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6화 (136/450)

반쯤 장난.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진심이 담겨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감이 차오른다.

선망하던 투자자들도 별 게 아닌 것 같다.

─손익좌<< 요즘 이 새끼 뭐함?

한때 한주갤 스타였는데

요즘은 거의 언급도 안되네

└알 게 뭐임

└그냥 하이리스크 단타 쳐서 시드 불린 새끼잖아

└'가치투자'로 복리 하면 10억 좆도 아닌데?

└그 새끼도 걍 물로켓임 물로켓 찌익~!

그런 분위기가 맴돌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돈을 버는 투자자가 흔해진다.

성공한 투자자의 가치도 희석된다.

그에 따라 관심도 뜸해지고 있었는데.

─2018 · 01 · 25 손익 추이

---------------------------------------------+

당일 손익: +4,100,006,974

누적 손익: +7,000,108,892

+---------------------------------------------

+141.37%

└아니 씨발련이 진짜!!

└이번 달 죽을 똥 살 똥 500 먹었는데 자괴감 드네 ㅡㅡ

└손태식이 돌아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공구레이디 산 거지?

역대급의 잭팟이 터져 나온다.

* * *

공구레이디는 연일 상을 친다.

공모가의 5배가 넘어가는 액수까지 되었지만.

〔당당여성 −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아 짜증 나 10만 원일 때 팔 걸 ㅡㅡ

─지금이라도 팔아? 아니면 존버해?

─주식으로 700억 이득 봤다는 고수 언냐 어디 갔어??

─언냐들 공구레이디 매수 운동 다시 가즈아!!

 아이러니하게도 이득을 본 사람은 없었다.

가장 빠르게 투자를 했던 여초 커뮤니티에서조차.

─지금이라도 팔아? 아니면 존버해?

본전 근처까지 왔는데……

10만 원 갔던 거 생각하면 도저히 아까워서 못 팔겠어

└그때 못 팔았으면 걍 존버해야지 ㅠ

└나도 존버 중이야 당녀아!

└공구레이디는 오르게 돼있어. 미투 운동도 이제 시작이잖아!

└믿어 걍 믿어 222

탈출 기회는 넉넉하게 있었다.

하지만 욕망에 지배된 사람은, 확증 편향을 가진 사람은 행동이 망설여진다.

10만 원이 8만 원이 된다.

8만 원이 6만 원이 돼버린다.

주가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더더욱.

─주식으로 700억 이득 봤다는 고수 언냐 어디 갔어??

주식 개수가 100만 개라 무조건 오를 거라며?

근데 왜 지금 내려가는 거야??

다시 올라가는 거 확실해???

└그거 어떤 당녀가 말한 거였는데 요즘 그 당녀 안 보이네

└우리가 안 팔면 올라가게 돼있어!!

└난 안 팔았어 22222

└나도 안 팔았긔 33333

아쉬움은 더 차오르게 된다.

계좌가 불어난 최고의 순간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나중에는 오기 때문에라도 팔지 않는다.

내가 벌 수 있었던 돈이 얼만데.

그리고 집단지성.

같은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힘을 얻지만.

---------------------------------------------+

『공구레이디』

19,500원 ▲3,500원 (−17.94%)

[1주일간 개떡락하고 있는 그래프.jpg]

+---------------------------------------------

작전주의 흔한 결말로 귀결된다.

생각과 달리 주가가 전혀 올라가지 못한다.

오히려 엄청난 속도로 떡락.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안다.

"내, 내가 왜 그랬지!"

홍예슬은 사장실에서 울부짖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갑자기 상 치는 것을 보고 그날부터 다시 매수를 했는데.

'물만 안 탔어도 손해는 아니었는데. 아니, 먹었을 때 바로 뺐어야 됐어. 아아, 시발…….'

욕망.

딱 잘라 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불어나는 계좌를 봤다면 특히.

---------------------------------------------+

매수금액│3,500,600,815원

평가손익│−2,050,275,500원

공구레이디│74,374주│−58.57%

+---------------------------------------------

한때 시가 총액이 4000억을 목전에 뒀다.

수십 억을 선뜻 부었던 건 그래서다.

돈의 가치가 우습게 느껴진다.

이 정도는 용돈벌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기다리면 다시 오를까? 또 작전이라도 맡기면…….'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자 깨닫게 된다.

그럴 리가 없다.

이 회사가 얼마나 모래성 같은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토독, 톡!

작전 뿐이다.

홍예슬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세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죄송합니다. 같은 기업은 또 안 하는 주의라. 예, 바빠서 끊을게요."

"어? 저번에 같은 기업 또 하지 않았어요?"

"안 한다는 거잖아."

욕심이 드글드글한 투자자들의 손실.

고스란히 세력들의 주머니로 떨어져야 한다.

'계산보다 수익이 적었어. 고점에서 같이 던진 녀석들도 있었고.'

주가가 폭등하면 딴 마음을 먹는 인간들이 생긴다.

오석현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관계자가 배신을 하는 경우.

아닐 수도 있지만 위험 부담을 굳이 끌어 안아줄 이유가 없다.

"그 여자 사장이 던진 걸까요?"

"모르지."

"만약 아니면……."

"아까워할 거 없어. 어차피 이런 떡밥성 이슈도 한때인데.'

미투 운동이 화제가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건 제한적이다.

'그것을 광기의 한복판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텐데.'

있다고 하더라도 진작에 던졌을 것이다.

2배, 3배 간 것부터 정상은 아니었으니까.

어떤 놈들이 숟가락을 얹은 것인지.

알아낼 수단도 없고, 따져봤자 의미도 없다.

"정말 다행이네요."

"뭐가?"

