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0화 (140/450)

꼭지에 물리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 것이다.

'손가락 잘라버리고 싶거든.'

매수 버튼을 누른 그 손가락.

주식 투자자라면 한 번씩 느껴보는 심정이다.

그런 아픔과 고통을 겪어봐야 한다.

꽃길만으로는 결코 투자자가 될 수 없다.

─우리증시 정상영업합니다!

[우리식당 정상영업합니다 짤.jpg]

코스피 사주세요 제발……

└안 사 이 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 돈이 없다 물려서 컄ㅋㅋㅋㅋㅋ

└개좆스피 ㅅㅂ

└외국인 개새끼들 때문에 진짜 개망했음

한동안 계속 하락장이 이어질 것이다.

악재 뉴스가 쏟아지며 공포 심리를 유발한다.

'사실 미중 무역분쟁은 반년이 더 된 일이고, 한미 금리 역전도 1달 전에 예고가 돼있었는데 말이지.'

개인들의 손절을 유도하기 위함.

그것을 받은 기관들이 공매도를 다 상환한 후에 주가를 올릴 것이다.

뻔하다.

그럼에도 당하게 된다.

결국 방아쇠를 가진 것은 힘 있는 외국인과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손익좌 수상함

손익 추이 안 올린지 꽤 됨

이 새끼는 알고 있었네

└냄새 맡고서 돈 싹 뺀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씹고수

└그냥 70억 벌고 쉬는 거 아니야?

└주선생은 저가 매수 기회라고 꼬드기던데 ㅅㅂ

주식 시장에서 돈 많은 자가 갑인 이유.

아무리 합리적인 거래를 해도 돈찍누 하면 답이 없다.

코스피에서는 그것을 배울 수 있다.

주식장에서 일어나는 개 같은 경우는 다 만나보게 되니까.

'만약 살아남는다면 엄청난 성장을 할 수가 있지.'

쉬운 일은 아니다.

주가가 내려가면 멘탈이 깨진다.

이성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제대로 된 매매는 커녕 시장을 살필 용기조차 잃게 된다.

소라가 그 고낙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을지.

─안녕하세요 BJ도박왕입니다

[파프리카TV 도박왕 인증.jpg]

한국 주식 갤러리에 숨겨진 고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손익좌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인 걸로 알고 있는데

본인 계시다면 연락 꼭 좀 해주세요!

[email protected]

└고수가 있었다고???

└여기 개처물린 사람밖에 없는데요

└도박왕 이 새끼 손익좌한테 매매법 배우러 왔누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도박왕 본인임?

그 정도도 못한다면 주식을 접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신경 써줄 만큼 나도 한가하지 않다.

'슬슬 그럴 때가 됐으니까.'

인간은 평화로울 때는 평등을 찾고, 위기에 처했을 때는 영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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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TV.

개인 방송의 공화국.

수많은 BJ들이 서식하고 있다.

롤부터 시작해서 보라, 먹방 등.

여러가지의 컨텐츠가 방송 주제가 된다.

<♪♬♪∼♪∼♬♪♬∼♬♪∼♩♪∼♩♬♪∼>

그중에는 '주식'도 있다.

긴박감을 유발하는 BGM과 함께  한 BJ가 독특한 짓을 시작한다.

"매수 주문 넣었어요. 무조건 올라야 돼 무조건. 안 오르면 이거 사기야!"

−이걸 들어간다고??

−간도 크네

−또 개잡주 단타

−니가 하는 건 도박이고 ㅋㅋ

주식.

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행위.

그런 미적지근한 투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급등주에 올라탄다.

터져 나오는 변동성을 활용해 짧은 시간에 수익을 먹고 나오는 매매법이 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바로 스캘핑이다.

BJ도박왕은 단타가 주콘텐츠.

그중에서도 스캘핑을 메인으로 삼는다.

"사는 애들 힘이 존나 좋긴 한데 자꾸 씨부랄 불안하네. 어? 어? 팔아? 홀드해? 홀드. 어? 어? 좋았어 300~~!!!"

