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9화 (129/450)

선동에 면역이 없고, 주위에 휩쓸리기 쉬운 젊은 층이 주대상이 된다.

─오늘 한국대 미투 시위 갔다 왔긔

[한국대 정문 시위 사진.jpg]

시위하러 온 사람 엄청 많더라!

대한민국 최고 지성인들이 미투를 지지하고 있어!

└역시 명문대생들은 미투 지지하는구나!

└쓰니는 어디 대학 다녀?

글쓴이− 대학 안 다녀!

└아…… 답변 고마워

그들이 또 새로운 인원들을 설득한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사회에 전파되고 있다.

"대표님께서 후원하시는 시위 말입니다만."

"미투 운동 말이죠?"

"네, 저는 아무래도 회의적인 시각이라……."

그것으로 이익을 얻는 집단도 있다.

공구레이디.

이번 미투 시위의 후원 기업이다.

시위에는 당연히 돈이 든다.

유명 PC 운동가들도 맨입으로 오진 않는다.

"기업 이미지에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그런 사이트를 하는 사람들의 자금력은 기대할 게 안됩니다."

"호호."

"대표님께서 여성 운동에 뜻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는 응원합니다만."

"호호호! 미투 운동이 여성 운동이라뇨?"

그것에 불만은 가진 사람도 존재한다.

김준성 이사의 말에 공구레이디의 대표 홍예슬이 코웃음 친다.

'그럴 리가 없잖아.'

정상인의 시선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일.

기업가인 그녀가 모를 리 없다.

다 알고 저지르는 것이다.

"애초에 미투 운동은 여성 운동이 아니에요."

"네? 하지만……."

"창시자인 타라나 버크가 선을 그었죠. 도화선이 된 아르젠토 본인도 미성년자 성폭행범이니 도찐개찐이에요."

변질되었다.

일부 약삭빠른 사람들과 이권 단체의 사익 추구로 인해서 말이다.

'잠재적 가해자니 뭐니 하는 것도 소련 간첩의 흑색선전이었지. 그런 간단한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 선동 되는 똥멍청이들에게 내가 기대라는 걸 했을까 봐?'

그러한 본질.

전혀 모른 채 사상에 심취했다.

그런 사람들은 그냥 분노를 표출하고 싶을 뿐이다.

"그럼 대체 왜……."

"멍청하니까요."

"네?"

"어차피 쓸모없는 인생 아닙니까? 이용해주는 것이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겠죠."

분노에 지배된 인간.

아니, 단체다.

반사회적인 집단도 이용하기 나름이다.

'적당히 맞장구만 쳐주면서.'

IPO를 할 것이다.

기업 상장.

아무런 생각 없이 주식을 들고 있기만 해줄 똥멍청이들이 필요하다.

"설마 낮에 그 남자도……."

"꼴에 개념남 코스프레를 하길래 상대해줬죠. 똥멍청이는. 아, 실례. 출자자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호호호!"

공구레이디는 곧 코스닥에 상장한다.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골머리를 감싸던 참이었다.

'그들은 인생의 만족을 얻고, 우리는 돈을 얻고. 서로 좋은 일이잖아?'

부족한 부분을 당당여성에서 채워준다.

수많은 자칭 PC 운동가들이 기꺼이 돈을 바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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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외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주식을 공개하는 일이다.

'이런 개똥 같은 기업도 있단 말이지.'

쌌다투자증권의 IR 박태오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상승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로만 평가 받는 게 아니다.

시장의 상황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왜 이렇게 인상 구기고 있어? 장도 좋구만."

"아니……, 봐봐."

"뭐 어떻길래? 따상까지는 아니어도 웬만큼은 나오겠지."

장이 좋을 때는 모두가 긍정적이다.

새로운 기업의 미래에 기대하는 것이다.

주가는 미래를 반영.

따라서 웬만하면 좋은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자본금이 1억? 무슨 동네 구멍가게가 상장하나?'

같은 IR 부서의 김대기는 깜짝 놀란다.

자본금.

해당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회사 앞에 있는 김밥지옥 보증금이 더 많을 지경이다.

나름 장사 잘되는 상권이라 비싸다.

"어이가 없지?"

"세상에……. 너도 골치 아프겠다."

"골치 아플 게 뭐 있어. 우리는 최소로만 참여하자고 보고서 쓰려고."

