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7화 (137/450)

선배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음……, 그냥 간지럽기만 하네.'

그때처럼 쾌감.

그리고 뭔지 모를 애틋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키스 대신은 된다.

심심한 입을 달래며 커뮤니티를 본다.

〔한국 주식 갤러리〕

─공구 폭락 언니들 시망 컄ㅋㅋㅋㅋㅋㅋㅋ

─공구레이디 뚫렸구먼……, 뚫리면 장사 없다……

─공구레이디 들어간 이대남 특징!

─손익좌는 도박처럼 주식하는 놈이잖아

 마침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이 거래한, 이득을 본 공구레이디가 말이다.

─공구레이디 뚫렸구먼……, 뚫리면 장사 없다……

한 번 뚫리면

못 막는다

남자 맛 보고 나면

봇물 넘치듯 흘러내린다

└질질 싸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한 번 뚫리면 정신 못 차리지

└아재 필력 보소

└진짜 반등 없이 떨어지는 거 무섭더라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급상승했다.

그리고 그만큼 또 가파르게 떨어진다.

반등을 한 번 해주겠지?

단타를 노리던 사람들까지 전부 물리고 있다.

─공구레이디 들어간 이대남 특징!

[깨끗한 설거지 뿐만 환경도 생각하는 퐁퐁.jpg]

설거지 중임

└못 먹었으면 못 먹었지 물린 새끼는 개병신이다

└아 그건 안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언냐들이 오조오억개 매수 중 큐ㅠㅠㅠㅠㅠㅠㅠㅠ

└^퐁^

'헤헤, 내 거 설거지 중이구나?'

주식 커뮤니티를 보면 항상 번 사람들 투성이다.

처음에는 조바심이 났다.

나만 이렇게 못 버나?

시간이 지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번 사람들만 올리는 것이다.

주식을 물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알면서도 내심 전자에 속하고 싶었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 자신의 꿈이니까.

타닥, 탁!

쭈웁!

글을 올리려는 소라의 손이 멈춘다.

+1억.

4배나 되는 수익을 거둔 것은 자랑스럽지만.

'선배는 훨씬 더 먹었겠지.'

가진 바 시드의 크기가 다르다.

그에 비례해 더 많은 수익을 챙겼을 것이다.

이미 커뮤니티에서도 유명하다.

'손익좌'라는 이름으로 네임드 유저가 되었다.

매일 손익 추이도 올리고 있다.

수익 이야기로 떠들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손익좌는 도박처럼 주식하는 놈이잖아

그런 애들은 결국 똑같은 방식으로 돈 잃게 돼있음

가치투자로 차곡차곡 모아야 롱런한다

오프로 유튜브에서 본 내용임 ㅇㅇ

└염차장님도 그 말씀하던데

└너 그런 거 보니……?

└오프로, 염차장 한주갤 꼴 왜 이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쓴이− 난 오프로 보고 이번 달 20% 땄는데?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다른 커뮤니티를 하다 보니 소홀하긴 했다.

'물갈이가 된 건가……?'

여초와 달리 폐쇄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주식이 가진 안타까운 특성.

자의가 아닌 타의로 못하게 될 수 있다.

계좌를 열어보기 두렵다거나.

─나는 손익좌보다 주선생이 존경스럽던데

얘도 30만원으로 50억 만든 애임

손익좌랑 달리 단타가 아닌 가치투자 위주

유튜브도 하고 있어서 개인 노하우도 풀어줌

└ㄹㅇ??

└와 손익좌 같은 애가 또 있었구나 ㄷㄷ

└나랑 비슷한 나이에 저렇게 돈 버는 사람들 부럽다……

└손익이 그 새끼 갤에 꿀팁 하나 안 풀잖아

소라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방향은 같았지만, 과정이 180도 달랐던 것이다.

'설마.'

상승장.

돈을 버는 사람이 많다.

성공한 투자자도 한두 명이 아니다.

개개인들도 웬만하면 돈을 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전처럼 열광하지 않는 것이다.

쭈웁! 쭈웁!

