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8화 (128/450)

"소라 넌 괜찮겠지……."

"아니야. 코인 하는 애들 이번에 다 망했을 거야."

"?"

"동의."

코인장은 24시간 열린다.

언제 어느 때 급락할지, 급등할지 알 수가 없다.

'가지고만 있어도 기력이 다 빨리잖아.'

핸드폰을 보는 것이 습관화된다.

그런 애들이 시험을 제대로 봤을 리 만무하다.

그에 반해 주식.

물리면 불안하긴 하지만 최소한 일상생활이 안되진 않는다.

주식 동아리 애들은 다 밝은 표정이다.

최소한 안 좋은 표정인 애들은 없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나 비쁠 가능?"

"쌉가능."

"아싸!"

혜리도 표정이 밝아진다.

수현은 감정 변화가 거의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코인에 빠져들지 않은 것은 정답이었어.'

코인은 파멸적인 하락 이후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재기를 노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매력적인 투자 시장이 아니다.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방학에 뭐 할 거야?'

"소라는 주식일 듯."

"뭐……, 그렇긴 한데."

"다시 주식 해?"

"응."

소라는 다시 주식을 하고 있다.

기말고사와 함께 슬럼프도 끝이 났다.

'다른 의미에서 슬럼프긴 하지만.'

간만에 찾은 주식 시장은 혼돈의 도가니다.

장이 정말 불안하기 짝이 없다.

코인판의 궤멸로 인한 공포감.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새로운 이슈.

강세장도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다.

증시의 불안정성이 커져만 간다.

"요즘 좋은 뉴스가 없긴 하더라."

"소라도 파프리카TV 투자해!"

"나 파프리카TV는 좀……"

"왜?"

소라도 주식 동아리에 소속돼있다.

동아리원들이 파프리카TV를 산다는 걸 안다.

'내가 사면 그 인간이 여캠 하자고 할 것 같단 말이야.'

또 되도않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그런 짓을 하고도 남는 인간.

하지만 능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배는 최근 시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와 시위 하나 봐."

"무슨 시위?"

"요즘 미투다 뭐다 해서 떠들썩하잖아."

사회도 뒤숭숭하다.

하교를 위해 정문으로 나오자 시위대가 도로 주변을 점거하고 있다.

'뉴스에서 보도하는 건 봤는데.'

세간에서는 큰 이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미투가 세상을 바꾼다악!"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악!!"

소라로서는 잘 모르겠다.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시위를 하는 이유도.

'피해자의 눈물이 어떻게 증거가 돼. 죄질과 별개로 재판은 합법적인 절차로 이루어져야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표현 방식이 이성적이지 못하다.

반감만 살 뿐이다.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한 시위의 결말은 결국 정해져 있다.

"저런 시위를 누가, 왜 하는 걸까?"

"글쎄, 모르지."

"저러다가 남자, 여자로 나뉘어져서 싸우기만 할 듯."

"동의."

시위를 하시는 분들도 미투와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보면 볼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혼란스러워.'

주식 시장도 사회도 정상이 아니다.

증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안된다.

선배라면 어떻게 할지.

솔직하게 조금 궁금하다.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답을 낼 수 없는데.

"저기 욱오빠 아니야?"

"대박 사건."

"……."

시위대 사이.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혹시 자신이 헛것을 봤나 소라는 눈을 비빈다.

그리고 다시 본다.

매우 안타깝게도, 유감스럽게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

또 미친 짓을 하고 있었다.

다음화 보기

세상은 바뀌어간다.

무릇 투자자라면 변화의 흐름에 뒤쳐져서는 안된다.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

"한 번 더!"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아악−!!""

최근 핫한 이슈.

미투 운동은 뉴스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커뮤니티에서도 도배 되다시피 하고 있다.

'세상에 한가한 사람들이 많지.'

하지만 한국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나라다.

떼법이 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우리의 시위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같은 여자잖아!"

"여돕여 해야지."

정치권에서 그것을 이용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지지율이나 특정 집단의 이권을 위해.

'역시 여성 대통령이시다 보니.'

여성 인권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이번 미투 운동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

"미투가 세상을 바꾼다악!"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악!!"

더 살기등등해져서 온갖 곳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곳 한국대도 그 대상이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이다.

안 그래도 접점이 생길 수 없나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시위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찬욱씨."

"아, 네."

"한국대생인 찬욱씨가 적극 지지를 표명해준 덕분에 저희가 시위에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뭘요. 민주 시민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일이죠."

그것이 생긴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다.

그들도 필요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한국대니까.'

당연하게도 그녀들은 한국대생이 아니다.

그렇게 한가한 사람은 한국대에 많지 않다.

명분.

적어도 한 명 조력자가 있어야 했다.

내가 기꺼이 힘을 빌려주고 있다.

"그걸 니가 왜 하는데!"

"저분은……, 누구죠?"

"흉자년입니다 흉자년. 신경 쓰지 마시죠."

"야!"

소라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신성한 여성 인권 시위의 한복판에서 못하는 말이 없다.

'정말 언제쯤 철이 들런지.'

사건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철딱서니 없는 모습이다.