기관 투자자들은 IPO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괜찮은 회사를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족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증권 회사를 운영하는 이상 최소 할당량이라는 게 붙는다.

'개똥 같은 기업은 최대한 적게 사야지.'

그것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고평가를 받기 위해 일부러 상승장 때 상장한다.

그런 기업을 솎아내는 것이 IR의 일이다.

사업 내용도 솔직하게 좋지 않다.

"그래도 매출은 매년 상승하고, 영업이익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네."

"얘네 하는 짓을 봐."

"어떤데?"

"널려있는 쇼핑몰 솔루션으로 대충 만든 사이트잖아. 경쟁력이고, 독자성이고 뭐가 있어? 카피캣 들어오면 바로 망할 곳인데."

당장의 실적은 괜찮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그럭저럭 나온다.

심사 기관, 한국거래소에서도 그래서 통과시켜줬을 것이다.

'기업은 그게 다가 아니잖아.'

대충 영익이랑 PER 보고 사는 아마추어 투자자가 아니다.

면밀한 검토 끝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다.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장성.

소위 '틀딱주'라 불리는 가치주들이 PBR 1 미만의 저평가를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렇긴 하네."

"단순히 물건 떼와서 파는 곳인데 막말로 당장 너랑 나랑 회사 때려 치면 창업할 수 있어."

"와~ 그딴 회사도 상장을 하는구나."

"게다가 고객층도 한정적이야. 최대한 좋게 말하자면."

"?"

들리는 소문으로는 회사의 이미지도 나쁘다.

특정 사상을 가진 집단과 가깝게 지낸다.

"미투인지 뭔지를 후원한다지?"

미투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리스크가 된다.

회사를 저평가할 이유로 차고 넘친다.

"이거는 기관을 우습게 보는 거야. 어쩌다 이런 개똥 같은 기업이 통과됐는지는 몰라도 절대 사면 안돼."

"그렇지."

"공모 첫날부터 쭉 내려가서 물릴 수도 있어. 최대한 빨리 처분하게 미확약으로 청약하라고 의견 올려야지."

한 증권사의 IR을 담당한 직원들답게 시각은 정확했지만.

* * *

국밥집.

"냄새 배기는데."

"테이블 개낡음."

"싫으면 먹지 말던가."

""잘 먹겠습니다!""

혜리네와 함께 왔다.

보자마자 맛있는 걸 사달라고 졸라대기에 말이다.

'이집 국밥은 정말 일품이란 말이야. 국물도 뻑뻑하고.'

그래서 맛있는 곳으로 와줬더니 징징댄다.

인테리어가 마음에 안 든다며.

삐걱!

확실히 노포긴 하다.

나무로 된 의자도 삐걱거리고, 분명 닦았을 테이블도 번들거린다.

묵은 때 때문이다.

좁은 식당 안에서 국밥을 펄펄 끓이다 보면 벽도, 테이블도 기름기가 밴다.

"밥 왜 말아져 있어?"

"나 따로 먹는 파인데……."

"여긴 토렴해서 나와. 그냥 먹어."

"뭐에요 그게?"

"강제 부먹 에반데."

음식을 담는 방식도 옛날식.

뚝배기에 찬밥을 담고 뜨거운 국물을 넣었다 뺐다 하며 밥의 온도를 올린다.

'옛날에는 밥 보온이 안되니까 이런 식으로 데운 거지.'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찬밥은 건조해서 국물을 잘 흡수한다.

라면도 찬밥을 말아 먹는 것이 국룰이다.

"오. 맛은 있네요."

"인정."

"봐봐. 맛집이라니까."

"나 원래 밥 말아 먹는 거 안 좋아하는데……."

반대로 뜨거운 밥.

수분을 머금고 있다.

국물에 말면 삼투압 현상으로 수분이 빠져나간다.

국물이 싱거워지고, 밥알의 식감도 떨어진다.

밥과 국물이 따로 겉돌아서 맛이 없다.

우물우물!

깔끔을 떠는 수현도 잘 먹는다.

처음에는 국물을 떠서 간만 보더니 어느샌가 밥알까지 씹고 있다.

"잘 먹었습니다!"

"그게 다 먹은 거야?"

"저 양이 적어서."

"남친이랑 약속 있어서~."

