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5화 (135/450)

조금 더 세게 눌러줬으면 싶은데.

"내려갔네."

"안돼."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여기까지만 해도 추세는 훌륭하지."

선배의 손이 밑으로 내려온다.

자신의 부끄럽고 은밀한 곳에 가까워진다.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위치.

커뮤니티에서 글을 보고 30cm 자로 재봤다.

'거기가 15cm 부근인데. 충분히 크다고 들었는데.'

하나도 기분 좋지 않다.

오히려 아쉬움만 차오른다.

소라가 어찌 할 바 모르고 있던 그때.

"또 내려가네?"

"안돼!"

"뭐지? 갑자기 흐르고 있네. 소라도 더 크게 갔으면 좋겠지?"

"큰 게, 큰 게 무조건 좋아요."

선배의 손이 더 아래로 내려간다.

평범한 남자들이 그 정도 크기라고 들었다.

'거긴 눌러봤자 아무런 느낌도 안 나잖아.'

어째서 여초에서 남자들의 크기로 음담패설을 했는지 이해가 간다.

확실히 큰 것이 좋다.

차트가 흔들릴 때마다 이곳저곳 만져 댄다.

자신이 원하는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다.

"진짜 존나게 흔들어 대네. 왜 이러지"

"아!"

"미안. 아파?"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배……."

'신음 나오는 거 못 참겠어. 어떡하지.'

맨정신이다 보니 이만저만 부끄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기분에 솔직해지고 싶다.

아니, 이전부터 알았다.

인정을 하는데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

'내가 오빠를 만져주면 좋아하는 만큼 나도 오빠가 만져주는 걸 좋아하는 거였구나.'

관심이 없는 척했다.

성적인 건 불결한 것이고, 안 좋은 짓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선배도 선을 잘 지켜주고 있다.

무엇보다 온몸의 쾌감이 말해준다.

"선배 또 섰어요?"

"잠깐만."

"기분 좋게 해드릴까요? 제가?"

"잠깐만이라고."

귀까지 빨개진 얼굴.

이성도 있고, 장난도 아닌데 이런 말을 하는 건 부끄럽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가 사랑스럽다.

살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게 혹시 사랑이란 건가? 나 역시 선배를…….'

관리를 안 해서 갈라진 입술.

아픈 부분을 자신의 입술로 적셔주고 싶다.

왠지 잘생겨 보이기까지 한다.

선배에게 찐한 키스를 해주려고 했는데.

"선배~♡ 헤헤."

"좀 닥쳐보라고 이년아."

"오곡!"

또다시 등줄기가 짜릿한다.

* * *

순조롭게 올라가던 주가.

몇 번 고꾸라지는 것까지는 예상했다.

'너무 대놓고 올리면 티나니까.'

현재 코스닥 거래량 1위를 달리는 주식이다.

세력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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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레이디』

57,600원 ▲4,400원 (+8.27%)

[떡상했다가 내려앉고 있는 차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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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20%까지 갔던 주가다.

갑자기 10% 아래로 뚝 떨어진 것은 이상하다.

'여기서 만족하고 털어버릴 게 아니고서야.'

변동성이 너무 심하다.

설사 세력이 위아래로 흔드는 거라고 해도 말이다.

찰싹!

심각한 와중에 소라가 또 장난질을 친다.

못된 엉덩이에 혼찌검을 내준다.

'타격감은 또 존나 좋아 가지고.'

어쩜 그리 찰진지 모른다.

동양인답지 않게 탱글탱글하면서 탄력까지 넘친다.

힘을 주어 팡! 하고 쳐도 튕겨져 나온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종일 때리고 싶을 정도.

─누군가가 주식을 대량 매도했습니다!

그럴 상황이 아니다.

지금 이 갑작스런 하락은 아무리 봐도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생각할 수 있는 건 두 가지겠지.'

1. 세력이 작전을 끝낼 생각이다.

2. 제3의 누군가가 차익 실현을 하는 것 뿐이다.

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한 달간 지켜봤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리한 녀석들이라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는 안 해.'

영리한 투자자일수록 겁도 많다.

리스크에 대해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

지금 이 차익 실현을 다른 세력의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주식을 대량 매도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작전을 끝낼 것이다.

다른 세력이 물량을 더 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니야. 십중팔구 세력이 아니라 구주주일 거야.'

비상장 시절 주식을 산 사람.

지금 이 정도 물량을 가지고 있을 사람은 달리 없다.

적어도 내 판단에 의하면 그러하다.

하지만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찰싹!

선택의 시간.

같이 차익 실현을 할지.

아니면 매도세를 막고 흐름을 바꿀지.

"그, 그만 때려요……."

"소라는 더 큰 게 좋아, 아니면 이 정도가 적당해? 빨리 대답해봐!"

"히익!"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행운의 여신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쪼옥!

소라가 입술을 맞춰온다.

평소보다 체온도 뜨겁고, 입술도 왠지 끈덕지게 달라붙는다.

"큰 게 좋아요."

"넌 정말 큰 걸 좋아하는구나.

"선배도 크잖아요. 조금만, 조금만 부드러웠으면 좋겠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물렁한 양봉은 금방 부러지기 마련이다.

'작정하고 매수를 해줘야겠지.'

광기에 베팅한다.

* * *

공구레이디의 CEO.

홍예슬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창업했다.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한국에서는 드문 일도 아니다.

