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2/450)

누군가 배신을 한 게 아니다.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물을 끓이면 된다.

'니들은 결국 우리 뜻대로 움직이게 되어있어.'

개미를 등쳐 먹는 방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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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레이디.

예상대로 바로 패대기를 치고 있다.

'그렇겠지.'

한국 기관들이 하는 짓은 늘 비슷하다.

개미 등쳐 먹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통하는 이유.

나름대로 바리에이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기관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1

─기관님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1

단주 거래.

1주씩 체결되고 있다.

이것도 신규주에서 흔한 패턴이다.

'작전주에서도 있지.'

일반적으로는 개미를 꼬시기 위함이다.

조금씩 계속 사는 모습을 보면 혹하게 된다.

〔종목토론실− 공구레이디〕

─아 장초 매도 훼이크 너무 간 떨렸자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차! 영차!

─개미 털리지 마세요~

─이러다 한 번에 불반등 준다 ㅋㅋ

사람의 심리는 단순하다.

설사 이 패턴을 알고 있다고 해도 흔들린다.

'실제로 훼이크인 경우도 있으니까.'

매집을 하기 위함.

어느 쪽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잔량을 전부 털어버린다.

장초에 1만 4천 주를 처분했고, 지금 또 6천 주.

─기관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그것이 체결되기 무섭게 프로그램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사실 다 눈치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규주에서 훼이크 매집을 할 리가 없잖아.'

현재 공모주는 '비례배정' 방식을 따른다.

글자 그대로 넣은 돈에 비례한다.

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물량을 쓸어 담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하지 않은 건?

─돔 황 챠

─내가 구라 반등이라 했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냐들 화력 안 보여주나

─공모주가 첫날부터 하한가 엌ㅋㅋㅋㅋㅋ

이 주식이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소라도 한눈에 파악한 걸 기관이 모를 리 없다.

'아주 차분히 검토했겠지.'

그러니까 미확약.

공모 첫날에 처분한다.

오늘 내내 이런 느낌일 것이다.

계속 개미를 꼬시면서 물량을 넘긴다.

조금 반등을 한다 하더라도 금세 상승폭을 반납한다.

─기관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것이 보였다.

올라갈 신규주는 빠르게 올라간다.

개미에게 매수 타이밍을 줄 리가 없다.

신규주의 무빙.

이 회사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시장에서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한국 주식 갤러리〕

─공구레이디 사라 곧 큰 거 온다!

─빅사이즈 쇼핑몰이라는데 비만녀들 점점 늘어나서 ㄹㅇ 성장주 아님?

─공구레이디는 뭐냐 이 시발좆돼지년들이

─공구레이디 재무제표는 좋아 보이는데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평가가 좋지 않다.

회사를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고평가를 할 수 없다.

─공구레이디 재무제표는 좋아 보이는데

왜 처박는 거냐?

└독자 기술 없는 생쇼핑몰인데?

└최근 경기 좋아서 매출 잘 나온 거 감안해서 읽어야지

└원래 상장 전엔 재무 마사지 존나 함

글쓴이− 언냐들 재무 다이어트 한 거였누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부적으로 보면 볼수록 말이다.

주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신규주는 조심한다.

특히 상승장 막바지에 상장하는 회사.

십중팔구는 제대로 된 곳이 아니다.

─공구레이디는 뭐냐 이 시발좆돼지년들이

개나 소나 다 상장하네 뒤지게 처맞을라구

이태원밖에 옷 살 데 없는 돼지년들이

└깜빡이도 없이 들어오누

└형냐 나 죽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형님 간만에 옳은 말하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2번은 맞는다

주식판에 오래 있었다면 안다.

웬만큼 바보가 아닌 이상 사지 않는 쓰레기 주식.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산다.

매도 물량이 쏟아질 때마다 아래에서 매집한다.

'어떤 만화에서 보면 쓰레기를 나무로 바꾸기도 하잖아.'

일종의 ESG 경영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주식판에서는 쓰레기도 쓸 데가 있다.

* * *

공구레이디의 하락.

〔당당여성 −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십팔 공구레이디 당녀들……?? 살아있어???

─얘 진짜 어카지 ㅜ내가 이걸 왜 들어갔지???? 불나방짓거리 맨날 해두고 후회하네,,,

─공구레이디 매수 운동 동참해줘!!!!!

─언냐들 화력 좀 보태줘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얘 진짜 어카지 ㅜ내가 이걸 왜 들어갔지???? 불나방짓거리 맨날 해두고 후회하네,,,

[공구레이디 계좌 사진.jpg]

계속 지켜보다가

장초에 오르길래 나도 모르게 사버렸거든

그때부터 갑자기 막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30%……

존버 하면 내 평단 올겠지?

└헐 공구레이디 왜 이래

└이거 당당여성 대표 주식 아니었어??

└와 완전 꼭지에 잡았네

└이거 물린 당녀들 한두 명이 아니긔 ㅠ

연관성도 있다.

공구레이디는 당당여성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회사다.

빅사이즈 쇼핑몰.

자신들의 체형을 고려해주는 곳은 달리 없기 때문이다.

─공구레이디 매수 운동 동참해줘!!!!!

내가 알아봤는데 주식이 떨어지면 상장폐지?라는 걸 해서 회사가 망할 수도 있대 ㅠㅠ

공구레이디 망하면 우리 빅사이즈 옷 구매할 곳이 없어지자나?

주식으로 700억 정도 이득 본 주식 고수 언냐가 그러는데 여기 유통 주식 수가 100만 개? 정도로 되게 적은 편이래!!

