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138/450)

<역시 지금은 때가…….>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투자를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성전자는 아직도 저평가 상태라고 보고 있거든요.>

'오오! 그거지!'

원하는 대답이 들려온다.

창열이 듣고 싶었던 말은 바로 그것이다.

<시청자분들이 이 말씀을 계속 하시네요. 십만전자 가능합니까?!>

<우리가 반도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잖아요? 글로벌 반도체 1위인 오성전자이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십만전자!

−그래서 저는 오성전자 적립식 투자 중입니다^^

−그때쯤이면 코스피도 3천 찍겠네요 ㅎㅎ

−캬~ 국뽕 주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식 전문가들처럼 아주 싼 가격에 살 자신은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시간이 있다.

'결국 우상향한다는 거 아니야? 사두면 오르겠지.'

창열은 MTS를 켠다.

마침 장이 열려있는 12시.

오성전자의 주가를 확인해보자.

---------------------------------------------+

『오성전자』

58,100원 ▲600원 (+1.04%)

[꾸준하게 떡상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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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봤었던 5만 7천 원대보다 1000원이나 올랐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안 사면 늦을 것 같다.

창열은 홀린 듯이 매수 버튼을 누른다.

'아! 너무 성급하게 샀나? 아, 됐어. 어차피 오를 건데 뭐.'

사고 나서야 아차 싶다.

자신이 사자마자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괜찮다.

방송에 나온 전문가 선생님.

분명히 십만전자를 찍을 거라고 했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창열은 흥분되는 마음으로 자신이 산 오성전자 주식을 바라본다.

* * *

스타 애널리스트.

"방송 수고하셨습니다!"

"진행자님께서도 수고하셨어요."

"아,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 방송 일정은……."

염유안은 경제 방송 섭외 1순위다.

수많은 개미들에게 가장 사랑 받기 때문이다.

쉽고 간단한 설명.

낙관적이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시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 스케줄이 꽉 차있네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하긴요! 염차장님 정도 되면 당연하죠~.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가 고개를 깍듯이 숙인다.

염유안은 한 치의 오만도 없이 똑같이 깍듯이 인사한다.

'죄송하긴 내가 죄송하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채.

겉보기에는 유명한데 겸손하기까지 한 사람으로 보인다.

금융의 세계에선 믿어서는 안된다.

그 당연한 사실을 개미들은 알지 못한다.

위이잉~!

마침 전화가 걸려온다.

시간도 장이 끝난 3시 30분 이후인 걸 보니 십중팔구다.

<우리 염차장!>

"전화 받았습니다 본부장님."

본부장 이태호.

지난 하락장 이후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오고 있다.

자신이 제안한 한국대 방송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개미들이 유입되었다.

<오늘 방송 수고했어. 수고했는데…….>

"무슨 일이시죠?"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 말이야. 염차장이 조금 고생을 해줘야겠어.>

한 달간의 하락 끝에 주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정장이었던 것이다.

유입된 개미들은 대부분 수익을 보고 있다.

그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더 많은 개미들을 끌어모으고 있지.'

증권가에 엄청난 돈이 흘러 들어온다.

정말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다.

그런 기쁨.

당연하게도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염유안은 안다.

"아, 나스닥이……."

<이번에 연준이 강경한 발언을 했더라고. 이러면 우리도 주식을 팔 수밖에 없지 않겠어?>

"그렇죠.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대략적인 시기 또한.

딱히 한국의 증권사들이 유능해서 시장을 잘 예측하기 때문이 아니다.

'하기야. 미중 무역 분쟁도 있는데 내렸어도 진작에 내려야 했지.'

그 전조가 있다.

외국인들이 계속 판다.

그럼에도 주가가 내려가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간 지속되다가 뚝!

어느 순간 코스피가 폭포수처럼 무너져버린다.

<만약 하락장이 시작되면 염차장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개미들이 생길 텐데.>

"투자는 본인의 책임인데 말이죠. 정말 곤란하다니까요."

그 시기가 슬슬 오는 모양이다.

