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0화 (130/450)

"PC 코스프레는 왜 한 거에요? 여성 인권과는 그다지 상관없이 살고 있잖아요."

"……."

그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직 젊은 시절만이 광기에 몸을 맡길 수 있다.

'정신병자가 PC를 하면 여성 인권 운동가가 되는 게지.'

딱히 PC에 물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투자자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PC 기업에 투자하려고 그랬다고요?"

"그래. 여자들만 껴주거든."

"문제 있는 기업을 왜……."

"너는 비건들이 정육점 테러한다고 대체육 관련주 안 살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렇게 삐뚤어진 시각으로 기업을 보면 안되는 거지."

"내가?"

투자자는 오직 돈만을 봐야 한다.

이 기업이 나에게 돈을 벌어다 줄 수 있을지.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탁월하다.

'공구레이디'는 욕심만 안 내면 수익이 보장된다.

"좋은 기업이라는 거에요?"

"어떤 의미에서는."

"뭔가 꺼림칙한데……. 좋아요. 저도 한 번 조사를 해볼게요."

"그래, 좋은 자세야."

최근 시장은 불안정하다.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 대외적인 불안감은 물론이고.

'큰손들도 빠져나가는 시기라.'

양도세 때문.

연말까지 주식을 처분해야 세금 부분에서 이점이 있다 보니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

가치 투자는 물론이고 작전주도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노리는 게 바로 신규 상장주다.

"아, 알겠어요."

"드디어?"

"공구레이디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 받는 거군요!"

"몸무게는."

"?"

세력이 빠르게 해먹고 나가기 쉽다.

시장에 정보가 안 풀려있기 때문.

'그럴 만한 상장주를 노리는 거지.'

최근 큰 손실을 보았다.

득실을 계산하면 이득이지만, 있던 게 사라지면 상실감이 든다.

빠르게 복구하고 싶다.

여러가지 기업들을 찾던 중 공구레이디의 IPO가 눈에 띄었다.

십중팔구 작전주.

사장까지 한통속일 거라는 게 뻔하다.

멍청한 주주들을 등쳐 먹을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투자는 멍청한 사람에게서 똑똑한 사람에게로 돈을 옮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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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말.

솔직하게 이해가 안되는 게 사실이다.

'애초에 이해가 되는 짓을 한 적이 없지.'

비상식적이다.

어렸을 때 무언가 잘못 먹은 게 아닌지 묻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면 납득이 된다.

어째서 그때 그런 판단을 했는지.

타닥, 탁!

평소 같았으면 꼬치꼬치 캐물었을 것이다.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으니까.'

똑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부처럼 외워봤자 실전에서 써먹지 못한다.

스스로 알아보기로 했다.

물어본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고 난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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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명: 공구레이디

업종: 섬유, 의복, 신발 및 가죽제품 소매업

대표자: 홍예슬

매출액: 23,650 (백만원)

순이익: 2,811 (백만원)

자본금: 102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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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사려는 회사.

분명 IPO를 한다고 했다.

공모주 승인 종목 중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매출은 문제 없고, 순익도 적자는 아니고……. 당장 어떻게 될 기업은 아니네.'

소라도 재무제표 보는 법은 안다.

괜히 신입생 시절부터 자신감을 가졌던 게 아니다.

타닥, 탁!

하지만 주가 분석은 훨씬 심오하다.

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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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레이디 − 당당한 여성을 위한 쇼핑몰』

▶ 빅사이즈 상의

▶ 빅사이즈 하의

▶ 빅사이즈 속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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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

솔직히 별거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물건을 떼서 팔기만 하면 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의외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이 쇼핑몰을 들릴 이유를.

'빅사이즈 전문 쇼핑몰이라고? 아……, 하긴 나도 사이즈 때문에 고생한 적 있지.'

여성 의류는 복잡하다.

남성에 비해 사이즈도 다양하고, 재질도 따지는 사람이 많다.

자신도 그중 하나.

특히 속옷이 고민이다.

