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반감도 있겠지만, 나름대로의 분석도 있을 것이다.
'구르면서 배워야 진짜 지식이 되지.'
꽃길만 걸어서는 투자자가 될 수 없다.
* * *
상승장에서는 투자 열풍이 분다.
"아, 미치겠다……."
"대리님 왜 그래요?"
"주식 샀거든? 사자마자 아주 지랄이네."
주위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때문이다.
살 생각이 없었던 사람도.
'주구장창 오르기만 하더니 내가 사니까 아오…….'
박창열은 얼마 전 오성전자를 매수했다.
동료 직원이 돈을 벌었다는 소식에 배가 아팠다.
그런데 자신이 사니까 웬걸?
그날부터 주가가 거짓말처럼 떨어지고 있다.
"얼마나 물리셨길래 그래요?"
"7% 정도."
"금액으로는요?"
"300만원. 월급 날아갔어 그냥~."
한때 6만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때는 정말 십만전자를 가는 길인 줄 알았다.
'팔았어야 됐는데 아쉽게 됐네.'
부하 직원에게 토로하고 있는 이유.
하지만 그렇게 큰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괜찮으세요?"
"괜찮지. 언젠가 십만전자 뚫어서 내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줄 거니까."
"아, 네……."
전문가 선생님이 그랬다.
십만전자를 가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이다.
'초록창 뉴스에서도 실적은 계속 잘 나온다고 했고.'
즉, 시간이 지나면 오르게 돼있다.
직장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다 보면 어느샌가 올라있을 것이다.
'역시 아직은 살 시기가 아니지.'
박창열의 부하 직원.
오재원도 주식에 관심이 있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하기는 겁이 난다.
그도 그럴게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Channel 주선생− 「증시 하락이 기회일 수도 있는 이유 3가지 feat.오성전자」 − 조회수 12만회 · 1일 전
그래서 공부부터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지다 보니.
'유튜버 말만 들으면 돼.'
구독자 수가 많다.
주식으로 수십 억을 번 실력자라고 한다.
<오성전자를 언제 사면 좋냐고? 최근에 주가가 많이 내렸지. 육만전자를 찍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무엇보다 쉽게 쉽게 설명해준다.
주식 초보자인 자신도 알아들을 만큼.
'아 선반영? 12월에 한 번 조정을 받았구나. 지금 내려가는 건 장이 안 좋아서고.'
재원은 끄덕끄덕 유튜브를 듣는다.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겠다.
<이미 시장에 악재는 다 공개된 거잖아? 이렇게 과대폭락이 나왔을 때는 오히려 매수하는 게 지나고 보면 항상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공포에 사라!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다.
지금 주가라면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
'꼰대 상사들도 다 물려있잖아? 그 사람들보다는 낮은 가격에 사는 건데.'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다.
댓글란을 보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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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나잇 1일 전 乃 207
와 주식을 언제 사야 하는지 정확히 알겠음……
세상에 이런 거 가르쳐주는 유튜버 없는데 감동이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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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오진 1일 전 乃 151
악재가 선반영된 지금이 기회네
주변 사람들 물렸다고 난리던데 용기 내서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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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김 1일 전 乃 130
형 지금 들어가면 되는 거야?
십만전자 되면 형 방송 켰을 때 도네 쏠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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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생각이 굳혀진다.
오성전자에 문제가 생겨서 떨어진 건 아니니까.
'어쩌면 다신 안 올 기회일지도 몰라.'
십만전자.
대리님도, 부장님도 하루에 5번씩은 떠드는 그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사면 투자 원금이 두 배가 된다.
심지어 배당까지 나온다고 하니 아주 든든하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기회.
유튜버의 말.
마음속에서 싹터버린 욕망.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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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
〔한국 주식 갤러리〕
─코스피 어디 가누 ㅋㅋㅋㅋㅋㅋㅋㅋ
─다 팔아 팬티까지 싹 팔아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코스피 개거품이라고 했제?
─하락을 부르는 여신. 대피경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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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상승하기만 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아주 장기간 이어질 때.
추세가 바뀌며 '하락장'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코스피 개거품이라고 했제?
[현금화한 계좌 인증.jpg]
슬슬 곡소리 나오는 거 보니까 다시 들어간다 ㅋㅋ
└했제충 아가리 찢어버리고 싶네
└어쩌다 한 번 맞아 놓고 잘난 척 ㅗㅗ
└현금 관망충 1승
└와 진짜 나도 돈만 있으면 사는 건데
물론 투자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일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미리 돈을 빼둔다.
그리고 다시 산다.
이상적인 하락장의 대응법.
하지만 그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다면.
─하락장 끝! 수고하셨습니다~
[코스피 2500선 붕괴.jpg]
오늘부터 폭락장 시작합니다
└맵다 매워 시발
└야 이 개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내렸는데 아직도?
└사나이 테스트 시작이다!
주식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예상치를 가볍게 뚫고 내려간다.
2600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2400대.
어쩌면 그 이하로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주선생이 오만전자 초반대도 각오하라고 했는데
진짜 딱 여기까지 오네 ㅋㅋ
갤 분위기 씹창인 거 보니 슬슬 들어갈 때인가 보다
└그냥 지금 공포로 떨어지는 거임
└아 사만전자가 말이 되냐고 ㅋㅋㅋㅋㅋ
└주선생이 그랬어? 나도 들어가볼까……
└우박사님 명언을 모르는구나
하지만 꼭 나쁜 소식만은 아니다.