코스닥이 유독 상장폐지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애초에 한탕 해먹을 목적으로 상장하기 때문.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조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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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레이디』

64,000원 ▲10,800원 (+20.30%)

[최근 한 달간 슈퍼 떡상한 차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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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건 좀 너무 많이 올랐지.'

시가 총액이 2000억에 달한다.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작해야 쇼핑몰인데?

상장 통과를 했다는 것부터가 까놓고 기적에 가까웠다.

뚜우─ 뚜우─

욕심이 생긴다.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사주를 가진 임직원은 상장 후 6개월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지금 주가가 올라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빠, 나야."

<예슬아! 무슨 일로 전화했어?>

"됐고, 오빠 명의로 짱 박아둔 주식 있지? 그거 처분해 달라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혹시 주가가 많이 오를까 봐 전남편 명의로 빼둔 주식이 있다.

'세력 마음대로 하게 해주고 겨우 10% 먹는 건 성에 안 차지.'

벌써 3배가 넘게 올랐다.

이 많은 걸 혼자 다 먹을 거라고 생각하면 배가 아프다.

<그렇게 할게! 그래도 나 조금…….>

"알았어, 알았어 오빠. 차 한 대 뽑아주면 될 거 아니야."

<응, 예슬아 사랑해!>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현재 가치로 20억 가량.

10%를 떼준다고 해도 18억이 넘게 남는다.

'주가가 쭉 빠지는데? 역시 내 감이 옳았어. 지금이 고점이야.'

홍예슬은 사장 사무실에서 공구레이디의 주가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시가 총액 2000억 회사의 CEO.

수십 억에 달하는 수익.

그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런 예슬의 눈에 믿기지 않는 상황이 보인다.

'어, 어어? 이럴 리가 없는데!'

+5%까지 내려갔던 주가.

조금씩 말아 올리더니 순식간에,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30%를 찍어버린다.

상을 친 것이다.

"아, 아아……."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만약 30분만 기다렸다가 팔았다면.

'최소로 잡아도 5억 원은 더 번 거잖아. 아니, 내일 또 오르기까지 하면.'

그러고 보니 그랬다.

세력曰 이건 많이 갈 수 있는 주식이다.

어쩌면 지금부터 진짜 상승의 시작일지 모른다.

꿀꺽!

욕망에 눈이 멀은 홍예슬은 다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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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

〔한국 주식 갤러리〕

─속보) 코스피 전고점 돌파

─주식 존나 쉬운 거 같으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

─추천요청)) 대한민국의 아버지 올리고 장 마감하자.god

─아직 고점일 수가 없는 이유.txt

 뭘 해도 주식이 오르는 시기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속보) 코스피 전고점 돌파

[코스피 2560.jpg]

기세를 몰아서 코스닥도 전고점 돌파 가즈아!

└코스닥 전고점은 2900이잖아 시발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비들 화들짝!

└아직 갈 길 멀었다

└닷컴버블 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누 ㅋㅋ

시장은 환희에 가득 차있다.

코인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주가.

어느새 급반등하며 회복한다.

전고점을 넘어 그 이상으로 달리고 있다.

─추천요청)) 대한민국의 아버지 올리고 장 마감하자.god

[김재용 사진.jpg]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재─멘

└재용 형님, 빵 제가 대신 갑니다!

└빛 재 용

└구형 받은 9년 주주들이 하루씩만 대신 들어갔다 오면 안되냐?

└시팔ㅠㅠ 오성전자 사랑해

그 중심에 있는 주식은 당연 오성전자다.

코스피 시가 총액 1위 기업.

아니, 비할 기업이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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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전자』

57,000원 ▲2,000원 (+3.63%)

[꾸준하게 떡상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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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차트를 늘이면 30년간 계속 우상향했다.

잠시 내려가도 다시 올라갈 거라는 믿음.

수많은 투자자들이 오성전자를 택한 이유다.

─오성전자 산 새끼들 미래 진짜 암울하네 ㅋㅋㅋ

돈 너무 벌어서 일 안하고 지루하게 살 생각에 암울하다고 아 ㅋㅋ

└아직도 오성전자 안 산 새끼 있냐?

└은행보다 이자도 많이 주는데 주가까지 올라서 돈복사 치트임

└오만전자가 한계 같은디

└십만전자 간다 병신들아 오만전자일 때 빨리 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가 총액 1위 기업이 계속 오른다.

다른 주식들도 낙수 효과를 받는다.

코스피는 연일 신고점.

주식을 하는 투자자들로서는 신이 날 만도 하다.

─회사 그만둔다 씨발 ㅋㅋ

[+20% 계좌 사진jpg]

주식에 소질 있는 듯 ㅋㅋ 별 거 없네

└야 너두? ㅋㅋ

└아~~~~ 저넙이나 하꽈~~~~

└이 좋은 주식 우리만 하자 절대 소문 내면 안됨

└정신 차리세요 휴먼

어렵다.

도박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주식에 대해 듣게 되는 말이다.

막상 하고 보니 별거 없네?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우습게 보인다.

└워렌버핏 솔직히 존나 가소롭지 않음?

가치투자?

그거 그냥 주식 사서 묵혀두는 거잖아

시발 나도 60년 전에 태어났으면 코카콜라, 애플 싹쓸이했지^^

└스게에에에!! 장기투자로 돈을 번다고? ㅇㅈㄹ

└ㄹㅇ 나도 옛날에 태어났으면 지금쯤 억만장자임

└미친 새끼들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한국의 워렌버핏이 되겠다 두고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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