나와서 복잡한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거든요."
"왜요? 그런 걸 바라는 건데?"
"욕 먹는 것도 싫고, 제 노하우가 노출되는 건 더더욱 싫으니까."
−그럼 왜 왔는데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이 자기 노하우 노출할 이유가 없긴 하지……
−아 제발
−이것도 주선생 저격임? ㅋㅋ
물론 어느 정도 추종하기는 한다.
차후에 주가가 상승하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그거는 너무 막연한 거고.'
코로나 특수로 운 좋게 떴을 뿐이다.
투자자라면 본질적인 것을 봐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대한민국에서 가장 해처먹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이런 거 말하면 큰 돈 만지는 분들이 싫어할 수도 있는데."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래요?"
"오성전자는 지배구조상 올라갈 수가 없어요."
"지배구조……?"
천기누설을 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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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투자자들을 위해 주식과 채권을 사고 파는 회사.
"본부장님."
"어, 그래! 염부장!"
"저한테 하실 말이 있다고 하셔서 왔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다르다.
'슬슬 그럴 때가 되긴 했지.'
염유안.
개미투자증권의 간판 애널리스트인 그는 얼마 전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에 걸맞은 공적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한 대가도 지불해야 했다.
"요즘 잘 지내?"
"저야 잘 지내고 있죠."
"안색이 안 좋을까 봐 염려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야."
자신이 강력 추천했던 오성전자.
최근 주가가 민망하리만큼 떨어지고 있다.
'악플이 다소 늘어나긴 했습니다. 덕분에.'
다 의도된 것이다.
개미들이 오성전자를 살 수밖에 없도록 심리를 조종한다.
"하락장이 오면 남탓을 하는 투자자들이 있어서 골치가 아프긴 합니다."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한 줄 알겠어? 하하!"
개미들.
스스로 판단할 줄 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 정보를 과연 어디서 얻을까?
애널리스트로부터다.
증권사 리포트도, 유튜브 영상도 자신들의 사견이 들어간다.
'칼만 안 들었지 완전히 강도긴 합니다.'
그것이 애널리스트의 진짜 업무.
말을 조금씩 비트는 것만으로도 개미들의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
방송사도 협력해준다.
같은 여의도에 뿌리를 내린 방송사와 증권사의 협력 관계는 두텁다.
"염부장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고."
"네."
"요즘 개미들, 아니 개인 투자자들 어때? 많이들 힘들어하나?"
"얼마 전까진 살 만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조금 숨이 넘어가려고 하더라고요."
개인들에게 가는 정보를 조작하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당근 없이 채찍만 때리면.
'키우던 개도 반항하기 마련이니까.'
가끔씩은 사탕도 주고 초콜릿도 챙겨준다.
한국 증권사들의 일은 사실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