현금이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말이다.
사고 싶었던 주식들을 싸게 살 수 있다.
관점을 달리해보면 기회일 수도 있는데.
─하락장 진짜 끝!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자이스키쿤 사진.jpg]
오늘부터 산송장입니다…….
└애, 애미 씹……
└웃어야 하는 드립인데 왜 눈물이
└시발 사만전자가 말이 되냐고 ㅠ
└사진 누구냐? 진짜 시체인 줄 알았네
지속된다면 더 이상 기회가 아니다.
현실.
다시는 복구되지 않을 것 같은 절망감이 드리운다.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다.
어디선가 한 번 들어본 명언이 남 일이 아니게 된다.
'조정 줄 만큼 줬잖아! 왜?'
소라도 그 기분을 듬뿍 맛보고 있다.
물론 손 놓고 당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빠른 손절.
리스크 분산.
포트폴리오 구성 등.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대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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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라님의 총 자산』
119,573,892원
−12,746,211원(−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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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알…….'
손실을 보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난생 처음 4자리 수 금액을 날렸다.
물론 엄청난 손실까지는 아니다.
전체 지수가 10% 넘게 떨어졌으니.
'와 오만전자가 무너졌네. 헬지화학도 20%나…….'
개별주들은 그 두 배씩도 빠진다.
우량주들도 정상이 아니니, 개잡주들은 반토막씩도 난다.
꿀꺽!
그보다 무서운 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악재가 연이어 떠오르고 있다.
데일리뉴스− 「무역協 "미중 전면 무역전쟁시 한국 피해액 최대 367억달러"」
한국신문− 「10년 만의 한·미 금리 역전…자본 유출 가능성 얼마나 되나?」
팩트뉴스− 「수출로 버티던 韓경제…무역전쟁·환율·금리 ‘트리플 악재’」
미중 무역 분쟁.
한미 금리 역전.
그로 인해 환율까지 출렁이게 되었다.
'내가 외국인이라 생각해도…….'
현재 코스피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외국인들이 주식을 파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고작 열흘만에 10%가 넘게 빠질 만한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설마 진짜 선배 말대로.'
시장에 안 좋은 뉴스만 가득하다.
기사의 첫 머리만 봐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공포성 기사'.
선배가 했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코스피 자체가 작전이라니 믿고 싶진 않지만.'
개인의 손절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겁을 잔뜩 줘서 말이다.
자신만 해도 무섭다.
나름대로 저가 매수를 했음에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꼭대기에서 물린 사람들은 죽을 맛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손절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아니야. 괜찮아. 내 평단까지는 금방 다시 올 거야.'
기업의 적정 가치.
매출과 실적을 따져봤을 때 저평가라고 생각한다.
공매도도 그렇게 쌓이지 않았다.
현재 주가가 그만큼 싸기 때문이다.
선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절반 이상은 놀리려고 하는 말이니까.
'내 생각에는 이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이미 물려버린 마당이다.
소라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생각 뿐이었다.
* * *
한국의 하락장은 굉장히 기묘하다.
'오○어 게임이 양심적으로 보일 만큼.'
적어도 참가자를 속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코스피에는 사기에 가까운 수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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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전자 공매도현황』
2018/02/05│+57,022
2018/02/02│+100,891
2018/02/01│+139,235
2018/01/31│+213,467
2018/01/30│+198.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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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K−공매도.
예를 들어 당일에는 10만 개의 공매도를 했다고 보고해 놓고.
'직원이 실수로 입력을 잘못했네요 데헷~☆ 하고 100만 개로 고쳐 쓰기도 하거든.'
비전산 수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람이 손으로 쓰다가 실수했다고 퉁친다.
놀랍게도 합법이다.
금융의 세계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은 실제로 쓰인다는 뜻이다.
그 외에도 무차입 공매도, 업틱룰 위반 등.
개인의 눈을 속이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상승장에서는 개미도 크게 불리하지 않다.
하락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무엇인지 제대로 맛보게 된다.
〔한국 주식 갤러리〕
─다시는 한국 주식을 사지 않겠습니다 ㅠㅠ
─적당히 해 이 씨발 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증시 정상영업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손익좌 수상함
.
.
.
최근 상승장으로 연일 파티 분위기던 주식 커뮤니티.
갑자기 초상집이 될 만도 하다.
얼마 전에 왔을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투자자들의 상태도 반쯤 맛이 가있다.
─적당히 해 이 씨발 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난 개구리 사진.jpg]
그만떨어질때도됐잖아
인륜적반등올때도됐잖아
정도라는게있잖아
도리라는게있잖아
왜자꾸떨어지는거야
쉴틈도안주고떨어지면씨발좆같은새끼야
내계좌가사라지는걸지켜볼수밖에없잖아
씨발내가미안해엄마미안해앞으로주식안할게요저그냥축열심히할게요죄송해요살려주세요
└에베베베베ㅔ~~~
└ㅅㅂ 내 심정 다 적혀있네 ㅋㅋㅋㅋㅋㅋㅋ
└존나 필사적이네 이 새낀 살려줘라
└설마 2600에 물렸냐??
완전히 가있는 사람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