"그래, 꺼져."

""꺄아~!""

하지만 취향에는 안 맞는다.

오래 있으면 냄새 배길 것 같다며 서둘러 가버린다.

'이 맛있는 걸 남기네 아깝게시리.'

이러한 전통 국밥.

호불호가 갈리는 게 사실이다.

토렴만 해도 단점이 많은 작업이다.

국물이 탁해진다.

위생을 안 지키는 식당도 있다.

그 이전에 부먹 자체를 싫어한다.

"넌 안 가?"

"아직 안 먹었어요."

"그래. 천천히 맛봐."

그렇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국밥을 제대로 끓이는 식당이 없다.

'사실 국밥이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하루종일 끓여야 한다.

돼지머리와 뼈라는 다루기 어려운 재료가 들어간다.

젊은 주인들은 그런 걸 안 하려고 든다.

국물도 고기도 기성품을 사와서 쓴다.

"맛있는 것 같아요."

"그치?"

"평소에 먹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한 게."

이런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소라가 맛 차이를 알겠는지 숟가락을 쪽쪽 빤다.

'그래, 복스럽게 먹으면 얼마나 좋아.'

이쁜 건 이쁜 거고 음식은 음식이다.

어차피 다 먹고 똥으로 내보내는 사람인데.

기특한 소라를 위해 국밥을 더 맛있게 만들어준다.

깍두기 국물을 듬뿍 붓는다.

"씨이발년아."

"어허, 부동심."

"뭐……?"

"주식 투자자가 그렇게 쉽게 멘탈이 흔들려선 안되지."

국물이 예쁜 핑크색으로 물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것도 호불호가 나뉜다고 한다.

'이 맛있는 걸.'

국밥을 먹다 보면 입안이 뜨듯해진다.

미각 세포가 둔화되는 현상이 있다.

이때 깍두기 국물로 새로운 맛.

국물 온도도 내려가서 미각도 잘 느껴진다.

"살의도 느껴지지 않아요?"

"맛만 좋으면 됐지."

"선배는 분명 타살로 죽을 거에요."

"……."

선입견만으로 국밥을 멀리한다면 안타까울 노릇이다.

후배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준다.

우적우적!

싫은 척하더니 잘 먹는다.

야동에서도 그렇지만 야메떼, 야메떼 하는 건 해달라는 뜻이다.

"여기 수육 중자랑 빨간 뚜껑 한 병 주세요."

"소자만 시켜도 많은디."

"얘 존나 많이 처먹어서 괜찮아요."

"야."

수육에도 관심 없는 척하더니 조금씩 주워 먹는다.

입맛에 맞는 모양이다.

나도 먹는다.

푹 익힌 수육에 새우젓을 얹자 소주가 술술 들어간다.

"돈 잃어서 이런 거 먹는 거 아니죠?"

"이런 거?"

"선배 맨날 비싼 것만 먹으니까……."

"그건 보ㅈ……, 아니 니들 입맛 고려해준 거고."

내 입맛은 전통 한국인이다.

애시당초 가격을 따지는 건 투자자가 할 짓이 아니다.

「양말이든 주식이든 나는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워렌 버핏(Warren Buffett)

본래의 가치보다 싸게 사기만 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국밥은 저평가다.

옛날에는 국밥충도 있었을 정도지.'

그거 먹을 바에는 뜨끈한 국밥 든든하게 먹고 말지~.

10년 후에는 절대 못하는 말이다.

한 그릇에 2만원이니까.

"음식은 그렇다 쳐도 소주는 거의 서민 코스프레급 아니에요?"

"……."

"돈도 많으면서."

소주는 여전히 싸다.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가끔 당길 때가 있어.'

한국 음식에 잘 맞아서?

그것도 있지만 그냥 분위기가 좋다.

"너 소주가 왜 좋은지 알아?"

"안 먹어서 몰라요."

"소주를 먹을 수 있는 순간 때문이야."

"?"

나이를 먹으면 체면 때문에라도 못 마신다.

매스컴에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진짜 서민 코스프레 하는 줄 안다니까.'

물론 혼자 마실 수는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맛이 나지 않는다.

아작!

한 잔 적시는 감성.

기름진 입안을 쌈장을 찍은 땡초 한 입으로 개워낸다.

"그럼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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