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치장하는 단어 따위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저는 흥미가 없어요."
"그, 그러시지 마시고 같은 투자자로서."
"저는 코인 투자자를 투자자로 보지 않아요. 얼마를 벌더라도.."
"!!"
중요한 건 본질.
남자로서도, 투자자로서도 도저히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운 좋게 코인 가격이 올랐을 뿐이잖아.'
똑같은 방식으로 또 돈을 벌 수 있나?
묻는다면 불가능할 거라는 게 뻔하다.
상승장에 돈을 주운 투자자들.
주식 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케이스다.
사실상 로또에 당첨된 것이나 다름없다.
투자자가 아닌, 운 좋은 도박꾼이다.
'…….'
그렇게 생각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코인으로 돈 번 걸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녀조차 코인을 도박으로 바라보다니?
도경으로선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가 없다.
빠득!
주먹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어금니를 누르는 압력도 점점 강해진다.
불과 몇 달 전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일.
지금의 도경은 180도 달라졌다.
"교주님!"
"신도들을 불러 모으세요."
"네?"
"제 말이 안 들립니까? 신도들을 집합 시키라고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그 말은 꼭 좋은 의미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
수많은 추종자들이 자신을 떠받들어준다.
도경의 성격에도 점점 영향을 준다.
마치 그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감히 나에게!'
* * *
선물 거래.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보았다.
일반인이라면 평생 먹고 살고도 남을 정도.
'뭐, 나에게는 밑천 같은 거지만.'
앞으로의 매매를 위한 시드 말이다.
코인의 급상승 덕분에 짭짤하게 벌었다.
이게 다 미래를 알고 있는 덕분.
로우 리스크 선물 거래는 가히 사기적이다.
'지금이 1만 7천 불대를 뚫었으니까.'
2만 불 돌파를 시도하다가 고꾸라질 것이다.
굳이 거기까지 할 필요가 없다.
『비트코인을 송금하시겠습니까? Yes or No』
아니, 하겠다.
더 비싼 가격을 받고 파는 것이 나의 투자 전략이다.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서 말이야.'
현재 비트코인은 1만 7천 불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천 300만원이 넘어간다.
현재 환률이 1100원 선이라는 걸 생각하면 말이 안된다.
그 말이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난 코인붐 때문.
거래량이 급등하자 거래소 내의 매물이 부족해지며.
'일종의 인플레 현상이 일어난 거지.'
그것을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어떻게?
외국에서 코인을 산다.
그것을 국내 거래소로 옮긴다.
현재 기준 20% 이상의 차익을 볼 수 있다.
나의 코인 거래 피날레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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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7,289.1달러 ▲1,262.1 (+7.30%)
[최근 한 달간 슈퍼슈팅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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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리스크는 있다.
한국 시장은 폐쇄적이라 대규모 자금 전송에 시간이 소요된다.
2~3일.
그안에 코인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그 분만큼 손해를 보게 되지만.
'뭐, 그럴 일이 있겠어?'
아직 12월 첫 번째 주다.
최소 중순이 돼야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다.
그전까지는 문제 없다.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며 더 많은 차익을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BBQ뉴스− 「Bitfinex와 Tether의 모호한 관계가 의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DNN뉴스− 「시장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테더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월가타임스− 「미국 규제 당국은 비트코인 위험을 경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갑작스런 뉴스가 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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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기류.
'대체 코인이 뭐길래.'
소라는 최근 작은 스트레스거리가 있다.
아니, 사실 크다.
코인 동아리 애들에게 뒷담을 당한다.
누구의 사주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 찌질한 부장의 짓일 것이다.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하고 있다.
'지 마음은 중요하면서 남 마음 중요한 건 모르는 녀석들.'
고등학생 때 자주 겪던 일이다 보니 익숙하다.
무대응이 최선.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게 돼있다.
생각 이상으로 그 시간이 빨리 오게 되었다.
"채은이 너 얼마 물렸어?"
"나 좀 많이……."
"나는 마이너스 30퍼."
"난 50퍼야."
"수익 2배 났을 때 팔았어야 됐는데!"
강의실 내 기류.
또다시 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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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1,893,500원 ▼1,223,841 (−10.29%)
[최근 사흘간 개떡락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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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다.
근래 비트코인은 연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무슨 코스닥 개잡주 수준.
자신이 예전에 물렸던 우리손푸드도 이것보단 덜했다.
"교주님 어딨어? 왜 얼굴도 안 비추는 거야?"
"교주는 무슨 사기꾼 새끼지."
"맞아 사기꾼이야!"
코인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보게 된다.
아무리 평단이 낮아도 물릴 수밖에 없는 낙폭이다.
'그래서 그 사람도 욕을 먹고 있는 것 같고.'
분풀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신을 뒷담 까던 인간들이 칼날을 180도 돌려버렸다.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내가 코인 같은 악질 씹스캠에 물리는 일은 없었을 텐데."
"나는 진짜 조금만 하려고 했거든 재미삼아."
"나도, 나도!"
"하도 무조건 오른다고 하니까."
그러지 않고서는 참기가 힘들다.
실제로 더 큰 손해를 보게 만든 원흉이기도 했다.
"20% 떨어졌을 때도 다시 오를 거니까 추매하라고 했어."
"아……."