본부장도 그래서 자신에게 귀띔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쩐지 요즘 방송 스케줄을 너무 빠듯하게 돌리더라고.'

하락장.

증권사 입장에서도 당연히 달갑지 않다.

주식을 손해 보고 파는 것은 누구라도 싫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애널리스트다.

개미들이 주식을 무한 매수하도록 그럴 듯한 말로 꼬신다.

<한동안 고생 좀 해야 될 거야.>

"평소 업무일 뿐입니다. 고생이랄 것도 없죠."

<하하하! 마음에 들어 염차장. 이번 일 끝나면 술 한 잔 하자고. 아주 좋은 곳에서.>

그것이 자신의 진짜 업무.

대놓고 지시를 하진 않지만, 어떤 사람이 승진하는지를 보면 깨닫게 된다.

'좋은 곳이라……. 염부장이라 불릴 날도 머지않았겠네.'

개미들의 시체를 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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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올블루라고 들어봤니?"

"올블루요……?"

올블루.

원○스 세계관을 구성하는 이스트 블루, 웨스트 블루, 사우스 블루, 노스 블루, 이 4개의 바다에 각각 서식하는 모든 어류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한다.

'현실 세계에도 있지.'

실제로 존재하는 개념이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 교차하는 수역에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황금어장이 만들어진다.

"원○스에 나오는 전설의 바다……."

"아니, 그거 말고."

"네?"

"니 계좌 이 새끼야!"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소라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멍청한 낚시에 걸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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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전자 │200주 │−2.92%

SQ테크닉스│100주 │−3.11%

미래차  │150주 │−2.90%

초록창  │100주 │−5.45%

하람   │3000주│−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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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올블루지. 쓸데없이 원○스를 왜 찾고 있는 거야 대체."

"우씨!"

"하나 같이 떡락할 종목만 찾는 것도 정말 재능이다 재능."

"이렇게 될 줄 몰랐단 말이에요."

소라가 볼을 부풀린다.

1년 새 몸은 더 어른스러워진 주제에 하는 짓은 애새끼나 따로 없다.

'주식 실력도.'

조금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자마자 이 모양이다.

최근 너무 꽃길만 걷긴 했다.

"제 것만 내리는 것도 아니잖아요."

"음."

"코스피 자체가 올블루인데 제 계좌에서만 올블루를 찾는 건 상디도 바라지 않을 거에요."

"그렇긴 하지."

본인도 변명거리가 있었다.

최근 코스피는 연일 꼬라박고 있다.

소위 말하는 '하락장'이 시작된 것이다.

---------------------------------------------+

『코스피 지수』

2,480.50 ▼126.50 (−5.01%)

[나흘만에 떡락해버린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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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을 뚫었던 주가가 2500 아래로 뚝 떨어졌다.

그것도 상상도 못한 속도로 말이다.

"2500에서는 단기 반등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왜?"

"네?"

"그러니까 왜?"

"왜긴요. 최근 기업들 실적도 좋은데 이렇게 갑자기 내려가는 건 오바잖아요."

소라의 말도 일리가 있다.

최근 코스피가 이유 없이 전고점을 돌파한 게 아니다.

데일리뉴스− 「코스피 상장사 사상 최대 실적…작년 영업익 158조」

한국신문− 「오성전자 1분기 영업익 14조원, 2분기 '최대 실적' 전망」

팩트뉴스− 「[한국경제] 코스피 상승기류 거세, 부동산 불패 넘 보나?」

실적이 잘 나온다.

글로벌 증시도 좋다.

심지어 다음 분기에는 더 잘 나올 것 같애.

"육만전자 간다니까 따라 산 거 아니야?"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요!"

"그럼 뭐?"

"오성전자의 적정 가치를 봤을 때 5만원 초반대는 너무 싼 거 같아서……."

"결국 니가 산 이유는 주가가 싸다고 보였기 때문이야."

"?!"

그런 심리를 언론이 부추긴다.

코스피 투자자들이 의외로 모르는 한 가지가 있다.

'작전주다 뭐다 하지만 사실 코스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전이거든.'