한국 브랜드들은 맞는 사이즈가 없다.

외국 브랜드를 사야 한다.

가격도 부담되고, 잘 맞는 소재를 찾기도 힘들어서 문제다.

'70H도 있나? 이참에 나도 세트로 하나 맞춰야겠다.'

쇼핑몰에서 전문으로 취급해준다면?

훨씬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고객들이 있을 것이다.

이 회사의 가치를 발견한 기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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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사이즈 속옷

1. 베리굿 모델 광고 상품

2. 김○○ 모델 광고 상품

3. 최○○ 모델 광고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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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H라고?! 이건 가슴이 아니라 그냥 살이잖아.'

회사의 사업 방향과는 달랐다.

빅사이즈는 빅사이즈지만 조금 특수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아니, 이쪽이 메이저.

한국의 비만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공구레이디는 그녀들을 위한 쇼핑몰이었다.

'이런 체형인 사람들이 그렇게 많나? 내 주위엔 별로 없는데.'

소라로서는 알쏭달쏭한 일.

하지만 기업 재무제표는 거짓말을 담아선 안된다.

IPO를 위한 것이니 더욱 정확할 것이다.

그럼에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꿀꺽!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 * *

"왜 이런 쇼핑몰이 잘되냐고?"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일.

기본적인 조사는 해보고 온 모양이다.

"이해가 잘 안 가서……."

"너는 안될 만하지."

"네?"

하지만 소득은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소라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다.

얼굴이 예쁘다.

허리도 쏙 빠졌다.

섹스 머신 같은 체형이다.

"하긴 너도 가슴은 뚱뚱하네."

"씨발아."

"하지만 마음이 뚱뚱하진 않잖아."

"?"

빅사이즈 쇼핑몰.

사실은 일반 사이즈도 팔지만, 아이덴티티는 그렇게 홍보가 되고 있다.

'쇼핑몰 자체는 경쟁력이 없지.'

그보다 큰 이커머스도 그럴 지경이다.

처음 온라인 쇼핑이 유행했을 때는 옥션이 대세였다.

몇 년 지나고 나니 12번가.

지금은 로켓배송을 쓴다는 사실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단순한 유통업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않는 이상 경쟁 업체에 밀려날 운명이니까."

"그럼 공구레이디도……."

"그건 좀 특수해."

소비자는 싼 물품을 찾게 돼있다.

경쟁 업체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계속 싸게 팔아야 한다.

'하지만 작은 쇼핑몰 정도라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거지.'

실제로 외국에서는 흔한 사례다.

인종 차별, 환경 보호 등을 후원하는 기업의 물건을 산다.

외국 기업들은 왤케 PC, PC 거림?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와 사업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요즘은 ESG 경영이라고 하지. 고급된 단어로다가."

"공구레이디도 그 ESG 기업이라는 거에요?"

"음."

조금 다른 의미의 PC다.

인종 차별, 환경 보호 등과 달리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그래도 충성 고객층은 확보했으니까.'

매출이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즉, 충성 고객층을 늘릴 수 있다면 경쟁력이 생긴다.

"내가 참가했던 PC 운동도 거기서 후원하거든."

"아……."

"이해가 되지?"

"그래도 의문이 남는 게 결국 제조업이 아닌 유통업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는 있는 거 아니에요?"

소라가 꽤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온다.

가슴뿐만 아니라 대가리에도 영양분이 공급되는 걸지도 모른다.

'A컵이었으면 나를 뛰어넘을 뻔했네.'

확실히 그러하다.

PC 기업의 물품을 사면 PC 기업의 매출에 기여하는 셈이다.

하지만 유통업은 마진.

정작 제조사는 PC와 관계 없거나, 오히려 반PC 기업일 수도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러하다.

누구나 차분히 고민한다면 같은 결론에 도달하겠지만.

〔당당여성−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77사이즈女 공구레이디 구입 인증!