"갑자기 물량 쏟아져서 섬뜩했는데 여초 커뮤니티 애들이 다 받아줘서……."

"당연하지."

"네?"

떠나간 기차.

잡을 생각을 하는 것만큼 주식의 세계에서 멍청한 것은 없다.

이래 봬도 5대 증권사 출신이다.

오석현은 담배를 태우며 아쉬움을 죽인다.

'결국 멍청한 연놈들 잡아먹는 시장이니까.'

자신보다 더 멍청한 사람만 있다면 굶고 살 일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였다.

여초 커뮤니티.

지들끼리 알아서 PC다 뭐다 하며 말도 안되는 것을 믿어준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까요?"

"걔네가?"

"금전적인 손실을 봤으니까……, 약간 충격 요법 느낌으로다가."

부하 직원의 말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진짜 현실은 그것보다 더 짙고 어둡다.

"너 거짓을 믿는 대가가 무엇인지 알아?"

"선동 당하는 거 아니에요?"

"그건 일차원적이고."

"?"

다 핀 담배를 재떨이에 꾸깃꾸깃 비빈다.

얼탄 얼굴을 하고 있는 부하는 미드에 취미가 없는 모양이다.

「거짓의 진짜 대가란, 거짓을 끝없이 듣다가 진실을 인지할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드라마 체르노빌 中

PC는 옳다.

무조건 맞아야 한다.

따라서 주가도 올라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서 팔지 않았을 것이다.

손해를 봤다고 생각이 달라질까?

'이미 지들 인생이 망했는데 뭐 어쩌겠어? 꾸며낸 거짓에 만족하고, 열광하며 평생 살아갈 수밖에.'

극단주의자들이 치르는 죗값이었다.

다음화 보기

"흐흐흥~♪"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소라는 최근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

『윤소라님의 총 자산』

132,320,103원

+100,203,573원(+311.99%)

+---------------------------------------------

계좌의 수익 때문.

난생 처음 엄청난 금액을 주식으로 벌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수익을 낸 것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지만.

'작전주를 이래서 하는구나. 에헤헤.'

작전주다.

평소에 자신이 주력으로 삼던 대형주 위주의 가치 투자가 아니다.

도박?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자신은 평생 그런 투자를 할 리가 없다고.

'나름대로 원리가 있더라고. 주가가 상승하고 하락하는.'

하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일반적인 주식이라면 절대 나오지 않을 상승량이다.

그에 비례하는 리스크.

주도면밀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력을 상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짜릿하다.

고점에서 매도했던 순간 느낀 기분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래서 도박이라는 건가?'

트레이더는 도박꾼.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화가 났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해가 간다.

트레이더는 고수익을 노린다.

작전주, 선물, 옵션 등 리스크 높은 것에 뛰어든다고 한다.

자신도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꿈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니 흥분으로 달아오른다.

'그런 것보다 선배 따먹고 싶다. 아니, 키스하고 싶다.'

정말로 몸이 뜨거워진다.

당시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

떠올릴 때면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꿀꺽!

선배에게 여러가지 짓을 당했다.

그날 겪었던 일들이 머릿속을 괴롭힌다.

"여기 배를 꾸욱 하고.'

마구 만져 댔다.

배가 당기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느낀 것이었다.

성적으로 말이다.

배 위를 천천히 더듬는다.

가장 기분이 좋은 곳이 곧 닿는다.

'여기쯤. 아니, 여기였지.'

눈을 감자 선명히 떠오른다.

손으로 꽉 잡았던 선배의 굵고 긴 물건.

들어간다면 배꼽 바로 아래 부근일 것이다.

손끝을 세워 찔러본다.

찌릿 하고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 온다.

소라는 방금 좋았던 부분을 집요하게 누른다.

'선배, 선배, 선배, 선배, 선배, 선배, 선배…….!'

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하반신이 덜덜 떨리고, 숨도 점점 가팔라진다.

이내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선배에게 몸을 희롱 당했을 때처럼.

'오빠 사랑해요…….'

그날 이후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다.

선배에게 주식을 배우는 것이 좋아서.

그렇다고 합리화를 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선배와 지내는 시간이 좋다.

스스로 자각한다는 건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반한 이유도.

'꼬추가 커서 반한다니……, 좀 정상적이지 않잖아.'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선배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계기는 자신의 꿈이다.

선배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꼬추도 연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첫사랑이 꼬추에서 시작하다니?

이성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정상이 아닌 것 같다.

'다른 부분도 좋지만 꼬추도 귀엽단 말이야!'

만지면 불끈불끈 한다.

크고 단단한 주제에 쓰다듬으면 솔직하게 반응을 해온다.

작은 선배.

소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딸딸이를 못 이기는 척 받아주는 이유다.

선배의 변태스러운 면모도 싫지 않다.

오히려 같이 여러가지 행위를 하며 즐기고 싶다.

'남자가 좀 들이대 주지. 아무리 Girls can do anything이라도 못하는 게 있는데.'

하지만 자신이 변태가 되긴 싫다.

스물 한 살.

1월이 지나 한 살 더 먹었지만 여전히 어리다.

리드해줬으면 좋겠다.

성희롱만 하고, 진지한 말은 하지 않으니 애가 탄다.

후우~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긴 한숨으로 달랜다.

하지만 본능을 거역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선배 따먹고 싶다. 눕혀두고 쭈왑쭈왑 하고 싶다.'

꿩 대신 닭.

선배에게 당했던 것이 또 있었다.

소라는 입고 있는 나시티의 어깨 끈을 내린다.

쭈웁!

노출된 한쪽 가슴을 손으로 든다.

반쯤 서버린 꼭지를 입안에 넣는다.

사탕처럼 굴려보기도 하고, 살짝 깨물어도 본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