"아무튼 시위 응원 드리고, 이번 IPO도 꼭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남성 CEO만 있는 사회를 바꿔야죠."

"PC를 응원하는 좋은 기업이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여성 인권도 올라갈 수 있는 법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도 손을 보태고 싶습니다만."

"찬욱씨 같은 분이라면 환영입니다!"

시위의 주최자 중 한 명과 악수를 나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시위를 마무리하자.

짜악!

소라의 등짝 스매싱이 꽂힌다.

여성들의 인권 상승에 불만이 있는 모양이다.

"또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에요?"

"보면 몰라?"

"아니까 문제지."

"하나도 모르는 거 같은데."

"?"

'지도 여자면서 왜 지랄이야.'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말이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이유.

당연하게도 그들의 사상에 찬동하기 때문이 아니다.

"투자라고요?"

"그래."

"그런 시위에 참여하는 게 투자가 된다고요?"

"생각을 해봐."

사회 현상.

대부분은 대중들의 요구해 의해 일어난다.

하지만 세상 일은 꼭 합리적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의도적으로 불화를 일으키는 세력도 존재하는 거지.'

간단히 말해서 돈이 목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부조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앞으로 투자를 한다면 이 말은 외우는 게 좋아."

"시답잖은 소리를 하려고."

"PC는 돈이 된다."

노다지를 파낸다.

* * *

여성 커뮤니티.

〔당당여성 −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오늘 한국대 미투 시위 갔다 왔긔

─미투 운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아보긔.txt

─전국 대학 성차별 성폭력 끝장집회 [미투는 바꾼다] 안내

─더진보 여성 국회의원이 미투 관련해서 입장 올림

최근 하나의 주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미투 운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아보긔.txt

창시자는 타라나 버크

도화선이 아시아 아르젠토

헐리우드 배우가 영화 제작자한테 성추행 당한 거긔 ㅠㅠ

이 사건으로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고

현재 한국에도 왔다 이 말이야!!

└헐 헐리우드 배우가……

└나 방금 머리가 띵했어

└당녀들 미투 절대 지지해!!

└양남도 성추행해? 양남도 별 거 없네

해당 댓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미투 운동.

여성 운동의 일환이다.

일부 여성들에게는 중요할 만하다.

하지만 한국이다.

성문화가 자유로운 외국과 달리 별다른 피해 사례가 없다.

─연예인 김○○ 성폭행 미투 나왔긔!

[트위터 사진 캡처.jpg]

트위터에 미투 떴긔 ㅠㅠ

대학생 때 성폭행 가담했대

당녀들 화력 지원 부탁해!!

└ 김○○가??

└자필로 쓴 거 보니까 100% 빼박이네 소속사 대응 안 하고 뭐해?

└쓰니야 이거 증거도 없고 대학교 동창들이 저런 애 모른다고 증언 올라왔던데……

글쓴이− 아님 말고 ㅋ

어떻게든 불을 붙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은 무고로 밝혀졌지만, 얻어 걸리는 것이 하나씩은 생긴다.

인구가 한두 명이 아닌 나라니 당연한 일.

아무리 범죄율이 낮은 청정국이라 할지라도 범죄자는 존재하는 법이다.

─연예인 최○○은 진짜로 미투 나왔긔!

[트위터 사진 캡처.jpg]

이건 꽤 확률 높은 거 같아

당녀들 링크 들어가서 화력 지원해줘!!

└ㅇㅋㄷㅋ

└나 트위터 아이디 10개 있긔

└헥헥 방금 아이디 30개로 좋아요 30개 눌렀어!!

└"해줘"

그렇게 불쏘시개를 찾아낸다.

화제를 키우고, 이슈화시켜서 큰일로 만든다.

그럼에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대중들의 이목을 끈다.

<미투가 세상을 바꾼다악!>

<잠재적 성범죄자 처벌하라악!>

시위.

사람 많은 대로에 나와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면 좋든 싫든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개중에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편을 들어주기도 한다.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

그들의 시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지금까지는 주장에 설득력이 부족했다.

재판이 하루이틀 걸리는 게 아니다.

증거가 발견된 사건은 소수에 불과하다.

일일이 찾아낼 필요가 없어졌다.

피해자의 눈물이 여론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전국 대학 성차별 성폭력 끝장집회 [미투는 바꾼다] 안내

● 일시 _ 2017년 12월 10일(월) 13:00-17:30

● 장소 _ 서울 동대문구 고려대 정문

● 주최 _ 젠더 연구소, 당당여성, 공구레이디

● 참가 신청 : https://forms.com/dlEksrjfdhogo

연세대, 중앙대, 서강대, 경희대는 테라포밍 되었고

서울대, 한국대는 총여학생회 부재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재학생분들의 도움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와 저 근처 사는데 꼭 참여할게욧!

└아니 우리나라 명문대에 총여가 없는 게 말이 돼??

└설대, 한대 다니는 당녀 꼭 참여하긔 ㅠㅠ

└총여 없는 대학교 소름 끼쳐……

언론과 여론을 등에 업는다.

기세등등해져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대학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