─베리굿님의 러블리함을 찰떡으로 살려주는 공구레이디 화보.JPG

─빅사이즈 당녀 요즘 햄볶는다~

─당녀들아 공구레이디 상장날 잡혔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특히 여초 커뮤니티는 여론을 조작하기 좋은 장소다.

"여기가 어디에요?"

"몰라?"

"네, 처음 들어봐요."

"안 하는 척하면서 사실 하고 있는 건 아니지?"

"?"

그런 애들이 있어서 그렇다.

여초는 세상에서 가장 최악인 커뮤니티다.

'간단히 말해서 모두가 바보가 되는 공간이지.'

한국 주식 갤러리만 해도 정상은 아니다.

또라이들이 매일 같이 똥글을 올려 댄다.

하지만 의견 교환은 가능하다.

여초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개개인의 의견이 없다는 것.

"그런 게 가능해요?"

"너 인터넷 밈에 대해 아주 무지하진 않지?"

"뭐, 조금은."

"혹시 인터넷 밈 중에 여초에서 파생된 걸 본 적 있어?"

인터넷 밈은 더 이상 애들 장난이 아니다.

예능/드라마 등에도 나오고, 더 나아가 사회적 현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혼밥충, 창렬하다 이런 거.'

인터넷 밈이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시대.

아이러니하게도 여초에서 나온 것은 없다시피하다.

"이상한 일이지. 혹시 여자는 남자에 비해 정신적으로 열등하나?"

"그건 진짜 차별적 발언이거든요!"

"맞잖아. 그럴 리가 없잖아."

여초 사이트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며, 항상 단체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한 마디로 공산주의 사회야.'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민들보다 열등해서 못 살까?

정권 때문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똑같은 현상이 인터넷에도 존재한다.

공산주의가 어째서 문제인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베리굿님의 러블리함을 찰떡으로 살려주는 공구레이디 화보.JPG

[120kg 여성 모델 사진.jpg]

[120kg 여성 모델 사진.jpg]

리굿 언냐 못 잃어

공구레이디 절대 구매해!!

└리굿님 모델로 쓰고 공구는 회사 이미지 졸라 좋아짐! 둘 다 너무 사랑입니다♡♡♡

└공구랑 리굿 언니 서로 진짜 윈윈이야……

└어우 웃는 거봐 쏘 러블리 ㅜㅜ

└이 언니 화보 장인이네~ 표정 진짜 자연스럽고 예쁘다 스타일링도 잘 어울리고

"모델분이 관리를 조금 실패하신 것 같은데."

"그러게."

"왜 이렇게 댓글은 칭찬일색일까요?"

"대충 김씨 가문 찬양하는 거랑 비슷한 거지."

북한 사람들의 눈에는 늠름하고 위엄 있는 장군님일 것이다.

여초 커뮤니티의 시선도 그러하다.

'개개인의 생각은 다르긴 할 거야.'

뭐래, 저 뚱보년이 ㅋ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통제돼있다.

이런 커뮤니티를 몇 달, 몇 년씩 하다 보면 뇌가 망가진다.

스스로 사고를 못하게 된다.

─당녀들아 공구레이디 상장날 잡혔대!!

12월 20, 21일 청약일이긔!!

당녀들 청약할 거지?

난 3천만 원 하려구

└3천만 원이면 몇 주 나와?

└공구레이디 자주 이용하긴 하는데 주가가 오를진 모르겠네……

글쓴이− 주가가 올라야 회사가 잘되고 PC도 후원하고 물건도 더 싸게 팔지!!

└내가 생각이 짧았긔 ㅠㅠ 청약 꼭 참여할게

"그런 사이트에서 주식 선동을 하면 얼마나 잘 먹히겠어."

"이거 선배가 쓴 거죠?"

"어떻게 알았어?"

"수정 표시가 있잖아요."

투자자에게 가장 위험한 일.

내가 아니더라도 이미 공구레이디에 대한 소식이 파다하다.

'이 짓 하려고 PC 운동까지 했는데 뽕 뽑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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