상승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대형주는 이성적인 논리로 움직이겠지.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오성전자 같은 초대기업조차 기관들의 마음대로다.

"그리고 니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오만전자, 육만전자라고 언론에서 가스라이팅을 했기 때문이지."

"……."

"아니야?"

"맞아요."

"너도 군중 심리에 휘말린 거야."

대중과 반대로 투자해라!

주식 짬을 조금만 먹어도 들어보는 이야기다.

'그게 뭐가 어려워?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거지.'

작은 트루먼쇼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는데?

전문가들조차 그렇다고 하는데.

아니라고 선뜻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없다.

"으휴, 그럴 줄 알았다. 주식에 대해 깨달은 듯한 표정 지으면서 우쭐할 때 알아봤어."

"……."

"어떻게 그런 걸 당하냐? 영양분이 그냥 젖탱이에만 몰려 가지고."

"그러는 선배는!! 알고 있었다는 거에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소라가 볼에 이어 입술까지 뾰로통하게 내민다.

'섹스 어필하는 건지 삐진 건지 헷갈린단 말이야.'

본인은 그냥 순수하게 삐져서 그러는 것일 테다.

몸도 주식도 아직은 한없이 어설프다.

"당연하지."

"어떻게요."

"전조가 있으니까."

"전조요……?"

기껏해야 꼬부○가 어니부○로 진화한 정도.

포켓몬 트레이너로서도 한참 멀었다.

'적어도 거북킹은 돼야 물대포 찌익 하지.'

주식 분석, 기사 체크 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상승장의 논리다.

"하락장에서는 외인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돼."

"외국인이요?"

"생각을 해봐. 만약 니가 작전주 주포면 주가를 어느 때 내리겠어?"

소라가 골똘히 고민한다.

가슴에 모여있는 지방 에너지를 끌어 쓰는 모양이다.

'자기 주식 다 털어버린 후에 알 빠누? 할 거 아니야.'

지금 공구레이디가 바닥도 없이 폭락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력 입장에서 아쉬울 게 없다.

"아니, 근데 그건 작전주고……."

"코스피는 다르다고?"

"설마."

"바로 그 설마지 이 새끼야!"

코스피도 똑같다.

규모가 존나게 클 뿐.

작전주의 원리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작전주가 아니라 작전 증시라고 불러야 하나?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이라는 게 있다.

개인, 외국인, 기관이 각각 얼마나 사고 팔았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다.

"봐봐. 최근에 외국인 다 팔기만 했지?"

"선물은 샀다고 뜨는데……."

"그래, 선물로 주가 받치면서 현물 처분하는 거야."

사는 것 같은 날도 있다.

하지만 장이 끝나고 보면 되팔았다.

그마저도 개미를 꼬시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

'그렇게 주식 다 팔고, 공매도 쌓은 다음 한 번에.'

사놓은 선물을 던져버린다.

조 단위의 매도 물량이 갑자기 증시에 떨어지게 되면.

"씨발."

"국장 원투데이해? 이걸 몰라?"

"그야 당연히 모르죠! 아는 사람이 더 드물 걸요."

폭락한다.

그야말로 수직 낙하.

국장에서 흔히 보이는 하락장 패턴 중 하나다

'사실 뉴스만 챙겨봐도 어느 정도는 대비할 수 있지.'

시장에 악재가 가득하다.

그런데 코스피가 이상할 정도로 탄탄해.

그러면 십중팔구 작전을 치고 있는 것이다.

현물을 팔면서 공매도를 쌓고 있다.

"선배 말은 알겠지만 그래도 단기 반등은 주지 않을까 하거든요."

"구래?"

"자꾸 놀리는 표정 지을래요?"

"웅!"

상승장에서는 그것을 알아채기 힘들다.

설사 악재가 나온다 해도 무시한다.

'아니, 애초에 보질 않지.'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그러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급한 일인지 모른다.

"내기해도 좋아. 아마 다음주쯤 되면 공포성 기사가 쏟아질 걸?"

"저는 올라가는 쪽이에요."

소라는 똥고집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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