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1화 (131/450)

현실에서는 미투 운동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정의로운 활동이다.

공구레이디는 그 최전선에 있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다들 미친 거 아니에요?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래, 최면 어플이 개발될 날도 머지않은 거지."

"네?"

개발된다면 첫 번째 실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 소라로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PC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맞는 것이 아니라, 맞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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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인 커뮤니티.

말로만 들어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타닥, 탁!

그래서 직접 해보기로 했다.

카페 가입하기를 누르자 조금은 이해가 간다.

『실명확인/여자/1976년부터 1998년까지 출생 가입 조건이 일치해야 가입할 수 있습니다. Yes or No』

'여자만 가입 가능하구나……. 정말 여초 커뮤니티긴 하네.'

선배가 PC 운동을 했던 이유도 말이다.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곤 여자만 가입할 수 있다.

〔당당여성 −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내가 만난 금수저남들인데 누가 제일 나아????????

─여성 승무원 자체가 성상품화로 태어난 직업임

─당녀들 전남친(충) 총 몇 명이야?

─현실적으로 고추 크기 17 만나기 쉬울까……

솔직하게 궁금하기도 하다.

소라는 일반 여성들의 생각을 잘 알지 못한다.

'대학에서는 혜리 덕분에 두루 친하게 지내는데.'

대학 이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애들이 매년 반마다 있었다.

공부만 했던 건 반쯤 타의이기도 하다.

어쩌다 남자랑 말을 섞으면 시비를 걸어온다.

꿀꺽!

선배는 나쁜 커뮤니티라고 했다.

하지만 여자들만의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주식 갤러리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미친놈들 같았어도 적응하니 재밌었다.

─당녀들 전남친(충) 총 몇 명이야?

난 셋…… 잘 가라 이 개쓰레기들아

└한 5명? 지금! 4년 반 만나는 중

└3명 지금 200일째

└4명 다 끝이 안 좋음…… 나한테 문제 있는 걸까

└10명 근데 다 짧게 사귐. 나 22살인데 금방 만났다 헤어지는 연애가 스타일이야,, 길면 힘듦

'22살인데 10명이라고? 연애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는 건 아니구나.'

흥미가 가는 글 위주로 살펴본다.

개중에는 궁금증을 풀 만한 것들도 있었지만.

─내가 만난 금수저남들인데 누가 제일 나아????????

1. 중경외시 졸 31세

얼굴 중 키 176 재산 10억원

2. SKY 졸 의대생 27세

얼굴 상 키 178 재산 2억 안됨 ㅋ

3. 미국 명문대 재학 중 22세

얼굴 중 키 183 재산 없음 ㅠㅠ

4. 서성한 졸 28세

얼굴 상 키 173 재산 7억원

네 명 다 부모님 잘 살고 제일 잘 사는 건 4번!

누가 젤 나아???

└2 아닌가? 성형외과 개업할 때까지만 참으면

└닥2 의사

└333333333

└당녀가 이런 애들을 다 만나고 다녔다고……?

오히려 더 쌓이는 것도 있었다.

그녀들의 데이트 상대는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남자였다.

'하긴 선배도 30억이나 있으니까.'

남의 일을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소라는 조금 더 난이도 높은 글도 봐보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고추 크기 17 만나기 쉬울까……

심심해서 남친 소중이 줄자로 쟀더니 17.2-3 정도 나왔어 난 이 정도 크기+굵기가 딱 좋은 듯

문제는 권태기 와서 잠깐 헤어졌을 때 만난 애가 너무 작아서 충격 받았긔

└물꼬추가 아닌데 17이 나와??

└난 15 정도가 딱 크고 적당……

└싫어 ㅇㅇ 남친이 14 좀 안되고 굵고 강직도 쩌는데 너무너무 만족함

└꼬추 크면 안 잊혀진다 ㅋㅋ 2년 전에 차버린 섹스만 잘하고 능력 없던 전남친 자꾸 꿈에 나와. 현남친이랑 사이 좋은데

'15cm? 그게 큰 거야? 한 뼘도 안되는 거 같은데.'