−오

−이걸 먹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넌 먹을 자격이 있다

−오늘 도박왕 폼 좋네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시간 대비 수익으로 따진다면 그 어떤 직업도 따라오지 못한다.

단 1분.

그 짧은 시간에 500만원을 번다.

1억의 시드로 신용까지 썼기 때문이다.

잠깐 먹고 나오는 것만으로 한 달 치 월급을 번 셈이다.

하지만 도박왕은 만족하지 않았다.

<♪♬♪∼♪∼♬♪♬∼♬♪∼♩♪∼♩♬♪∼>

한 번 더 BGM을 튼다.

급등주에 올라탔다는 뜻.

그의 검색식에 걸려든 것이 있었다.

'25%나 올랐어? 씨발 이거 상따각인데.'

상한가 따라잡기.

수많은 종목 중 최소 1개는 +30%를 찍기 마련이다.

그 종목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숟가락을 얹는 정도는.

"올라라, 올라라, 올라라……. 왜 내가 사니까 떨어지는데!!"

−니가 사니까

−???: 그가 샀습니다

−미친놈아 지금이라도 손절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계속 떨어지는데?

쉬울 거라고 생각해 하고 있다.

실제로 방금 전 매매도 성공을 거뒀다.

─세력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이번에는 실패했을 뿐.

1 대 1의 무승부로 치기에는 상황이 조금 나쁘다.

---------------------------------------------+

『유브이모터스』

9,170 ▲1460 (+18.93%)

[떡상했다가 떨어지는 그래프.jpg]

+---------------------------------------------

순식간에 −6%가 박힌다.

방금 전 벌은 250만원은 진작에 사라져버린지 오래다.

─도박왕충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님들 이거 모투죠? 이분 돈을 땅에 버리고 있는데

"……."

−당연히 모투지

−어떤 병신이 5분만에 1천만원을 잃냐고 아 ㅋㅋㅋㅋㅋ

−진짜 개좆됐네 ㄷㄷ

−300 따고 1천을 잃어주는 개씹혜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얼핏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으로 생각되지만.

'진짜 씨발 오늘도 꼻게 생겼네.'

그 달달한 향에 매혹된 벌레들을 잡아먹는 파리지옥이다.

걸려 든지 한참 되었다.

─도박왕충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모터스 지옥 가네요

"괜찮아요. 지금 제가 있는 데가 지옥이에요."

복구해야 하는데!

미련이 더 큰 손실을 불러일으킨다.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다.

무려 억단위다.

깡통을 차도 제대로 찼다.

일반적인 투자자였다면 주식을 할 수가 없겠지만.

─허리를피자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얼굴 좀 펴요 ㅋㅋ

"피자 형님 5천 개 감사합니다. 진짜로……, 살자 마려워지고 있었어요."

−와 5천 개 ㄷㄷ

−킹손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이 그러면 농담이 아니잖아

−팩트) 10만 개 더 받아야 본전이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BJ에게는 콘텐츠가 된다.

자신이 돈을 잃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나 돈 계속 꼻게 하려고 세력이 작전 펴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 정도.

물론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력이 부족함에도 주식을 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후원을 포함해도 손해다.

핑계를 대고 주식을 쉬거나, 시드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산더미 같은데.

─반도체마스터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병신이 도박만 하니까 그렇지 ㅋㅋ

─내꿈은버핏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생각 좀 하고 들어가라

─코인충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불쌍해서 쏴준다

시청자들이 원하니 어쩔 수가 없다.

주식 말고 다른 방송을 하면 풍력이 초라할 정도로 쪼그라든다.

'주식을 안 할 수도 없고. 하면 무조건 잃고.'

그나마 최근에는 상승장이었다.

물렸던 종목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지나면 탈출각을 줬다.

---------------------------------------------+

유브이모터스│9.890주│−10.75%

우리손푸드 │6,178주│−12.86%

유성중공업 │3,563주│−7.50%

위젠에너지 │9,851주│−21.09%

공구레이디 │291주  │−69.73%

+---------------------------------------------

하락장이 시작되고 말았다.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종목이 지하실을 뚫고 지구 맨틀로 처박히고 있다.