화가 난다.

단타.

도박이라는 인식이 있다.

자신도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원리를 파악하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것은 도박이라 볼 게 아니다.

투자의 한 방식이다.

'선배가 얼마나 고생해서 투자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제멋대로들 말한다.

아무리 꼭지를 빨아도 분이 달래지지 않는다.

* * *

"그런 일이 있다고?"

최근 커뮤니티의 동향.

특별히 살피거나 하진 않고 있다.

"네, 너무한 거 있죠?"

"야 살살 좀."

"선배가 얼마나 노력해서 수익을 낸 건데. 그 녀석들은 다 운빨이라고만 하고. 나쁜놈들!"

"오! 오옷!"

소라로서는 불만이 있는 모양이다.

딸딸이를 쳐주는 오른손에 힘이 들어간다.

부륵! 부르륵!

나도 모르게 나와버릴 만큼.

그것을 왼손의 휴지로 솜씨 좋게 받아낸다.

그리고 밑기둥부터 쭉 훑어 안쪽에 남은 것을 짜낸다.

순식간에 한 발 뽑힌다.

'일부러 안 싸서 놀리려고 했는데.'

자지의 위대함을 가르쳐주고 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소라에게 남자를 인식시킨다.

"오늘은 꽤 많이 나왔네요. 쌓였나 봐요? 한 발 더?"

"괘, 괜찮……."

"사양하지 마세요. 좀 쪼물닥거리다 보면 금방 서니까."

"아♡"

의외로 거부감이 없다.

성희롱이다 뭐다 빽빽 소리 지르던 주제에 대딸방 에이스가 되었다.

'일단 노린 것은 맞는데 뭔가 이상해.'

두 번째 대딸을 받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입술이 맞닿는 지근거리에서 솔직하게.

"선배는 열 받지 않아요?"

"뭐가?"

"선배는 꾸준히 인증도 하고, 시간도 훨씬 짧게 걸렸는데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돼서……."

소라가 하는 말도 모르진 않다.

주식 시장은 넓고, 항상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난다.

'원래 그래.'

상승장은 특히 더 그러하다.

개개인의 투자법이 특별히 주목 받지 못한다.

뭘 해도 돈이 벌리기 때문.

오히려 말빨이 좋은 것이 대중들에게 잘 먹힌다.

"그게 말이 돼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옳은 거지."

"투자는 말로 하는 게 아닌데……."

"옛날의 너처럼?"

"나빴어!"

"앙♡"

모두가 꿈과 환상에 젖어있다.

하지만 꿈은 언젠가 깨어나기 마련이다.

'그때 드러나는 거지.'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발가벗고 헤엄친 사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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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창열씨.

"이대리. 오성전자 사뒀다고 했지?"

"어, 그랬지."

"아까 초록창 뉴스 기사 보는데 오성전자 많이 올랐다더라. 한 턱 쏴!"

7년째 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승진은 빠르지도 않지만, 늦은 편도 아니다.

딱히 돈에 쫓기지도 않는다.

회사 생활에도 잘하고 있고, 가정에도 불화는 없다.

"내 돈이야."

"아니, 그래도~."

"물렸을 때 도와준 적 있냐? 그러면서 따니까 얻어먹는 건 양심 없는 거 아니야?"

"……."

평범한 생활.

이는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직장인이 받는 연봉의 액수는 정해져 있다.

'아, 진짜 쫀쫀하게…….'

입사 동기인 이대리의 말도 맞다.

물렸다 뭐다 들었을 때는 주식 안 하길 잘했다고 내심 자랑스러워했다.

주식 그거 도박 같은 거잖아?

하지만 막상 올랐다는 소리를 듣자 다른 생각이 일게 된다.

데일리뉴스− 「[속보] 코스피 장중 2570선 돌파…… 오성그룹株 상승」

한국신문− 「[특징주] 오성전자, 5만7000원 터치……6만원 돌파 눈앞」

팩트뉴스− 「7거래일 연속 상승 코스피 '2600선' 눈앞…… 2563.52 마감」

상대적 박탈감.