야시시한 이야기도 있었다.

예전이었으면 기겁했을 소라지만 최근에 유사 경험을 했다.

꿀꺽!

대략적인 기억도 남아있다.

엄지부터 새끼 손가락까지 쭉 뻗어도 몇 cm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들어가면 큰일 날 거 같은 느낌이긴 했지. 역시 넣으면 안되는 거잖아 이 씹새끼야.'

비교 대상이 없다 보니 추측만 한다.

그럴수록 자신도 모르게 다음 글을 클릭하고 있다.

난생 처음 보는 여성 시점의 음담패설.

아니, 구체적인 사진이 올라온 것도 있었다.

'실제 정사씬 촬영 중 소중이 사진 유출된 남자 배우 이게 뭐지? 오, 오오…….'

소라의 호기심이 폭발한다.

* * *

공모주.

〔종목토론실− 공구레이디〕

─언냐들 이거 무조건 올라가는 거 맞지??

─따상 가능할까요……

─세상에 ㅅㅂ 미투 관련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보글) 신규주는 초반에 무조건 오르게 되어있다^^

증시에 처음 상장하는 주식이다.

기존 주식들과는 다른 패턴으로 움직인다.

─정보글) 신규주는 초반에 무조건 오르게 되어있다^^

공모주는 청약 받고 바로 팔아버리는 귀여운 개미들 많은데 ㅋㅋ

기관들은 보호예수 때문에 6개월 들고 있어야 한단다

기관들이 지들 주식 내리는 꼴을 보고 있을 꼬?

억지로라도 공모가 이상으로 올린다 이 말씀이지~

옹아가 이렇게까지 말해주는데 팔고 후회하지 마시라!

└와 감사합니다! 고민하고 있었는데

└보호예수가 뭐에요?

└공모가 이상으로는 무조건 올리지…… 욕심만 안 부리면 돼 욕심만

└이것도 모르는 주린이가 있었당가?

그것을 알고 말고가 중요하다.

종토방에 올라온 글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개소리를 싸고 있네.'

공모주 대부분이 상장 직후에는 잘 나간다.

보호예수 때문에 '품절주'가 되기 때문이다.

바로 팔지 못하도록 제한 시간을 두는 시스템.

기관들과 자사주를 산 임직원들이 대상이다.

---------------------------------------------+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기간별 배정현황』

15일 : 30.31%

1개월 : 5.72%

3개월 : 0%

6개월 : 0%

미확약 : 63.97%

+---------------------------------------------

거기에는 약간의 함정이 있다.

기관은 확약 기간을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특별법이 많거든.'

전자공시에서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보면 나와있다.

좀 더 구체적인 기간.

아니나 다를까 미확약이 대부분이다.

상장 당일 날도 팔 수 있다는 의미다.

─따상 가능할까요……

청약 경쟁률 낮길래

쌈짓돈 다 긁어서 전재산 올인했는데

따따상까지는 안 바래도 따상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좋은 결과 나올 겁니다^^

└적어도 공모가 아래로는 안 내려오겠죠

└장이 좋아서 가능할지도?

└저기요! 저도 따상은 노리고 있는데 따따상은 좀 ㅋㅋ

개미들이 꿈을 꾸고 있는 사이에 말이다.

어느 정도 예견이 되어있던 이야기다.

'경쟁률이 낮잖아.'

기관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뜻.

이 기업에 대한 평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장이 시작하면 바로 패대기를 칠 것이다.

그럴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해둔다.

─동시호가 3만원!

따상은 아니지만 이게 어딥니까 ㅋㅋ

이대로 흐름 타서 쭉쭉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공모가가 2만원인데 50% 올랐네요~

└이대로 3만원만 안착하길……

└저는 목표가 5만원 봅니다

└공구레이디 매출 좋습니다. 성장주에요!