지금 1개에 16000원 정도니까 다들 1주씩 사주고 여유 있는 언냐들이 10개 이상 사주면 아마 괜찮을 것 같아!!!

언냐들 모두 공구레이디 1주씩 매수하기 운동 동참해줘!!!!

└주식 안 하는 사람들도 MTS 가입해서 1주씩은 매수하자

└나는 지금 공구레이디 지키는 게 대한민국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망하면 안돼!! 그럼 리굿 언니도 모델 못하잖아

└공구레이디 못 잃어. 민주주의 못 잃어. 나는 대한민국 못 잃어

매수 열풍이 일어난다.

일부 유저들을 중심이 되어 대세 의견을 만들어버린다.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드물지도 않은 일.

그것은 때때로 놀라운 단결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걸 당한다고?"

"이걸 당한다니까요."

"와……, 진짜 저능아들만 있구나."

대부분은 안 좋은 쪽으로 이용 당한다.

오석현은 사전에 보고를 받고도 놀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미들이 병신이어도 이 정도면 조금 소름 끼치는데.'

그는 투자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까놓고 말해서 세력이다.

하지만 근본 없진 않다.

"개인 매수세가 서서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관 물량은 거의 다 턴 거 같은데 어쩔까요?"

"어쩌긴 어째. 진행시켜!"

"네."

국내 5대 증권사 출신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엘리트였다.

'내가 왕년에는 수백억씩도 움직였던 사람인데, 이런 개잡주 하나는 충분히 주무르지.'

당시만 해도 공공연했다.

현재 세력이 하는 짓을 유명 증권사도 했던 것이다.

시세 조작.

그 최대 수혜자였다.

석현은 작전을 치는데 도가 텄다.

그 짓이 막히게 되자 실적이 동료들보다 뒤쳐졌다.

사실상 강제 퇴사를 당하게 되었지만.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891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

제 버릇 개 못 주는 법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하나.

세력에 취직한 이유다.

작전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

매매 기법에 관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주 거래 속에 이렇게 뭉텅이를 하나씩 숨기는 거지.'

기관들이 1주씩 사고 팔 때.

자신도 같이 단주 거래를 하면서 매집을 하는 방법이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20프레임의 영상 속에 다른 사진 한 장 끼어 넣어도 모르는 것처럼.

"이 기법 기가 막히네요?"

"암 누구 기법인데."

"매도세도 안 꺾이고, 추격 매수 따라오는 놈들도 없고. 이대로 천천히 물량 모아가겠습니다"

오직 프로그램만이 반응한다.

기관의 매도세가 세기 때문에 매도벽이 잠깐 비어도 금세 다시 채워 넣는다.

'우리도 프로그램을 쓰니까 가능한 거지.'

개미들이 모르는 0과 1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어중이떠중이들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썩었어도 기관 출신.

작전판에 최신 매매 기법을 도입하면 손쉬운 날먹이 가능하다.

위이잉~!

든든한 조력자도 있다.

더 이상 메이저 증권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전화 받았습니다 사장님."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거죠?>

"저희 일처리 솜씨 다 알고 맡기신 거잖아요? 걱정 꽉 붙들어 매시고 계시면 됩니다. 아 물량도."

기업과 짜고 치는 것이다.

당시에도 인맥을 활용한 투자가 알음알음 있기는 했지만.

'워낙 리스크가 크니까.'

들키기라도 하면 잘리는 선에서 안 끝난다.

뉴스에 뜨고 전국구 스타가 된다.

그런 메이저 증권사와는 다르다.

세력에서는 오히려 일상적인 일이다.

"지금 기관이 던지는 물량만 잘 받아먹으면, 그리고 15일 후 2차 물량을 저희가 독점하면 시세 조종은 누워서 떡 먹기죠. 거기에 딱 한 가지 문제가……."

<저희 직원들은 잘 통제하겠습니다.>

"꼭 그래주셔야 합니다."

일을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아니, 마음대로 주무르는 게 가능하다.

'신규주는 너무 쉬워서 곤란할 정도지.'

전체 주식 수가 330만 주.

그중 IPO를 통해 풀린 건 110만 주에 불과하다.

이것을 매점매석하면 된다.

오늘 기관이 약 40만 주에 달하는 물량을 던졌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티 안 나게 매집 중이다.

자신의 실력이라면 손 안 대고 코 풀기나 다름없다.

'개미들까지 저렇게 멍청하면.'

이야기는 들었다.

여론 통제가 용이하다.

하지만 솔직하게 믿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직접 커뮤니티를 둘러보자 알겠다.

적당히 쌰바쌰바만 해주면 회사가 망하더라도 들고 있어줄 것이다.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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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주는 작전을 치기에 안성맞춤이다.

'유통 물량이 적으니까 말이지.'

세력 입장.

어떤 주식을 매집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주식의 수가 한두 개가 아니다.

오래된 주식일수록 장기 투자자들이 있다.

가격을 막 올리면 차익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큰 작전이 쉽지 않지만.

─기관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신규주는 유통 물량이 한정돼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인지 예상이 가능하다.

'어제 기관이 40만 주 가량을 뿌렸으니까.'

현재 기관에게 남은 건 10만 주 가량.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처분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 이후다.

장초의 급매도로 기관의 물량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

그럼에도 체결창이 활발하다.

전체 거래량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상하지.'

첫날에 꼴아박은 신규주.

그대로 쭉 하락 코스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관이 다 판다.

외인도 관심이 없다.

개인들만 남아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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