똑같은 회사에서 동급의 직급으로 비슷한 연봉을 받고 있는데.

"주식 오른 거 축하할 겸 가볍게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거지. 내가 뭐 널 뜯어먹으려고 하냐."

"그 정도야 뭐."

"그럼 일 끝나고 보자~."

이대리는 돈에서 자유로워졌다.

틱틱대면서도 삼겹살 정도는 여유롭게 사줄 만큼 말이다.

'나는 언제쯤 목돈 모으려나.'

여우 같은 마누라, 토끼 같은 자식들.

부양하기 위해서는 정말 한두 푼이 드는 게 아니다.

총각 시절 하던 취미들은 다 끊었다.

그럼에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길은 멀기만 하다.

"그래서 주식을 해야 하는 거야."

"그래?"

"일단 소주 한 잔 받고."

가끔씩 술 한 잔 하는 것이 인생의 낙이다.

조금이라도 삶에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 새끼. 돈 좀 벌었다고 되게 으스대네.'

약속대로 삼겹살을 얻어먹고 있다.

그 대신 친구의 주식 무용담을 들어준다.

"너 아직도 은행에 적금 넣냐?"

"당연하지. 내가 이래 봬도 저축은 꾸준히 해."

"아우~ 멍청이."

"뭐?"

"예금할 바에는 나 같으면 오성전자 주식이나 꾸준히 모으겠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귀찮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위험하다.

주식 하면 패가망신.

어렸을 때부터 어르신들이 귀가 따갑도록 하던 소리다.

'배당? 그런 게 있었어?'

분기에 한 번씩 배당금을 준다.

그 양이 적금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막말로 오성전자 망하면 한국도 망하는데!"

"그렇긴 하네?"

"기술도 얼마나 좋아. 오죽하면 외계인 고문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겠어."

심지어 주가까지 오른다.

투자한 돈의 원금까지 +로 불어나는 것이다.

'확실히.'

계속 듣다 보니 솔깃하다.

주식에 대한 관심이 스멀스멀 꽃피게 된다.

"주식 위험하다는 사람들은 이름도 모르는 이상한 회사에 투자해서 그렇고."

"음……."

"오성 몰라? 헬지 몰라? 니 차도 미래차잖아. 그런 좋은 주식 모아가는 거지. 대한민국의 성장에 투자하는 거야!"

주식을 한 번 해보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일평생 주식과 담을 쌓으면 살아왔다.

이제 와서 주식을 해보라니?

친구 말만 믿고 시작하기에는 걸린다.

고민하고 있는 창열에게.

"너는 그런 정보를 어디서 듣고 투자해?"

"나?"

"어."

"나는 뉴스도 보고 여러가지 보지. 가장 믿고 의지하는 건 염차장님이지만."

"염차장?"

결정타가 들어온다.

염차장.

경제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라고 한다.

'전문가 선생님이신가 보네. 그럼 믿을 만하지.'

마음을 먹게 된다.

창열은 그날로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경제 방송을 시청한다.

<오늘 대단하신 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아이돌! 개미투자증권의 염유안 차장님이십니다!>

<허허, 보잘것없는 애널리스트 염유안입니다.>

−오 염블리

−우 윳 빛 깔 염 차 장!

−염차장님은 무적권 봐야지

−철강주 슈퍼 사이클 온다며 ^^ㅣ발련ㄴ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유튜브로도 볼 수 있다.

그것도 실시간 방송으로 말이다.

이윽고 원하던 이야기가 나온다.

앞으로 오성전자가 더 오를 수 있을지.

<오성전자! 앞으로 더 오를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어려운 질문을 던져오시네요.>

<아, 그렇죠……. 주가는 신도 모르는 거니까.>

집중해서 듣는다.

여러가지 어려운 이야기가 나온다.

반도체니 미세 공정이니 쏼라쏼라.

'아무튼 그래서 오른다는 거야 뭐야?'

대충 들어보니 좋은 것 같다.

확실히 오성전자.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다.

<최근에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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