'상장 당일 날 버블이 붙도록 만드니까.'

그러한 관행이 존재한다.

일반 개미들은 알 수가 없을 사실이다.

구주주.

비상장 때 주식을 산 사람들에게 한국거래소가 '자발적인' 보호예수를 받아 놓는다.

그렇게 되면 딱 둘만 남는다.

공모주를 청약한 개미와 기관만이 이 주식을 팔 수 있다.

─도박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개미와 기관이 싸우면 누가 유리할지.

2초 이상 고민한다면 시간 낭비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공모주의 원리를 모르면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갖고 있다가 뒤통수 얻어맞기 십상이지.'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

시장의 시스템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고.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역으로 뒤통수를 쳐준다.

기관이 만든 구라 양봉에 바로 대량 매도를 넣어준다.

'더 이상 그냥 개미가 아니라, 30억을 들고 있는 개미니까.'

기관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다.

15 대 1의 청약 경쟁률.

증거금은 50%.

60억을 넣어서 4억 원 어치를 받았다.

막 상장한 회사의 주식을 이 정도 들고 있으면.

'시장 흐름을 움직일 만하거든.'

기관을 잡아먹는 슈퍼개미가 된다.

* * *

쏠쏠한 용돈벌이 같은 것이다.

'미확약 추천이라. 우리 회사 IR 부서는 일을 잘해서 좋다니까.'

트레이딩 부서.

차장인 유도현은 IR 부서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다시 읽고 있다.

쓰여진 대로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기관들도 미확약 청약이 많다.

〔종목토론실− 공구레이디〕

─여기 들어가두 돼용?

─★종가는 상이여~~~★

─구멍가게 인터넷몰이 670억이라고? ㅋㅋ

─안 팔면 상한가 간다

개미들만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주식이 오를 거라며 행복회로를 불태운다.

'적당히 어울려줄까?'

종토방.

개미가 정보를 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다.

좋은 글을 올려준다.

희망을 갖게 된 개미는 절대 손절하지 않을 것이다.

"뭐해?"

"종토방."

"너도 참 악질이다."

"믿는 새끼가 병신이지. 이 주식 시장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동료 직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신규주라고 무조건 올라간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그것도 주식 나름이다.

안 좋은 회사는 기관도 빨리 팔아 치우고 싶다.

회의에서도 그렇게 결론이 났다.

다 알면서도 개미들을 꼬시고 있다니.

─도박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신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다.

공구레이디의 처분을 맡게 된 직원 중 한 사람이니까.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가야겠지.'

동시호가로 거품을 만든다.

신규 상장주는 유통 물량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용이하다.

좋은 주식인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려고 든다.

그때부터 개미들에게 조금씩 물량을 넘긴다.

그러다가 대량 매도로 확! 털어버리면 끝.

평소처럼 쏠쏠한 용돈벌이가 될 줄 알았는데.

─개미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자신이 받쳐 놓은 매수벽.

장이 시작하기가 무섭게 무너진다.

다른 기관, 혹은 외국인일 수도 있지만.

'아니, 이건 상도덕이 없잖아!'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끓는 물속의 개구리가 되도록 천천히 처분한다.

기관들의 목적은 서로 일치한다.

그런데 혼자 급브레이크를 밟아버리다니?

"이거 개미짓이야."

"구주주인가?"

"그렇겠지……. 1만 주 이상 들고 있는 것 같으니까."

한국거래소에서 구주주들을 구슬려 놓는다.

하지만 가끔씩 돌발 행동을 하는 놈들이 있다.

─기관님이 주식을 대량 매도했습니다!

─개미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구주주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그 때문에 개판이 돼버렸다.

갑자기 눈치 게임이 되자 너도 나도 팔려고 한다.

'괜찮아. 이런 상황도 있는 거지.'

처음 겪어보는 일이 아니다.

기관 트레이더로서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어봤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벽을 만들어준다.

매도세가 진정되면 기관들도 정신을 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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