'내가 진짜 본전만 찾으면, 본전만 찾으면 시발 람보르기니가 나온다고!!'

옵션도 안 붙인 가장 싼 기준이긴 하지만 2억이 뉘집 개 이름이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다.

언제쯤 복구할 수 있을까?

희망을 가졌던 것도 과거의 일이다.

긍정적인 미래가 이제는 그려지지 않는다.

"형들 저 진짜 진지하게 어떡하죠? 요즘 진짜 생명의 전화 마려운데."

−도박을 끊으라고 ㅄ아

−괜찮아요 아직 대출이 있잖아요!

−누칼협?

−넌 BJ 아니었으면 이미 뒤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일매일 새로이 시작한다는 마음가짐.

오늘은, 오늘부터는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최면을 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실시간으로 돈이 삭제가 되는데 긍정적이기도 힘들다.

〔도박왕김파산님의 방송국〕

─이러다 BJ 살자했다고 뉴스에 뜰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컨텐츠는 한강 입수 각이냐?? [21] +50

─이번 기회에 주식 좀 배워보자

─주선생한테 주식 배우면 좋을 거 같은데

팬들로서도 난리가 난다.

광대가 죽어버리면 앞으로 재밌는 방송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컨텐츠는 한강 입수 각이냐??

시청자 1만 명도 찍겠는데?

└ㄹㅇ 몇 개 쏘면 하냐?

└시청자 1만 명+9시 뉴스 시청자 100만 명으로 머기업 될 듯

└이러다 진짜 죽어……

└요즘 파산이 얼굴 새파랗더라

어떻게 해야 좀 더 연명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그 결과.

주식을 배워보자는 여론이 생긴다.

파산도 그것을 고려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니, 진짜로 나는 물어보고 싶어. 내가 뭐가 부족한 거지? 진짜 한 끗 차이인 거 같은데."

−???

−한 끗(1헥타르)

−청자 말이나 듣던가 ㅋㅋ

−단타는 그냥 재능임 재능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주식을 한 기간으로 치면 짧지 않다.

2년.

거래 대금도 매일 몇 억씩 넣다 빼니 경험치도 쌓였을 것이다.

'참을성이 없어서 그런가? 먹을 때 조금 먹고 잃을 때 크게 잃어서.'

주식BJ로서 자존심이 있다.

어중간한 도움은 받고 싶지 않다.

─주선생한테 주식 배우면 좋을 거 같은데

주선생 30만원으로 50억 만든 괴물이잖아

과외 받으면 뭐라도 얻어가지 않을까?

└파산이는 50억 있어도 30만원으로 만듦

└환장의 콜라보 찍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주선생도 거품이라고 보는데

└파산아 보고 있으면 진짜로 파산하기 전에 과외 좀 받아라

특히 주선생.

일부 시청자들이 업급을 한다.

어떤 사람인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주선생님은 나랑 별로 안 맞는 거 같아. 그분은 가치투자 하잖아."

−좀 하라고

−아 도박쟁이가 도박 못 끊지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도박 보러 오는 건데

−심지어 유튜버임

주식 유튜버라고 한다.

초보 투자자들에게 주식 마인드와 투자법을 가르쳐준다.

'아니, 나도 2년 전으로 돌아갔으면 오성전자 몰빵 했지!'

하지만 하락장이다.

그 든든했던 오성전자조차 지금은 사만전자가 되어버렸다.

─도박왕충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주선생도 요즘 거품 빠졌더라 오만전자 뚫려서 구독자한테 욕 개처먹는 중 ㅋㅋ

"진짜로. 지금 장은 그냥 누가 와도 못 벌어."

설사 오른다고 해도 문제다.

그렇게 감질나게 버는 것은 시청자들이 안 좋아한다.

'파프리카에서 가치투자를 어떻게 해.'

유튜버가 아닌 BJ.

자극적인 방송을 해야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쏴준다.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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