"혹시 너도 샀어?"
"응."
"진짜 그 새끼 보이기만 해봐라!"
하지만 본인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투자를 결정한 건 결국 자신들이니까.
'애초에 말이 안됐잖아.'
코인 동아리 부장의 논리.
코인의 가치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하고, 그냥 막무가내로 오른다고만 한다.
사실상 종교나 다름없다.
부원들이 그를 교주님이라고 칭하는 것은 밈임과 동시에 현실이었다.
"지는 코인으로 수십억 벌었댔지?"
"아 짜증나! 걔는 반토막 나도 10억 넘게 있을 거 아니야."
"팔고 튀었을지도 몰라. 우리 같은 초보 투자자들한테 다 넘기고."
"와, 진짜 다단계 사기네. 이걸 내가 당하네."
왜 그런 것을 믿지?
하지만 모든 과정을 지켜본 소라로서는 도저히 비웃을 수가 없다.
'확실히 분위기가 그랬지.'
안 사는 게 바보.
남들 다 사는데, 다 돈 버는데 자신만 안 하면 진짜로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참고, 참고 참다가도 미친 듯이 오르는 걸 보면 이성이 끊어진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코인을 사고 있다.
꿀꺽!
투자 경험이 없었다면.
확고한 기준으로 매매를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도 코인에 물려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흠칫 한다.
사실 코인을 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선배 때문이다(?).
'존나 꼴 받게 하잖아.'
손○민 관련주라면서 약을 팔았다.
뭔 개소리냐면서 안 사다가 주가 급등을 보고 매수.
우리손푸드에 물려서 한동안 고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코인이 너무 올랐다.
주위에서 너도 나도 산다.
거품이라는 판단이 들게 되었다.
"다시 오를까?"
"어케 알아."
"오를 거야 분명."
"진짜 다시 올라야 되는데……. 시험도 봐야 하는데……."
선배의 짓궂은 장난이, 시시한 농담 따먹기가 없었던 게 아니다.
만약 그것을 의도한 것이라면.
'에이, 과도한 생각이겠지.'
도움이 되었던 것도 사실.
최근 슬럼프로 인해 투자를 멀리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선배를 볼 일도 적어졌다.
요 며칠은 얼굴도 안 마주친 것 같다.
그동안 밀린 학업에 전념했다.
복수 전공이라 남들보다 2배는 바쁘다.
선배 때문.
하지만 그것도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사각! 사각!
2학기 기말고사가 다음 주다.
시간이 난 덕분에 준비를 차고 넘치게 하고 있다.
"아 나 진짜 어떡하지……."
"얼마나 물렸길래 그래?"
"집세까지 다 넣었어."
"왜 그랬어? 집세는 좀."
"아니, 물 타다가 그랬지. 딱 본전만 돌아오면 욕심 없이 돈 다 빼려고 했는데!"
코인 때문에 망친 친구들도 있고 말이다.
상대 평가라서 학점 따기가 유리해진다.
'나도 그랬는데.'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딱히 뒷담 까던 애들이라 비웃는 게 아니다.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멋모르고 철강주를 거래하다 크게 물렸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선배를 다시 보게 된 순간이었다.
'시험 공부도 다 했으니까.'
시간도 나니까.
선배네 집에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자꾸 성희롱을 한다.
요즘은 솔직히 선을 넘은 게 사실이다.
키스부터 시작해서 한두 개씩 받아주다 보니 별걸 다 해달라고 한다.
정말 별걸 다.
퉤!
'지 딸딸이를 왜 나한테 쳐달라는 거야!'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진다.
선배에게 쌓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걸 왜 받아주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굳이 이유가 있다면 귀엽다.
평소에는 안하무인이면서 찍! 쌀 때는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선배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남의 약한 부분을 만진다는 건 재밌는 일이었다.
달칵!
강의가 끝난 소라는 주차장으로 달려간다.
얼마 전에 중고차를 구입했다.
약 천만 원에 계약한 아반떼.
주행 거리도 짧고, 내부에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
낡은 표면은 깔끔하게 수리해주셨다.
그러고 보면 이것도 선배가 도와준 덕분이다.
'또 콜걸 불러서 놀고 있으면 가만 안 둬.'
다른 여자 안에 들어가 있던 물건.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심지어 창녀랑.
남자들은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꿀꺽!
어쩌면 그래서 학교에 안 나오는 걸지도.
코인으로 분명 거금을 벌었을 것이다.
'그 인간이면 하고도 남지.'
선배의 집에 도착한다.
항상 벌컥 열던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예상이 맞으면 뭐라고 해야 할지.
'내가 눈 딱 감고 딸딸이를 해줬는데. 첫키스도……, 줬는데.'
화낼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
엉덩이를 걷어차고 부랄을 으깨어 놓는다.
불쌍하니 하나는 살려준다.
마음을 정리한 소라가 현관문을 열어젖히자.
타닥, 탁!
익숙한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선배.
'응?'
아니,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몇 번이나 본 자신이기 때문에 그 차이를 구별한다.
안색이 조금 어둡다.
주위도 어지럽혀져 있다.
어디선가 한 번 본 적이 있다.
'아, 나였지.'
데자뷰가 느껴진다
최근 코인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소라는 히죽 미소를 짓는다.